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안두릴 창업자가 전쟁을 준비하는 이유

원문: <The Ethics of Defense Technology Development: An Investor’s Perspective>

2026.11.04 |
from.
비즈쿠키

Editor: Alex

 

진주에서 열린 방산 기업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방산 기업의 대표와 실무자들이 차례로 연단에 올랐습니다. 발표는 매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왜'가 빠져 있었습니다.

 

무엇을 만드는지, 얼마나 잘 만드는지는 모두가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만드는 일이라면, 그 질문만큼은 비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할 글은 미국 방산 기업 안두릴의 공동 창업자 트레이 스티븐스의 에세이입니다. 그가 왜 방산 기업을 세웠는지에 관한 글입니다. 

 

재밌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에디터 픽!


  • 근대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주권 침해나 도덕률·국제법·국제 규범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대해 하나 이상의 주권국이 응징을 가하겠다는 위협이 악행을 막는 억제력으로 작동했다. 이 체제는 그럭저럭 잘 굴러갔지만, 막대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때에만 그랬다.

 

  • 핵 이후 시대에는 기술 개발이 결정적인 억제 역할을 하게 된다. 핵 위협과 재래식 위협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서, 그리고 분쟁 비용을 공격자에게 전가하는 수단으로서다.

 

  • 역사가 보여주듯, 새로운 국방 기술을 선도하는 쪽이 그 기술을 규율하는 윤리 규범과 표준을 정한다. 뒤처진 쪽은 그 규범을 따를 수밖에 없다.

 

  •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에세이

본 아티클은 <The Ethics of Defense Technology Development: An Investor’s Perspective>의 내용을 번역 및 편집한 글임을 밝힙니다.



1. 양자택일의 오류

국방 분야 사업을 하는 것이 윤리적인가를 두고 기술 기업 내부에서 벌어지는 행동주의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글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 기술 업계의 현재 논쟁은 대체로 이 문제를 이분법으로 다룬다. 기술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둘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구글 직원들이 공개서한에서 표현한 대로 '전쟁 사업'에 가담해 전쟁이 낳는 결과의 공범이 되든지, 아니면 국방 분야와의 협력에서 완전히 손을 떼든지. 기술 업계가 국방 부문에 양가감정을 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탈냉전 이후의 지정학적 환경에서 분쟁에 대한 우리의 집단 기억은(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실패한 국가 재건, 이루지 못한 세계화의 꿈, 포퓰리즘의 부상 같은 최근의 경험으로 채워진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논쟁은 잘못된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신기술이 전쟁의 개시, 수행, 종결, 그리고 무엇보다 억제 방식을 바꿔놓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기술 업계가 국방 부문에서 발을 빼면, 자체 국방 기술 투자를 가속하는 적대 세력에게 그만큼 자리를 내주게 된다.

 

미국 기술자들은 이들 적대 세력을 우리와 도덕적으로 동등한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 중국 공산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같은 정부는 반자유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사회를 운영하며, 지난 10년간 바로 이 기술을 동원해 영토를 병합하고, 세계 곳곳의 분쟁(과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하고, 반체제 인사와 소수자를 체계적으로 탄압해왔다.

 

이들 정부는 자국 기술 업계에 반자유주의적 야망을 뒷받침하라고 강제하기도 한다. 미국이 다른 점, 그리고 더 나은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기술자에게는 국방을 위해 일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그 일을 거부한다면, 반자유주의적 경쟁국에 우위를 넘겨주고 자신들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자유와 개방성 자체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핵심 질문은 기술 업계가 국방 부문에 참여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윤리적으로 참여하느냐다. 나는 10년 넘게 이 질문을 붙들고 씨름해왔다. 국방 기술을 직접 써보기도 했고 만들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은 선도적인 벤처캐피털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에서 국가안보 기술 투자를 총괄해왔는데, 이곳에서는 투자 대상 제품과 기업, 창업자의 윤리적 기준이 핵심 검토 사항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렇다.

 

국방 부문에 대한 책임 있는 기술 투자는 불필요한 전쟁을 억제하는 능력의 핵심이며, 불가피하게 치르는 전쟁을 더 윤리적으로, 그리고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로서 우리가 지닌 가치에 부합하게 수행하는 데도 결정적이다.

