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주간모기영 32호

중력을 뛰어넘는 은총, 2021 모기영‘s Pick, Top5, 영화로운 모기씨, 잊지 마세요

2022.01.01 | 조회 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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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뛰어넘는 은총

“인간 역학. 고통을 겪는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식으로) 자신의 고통을 알리려고 애쓴다. 고통을 줄이기 위한 일이고, 그렇게 하면 정말로 고통이 줄어든다. 제일 낮은 곳에 있는, 아무도 불쌍히 여겨주지 않는, 그 누구도 괴롭힐 힘이 없는 사람의 경우(아이가 없거나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 고통이 내면에 남아 그대로 독이 된다. 이것은 중력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이다.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중력 같은 것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문학과지성사, 2021)에서.
『중력과 은총』, 시몬 베유, 윤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1.
『중력과 은총』, 시몬 베유, 윤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1.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1909-1943)는 유대계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불가지론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유대교인으로 자랐습니다. 베유는 어릴 때부터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남달랐다고 하는데요, 1936년 에스파냐 내전 이후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에서 영적인 체험을 하게 됩니다. 조토가 그린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그림 앞에서였다고 해요.

이후 베유는 평생 중력의 법칙 아래 있는 자연계에서 인간이 어떻게 영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에게 중력은 땅의 것이고, 하강의 힘이라면, 은총은 하늘의 것이고 상승의 힘입니다. 하지만 그 은총은 여전히 땅의 비참함 위에 머무는 힘이기도 하죠. 천상의 고귀한 것이면서 비천한 땅으로 향한 힘. 이 역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상승의 힘이 다시 중력을 초월한 하강의 힘으로 내려와야 가능하겠지요. 베유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력이 개입하지 않는 움직임으로 하강하기. 중력은 하강하게 하고 날개는 상승하게 한다. 제곱의 힘을 가진 다른 날개가 중력 없이 하강하게 할 수 있을까?”

(10쪽)

“창조는 중력의 하강 운동, 은총의 상승 운동, 그리고 은총의 제곱의 힘이 행하는 하강 운동으로 이루어진다. 은총은 하강 운동의 법칙이다.”

(10쪽)

중력과 은총,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중력보다 강한 힘으로 하강하는 은총의 힘을 받아들이기 위해 땅의 존재들에게 필요한 것은 ‘빈자리’입니다.

“자기 안에 빈자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초자연적인 일이다. 대가 없는 행동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을까? 에너지가 다른 곳에서 와야 한다. 하지만 우선 뜯어내야 한다. 필사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우선 빈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빈자리. 어두운 밤. 칭송과 동정(특히 이 두 가지가 섞인 것)은 실제의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것들을 피해야 한다. 자연적이든 초자연적이든 보상이 없는 시간이 필요하다.“

(20쪽)

1. 2021 모기영‘s Pick / Top5 and more...

2021년 한 해를 마감하며, 모기영의 세 프로(박일아, 장다나, 최은)와 사무국장(강도영)이 모여 올해 개봉한 작품들 중 Top5를 꼽아보았습니다.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거나 모든 작품을 같이 보고 선정한 것은 아니어서 연말 시상식 느낌은 아닙니다만, 중력을 거스르는 마음으로 한해를 시작하고 싶으신 분들께 권해드리는 모기영의 선택입니다.^^ 네 사람 각자가 선택한 ‘Best’에는 짧은 감상평을 더했습니다.

 

1) <피닉스 Phoenix> (크리스티안 페촐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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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아) 모든 것이 불타버린 잿더미 가운데 변해버린 사실과 변하지 않은 진실을 마주하는 숨막히는 순간들, 그 먹먹함.

최은)고통의 얼굴이 부정되고 좋았던 시절 붉은 옷과 하이힐이 상처를 덮고 거짓 눈물을 시연할 때, 예술이란, 억압된 얼굴을 비집고 불사조처럼 다시 태어나 기억을 상기하는 것.

 

2) <퍼스트 카우 First Cow> (켈리 라이카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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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다나) 우리의 역사가 인싸들이 쓴 대서사시라면 부스러기들이 모여 쌓아올린 우정 그것은 우리의 인생이어라. 견고하고 익숙한 영화 서사의 작은 틈새 속 존재하는 생소한 듯, 어색하지 않은, 이 다정함이란.

3) <그린나이트 The Green Knight> (데이비드 로워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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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레쥬 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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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영) 구조적 차별, 빈곤, 폭력의 재생산이 자연스러운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할까.

5) <페어웰 The Farewell> (룰루 왕,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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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빙으로 Top5에서 제외된 다음 작품들도 올해 모기영이 편들었던 영화들입니다.

<노매드랜드 Nomadland>(클로이 자오, 2020)

<미나리 Minari>(정이삭, 2020)

<쁘띠 마망 Petite Maman>(셀린 시아마, 2021)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하마구치 류스케, 2021)

<자산어보>(이준익, 2019)

<세자매>(이승원, 2020)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제인 캠피온, 2021)

<박강아름 결혼하다>(박강아름, 2019)


 

2. [영화로운 모기씨]는 계속됩니다.

모기영은 가을에 열리는 영화제 외에도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들 중 좋은 작품들을 선정해서 유튜브 채널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모기영’s Pick 중 <노매드랜드><자산어보><레미제라블>은 [영화로운 모기씨]에 토크 프로그램이 올라가 있습니다. <박강아름 결혼하다> 감독과의 대화(GV)도 3회 모기영 씨네토크 영상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올해도 모기영은 좋은 영화, 함께 나눌 만한 영화들 바지런히 찾아다니겠습니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BfadmRvYhcnq7LFYy6W0TQ/vid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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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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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2021.12.18.-28) 모기영에
후원금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김●균, 김●향, 박●성, 박●선, 송●훈, 신●주, 조●희, 채●희, 최●창 님.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많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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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집니다.
여전히, 정기후원과 일시후원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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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을 꼭 기억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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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forms.gle/CZpi2XBat9RBqu6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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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등가의 법칙에 의한 보상(물론 베유는 그것이 ‘상상/허상’일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없이도, 하강하는 힘이 지배적인 중력에 복종하지 않으면서 지상에 천상의 삶을 끌어오는, 은총이 여러분의 삶에 가득하기를 손 모아 기도합니다. 아울러 은총을 위한 빈자리가, 빈자리를 만들기 위한 ‘뜯어냄’의 과정이 여러분에게 너무 힘든 일이 되지 않기를.

상상과 동원이 가능한 모든 복을 끌어 모아, 새해인사 드립니다.

Happy New Year.

2022.1.1.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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