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21.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

그레타 거윅은 <레이디 버드>로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감독에서 <작은 아씨들>을 거쳐 믿고 보는 감독으로 자리매김 중인 요즘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 중 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감독이자 각본가, 배우이기도 한데요. 19호 '반짝이는 이탈리아의 여름편' 추천작 <로마 위드 러브>에서 잭의 여자친구 샐리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그레타 거윅이에요. 사실 이때까지는 배우로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이후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하>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게 됩니다. 이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개성 있는 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하며 자기만의 색을 갖춘 배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레타 거윅은 각본과 연출에도 꾸준히 참여해 왔는데요. 처음 단독으로 감독을 맡은 <레이디 버드>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골든글로브 코미디/뮤지컬 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 이후 <작은 아씨들>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갖춘 감독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레타 거윅이 배우로서 자신의 개성을 온전히 펼쳐 보인 <프란시스 하>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작품인데요. 두 사람은 연인이자 작업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그린버그>에서 처음 배우와 감독으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 지금까지도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고 여러 작품에서 각본을 함께 쓰거나 감독과 배우로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어요. 노아 바움백은 웨스 앤더슨 감독과도 절친한 사이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 각본가로 참여하기도 했더라고요.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의 경우 주로 노아 바움백이 감독을 맡은 작품에 그레타 거윅이 각본가나 배우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함께하지 않은 작품도 좋은 평을 받았지만,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회자되는 작품은 두 사람이 함께했을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두 사람의 팬인 저는 여러모로 둘이 함께할 때 시너지가 돋보이는 서로에게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 두 사람은 모두 ‘뉴욕을 다룬 영화’하면 떠올리는 감독이기도 한데요. 노아 바움백의 경우 뉴욕에서 나고 자란 본 투 비 뉴요커이지만, 그레타 거윅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참여한 작품에는 ‘뉴욕’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영화의 배경이 대부분 뉴욕(<프란시스 하>,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매기스 플랜> 등)이고, 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엉뚱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지만 결국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라 보는 내내 함께 울고 웃으며 응원하게 됩니다.

노아 바움백 작품의 경우 전반에 도시에 대한 동경과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깔려 있습니다. 특히 노아 바움백은 “보편적인 일상을 특별하게 그려내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감독”으로 평가받는데요.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구나 할 법한 자신의 미래, 친구와의 우정, 가족과의 관계 등으로 고민하기에 보고 있으면 묘하게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게 돼요. 말 그대로 주인공의 고민에서 지금 혹은 지난날 나의 고민이 겹쳐 보이면서 짠한 마음도 들고 같이 울고 웃게 됩니다. 그러나 각본이 탄탄하게 잘 짜여 있어 영화가 진부하지 않고, 간결하고 명료해요. 심지어 노아 바움백의 작품은 러닝 타임90분 내외라 긴 러닝타임을 힘겨워하는 관객들에게는 안성맞춤 입니다.😉