 

전쟁 기술은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오용되고 남용될 수 있다. 그러나 폭력을 억제하고, 사상자와 인명 손실을 줄이고, 편향과 오용을 완화하고, 무력 사용에 대한 책임을 강제하도록 설계하고 활용할 수도 있다. 폭력이 불가피할 때는 이를 신속하고 정밀하게 만들어, 분쟁이 장기화되는 대신 빠른 승리로 끝나게 할 수도 있다. 기술 업계는 이런 성과를 이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기술이 전쟁을 더 윤리적으로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가는 중요한 주제지만, 국방 부문 밖에서는 그에 걸맞은 섬세하고 실질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다. 동시에 인류가 오랜 세월 깊이 고민해온 주제이기도 하다. 전쟁 윤리, 그리고 그 문헌에서 나온 핵심 프레임워크들은 신기술이 제기하는 새로운 과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국방과 국가안보 목적으로 이런 역량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개발하고 투자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결정적인 지침을 준다.

 

실제로 정당전쟁론(Just War Theory)이라는 원칙적 프레임워크는 신기술과 국방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쟁점을 사고하는 데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공한다.

 

정당전쟁론의 프레임워크는 수천 년 전에 처음 등장했고, 이후 거의 모든 신앙 전통의 철학자, 역사가, 신학자들이 이를 두고 오랫동안 논의하고 논쟁해왔다. 이 대화에서 나온 개념들은 미국 전쟁법(US Law of War) 같은 교전 규칙 관련 국내법, 제네바 협약 같은 국제 조약, 유엔 헌장 같은 국제기구의 설립 문서에 채택되어 성문화됐다.

 

정당전쟁론 전통 안에는 다양한 개념과 명명 방식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네 가지 조직 원리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최후 수단의 원칙, 구별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함께 묶어 다룬다), 그리고 정당한 권위와 올바른 의도의 원칙이다. 이 글은 이 문제에 대한 결정판이 아니라, 기술 업계와 국방 업계 안에서 꼭 필요한 후속 논의를 촉발하기 위한 개괄이다.

 

2. 최후 수단의 원칙

"전쟁의 악이란 무엇인가? 어차피 곧 죽을 이들 몇몇이 죽고, 그로써 다른 이들이 평화롭게 복속되어 살게 되는 것인가? 이는 그저 비겁한 혐오일 뿐, 신앙심과는 무관하다. 전쟁의 진정한 악은 폭력에 대한 애착, 복수심에 찬 잔혹함, 사납고 화해할 수 없는 적의, 맹렬한 저항, 권력욕 따위다."

-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누스, 『파우스투스 반박』

 

"오오. 위대한 전사라. 전쟁은 사람을 위대하게 만들지 않는다."

- 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전쟁은 결코 바랄 만한 것이 아니며, 단 한 사람의 목숨을 잃는 것도 애석한 일이니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이런 선택을 실행할 수단은 다양하다. 외교적 개입, 징벌적 경제 정책(금수 조치, 관세), 국제사회의 압력, 그리고 억제다. 첨단 기술은 불필요한 전쟁을 피하고 억제하는 데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다.

 

근대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주권 침해나 도덕률·국제법·국제 규범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대해 하나 이상의 주권국이 응징을 가하겠다는 위협이 악행을 막는 억제력으로 작동했다. 이 체제는 그럭저럭 잘 굴러갔지만, 막대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때에만 그랬다.

 

이 역사적 셈법을 지금까지 가장 크게 뒤흔든 것은 핵무기의 등장이었다. 냉전 기간 동안 응징적 핵 억제는 세계가 세계대전 같은 전 지구적 분쟁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대체로 보장했다. 비용이 너무 컸고, 위협에는 신빙성이 있었다. 대리전은 벌어졌지만,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충돌을 대체로 경계했고 피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핵무기가 제공하던 억제력은 크게 약해졌다. 다수의 중소 국가가 자체 핵 능력을 확보했고, 의미 있는 규모의 교전이 벌어지면 상호확증파괴가 가장 유력한 결말로 보이는 세상에서, 핵 보복 위협은 그다지 믿음을 주지 못한다.

