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Alex
안녕하세요, 비즈쿠키입니다.
오늘은 팔란티어(Palantir) 창업자 알렉스 카프(Alex Karp)의 삶과 철학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철학을 전공한 카프가 테러와 맞서는 테크 기업을 만들기까지의 여정과 그가 평생토록 고수한 신념을 가상 인터뷰 형식의 글로 담았습니다.
저는 이번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해 흐릿하지만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여러분께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자 소개

알렉스 카프는 미국의 방산 기업 팔란티어의 창업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신고전주의 사회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도라는 것인데요. 9.11 테러를 지켜보며 미국을 테러 위협으로부터 지켜야겠다고 결심한 뒤 피터 틸(페이팔 공동창업자)과 함께 팔란티어를 설립했습니다. 2011년, 팔란티어와 미국 특수부대는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 사살했습니다.
요약
우리가 가장 먼저 세상을 배우는 방식은 모방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르면 모방은 창의성에 독이 됩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창조적 유아기의 단계를 평생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반항적 행위는—백지에 시를 쓰든,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든, 화면에 코드를 짜든—본질적으로 기존의 것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새로운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연한 의지입니다.
가상 인터뷰
알렉스 카프의 Charlie Rose(2009), American Optimist(2023), CNBC(2025) 인터뷰와 저서 <The Technological Republic>에 근거해서 작성했습니다.
Q. 독특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셨다고요?
네, 저는 독실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유대인 소아과 의사셨고, 어머니는 흑인 예술가셨죠. 어머니의 영향으로 제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술가였습니다. 제 유년시절은 사회에서 아웃사이더가 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Q. 이후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하셨죠?
스탠포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신고전주의 사회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건 솔직히 말해서 백수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고,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배웠지만 가장 돈을 못 버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나 다름없었죠.

Q. 왜 그런 선택을 하셨나요?
팔란티어를 창업하게 된 이유와 같아요. 그 문제에 정말 열정적이었거든요. 저는 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살았습니다. 제가 연구했던 아이디어들은 실제로 굉장히 중요했죠.
‘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을 전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구 사회의 토대는 무엇인가?’, ‘시민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이요. 신고전주의 철학과 프로이트의 융합, 차별, 시민의 자유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폭넓게 글도 썼습니다. 그러다 사업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됐습니다.
Q. 무슨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학계의 특징은 학자들이 연구하는 주제들을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남들에겐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소한 일들로 연구자들은 치열하게 싸우죠. 연구 자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작을 거라고 봤습니다. 제가 하던 일은 전 세계에서 30~40명 정도만 이해할 수 있는 분야였을 거예요. 그래서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보였고,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사업에서의 몇몇 문제들은 학문적인 관점에서도 꽤 흥미로운 것들이 많아요.
Q. 어떤 사업을 하셨나요?
제가 돈을 버는 재주가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제 전공(철학)으로는 돈을 벌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처음에는 제 능력을 활용해 직접 돈을 벌어보기로 결심했어요. 저처럼 사업가 기질이 있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빨리 벌 수 있을지 돈을 받고 가르쳐줬죠.
저처럼 학문을 깊게 연구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업 한번 해보는 건 어때요? 제가 도와줄게요"라고 제안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냈죠. 그러다 피터 틸(페이팔 공동창업자)과 다른 사람들을 몇 명 더 모아서 함께 회사를 세웠습니다. 아, 피터 틸은 제 스탠포드 대학교 동문입니다. 틸과는 학생 때부터 치열하게 여러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곤 했죠.