프란시스 하 (Frances Ha), 노아 바움백, 2012년 개봉

<프란시스 하>는 노아 바움백이 연출하고 그레타 거윅이 주연을 맡아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유수의 매체들이 ‘2013년 미국 최고의 인디 영화’로 선정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올해의 영화 TOP10’에 꼽아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현대무용수로 성공해 세계를 접수하겠다는 꿈과는 반대로 현실에서는 무엇 하나 되는 일 없는 평범한 연습생인 27살의 뉴요커 ‘프란시스’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홀로서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보통의 주인공 프란시스를 통해 젊은이들의 꿈과 현실, 사랑과 우정에 대한 고민을 밝고 유쾌하게 그려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주연을 맡은 그레타 거윅은 이 작품을 통해 생애 첫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배우로서 그녀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켰어요. 저 역시 이 작품을 통해 그레타 거윅을 알게 되었는데요. 신인배우인 줄 알았으나 이후 다시 돌려 본 몇몇 작품에서 조연으로 나오는 그녀의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저처럼 <프란시스 하>를 통해 그레타 거윅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각본은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이 함께 작업하며 인물, 에피소드, 대사를 구성해 나갔다고 합니다. 특히 그레타 거윅의 자전적인 경험들이 ‘프란시스’에게 많이 투영되었다고 해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출신, 어린 시절 발레를 배운 경험, 대학 졸업 후 친구들과 함께 살았던 일화 등은 모두 그레타 거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주인공 ‘프란시스’라고 생각하지만, 하나 더 꼽자면 모던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입니다. 노아 배움백 감독은 “뉴욕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여주면서 프란시스 이야기에 즉각적인 노스탤지어를 담아내기 위해 과감하게 흑백 촬영을 선택”했다고 밝혔는데요. 모노톤의 배경 덕분에 프란시스의 여정을 따라가며 보이는 거리, 공원, 식당, 클럽 등이 마치 누벨바그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고, 삽입곡들과도 잘 어우러져 낭만적인 느낌을 자아내더라고요. 노아 바움백은 프랑스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감독이라 영화 곳곳에 오마주가 등장하는데요.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에 구타>에 나왔던 음악을 차용하기도 하고, 프란시스가 ‘Modern Love’에 맞춰 뉴욕의 거리를 뛰어가다 춤추는 장면은 레오 카락스 감독의 <나쁜 피>의 오마주 장면이라고 해요. (해당 장면은 프란시스의 활기찬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까지 스며드는 기분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신입니다.😃)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둘도 없는 친구 소피와 살고 있는 27살 뉴요커 프란시스.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평범한 연습생 신세일 뿐입니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애인과 헤어지고 절친 소피마저 독립을 선언하자 그녀의 일상은 꼬이기 시작하는데요. 직업, 사랑, 우정, 무엇 하나 쉽지 않은 프란시스는 과연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발랄하고 유쾌하지만, 은연중에 나의 모습이 겹쳐 보여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프란시스의 홀로서기를 그렸습니다. 시놉시스에서 설명한 것처럼 프란시스의 현실은 이상과 괴리감이 큽니다. 그러나 프란시스가 한없이 짠한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시종일관 뉴욕을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더 많아요. 우울한 현실과 대비되는 활기찬 모습을 보고 있으면 프란시스 그 자체인 그레타 거윅마저 사랑할 수밖에 없을 만큼요. 그러나 살짝 텐션 과다로 보이는 모습은 내면의 불안과 위축된 상황을 은폐하기 위한 행동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는 프란시스가 오롯이 혼자 있을 때 가장 잘 드러납니다. 사람들과 함께 일 때와 혼자일 때의 대비되는 모습들이 바깥에 보여지는 자신과 내면의 자신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영화에서는 연극의 막이 바뀌는 것처럼 장소로 이루어진 소제목을 보여주는데요. 각각의 장소들은 프란시스의 상황을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녀의 처지가 바뀔 때마다 장소를 옮겨 다니는 거죠. 이는 경제적 기반이 없어 이동이 잦은 20대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서 꿈은 크지만 현실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삶의 아이러니를 극복해 나가는 인물이 프란시스로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끝에 보이는 ‘프란시스 하’라는 푯말이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일지 관객들도 오롯이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노아 바움백 감독이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날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직업을 묻는 말에 프란시스의 답변이었는데요. 영화를 봤던 당시 제 마음이 프란시스의 마음과 같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대사이기도 합니다. ‘직업’이라는 건 누군가에게는 마침내 이룬 꿈의 결과물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잖아요. 사람마다 결과값은 다르지만 사회에서 나를 규정짓는 이름표라는 것은 같기에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프란시스처럼 솔직하게 대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프란시스의 솔직함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마침내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프란시스를 보고 있으면 묘하게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겉으로는 쿨한 척하지만 여전히 다른 이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가끔은 남에게 부탁해도 될 일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뒤돌아서면 이불킥 할 일을 저지르기도 하죠.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원한다고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보통의 우리가 그러하듯 프란시스도 꿈과 현실 사이의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 마침내 ‘프란시스 하’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행복을 위해 때로는 이상을 포기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죠. 사실 대부분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현실을 택하며 살아요. 그리고 프란시스가 자신과 타협하고 비로소 행복을 찾았듯이,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실패한 인생이라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오히려 꿈을 성취하는 것보다 현실과 타협점을 찾는 것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레이디 버드 (Lady Bird), 그레타 거윅, 2017년 개봉

<레이디 버드>는 그레타 거윅의 첫 단독 연출작으로 제90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제75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분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호평과 함께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감독이 나고 자란 새크라멘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자전적 영화로 많이 알려졌지만, 영화 속 인물이나 사건에 실제 경험담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는데요. 영화의 핵심인 ‘고향과 유년 시절, 그리고 떠남의 정서’는 본인의 것을 담은 것이라고 해요.

영화의 배경인 새크라멘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농업 지대 북쪽 끝에 자리한 도시로 캘리포니아주의 주요 도시임에도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의 화려함과는 대비되는 곳입니다. 대신 주민들의 끈끈한 정이 묻어나는 곳으로 LA나 샌프란시스코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보통의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곳으로 그려져요. 사실 그레타 거윅의 작품을 생각하면 의례 ‘뉴욕’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와 함께 ‘새크라멘토’ 역시 자주 묘사되는데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 한편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 그리고 애증을 간직하고 있듯 새크라멘토가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는 이런 곳인 것처럼 보였어요.