 

냉전기 교전 구도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미국은 응징적 억제를 이어갈 수 있는 재래식 역량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정밀 타격 무기, 스텔스 기술, 무인 항공기 등이다. 탈레반, 후세인, 밀로셰비치와의 분쟁에서 볼 수 있듯 이 전략은 한동안 통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재래식 정밀 타격전에서 미국이 누리던 우위의 억제 효과도 마찬가지로 약해졌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점점 더 이란과 북한이 미국에 필적하는 재래식 역량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독재 정권들은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재빨리 움직여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을 채택해왔다. 러시아의 조지아·우크라이나 침공과 점령에서 이 전술이 여실히 드러났는데, 국제사회는 거의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핵 이후 시대에는 기술 개발이 결정적인 억제 역할을 하게 된다. 핵 위협과 재래식 위협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서, 그리고 분쟁 비용을 공격자에게 전가하는 수단으로서다.

 

미국과 소련은 오랫동안 탄도탄 요격 프로그램에 투자해왔지만 대부분 성과는 미미했다. 그래도 이 기술과 관련 기술은 계속 투자해야 할 핵심 영역이다. 최소한 현재 핵 강대국 사이에 존재하는, 평화를 유지하는 균형을 지키거나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마찬가지로 재래식 탄약, 무인 항공기, 극초음속 무기 등의 대규모 공격으로부터 우리 군과 동맹국을 어떻게 방어할지도 비판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몇 년간은 개선된 조기 경보 체계, 지향성 에너지 미사일 방어, 초고속 방어 체계, 센서 융합과 상황 인식, 인공지능, 자동화된 지휘통제 체계를 개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예컨대 최근 (이란 정권의 소행으로 알려진) 사우디 석유 시설 파괴 사건은, 미국의 동맹국이 공격을 저지할 효과적인 대(對)순항미사일·대드론 기술과 관련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면 억제하거나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기술이야말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

 

이런 방어 기술은 분쟁 비용도 끌어올린다. 발각되거나 큰 손실을 입지 않고서는 미국이나 동맹국에 폭력을 가하기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의 동맹국들이 앞서 언급한 것 같은 방어 역량을 더 갖추고 있었다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크림반도·압하지야·남오세티야 배치나 아람코 공격은 더 어려웠으리라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런 역량은 분쟁 비용의 더 큰 몫을 침공군에 떠넘기기 때문이다. 응징적 억제에서 거부적 억제로 옮겨가는 이 흐름은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이 최근 『워싱턴 쿼털리』 기고문에서 상세히 풀어낸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분쟁의 긴장 완화를 돕는 비살상·비물리적 기술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물리적 폭력을 더더욱 최후의 수단으로 만든다. 전자전이나 사이버 같은 이런 역량은 은밀하고 부인 가능한 경우가 많다.


덕분에 국가는 공격자에게 의도를 분명히 전달하면서도 상대가 출구를 찾아 체면을 지킬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침략에 대응하거나 이를 사전에 억제할 수 있다. 군대가 점점 정보기술과 AI로 규정되어 갈수록 미래 전쟁에서 이런 역량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3. 구별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

무력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 정당전쟁론은 그 무력을 윤리적으로, 그리고 구별과 비례의 원칙에 맞게 행사할 것을 요구한다. 구별의 원칙은 전쟁에서 누구를 정당한 표적으로 볼 것인가를 다루고, 비례의 원칙은 어느 정도의 무력이 도덕적으로 적절한가를 다룬다.

 

두 원칙은 흔히 따로 논의되지만, 기술 개발의 맥락에서 평가할 때는 함께 다루는 편이 합리적이다. 국방 기술은 이 원칙들을 관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쟁사학자들은 무기 개발이 파괴의 규모와 범위를 키우는 데 집중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 일대일: 검, 칼, 화살
  • 일대소수: 대포, 투석기
  • 일대다수: 폭발물, 화학·생물 무기, 핵무기

 

주먹과 칼에서 핵무기로 이어진 이런 초기 발전은 대체로 구별과 비례를 희생한 대가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군사 기술 개발은 더 정밀하고 구별력 있는 표적화로 돌아가는 데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

  • 일대소수 / 소수대소수: 정밀 사격 무기, 장거리 적외선 표적 탐지 건십, 소구경 폭탄, 전장 인식 소프트웨어, 고해상도 영상 장비, 자율 무인 항공 시스템, 컴퓨터 유도 대미사일·대로켓 플랫폼, AI 기반 경보 체계

 

이는 전쟁과 국방에서 일어난 거대한 전환이다. 기술은 고도로 정밀한 표적 공격을 통해 무고한 인명 손실을 크게 줄일 잠재력이 있으며, 이런 외과수술식 작전은 무차별적인(비례에 어긋나는) 대규모 공습의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

