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겠습니다." 텔레그램 창업자의 삶과 철학

원문: <Pavel Durov: Telegram, Freedom ... | Lex Fridman>

2026.0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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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Alex

 

안녕하세요, 비즈쿠키입니다.

 

<Freedom of Speech>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노먼 록웰(Norman Rockwell)의 작품인데요. 

<Freedom of Speech, 출처: Norman Rockwell Museum>
<Freedom of Speech, 출처: Norman Rockwell Museum>

그림 속 주인공은 마을 회의에서 홀로 반대 의견을 내기 위해 일어선 평범한 노동자, 짐 에저턴입니다. 비록 기름때 묻은 손과 낡은 재킷 차림이지만, 그는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웃들은 그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죠. 이 작품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미국 수정 헌법 제1조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낸다는 것, 그리고 그 서툰 진심을 따뜻한 눈길로 받아안는 것. 이 평범한 풍경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림 속 짐 에저턴을 닮은 한 창업자의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이번 글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물 소개


<파벨 두로프, 출처: The Sun Nigeria>
<파벨 두로프, 출처: The Sun Nigeria>

파벨 두로프(Pavel Durov)는 전 세계 9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업자입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이 신념을 지키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누군가에게는 '범죄의 방관자'로, 다른 이들에게는 '자유의 수호자'로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받습니다.

 

Editor's Pick!


1.텔레그램의 설계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그 어떤 직원이나 제삼자도 사용자의 비공개 대화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만약 정부가 사용자 개인정보 제공을 강요한다면, 저희는 해당 국가에서 서비스를 중단하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2.저는 시장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잃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제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전히 팔굽혀펴기나 하면서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낼겁니다.

 

3.세상의 어떤 독재자도 "권력을 독점해 당신들을 불행하게 만들 테니 권리를 내놓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합리적으로 들리는 명분을 내세워 단계적으로 권리를 제한하죠.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대중은 저항할 힘조차 잃은 채, 모든 대화가 감시당하는 무력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4.세상에 완전히 '편향되지 않은 정보원'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서로 격렬하게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을 가감 없이 접할 수 있는 텔레그램에 열광하는 이유입니다.

 

가상 인터뷰

본 아티클은 <Pavel Durov: Telegram, Freedom, Censorship, Money, Power & Human Nature | Lex Fridman Podcast>의 내용을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편집한 글임을 밝힙니다.


 

Q. 어린 시절 독특한 학교를 다니셨네요? 

 

11살 무렵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실험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폭넓은 인문·과학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었죠.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까지 최소 4개의 외국어를 기본으로 배웠고, 고대 그리스어까지 섭렵할 수 있었습니다. 교과 과정 역시 생화학부터 정신분석학, 진화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죠.

 

​저는 학업 성적은 우수했지만, 늘 ‘품행’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90년대 초반 소련 교육 시스템에는 품행 점수라는 것이 있었는데, 저는 늘 선생님의 실수를 지적하거나 논리적으로 맞서곤 했거든요. 덕분에 제 품행 점수는 늘 바닥을 면치 못했습니다.

 

Q. 흥미롭군요. 학교 내에서도 경쟁이 꽤 치열했겠습니다.

 

물론이죠. 저는 교육에서 경쟁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은 청소년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죠. 만약 교육 시스템에서 경쟁이라는 요소를 제거해 버리면, 아이들은 비디오 게임 같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현재 서구권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죠. 당국이나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적이나 등수 산정을 폐지하려 합니다.

 

​물론 그 의도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학습에 대한 흥미 자체를 잃게 됩니다. '낙오자(Loser)'를 만들지 않으려다, 역설적으로 '승자(Winner)'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꼴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교육을 넘어 경제 시스템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경쟁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승자가 지배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려 애씁니다. 하지만 이는 국가 시스템과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뿐입니다.

 

​현재 일부 유럽 국가들이 한국, 중국, 싱가포르,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들을 따라잡는 데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교육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토대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문명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경쟁이 과학 기술의 진보와 사회 전체의 풍요를 이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장려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이 수반하는 스트레스로부터 다음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성장의 엔진을 꺼버릴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중국의 공부하는 아이들, 출처: VnExpress>
<중국의 공부하는 아이들, 출처: VnExpress>

 

Q. 10살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21살에는 VK(러시아 최대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개발하셨구요. 어떤 계기로 프로그래밍에 빠지게 되었나요?

 

저는 게임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당시에는 즐길 만한 게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런 환경적 결핍이 저를 개발자의 길로 밀어 넣었습니다. 내가 즐기기 위해 직접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저는 '결핍이 창의성을 낳는다'고 믿습니다. 구소련 지역이나 엔터테인먼트를 접하기 어려웠던 곳에서 유독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 놀 거리가 없으니까 직접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반 친구들과 함께 즐길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우리는 '무한 오목'을 하곤 했습니다. 무한한 판에서 5개를 먼저 잇는 방식이었죠. 판이 넓어질수록 수 싸움이 치열해지는 아주 복잡한 게임입니다. 제 친구들은 수학 올림피아드 챔피언이나 대학교수의 자녀들로 구성된 수재들이었습니다. 그들과 대결하며 저는 생각했죠. '단 한 번도 지고 싶지 않다. 매번 이기고 싶다.'

