지난주, 작은 실험을 하나 해봤습니다. ChatGPT에게 "한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B2B 마케팅 자문 브랜드를 추천해줘"라고 물었습니다. 거기서 나온 이름들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광고를 많이 집행하는 회사가 아니었거든요. 수년간 블로그와 리포트를 꾸준히 발행하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온 팀들이었습니다. 광고비가 아니라 신뢰가 AI에게 통한다는 걸 처음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이게 2026년 마케팅의 단면입니다.
AI가 소비자의 구매 여정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마케터들은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점이 됐습니다. "내 광고가 몇 번 노출됐나"가 아니라, "AI가 내 브랜드를 뭐라고 설명하고 있나"를 물어야 합니다. 이 두 질문 사이의 거리가, 요즘 마케팅팀 간의 성과 격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마케팅 커뮤니티에서 AI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1년 전만 해도 "ChatGPT로 카피 뽑는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에이전트한테 캠페인 통째로 넘겼다"는 말이 나옵니다. 처음엔 과장이라 생각했지만, 직접 써보고 나서야 이게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오늘은 세 가지 흐름을 다룹니다. AI 에이전트가 기존 자동화와 다른 이유, 'Share of Model'이라는 낯선 지표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SEO 옆에 왜 AEO가 필요한지.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것들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게요.
AI 에이전트는 자동화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마케팅 자동화는 이미 10년 넘게 써왔습니다. 장바구니 이탈 후 리타겟팅 이메일, 리드 스코어가 일정 점수에 달하면 영업팀에 알림, 생일에 쿠폰 발송. 이런 자동화는 이미 많은 팀이 씁니다.
AI 에이전트는 다른 차원입니다.
기존 자동화는 흐름을 반복합니다. 사람이 미리 설계한 조건과 액션을 기계가 실행하는 방식입니다. 그 흐름 밖의 상황이 오면 자동화는 멈추거나 엉뚱하게 작동합니다. 조건이 바뀌면 사람이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결국 판단은 늘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AI 에이전트는 목표를 받으면 스스로 전략을 짜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며 방향을 조정합니다. "이번 달 신규 유료 구독자를 20% 늘려줘"라는 지시를 받으면, 에이전트는 현재 전환 흐름에서 병목 구간을 찾고, 예산을 어느 채널에 배분할지 시뮬레이션하고, 광고 소재를 변형 테스트하면서 15분마다 최적화 결정을 내립니다. 사람이 하루에 한 번 보고서를 확인하는 동안, 에이전트는 수십 번 판단하고 조정합니다.
수치로 얘기하면, AI 에이전트를 조기 도입한 기업의 88%가 이미 실질적인 ROI를 확인했습니다. 평균 수익률은 171%이고, 미국 기업 평균은 192%입니다. 2년 뒤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6년 현재 데이터입니다.
가장 변화가 큰 곳은 대기업이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팀입니다. 3명짜리 마케팅팀이 에이전트를 잘 활용하면 10명 규모 팀과 비슷한 실행력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자본과 인력이 경쟁력의 전부였던 마케팅 판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단, 함정이 있습니다. 에이전트에게 "마케팅 잘 해줘"라고 지시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달립니다. 구체적인 목표, 명확한 제약 조건, 접근 가능한 데이터. 이 세 가지가 없으면 에이전트는 추측으로 일하는 인턴과 다를 바 없습니다. 도구의 성능보다 설계 능력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많은 팀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도 효과를 못 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에이전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Share of Model',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Share of Voice'는 광고 노출에서 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Share of Model'은 AI의 답변 안에서 내 브랜드가 얼마나 자주 언급되느냐입니다.
소비자가 AI에게 "지금 가장 좋은 CRM 툴 뭐야?"라고 물을 때, AI는 자신이 신뢰하는 브랜드를 꺼냅니다. 그 순간 당신 브랜드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 이게 Share of Model입니다. 검색 노출 경쟁이 아닌 AI 추천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ChatGPT나 Perplexity에 접속해서 "한국에서 [당신의 업종] 서비스나 브랜드를 추천해줘"라고 입력해보세요. 결과에 당신 브랜드 이름이 있나요? 없다면, Share of Model = 0입니다. 그 숫자가 지금 당신의 위치입니다.
이 숫자를 높이는 방식은 생각보다 익숙합니다. AI가 신뢰하는 콘텐츠의 특성은 세 가지입니다. 검증 가능한 수치, 명확한 주장, 서드파티 플랫폼(뉴스·리뷰·포럼)에서의 언급. 기존에 좋은 마케팅이 해야 했던 것들이죠. 바뀐 건 그 결과가 검색 랭킹이 아니라 AI 추천 빈도로 나타난다는 점뿐입니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Share of Model을 높이는 게 AI를 위한 별도 전략이 아닙니다. 콘텐츠 마케팅을 제대로 해온 팀이 이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광고비를 많이 쓴 팀이 아니라. 이건 꽤 중요한 뒤집기입니다. 지금까지 예산이 적어서 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던 팀들에게, 실제로는 기회가 열리는 구조가 됐습니다.
SEO가 살아있어도 AEO가 필요한 이유
"SEO가 죽었다"는 말은 10년째 들어옵니다. 실제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지금 주목해야 할 흐름이 따로 있습니다. AEO, 즉 Answer Engine Optimization(답변 엔진 최적화)입니다.
SEO는 클릭을 목표로 합니다. 내 페이지를 검색 결과 상단에 올려서 클릭을 받는 것. AEO는 인용을 목표로 합니다. ChatGPT, Perplexity, Google AI Overview가 답변을 생성할 때, 내 브랜드의 정보를 참고하고 인용하게 만드는 것. 목적지 자체가 다릅니다.
형식 차이가 핵심입니다. SEO 콘텐츠는 키워드 반복, 긴 체류 시간, 내부 링크 구조가 중요했습니다. AEO 콘텐츠는 다릅니다. 질문에 직접 답하는 구조, 구체적 수치, 명확한 주장, 신뢰할 수 있는 출처. AI는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문장을 인용하지 않습니다. 정보가 없는 문장은 AI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당신의 블로그 글 중 조회수가 높은 것 하나를 꺼내보세요. 그 글에 구체적 수치가 있습니까? 명확한 주장이 있습니까? 출처를 댈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까? 없다면, SEO 순위에 있어도 AI 답변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AEO 관점에서 그 글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 가지 흐름은 별개가 아닙니다. AI 에이전트를 잘 쓰는 팀이 콘텐츠를 잘 만들고, 그 콘텐츠가 AI에게 인용되면서 Share of Model이 올라가고, 그게 AEO 경쟁력이 됩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강화하는 구조입니다. 어느 하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AEO를 새로운 기술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좋은 글을 쓰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정확하고,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건 저널리즘이 수백 년 동안 해온 일입니다. AI가 그 기준을 마케팅 콘텐츠에 다시 강제 적용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광고성 문구로 가득한 콘텐츠는 AI에게 인용되지 않습니다.
마케팅 환경이 바뀌는 건 다들 압니다. 하지만 "AI 도입해야 해"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AI 에이전트를 잘못 쓰는 팀들이 반복하는 공통 실수, 파일럿을 어떤 순서로 시작해야 효과가 나는지, 그리고 AI 에이전트가 발전할수록 마케터의 역할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바뀌는지. 오늘 아티클의 결론 부분에서 제 생각이 한번 뒤집힙니다. 읽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길 권합니다.
원문 보기: https://medium.com/p/00404c8dcf14?postPublishedType=initial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