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샘 (I Am Sam)
제시 넬슨 감독, 2001년 개봉
<아이 엠 샘>은 정신 연령이 7살에 멈춰있는 지적장애인 아버지가 아동보호국으로부터 딸의 양육권을 지켜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장애를 지닌 부모’라는 소재를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풀어냈습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별개로 스토리 전개 방식은 전형적인 신파에 가까워 평론가들로부터는 좋은 평을 받지 못했는데요. 대신 배우들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며 상업적으로는 큰 흥행을 거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다코타 패닝’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대표작이기도 하죠.😊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지닌 아버지 ‘샘’을 연기한 숀 펜은 제74회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는데요. 감독은 제작 당시 아버지 역할에 실제 지적 장애를 가진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으나 제작사의 반대로 무산되어 숀 펜이 캐스팅되었다고 합니다. 대신 극 중 샘의 친구로 등장하는 이들 중 일부는 실제 지적장애를 가진 배우들이라고 해요. 개인적으로 <아이 엠 샘>은 숀 펜보다 다코타 패닝이 더 기억에 남는 작품인데요. 나이보다 성숙한 모습은 물론 아이다운 순수함과 사랑스러움까지 지닌 ‘루시’ 역을 맡아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며 세계적인 아역배우 반열에 올랐고, 이후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 나가며 안정적으로 성인배우로 안착했습니다. (참고로 극 중 루시의 유아기를 연기한 인물은 다코타 패닝의 동생인 엘르 패닝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함께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비틀스의 노래 역시 돋보이는데요. 우영우 변호사가 고래에 남다른 애착과 사랑했을 보였던 것처럼, 샘은 비틀스를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딸의 이름인 ‘루시’ 역시 비틀스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을 만큼요. 덕분에 영화 곳곳에서 비틀스의 명곡을 들을 수 있는데요. 무려 19곡이나 사용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영화가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비틀스의 음악을 직접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아 다른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방식으로 녹음한 곡들을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 줄거리
7살 지능에 불과하지만 딸을 향한 부성애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버지 샘. 수요일에는 레스토랑, 목요일에는 비디오 나이트, 금요일에는 노래방에 함께 다니는 것이 부녀만의 소확행일 만큼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해 보이지만, 샘과 루시는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혼자서도 잘 키워낸 딸이 학교에 들어가자 뜻밖에 문제가 생기는데요. 딸 루시가 아빠보다 똑똑해지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수업에 소홀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사회 복지 기관에서 샘의 양육 능력을 문제 삼으며 부녀 사이를 강제로 갈라놓습니다. 어쩔 도리가 없는 샘은 법에 맞서 싸우기로 다짐하고, 명망 있는 변호사 리타를 찾아가는데요. 리타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해 보일 목적으로 샘의 변호를 무료로 맡아 주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샘의 양육 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샘과 함께하며 조금씩 그의 조건 없는 사랑의 힘을 깨닫기 시작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데요. 과연 샘은 리타의 도움으로 딸을 되찾고 좋은 아빠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 마리의 리뷰
영화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도 눈물 흘리게 만들😂 절절한 부성애를 그리고 있는데요. 이와 동시에 ‘과연 부모가 될 능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집니다. 샘이 양육권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법조인들과 아동복지국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는 장애가 있는 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단적으로 리타와 샘을 비교해 봐도 장애가 부모가 될 능력과 자녀에 대한 사랑의 척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가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샘과 루시를 강제로 떨어 뜨려 놓는 모습을 보면 이전 레터에서 소개한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엔딩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는데요. 자녀를 부양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모로부터 아이의 선택권을 배제한 채 강제로 분리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애프터 썬 (Aftersun)
샬롯 웰스 감독, 2022년 개봉 (국내개봉 2023년)
<애프터 썬>은 샬롯 웰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감독이 아버지와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절제되어 있지만 깊이 있는 연출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제75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어 프렌치 터치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영화제 당시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작품 중 하나로 꼽혔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가디언>, <인디와이어> 등 유수의 매거진에서 올해의 영화로 선정되었고, 주연을 맡은 폴 매스칼은 제95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발행인 역시 2023년 국내 개봉작 중 가장 좋았던 영화 TOP5 안에 꼽고 싶을 만큼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발행인은 원래도 영화 보면서 잘 울지만, 정말 눈물 콧물 쏙 빼도록 울린 영화는 <더 파더> 이후 오랜만이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등으로도 우는 연기가 사무치도록 슬펐던 영화랄까요…)
