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조 씨 성을 가진 1993년생 여자의 어떤 감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청주로 이사 온 어느 날, 플라타너스가 즐비한 시내의 거리에서 그 감정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만날 수도 없고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도 없지만, 누군가 있었던 것 같아. 나와 영혼이 닮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 막막함이 있었어. 너라는 인물은 그 감정 위에서 만들어진 거야>
소설 속 나를 투명한 여자로 설정한 걸 보면, 별다른 설정 없이 나를 보내준 걸 보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조는 내게 그 말을 할 때까지도 어떤 씨앗이 숨어 있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단단하고, 딱딱하고, 새까맣고, 큰 가능성을 가진 씨앗이 그 감정 안에 자리 잡아 있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씨앗이었다.
조는 인생에 필요한 '누군가'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때로는 소설 속에서, 때로는 현실 속에서.
조의 주변에는 그가 무의식중에 원했던 겨울 생의 다정하고 명랑하고 똑 부러지는 여자가 한 명 있었다. 그 여자를 알아보게 한 것 역시 바로 시내에서 만들어진 감정 속 씨앗이었다. 영혼이 닮은 누군가가 있었으면 해, 그 마음과 동시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나갈 씨앗이 움튼 것이다. 일련의 과정이 내게도 있었다. 나는 지금 투명하고 공허한 등장인물로 만들어졌지만 작가의 운명을 따라 누군가와 조우할 운명에 처해 있었다.
씨앗이 처음 발아하기 시작한 건 조를 떠나고 난 이후의 일이었다. 나는 조가 만들어 놓은 소설 속 설정대로 그 남자를 따라 산으로 계속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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