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선생님, 저희 워크숍이 사실 다음 주 화요일인데요.”
연락을 받은 날은 목요일 저녁,
다음 날은 제헌절이었다.
평소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가량 진행하던 워크숍을
이번에는 두 시간 안에 마쳐야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일정은 그 시간만 딱 비어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잘되려고 이러나 몰라.
🌼 잘될레터는
교육 콘텐츠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는 예상 밖의 일들 속에서,
어떻게든 잘될 포인트를 찾아내고 마는 1인기업 에세이입니다.

그날의 소동
전화를 받기 전까지 나는 거실 한가운데 대자로 누워 있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반나절 강의를 잘 마쳤고,
강의장 근처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잠깐 차도 마셨다.
오랜만에 신은 구두 때문에 발은 퉁퉁 부었지만
택시를 타지 않고 집에 오는 데도 성공했다.
돈도 벌고, 돈도 아끼고, 친구도 만났다.
이제 고기와 밥을 먹고,
엄마와 열두 살 비만 치와와 호치를 산책시키고,
반신욕을 한 뒤 밤 10시에 잠들면 되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갓벽한 하루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전화 한 통과 함께 갓벽이 끝났다.
다음 주 화요일.
스물한 명.
두 시간짜리 버크만 워크숍.
담당자님은 익일까지 전 직원의 검사를 끝내겠다고 했다.
다음 날이 공휴일인데도 본인은 출근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화기 너머로 촉박한 상황과 정중한 긴장감이 동시에 전해졌다.
나는 워크숍 진행을 하기로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노트북을 열었다.
견적을 맞추고,
검사 링크를 발급하고,
강의 준비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강아지 산책과 고기반찬은 자연스럽게 밀렸다.
메일과 문자까지 보내고 나니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아까까지 갓벽했던 하루는 어디로 가고,
나는 프린터 토너와 A4 용지와 투명 파일을
쿠팡 장바구니에 넣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호치가 갑자기 아프고,
가족들은 모두 지방에 내려가고,
워크숍 전후로 왕복 150킬로미터의 기존 일정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연휴 때문에 교보재까지 직접 가지러 가야 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저 강의 하나가 들어왔을 뿐인데 인생이 갑자기 장애물 경기가 되었다.
· · ·
네 시간을 두 시간으로 줄일 때
처음에는 막막했다.
평소 네 시간 가까이 진행하던 워크숍을
어떻게 두 시간 안에 끝내지?
설명을 더 빠르게 해야 하나.
그룹 액티비티 시간을 줄여야 하나.
그러다 질문을 바꿨다.
‘네 시간짜리를 어떻게 다 넣을까?’가 아니라,
‘이번 워크숍에서 반드시 남겨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설명과 이론부터 줄였다.
버크만의 이론적 배경을 알면 이해의 폭은 넓어진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버크만 전문가가 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었다.
자신과 동료를 조금 더 이해하고,
그 차이를 조직 안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알아보기 위해 모였다.
그래서 설명은 활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남겼다.
대신 두 가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참여자 개인에 대한 이해와 조직에서의 적용.
고객사가 요청주신 조직의 배경 및 워크숍의 목적을 위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내용이라고 전부 넣지는 않았다.
평소 반응이 좋았던 설명도 뺐고,
더 하면 재미있는 활동도 이번 목적에 꼭 필요하지 않으면 제외했다.
줄인 것은 시간이었지만,
사실 내가 한 일은 참여자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강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회의 시간이 한 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었다고 해서
모두가 두 배 빠르게 말할 수는 없다.
시간이 줄었을 때 필요한 것은 가속도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지 정하는 일이다.
아마 이 계기가 없었다면 여전히 모든 것이 중요해 보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중요해 보이는 순간,
아무것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 · ·
욕심인지, 미련인지, 책임감인지
문제는 워크숍 활동에 필요한 전용 교보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구할 방법은 월요일에 직접 찾아가는 것뿐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지?
다른 활동으로 바꿀 수도 있었다.
욕심인지, 미련인지, 의무인지, 책임감인지
모르겠는 마음으로 계속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에서 그래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계속 고민했다.
할 것과 하지 않을 것.
말할 것과 말하지 않을 것.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참여자에게 필요한 것.
· · ·
그래서 워크숍은 어땠냐면
워크숍은 무사히 끝났다.
담당자님은 만족스럽고 예상보다 재밌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검사 결과를 보며 웃었고,
동료의 결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당신이 그랬군요…”
차이와 공통점을 확인하고,
팀이 일하는 방식과 리더십의 차이까지 필요한 내용은 모두 다뤘다.
그 정도면 이번 워크숍의 목적에는 도착한 셈이었다.
무사히 마치고 든 감정은 ‘다행이다’였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뿌듯했다.
준비하는 동안에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과한 욕심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욕심이라기보다
내가 진행하는 워크숍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맡은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바쁨이 단체로 찾아온 5일의 전말
호치(반려견)의 설사와 왕복 150킬로미터,
연휴에 구할 수 없었던 교보재와
택시 안에서까지 이어진 PPT 검수.
오늘의 편지에서는 덜어낸 그 며칠의 자세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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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 사람들의 월요일 아침 7시에 이 다음 편지를 보냅니다.
다음 편지의 제목은「팀메이트는 얼마나 잘되려고 저러는 걸까」입니다.
주변에 잘됐으면 하는 사람에게 이 편지를 꼭 소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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