 

어떻게 하면 절대 지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저보다 강력한 연습 상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와 대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직접 코딩했습니다. 컴퓨터를 상대로 매일마다 훈련했고, 마침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오목 실력을 갖추었죠. 

 

Q. 이제 본격적으로 텔레그램 얘기를 나눠봅시다. 텔레그램은 전체 직원 수가 매우 적다고 알고 있는데, 핵심 엔지니어링 팀은 실제로 몇 명 규모인가요?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개발자, 디자이너, 시스템 관리자를 모두 합쳐도 팀은 단 40명에 불과합니다.​

 

Q. 수억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그렇게 소수의 인원으로 이끌어가는 특별한 경영 철학이 있나요?

 

​저희는 사업 초기부터 ‘인력의 규모가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죠. 조직이 비대해지면 구성원들은 서로 손발을 맞추고 소통하는 데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게 됩니다. 결국 업무 시간의 90%를 본업이 아닌, 각자의 작은 업무 조각들을 조율하고 확인하는 ‘협의’에 허비하게 되는 꼴입니다.​

 

직원이 너무 많으면 반드시 할 일이 없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챙겨가는 구성원의 존재는 팀 전체의 사기를 꺾습니다.

 

​더 나쁜 시나리오는 할 일이 없어진 이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생산적인 고민 대신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억지로 만들어낼 때입니다. 불필요한 절차와 갈등을 양산하며 팀의 역동성을 무너뜨리는 것이죠.

 

Q. 텔레그램은 다른 sns와 달리 개인정보를 활용한 ‘타겟팅 광고’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 광고는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가 아닌 대화방의 주제에만 집중하는 ‘맥락 기반(Context-based)’ 광고입니다. 사실 타겟팅 광고를 포기한다는 것은 우리가 창출할 수 있는 잠재적 가치의 80%를 내려놓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Q. 수익의 80%를 포기한다는 건 경영자로서 엄청난 결단 아닙니까?

 

​우리는 광고 타겟팅을 위해 사용자의 메시지 내용, 활동 내역, 메타데이터 등을 절대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사실 현대 인터넷 산업에서 이러한 데이터 착취가 당연한 관행처럼 여겨지게 된 현실이 무척 서글픕니다. 저희는 그런 방식에 기대지 않고도 텔레그램을 건강한 수익 구조로 전환해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Q. 텔레그램은 수익 구조에서도 남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특히 메신저 앱으로는 이례적인 ‘유료 구독 모델’을 성공시키셨죠.

 

저희가 시도한 도전 중 하나는 ‘텔레그램 프리미엄’이었습니다. 기존 기능은 모두 무료로 유지하되, 비즈니스 도구나 파워 유저를 위한 부가 기능에 월 4~5달러의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이었죠. 당시 메신저 앱에 유료 구독을 도입한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고, 시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출시 이후, 현재 1,500만 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며 매우 유의미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프리미엄 구독 매출만 5억 달러(약 7,000억 원)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성장세 또한 가파릅니다.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인 앱을 ‘사용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 더 유용하게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우리는 고도의 기술적 혁신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Q. 텔레그램은 보안에 있어 타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설계 단계부터 '인간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신 것으로 아는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텔레그램의 설계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그 어떤 직원이나 제삼자도 사용자의 비공개 대화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저희는 2012년 설계 단계부터 누구도 시스템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데이터에 손을 댈 수 없도록 막대한 공을 들였습니다. 메시지 접근 권한을 얻기 위해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텔레그램, 출처: eXpress>
<텔레그램, 출처: eXpress>

 

Q. 그렇다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부나 정보 기관에 사용자 데이터를 넘겨준 적이 없습니까?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텔레그램은 그 누구와도 단 하나의 비공개 메시지도 공유한 적이 없습니다. 설령 누군가 데이터 센터의 서버를 통째로 압수해 간다 해도 하드 드라이브 안에는 해독 불가능한 암호문뿐일 겁니다. 이는 저희가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인 원칙입니다.


Q. 혹시 미래에 국가 권력의 압박에 못 이겨 데이터를 공유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요. 만약 정부가 이를 강요한다면, 저희는 해당 국가에서 서비스를 중단하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프라이버시는 인간의 근본적인 권리입니다. 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자유와 안전 또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Q. 거대 조직과 권력자들의 압박에 맞서 "안 된다"고 말하는 용기는 어디서 나옵니까?

 

글쎄요, 제 성격 탓도 있을 겁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데 익숙했습니다. 선생님의 실수를 지적해 마찰을 빚으면서도 제 논리를 굽히지 않았죠.


핵심은 스스로에게 ‘나는 잃을 게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권력이 저를 협박할 순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제게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최악의 경우 죽음뿐입니다.