 

국방 분야에서 AI를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문제는 국가안보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논쟁거리가 되어왔다. 이 논쟁은 매우 중요하며 계속되어야 한다. 논쟁의 틀이 어떻게 짜여왔는지에 대한 내 예비적 견해는 별도의 글에 밝혀두었고, 국방혁신위원회(Defense Innovation Board)도 이 문제의 세부 사항을 깊이 파고든 탁월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군의 AI 활용에서 책임성과 투명성 같은 문제(그리고 이런 시스템에 인간이 '개입'해야 하는지,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계속 면밀히 살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동시에 AI가 전쟁을 더 윤리적으로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런 변화가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니다. 국가안보용 AI의 지속적 개선은 수십 년간 이어진 정밀 무기화 추세의 연장선에 있으며, 20세기 내내 전쟁의 상징이었던 무차별 폭격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입 작전에 앞서 자율 로봇이나 드론으로 작전 표적을 정찰하면 무고한 민간인의 부수적 피해 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우리 장병들을 미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차세대 전장 관리 및 지휘통제 역량을 개발하면 현장 지휘관의 상황 인식을 높이고, 인간의 감각을 보강해 병사들에게 더 나은 경보와 표적 정보를 제공하며, 비극적인 아군 오인 사격 사고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전쟁을 전투원에게 국한하고 민간인과 민간 재산의 피해를 줄이는 기술에는 더 적은 투자가 아니라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다만 비용(인명, 천연자원, 재정 자원 중 무엇으로 측정하든)이 줄었다는 사실이 무력 행사를 더 자주 하는 데 대한 핑계나 합리화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4. 정당한 권위와 올바른 의도의 원칙

"국가는 그 사회의 구성원 사이에서 저질러진, 처벌할 만하다고 여기는 여러 위반 행위에 어떤 처벌을 부과할지 정하는 권력(곧 입법권)을 얻게 되며, 또한 그 사회에 속하지 않은 자가 구성원 누구에게든 가한 침해를 처벌할 권력(곧 전쟁과 평화의 권력)을 얻게 된다. 이 모든 것은 가능한 한 그 사회 모든 구성원의 재산을 보전하기 위함이다."

-  존 로크, 『시민정부론』

 

부당한 적에 대해 무력 사용이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정당전쟁론은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정당한 권위를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 기술은 정당한 권위를 뒷받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최근 몇 년간 독재 정권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 첨단 정보기술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해왔다. 이들은 사이버 공격, 정보 유출, 허위정보 캠페인을 통해 이 기술을 공격 도구로 삼아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해쳤다.

 

방어적으로도 기술을 활용했다. 검열, 감시, 탄압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한 것인데, 그 권력은 대개 그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정보 진공 상태 안에서만 번성할 수 있다. 이들 정권이 허위정보와 검열을 활용한 사례로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침공에 대한 러시아의 부인, 중국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쿠바의 '엘 파케테 세마날(El Paquete Semanal)', 북한의 실로 놀라운 수준의 반미 선전, 이란이 오랫동안 벌여온 핵 게임 등이 있다.

 

기술은 강력한 탄압 도구로 쓰여왔지만, 미국과 동맹국이 정보 진공에 맞서고 허위정보 앞에서 사실관계를 확립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정보가 나아지면 억압적 정권이 아무 처벌 없이 활동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미국과 동맹국은 다자적·외교적·비군사적 선택지를 관철해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무엇보다 정보가 개선되면 미국 정책 결정자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무력 사용에 관해 더 낫고 더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센서와 감시 기술이 개선되면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세계적 분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줄어든다. 문서, 사진, 영상, 하드 드라이브 등 노획물에 대한 효과적인 포렌식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자율 감시 플랫폼, 스텔스 항공기, 첨단 우주 기반 감시 역시 미국과 동맹국이 독재 정권이 가하는 실제 위협을 파악하고, 오탐과 미탐을 최소화하며, 실제 위협이 탐지되면 비례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 이렇게 새로 부상하는 '정보 우위'도 이를 해석할 역량을 함께 개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우리는 쏟아지는 새 정보를 분석하는 수단이 낡고 느리고 비효율적인 탓에, 병사와 지휘관이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적시에 올바른 정보로 내릴 수 있도록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는 민간 부문과 깊이 맞닿아 있는 핵심 기술 개발 영역이다.

