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처 없음’과 우리의 축제”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의 새 책 『리추얼의 종말』에는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삶의 정처 없음’이라는 말에 이끌려 집어든 책입니다.
삶이란 흔히 인생이라는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인데 반해 ‘정처’란 정해진 처소라는 점에서 ‘장소’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대표적인 ‘리추얼(의례)’의 양식인 축제에 대해, 저자는 ‘축제에 간다’ ‘다닌다’라는 말에 주목했어요. 우리는 노동을 ‘다닐’ 수 없지만, 축제의 시간은 “건물처럼 서 있는” 시간이어서, 그 시간은 흘러가버리지 않는답니다. 그렇게 축제의 시간은 거주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 ‘거주 가능한 시간’은 삶에 안정감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우리 일상의 사물들이 그런 것처럼요.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주의는 이 지속과 머무름을 불가능하게 하는 연쇄지각의 세계입니다. 수직의 깊이를 추구하는 대신 클릭과 링크를 통해 수평으로 뻗어나가며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하게 하죠. 저자는 우리를 지겹게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새로움이라고 말합니다. 리추얼을 루틴으로 만들어 빨리 지겹게 만드는 것, 그래서 새로운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자본의 최대 목표라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영화이론가들과 철학자들은 영화가 지닌 리추얼로서의 속성에 일찍부터 주목해왔습니다. 집단 관람으로 시작되었고 정기적인 여가활동으로 각광받았고 친교와 친목에 기여했고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자주 정서 순화(?)와 사회통합에 기여해왔다고 평가되는 대중영화는 매력적인 리추얼로 꽤 오랫동안 사랑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디지털화된 영화와 개인적인 관람 습관과 OTT 플랫폼의 정착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화의 고전적인 리추얼은 전에 없이 더욱 새로운 영토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겠지요.
모기영의 네 번째 축제를 준비하며, 신자유주의와 자본에 잠식된 ‘리추얼’들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우리의 예배가, 일상을 중지하고 공동체적 유대를 도모하는 축제가, 루틴으로 재빨리 자리 잡기 전에 우리는 어떤 새로운 리추얼을 도모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때마다 생간나는 ‘장소(정처)’로서의 안정감을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새로울 수 있을까요. 고민이 깊어집니다.
[세 번째 모기수다] 소식입니다.
영화 <벨파스트 Belfast>(2021)를 보고 모였어요.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자란 감독 케네스 브래너는 아홉 살 무렵 고향을 떠나온 기억을 흑백의 기록으로 남기면서 연극과 영화에 대한 마술적인 매혹은 컬러로 재현했어요. 신교와 구교, 종교간 갈등이 극심하고 폭동과 테러가 일상이던 1969년의 그곳을 소년 버디(주드 힐)의 가족은 낯선 세계로의 모험을 떠나듯 떠나옵니다. 마침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은 해이기도 했죠.
영화의 마지막에는 이런 자막이 올라옵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벨파스트같은 공간 그런 기억의 공동체가 있지 않을까 함께 생각하고 떠오르는 순간들을 나눠봤어요. 떠난 이들, 우리가 두고 떠나온 이들, 지금은 행적을 알 수 없는 그 시절 우리의 이웃과 벗들에 대해서 말이죠.
금요일 밤 모기수다는 풍성하고 따뜻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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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영은 순항중⛵
한 가지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며 이번 호 주간모기영을 마감합니다.
서울시 종교문화정책과에서 주최하는 지원금 사업에 올해도 모기영이 선정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자본이 확보되었으므로, 성실히 다음 스텝을 내딛어보려고 합니다.
힘써주시고 응원해주시고 모기영을 선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루틴한 이벤트가 아니라, 새롭고도 리추얼한 축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 06. 11. 토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이번 주간모기영에 답장을 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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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죠 주간모기영에 실릴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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