 

여러 죽음의 위기를 넘기며 저는 훨씬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이런 치명적인 위협에서 살아남으면, 그때부터는 덤으로 주어진 ‘보너스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듭니다. 어떤 면에서 저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것이나 다름없기에, 새로 주어지는 매일이 선물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삶을 낭비할 이유는 없습니다.​ 텔레그램이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저는 시장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잃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제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전히 팔굽혀펴기나 하면서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낼겁니다. (역주: 파벨 두로프는 매일 아침 팔굽혀펴기를 300개씩 한다.)

<명상을 하고있는 파벨 두로프, 출처: CNBC>
<명상을 하고있는 파벨 두로프, 출처: CNBC>

 

Q. 당신을 겨냥한 독살 시도까지 있었다면서요?

 

​2018년 봄이었습니다. 수상한 이웃이 제 집 문 근처에 무언가를 남겨두었더군요. 한 시간쯤 뒤 침대에 누웠을 때, 갑자기 온몸을 찢는 듯한 통증과 함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제 신체 기능이 하나씩 꺼져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꼈습니다.​​'이 정도면 좋은 인생이었다, 이룰 만큼 이뤘다'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고, 저는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설 기력조차 없었습니다. 제 몸을 확인해 보니 온몸의 모세혈관이 다 터져 있더군요. 평생 겪어본 적 없는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그 후 2주 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했습니다. 팀원들이 동요할까 봐 알리지 않고, 홀로 집에서 그 고통을 견뎌냈습니다.

 

Q. 2011년에도 비슷하게 정부의 압력을 받았었죠?

 

그렇습니다. 2011년 12월이었죠. 당시 모스크바에서는 총선 결과에 불복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역주: 러시아 총선 과정에서 부정선거 정황이 발견되면서 약 5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스크바에 집결하여 반정부시위를 벌였다.)

 

저는 러시아 최대 SNS인 VK를 운영하고 있었고, 정부는 시위를 주도하던 야권 그룹들을 폐쇄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저는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집회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근본적인 권리니까요.​저는 폐쇄 명령을 보낸 검사를 조롱하는 의미로, 후드티를 입고 혀를 내미는 강아지 사진을 공문 옆에 올려 ‘공식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당시엔 꽤 유쾌한 저항이라 생각했지만, 직후 무장 경찰들이 제 아파트를 포위했습니다. 문밖에서 들이닥치는 그들을 보며 스스로 물었습니다. ‘나는 옳은 선택을 했는가?’ 제 대답은 여전히 ‘예스’였습니다. 투옥을 각오하고 단식 투쟁까지 결심했죠.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깨달은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안전하게 소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형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야 했지만, 형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메시지를 보낼 수단이 없었습니다. (역주: 파벨 두로프의 형은 VK 공동개발자였다.)

 

당시 다른 메신져들은 암호화 기능이 전혀 없는 평문 전송 방식이었기에 누구나 내용을 엿볼 수 있었죠.​그때 다짐했습니다.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반드시 완벽한 보안 메신저를 만들겠다"고요. 다행히 최악의 사태는 피했고, 저는 언제든 떠날 준비를 마친 채 호텔을 전전하며 텔레그램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파벨 두로프가 러시아 연방보안국의 수사 협조 요청을 거부하며 보낸 메세지, 출처: Global Voices>
<파벨 두로프가 러시아 연방보안국의 수사 협조 요청을 거부하며 보낸 메세지, 출처: Global Voices>

 

Q. 최근 많은 정부가 ‘범죄 예방’이나 ‘아동 보호’라는 선한 명분을 내세워 프라이버시를 제한하려 합니다.

 

그것이 바로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의 함정입니다. 세상의 어떤 독재자도 "권력을 독점해 당신들을 불행하게 만들 테니 권리를 내놓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합리적으로 들리는 명분을 내세워 단계적으로 권리를 제한하죠.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대중은 저항할 힘조차 잃은 채, 모든 대화가 감시당하는 무력한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게임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죠.​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정말 선행을 베푼다고 믿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개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국가 권력의 비대화로 귀결됩니다. 인간은 질서와 자유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서툽니다. 늘 극단으로 치닫죠. 권력을 쥔 인간은 본능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자원을 독점하려 합니다. 그 끝에는 자유 시장과 표현의 자유가 질식당하는 미래뿐입니다. 이를 막기 위한 엄격한 제동 장치가 절실하지만, 불행히도 현재 우리 사회에는 그런 장치가 부재합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텔레그램이 앞으로 세상에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대립하는 정보를 가감없이 제공할 것입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저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텔레그램이 양측의 자극적인 선전 도구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전쟁 기간만큼은 두 나라의 정치 관련 채널 운영을 전면 중단할까 검토했었죠.​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사용자 모두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는 어린애가 아니다. 어떤 정보를 접하고 믿을지는 우리가 직접 결정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용자들은 쏟아지는 프로파간다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낼 능력을 갖춘 주체적인 성인들이었습니다. 특히 생사가 오가는 전쟁 중에는 가족과 친구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단 하나의 정보라도 더 절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완전히 '편향되지 않은 정보원'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서로 격렬하게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을 가감 없이 접할 수 있는 텔레그램에 열광하는 이유입니다. 타인이 정해준 '정답'을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상반된 시각을 모두 살펴본 뒤 스스로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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