Q. 팔란티어는 왜 시작하셨나요?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실리콘 밸리가 참여해야 하고 시민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테러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발생하죠. 그런 테러를 예측하려면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기술 없이는 마치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거든요.
팔란티어는 일반적인 데이터 마이닝이 아닌, 페이팔에서 사용하던 반(反)데이터 마이닝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데이터 마이닝이 대규모 데이터 세트 전체에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예측 모델을 사용해요. 다시 말해,우리는 당신이라는 개인에 초점을 맞춰 범죄에 연루된 사람일 수 있다는 여러 데이터를 찾아낼 겁니다. 그리고 정부가 개인을 감시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대규모 데이터에서 테러범을 걸러내려한다면 무고한 시민들이 걸릴 수도 있죠. 반면 우리의 방법은 개인에 집중한 정확하고 정밀한 방법이고, 그 모든 실행 단계는 문서로 남습니다.
팔란티어는 다음의 두가지를 제공합니다.
첫째, 복잡한 데이터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바꿔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규모 데이터에서 테러범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죠.
둘째, 데이터 세트를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서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시민의 자유는 우리 회사가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Q. 주로 미국 정부와 협업하시나요?
우리 사업의 대부분은 정부와 관련되어 있어요. 테러 방지, 사이버, 금융 부정행위, 주택 담보 대출 사기 등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기관들이 서로 협업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류하는 일도 수행하죠. 9/11 테러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어요. 왜 정부기관들이 제대로 협업하지 못했을까? 사람들은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적인 문제였죠. 팔란티어는 이를 해결할 수 있어요.
Q. 왜 정부가 직접 할 수 없는 건가요?
우선 팔란티어는 문제에서 극히 일부만을 담당하고 있어요. 우리의 역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겁니다.
이건 미국이 아주 잘하는 분야예요. 특히 실리콘 밸리가 잘하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당신과 시청자들이 쓰고 싶어 하는 소프트웨어 제품들은 대부분 미국산이에요. 미국에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쓰는 게 아니죠. 최고니까 쓰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우리에게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지만, 소프트웨어 제품이 성공하려면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건 미국,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다른 곳에서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내일 어떻게 돈 벌 건데?'라고 물을 거예요.
실리콘 밸리에서는 일단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만들고 나서, 어떻게 돈을 벌지 고민합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데, 뭔가를 제대로 만들려면 혹은 매우 복잡한 일을 하려면 돈만 보고 일하는 사람들을 고용해서는 안 돼요. 담당자는 그 일에 몰두하고, 그것을 숨 쉬듯 해야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그래야 하죠. 기꺼이 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시장에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어요. 3년 동안 수익이 없었죠. 다른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비웃겠지만, 벤처 캐피털 업계나 실리콘 밸리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3년 동안은 수익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해주는 벤처 캐피털이 흔치 않아요.
벤처 캐피털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 자본을 투자받은 최고의 회사들은 대체로 미국, 특히 실리콘 밸리에 있습니다. 우리가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제 생각에는 우리가 더 협력을 잘하고, 단기간의 수익 창출보다는 큰 아이디어를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게 우리 회사의 비결입니다. 심지어 시장에 진출했을 때도 영업사원을 고용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여전히 영업사원이 없습니다. 팔란티어에는 영업사원이 없어요. 우리는 고객에게 제품을 보여주고 그들이 가진 것과 비교해보라고 함으로써 제품을 판매하죠.
Q. 당신이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테러의 심각성을 이해함과 동시에 시민의 자유를 침해당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만약 우리가 테러 위험을 과소평가하거나, 국가 안보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한다면, 우리는 질 겁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단결하고 지지할 때 승리합니다. 미국은 많은 국민들의 믿음 덕분에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죠.
테러범들의 공격은 계속될 겁니다. 우리가 그들을 막을 방법을 찾을 때마다, 그들은 다시 침투할 방법을 찾을 거예요. 테러 위험은 엄연한 현실이며, 우리 삶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그들을 막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의 자유'와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 사이에 올바른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Q. 당신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순응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날 조직들은 마찰을 피하는 데 급급합니다. 우리는 기업 생활에서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문화를 지나치게 중시해 왔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결국 조직을 창의적인 성과가 아닌, 그 반대 방향으로 이끕니다.
기업과 정부 기관 내에서 갈등의 작은 불씨라도 서둘러 잠재우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입니다. 이는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는 이들에게만 보상이 돌아가게 만듭니다. 코미디언 존 멀레이니의 말처럼, “호감을 받는 것은 일종의 감옥(Likability is a jail)"입니다.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압박, 즉 예전에 하던 대로 하려는 무언의 압력, 꼭 필요할 때 오히려 위험을 제거하려는 경영 방식, 그리고 대립을 피하려는 유혹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끝없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기술 스타트업이나 예술 운동처럼 창의성을 요하는 작업을 할 때, 인간 욕망은 근본적인 난제를 던져줍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엇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기준을 서로에게서 찾으려 하고, 그 결과 타인의 의도는 종종 숙고 없이 그대로 흡수되어 우리 안에 뿌리내립니다. 프랑스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René Girard)는 똑같은 바나나 여러 개 중에서 한 마리가 특정 바나나를 선택하자 다른 원숭이들 사이에 다툼과 경쟁이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지라르는 1983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다툼이 벌어진 바나나는 특별할 게 전혀 없었습니다. 첫 번째 원숭이가 그걸 선택했다는 사실 외에는 말이죠. 이 사소한 선택이 모방적 욕망(mimetic desire)의 연쇄 반응을 일으켜, 그 바나나 하나가 다른 모든 것보다 더 탐나 보이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세상을 배우는 방식은 모방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르면 모방은 창의성에 독이 됩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창조적 유아기의 단계를 평생 벗어나지 못합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혁신'이라고 불리는 것의 상당수는 사실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이는 과거에 성공했거나 적어도 성공했다고 여겨졌던 것을 반복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모방이 때때로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대개는 독창성이 떨어지는 퇴보적인 결과로 이어집니다. 최고의 투자자와 창업가들은 이 차이를 명확히 알고 있으며, 과거 성공을 불완전하게 따라 하려는 충동에 적극적으로 저항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반항적 행위는—백지에 시를 쓰든,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든, 화면에 코드를 짜든—본질적으로 기존의 것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새로운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연한 각오를 의미합니다.
스타트업이든 기존의 강자를 위협하려는 조직이든, 오늘날 기업을 지배하는 무분별한 순응—즉, 집단의 비난을 감수하기를 꺼리는 태도—는 파국적일 수 있습니다. 1941년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종교적 독단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 그의 불후의 명작 <자기신뢰(Self Reliance)>에서, 제도적 압력에 굴복하는 개인의 나약함을 강력히 질타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비순응적인 태도에 대해 세상은 불쾌감이라는 채찍을 가한다(For nonconformity, the world whips you with its displeasure)”고 상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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