영화는 특별한 존재가 되길 갈망하는 소녀 ‘레이디 버드’의 고등학교 졸업 학년 한 해를 조명하며 그녀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세계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가족과의 갈등, 친구와의 우정과 질투, 이성에 대한 호기심, 진로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갈망 등 소위 말하는 성장 영화의 필수 요소와 공식이 모두 담겨있지만, 기존의 성장 영화와는 궤를 조금 달리하고 있는데요. 성장 영화지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기를 갈망하는 17살 소녀를 이해해 나가며,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와 성장’도 함께 다루고 있기에 조금 더 특별한 성장 영화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질풍노도 시기의 세 소녀가 등장하지만, 이성 친구를 두고 경쟁하거나 특정 인물을 악녀로 만드는 클리셰가 없다는 것도 특징적입니다. 특히 주인공 ‘레이디 버드’를 연기한 시얼샤 로넌의 연기가 인상적인데요. 감독은 2015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그녀를 처음 처음 만나 호텔 방에서 각본을 함께 읽었는데 그녀가 대사를 내뱉는 순간 레이디 버드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해요. 영화를 보면 감독의 극찬에 고개를 끄덕일 만큼 ‘시얼샤 로넌 = 레이드 버드’ 그 자체였습니다.

본명 대신 스스로 지은 이름 “레이디 버드”로 불리기를 원하는 질풍노도의 17세 소녀 크리스틴은 따분한 고향을 떠나 넓은 세상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길 갈망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녀에게 건네는 충고는 잔소리처럼 느껴지고, 사사건건 엄마와 부딪히며 조용할 날 없는 그녀의 10대 끝자락은 어떻게 매듭짖게 될까요?

영화는 ‘레이디 버드’의 고등학교 마지막 해를 그리고 있는데요. 그레타 거윅은 한 해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온전히 다루길 원했다고 해요. “끝을 향해 가는 세계에는 뚜렷한 선명함이 있고, 마지막이란 것에는 늘 상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데 이는 비단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내달리는 마지막 한 해가 영화의 테마”라고 밝혔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소녀의 성장만 다루는 것이 아닌 그녀의 주변 인물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의 성장도 함께 다루고 있는데요. 그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 크리스틴과 그녀의 엄마입니다. 감독은 영화의 제목이 확정되기 전까지 가제를 <엄마와 딸>로 붙여두었을 만큼 모녀 관계는 영화의 러브라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보통 10대 청소년 영화에서 훈남 소년이 중심에 놓일 거라 생각하지만 감독은 “대부분 여성은 청소년 시절 각자의 어머니와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모녀 관계를 영화의 중심에 두고 싶었다”고 밝혔어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대신 본인이 지은 이름으로 불리길 원했던 크리스틴이 마침내 레이디 버드에서 크리스틴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사라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감독은 영화의 엔딩으로 “열린 길과 닫힌 길이 공존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언제나 뒤를 돌아보고 명백히 다 끝난 것 같은 일도 자꾸 정리하면서 사는데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 과거와 완벽하게 결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지나온 과거를 ‘흑역사’로 부르며 삶에서 지워버리길 바라지만, 흑역사도 삶의 일부분이고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들도 있듯이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지나온 길에 대한 작별과 함께 펼쳐진 새로운 삶에 한 발짝 내딛는 엔딩”을 가장 잘 표현한 대사라 기억에 남는 한 마디로 선정했습니다.

크리스틴과 엄마 매리언은 서로의 닮은 점 때문에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는 세상 모든 모녀 관계와 닮아 있기에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자식은 결코 부모님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겠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알게 되는 것이 있다면, 부모님은 자녀들이 자신의 좋은 점만 닮아 세상을 현명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는 거예요. 그러나 한창 예민한 10대 청소년기에는 잘 와닿지 않고, 한참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지만요. 무엇보다 영화에서 모녀가 투닥거리는 모습, 어떻게든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으로 가고 싶어 하는 크리스틴을 보면서 사춘기 시절 한창 엄마와 싸우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무조건 대학은 집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까지 비슷해서 소름이…) 두 사람의 갈등에는 세대 차이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매리언은 1950년대 전후 문화를 배경으로 성장한 세대이자 대공황을 경험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레이디 버드’는 1980년대에 태어나 자기가 원하는 꿈을 꾸며 주체적으로 삶을 헤쳐 나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세대로 감독은 두 사람의 세대 차이가 모녀 관계에 어떤 갈등을 유발하는지 역시 간과하지 않으려 했다고 해요.

Epilogue

그레타 거윅과 노아 바움백 영화를 좋아하는 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인데요. 현실 세계에서 동떨어진 인물들이 아닌,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주인공들이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기에 보는 내내 소리 없는 응원을 건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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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은 미국 고전 소설의 대명사로 꼽히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을 원작으로 한 그레타 거윅 감독의 두 번째 단독 연출작 입니다. 원작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영화화된 적이 있는데요. 그레타 거윅 버전의 <작은 아씨들>은 여성 캐릭터를 새롭게 그리고 원작을 모던하게 재해석했다는 평과 함께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 영화제 55개 부문 수상, 17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주요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어요. 원작 소설은 1868년 출간되어 네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예술적 영감을 남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는데요. 그레타 거윅 감독 역시 어릴 때부터 원작을 읽으며 자랐고, 꿈을 위해 사회와 맞서는 자유로운 여성 ‘조’에 이입하여 자신의 인생 멘토로 삼았다고 합니다. 감독은 원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만큼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을 살려 원작 속 네 자매의 이야기를 따뜻한 색감으로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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