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케팅 팀 분위기가 묘하다. 뭔가 조용해졌다.
캠페인을 세팅하고, 결과를 보고, 다시 조정하고, 또 보고. 그 사이클이 사람 손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걸 처음 목격했을 때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내가 하던 일을 AI가 하고 있었다. 실수 없이. 더 빠르게. 그리고 지치지 않고.
에이전틱 AI(Agentic AI)라는 개념이 있다. 생성형 AI보다 한 단계 위다. ChatGPT처럼 "써줘"라고 하면 써주는 게 아니라, 목표를 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고 다시 조정한다. 사람처럼. 어떤 면에서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마케팅에서는 이게 이미 현실이 됐다. 2026년, 지금의 이야기다.
퍼포먼스 마케터가 "신규 사용자 획득 비용을 낮춰줘"라고 지시하면, AI가 채널별 성과를 분석하고, 예산을 재배분하고, 광고 소재를 교체하고, 성과를 모니터링한다. 사람이 최종 결재를 누르는 순간만 빼면 전부 다 한다. 쉬지도 않고, 불평하지도 않고.
콘텐츠 팀은 방향성만 논의하면, 작성-편집-발행-성과분석 사이클을 AI가 처리한다. 이메일 마케팅에서는 세그먼테이션, 개인화 메시지 작성, 발송 타이밍 최적화, 이탈 고객 예측까지 AI가 담당한다. 사람이 하는 건 전략을 짜는 것과 예외 케이스를 처리하는 것뿐이다.
타불라(Taboola)가 출시한 에이전틱 시스템 'Realize+'는 퍼포먼스 마케터를 위해 광고 캠페인 의사결정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실행까지 자동화한다. 이걸 쓰는 마케터와 안 쓰는 마케터의 생산성 격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도구 하나의 차이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의 차이다.
Salesforce는 이렇게 정리했다. "에이전틱 마케팅 시대에 마케터의 역할은 단순 실행에서 벗어나, AI 에이전트를 리딩하고 브랜드 전략과 감성적 가치를 설계하는 전략적 디렉터로 변화한다." 멋있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직접 AI 에이전트를 써봐야 체감된다.
숫자가 이걸 증명한다. 에이전틱 AI를 도입한 마케팅 팀들은 캠페인 출시 속도가 75% 빨라졌다고 보고했다. ROI는 평균 20~40% 개선됐고, 팀 시간의 30%가 반복 실행 업무에서 전략 업무로 이동했다. 맥킨지는 에이전틱 시스템이 캠페인 기획과 실행 속도를 10~15배 높인다고 분석했다.
시장 규모가 이걸 더 잘 보여준다. 에이전틱 AI 시장은 2025년 약 2조원에서 2030년 61조원으로 연평균 175% 성장이 전망된다. 이게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마케터는 이제 필요 없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AI를 모르는 마케터는 AI를 아는 마케터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술을 잘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TV가 나왔을 때도, 인터넷이 나왔을 때도, 소셜미디어가 나왔을 때도.
에이전틱 AI가 잘하는 건 반복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일이다. 광고 입찰 최적화, A/B 테스트 설계와 결과 반영, 세그먼테이션, 리포트 생성. 이런 건 이미 AI가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한다.
그러면 마케터에게 뭐가 남는가.
브랜드의 방향을 정의하는 일이다. AI는 브랜드 가이드를 학습하고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그 브랜드 가이드를 처음부터 만들고, 시장 변화에 맞게 진화시키는 건 사람의 일이다. 브랜드가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AI 에이전트를 설계하고 감독하는 능력도 남는다. 에이전틱 AI가 잘 작동하려면 좋은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캠페인을 최적화해"라고 지시할 때, 전환율을 최적화할지, LTV를 최적화할지, 브랜드 인지도를 최적화할지 명확하게 설정하는 건 마케터의 일이다. AI는 당신이 설정한 목표만큼만 잘한다. 목표를 잘 못 설정하면, AI는 열심히 엉뚱한 방향으로 달린다.
소비자 심리를 읽는 감각도 마케터에게 남는다. AI는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소비자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어떤 감정 상태에서 구매 결정을 내리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건 여전히 사람이 더 낫다. 적어도 지금은.
그리고 윤리적 판단과 리스크 관리다. AI가 자율적으로 캠페인을 운영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타깃팅이나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이를 감지하고 중단시키는 건 사람이 해야 한다. 전 세계 50% 이상의 정부가 AI 규제를 검토하거나 시행 중이다. 규제 준수도 마케터의 책임이다.
검색 마케팅도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SEO는 키워드를 잡고, 콘텐츠를 최적화하고, 검색 결과 상위에 오르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검색하면 결과 페이지를 클릭하는 구조. 그런데 이게 무너지고 있다. Perplexity, ChatGPT 웹 검색, Google AI Overview가 직접 답을 줘버린다. 클릭이 사라진다.
이제 마케터는 AI 검색에서 당신의 브랜드가 인용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AEO(Answer Engine Optimization), 답변 엔진 최적화가 새로운 검색 마케팅이다. 에이전틱 AI가 캠페인을 잘 돌리더라도, 소비자가 AI에게 제품 추천을 물었을 때 당신 브랜드가 언급되지 않으면 그 캠페인은 절반짜리다.
개인화도 역설에 빠졌다. 모두가 AI로 개인화를 극대화하면, 개인화가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되지 않는다. 모든 브랜드가 개인화를 하면 개인화는 기본값이 되는 것이다. 2026년에 부각되기 시작한 '개인화 피로' 개념이 바로 이 역설에서 나왔다. 실제 경쟁력은 언제 개인화를 하지 않을지 아는 것이다. 이 판단은 AI가 못 한다.
내가 지금 마케터들에게 권하는 건 하나다. 지금 당장 에이전틱 AI를 실험해봐라.
전체 업무 방식을 한 번에 바꾸려 하지 말고, 하나의 반복 업무를 골라라. 주간 성과 리포트, 이메일 A/B 테스트 설계, 소셜 콘텐츠 스케줄링 중 하나면 충분하다. 거기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해보고,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지 익혀라. 그 경험 자체가 앞으로 당신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경험 격차는 무섭다. 기술 격차는 따라잡을 수 있어도, 경험 격차는 시간이 걸린다. AI를 모르는 마케터와 AI를 다루는 마케터의 생산성 격차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2~3년 후에는 메우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AI가 극대화될수록 인간의 판단이 희귀해진다. 희귀한 것이 가치 있다. AI는 캠페인을 돌린다. 마케터는 이제 캠페인이 왜 돌아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사람이 된다. 그게 더 어렵고, 더 가치 있는 일이다.
한국 마케팅 시장 맥락에서 이 변화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이 동시에 경쟁하는 복잡한 멀티채널 환경에서 각 플랫폼을 수동으로 최적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에이전틱 AI는 이 복잡성을 흡수한다. 여러 채널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플랫폼별로 최적화된 타깃팅을 자동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국 마케팅 실무자들은 데이터 분석 역량은 높지만 자동화 툴 도입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이게 역설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에이전틱 AI를 도입하는 마케터는 초기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대로 늦게 시작할수록 따라잡기가 어려워진다.
한국 마케터가 특히 놓치고 있는 에이전틱 AI 적용 포인트, AEO 대응 실무 전략,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5단계 로드맵은 원문에서 전부 확인할 수 있다. 중간에 반전이 있다. 마지막 결론을 보기 전까지는 판단 유보를 권한다.
원문 보기: https://medium.com/p/2cfef99cc6f4?postPublishedType=ini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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