 

감시 기술과 포렌식 기술 역시 여기서 다룬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오용될 위험이 있으며, 특히 국내에서 쓰일 때 그렇다. 따라서 그 사용은 적절히 감독하고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책임감 있게 사용한다면 이런 기술은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고, 또 막을 것이다.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이는 현대에 정당한 권위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전장에서의 AI 활용에는 중대한 정책적 질문이 따르지만, 인공지능은 정당한 권위와 올바른 의도를 둘러싼 우려를 해소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컴퓨터의 행동은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고, 프로그래밍된 편향은 교정할 수 있으며, 그 행동에 제약과 한계를 둘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경우, 전장에서 AI의 역할은 인간이 정한 교전 조건을 이행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 행동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인간이 지고, 컴퓨터는 그 조건이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그리고 불필요한 피해를 제한하고 줄이는 방식으로 이행되도록 보장하는 구조다.

 

그렇긴 하지만 정당한 권위의 원칙은 국방 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둘러싼 사려 깊은 정책과 열린 소통에 결정적으로 달려 있다.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국민이 적에 맞서 행동할 때, 우리는 선출된 대표자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리리라 믿는다. 그러나 국가 주권이 '도덕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어떤 합법적 행위는 비도덕적일 수 있고, 어떤 도덕적 행위는 불법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특히 미국은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며, 우리 자신과 우리 제도를 어떻게 더 낫게 만들지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 미국의 정부 체제는 선거 주기와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는 기본적 보호 장치를 통해 지방과 연방 차원에서 이런 개선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허용한다. 또한 미국에는 선출된 민간 정부의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전원 지원병제 군대가 있다. 민주적 통치가 주는 이런 혜택을 잊거나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주목할 점은, 정당전쟁론을 더 낫고 더 인도적으로 적용하는 데 정당하게 쓰일 바로 그 기술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과는 다른 윤리적 프레임워크에서 비롯된 나쁜 의도와 불순한 동기로도 얼마든지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서구 민주 사회에서는 이런 기술을 도덕적이고 정당하게 사용하는 방식에 관한 명확한 정책과 관행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5.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실리콘밸리의 많은 이들은 자신과 동료들이 국방이나 무기 관련 일에서 손을 떼면 그런 일을 멈추게 하고 평화로운 균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잘못 믿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에서 지나치게 적게 다뤄진 근본적인 고려 사항이 있다. 권위주의 정권들이 첨단 국방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동안, 정당전쟁론 전통에 뿌리를 둔 사회가 그 투자를 거부한다면 어떤 도덕적 결과가 따르는가?

 

현대에는 새로운 군사 기술이 이를 규율할 표준과 규범보다 먼저 등장하는 일이 흔하다. 핵무기, 화학·생물 무기, 인공위성, 특정 유형의 탄도미사일이 모두 그랬다. 이런 표준과 규범은 그 기술을 보유한 최강대국들 간의 합의를 통해 사후에 마련된다.

 

역사가 보여주듯, 새로운 국방 기술을 선도하는 쪽이 그 기술을 규율하는 윤리 규범과 표준을 정한다. 뒤처진 쪽은 그 규범을 따를 수밖에 없다.

 

국방 기술 투자의 가치를 논할 때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다른 이들이 이런 기술을 만드는 동안 우리가 손 놓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그 기술의 사용을 규제할 힘을 잃고, 공격적인 독재 정권에 주도권을 넘기고, (집단학살, 탄압, 국제 규범에 대한 간섭을 포함한) 해로운 행위를 억제할 우리의 힘을 스스로 제한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호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국가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국과 동맹국에 교묘하게 해로운 법적·도덕적 기준을 강요할 힘을 내주게 된다.

 

이런 일은 지금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안면 인식 기술 사용에 관한 규제 표준 개발을 주도하느라 분주한데, 중국은 이미 이 기술을 전 세계 수십 개국에 수출했다. 이는 가설 속의 미래 위협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 닥친 실재하는 위협이다.

 

정당전쟁론의 프레임워크를 굳건히 존중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이런 기술 개발을 선도해야 하며, 우리는 정의롭게 행동할 우리 제도의 힘을 믿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고대 로마의 격언을 따라야 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정의로운 사회는 침략자를 억제하고 평화를 지킬 균형을 유지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기술적·군사적 우위를 활용해 우리 모두가 소중히 여기고, 수많은 나라가 열망하는 가치와 자유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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