영화는 딸 소피가 아버지 캘럼과의 튀르키예 여행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기도 한 스토리의 뼈대는 기억의 편린처럼 분산되어 있지만 화면에 보이는 장소와 모든 순간은 인물들이 ‘지금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표현되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덕분에 영화는 현실과 기억 그리고 상상이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영화를 서정적으로 만들어주었는데요. 감독은 영화가 “슬픔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슬픔을 초월하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밝히며 관객들이 영화에 깊이 공감하는 것 역시 인간의 내면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게 된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애프터 썬>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부녀를 연기한 두 주인공에게도 데뷔작이나 다름없는데요. 소피를 연기한 프랭키 코리오의 경우 <애프터 썬>이 데뷔작임에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찬사를 받았습니다. 감독은 아역 배우들의 틀에 갇힌 연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대본을 공유하지 않고 촬영할 상황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는 방식으로 배우가 스스로 자신의 연기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요. 캘럼을 연기한 폴 매스칼의 경우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이력이 있지만 <애프터 썬>을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딸에게 한없이 다정한 아버지이지만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의 대부분이 폴 매스칼의 연기였을 만큼 발행인에게는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영원히 <애프터 썬>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 줄거리
평범한 10대 소녀 소피는 그동안 떨어져 지내며 자신에게 소홀했던 아버지와 단둘이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아버지와 처음으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기며 소피는 주어진 상황과 경제적 여건 안에서 자신을 즐겁게 해 주려 노력하는 아버지의 새로운 이면을 보게 됩니다.
🔍 마리의 리뷰
영화는 주인공 소피가 성인이 된 후, 캠코더에 기록된 유년기의 추억을 매개로 아버지와 함께한 튀르키예 여행을 조명하는데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여행기 대부분은 추억에 기반한 소피의 상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피와 함께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의 캘럼의 모습은 그녀의 상상으로 이는 소피가 성인이 된 후 함께 여행했을 당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여행 당시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아버지의 내면의 고통과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은 소피의 의지가 개입되어 실제 부녀의 여행에서 소피가 보지 못했던 것을 상상으로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거죠.
소피가 재구성한 부녀의 여행에는 슬픔과 그리움, 회안의 정세가 짙게 배어 있는데요. 관객들은 영화 중간중간 아버지 캘럼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고 후반부에 다다르면 튀르키예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됩니다.😔 소피가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추억이 담긴 캠코더를 꺼내본 날은 당시 아버지의 나이에 도달한 그녀의 생일이기도 한데요. 여행에 들떠 미처 아버지의 슬픔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떠올리는 모습은 슬픔을 배가 시킵니다. 그러나 한창 자신에게 관심이 많을 10대 소녀가 아버지의 슬픔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결국 소피는 어른이 되어서도 아버지가 어떠했을지 어렴풋이 짐작할 뿐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기에 더욱 가슴 아픈데요.
개인적으로 어떠한 형태든 사랑에는 이해가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견딜 수 없는 선택을 한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결코 이해할 수는 없을 소피의 마음을 생각하니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았는데요. 특히 삶의 무게와 생의 갈림길 앞에서 울음을 삼키던 캘럼의 뒷모습이 잔상처럼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한 영화 평에서 “사연은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지고 사연은 ‘나’라는 존재를 설명하는 내러티브이며 사건은 내 몸과 마음에 새겨져 사연을 만든다. <애프터 썬>은 관객들에게 사건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 후 스스로 어떤 사연을 쓸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어떤 사연을 쓸지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에 공감이 가더라고요. 11살의 소피도 31살의 소피도 발행인보다 훨씬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인물이라 <애프터 썬>은 지나온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사연을 써 나가는 감독의 방식으로 배우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Epilogue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에필로그 추천작까지 모두 여성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게 되었는데요. 어쩌면 세상 모든 딸들에게 아버지는 세상의 무게를 실감할수록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함께보면 좋은 추천 콘텐츠: <스크래퍼 (Yet To Be)>, 샬롯 리건, 2023년 개봉
<스크래퍼>는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존재조차 몰랐던 아빠와 딸이 서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샬럿 리건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죽음으로 인한 가족과의 이별, 상실의 슬픔을 아이의 시각에서 풀어낸 방식이 인상적인데요. 영화가 관통하고 있는 ‘죽음과 상실’이라는 주제와 달리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재기 발랄합니다. 이는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 아이의 상상력을 그려내는 방식과 화면을 가득 채우는 다채로운 색깔 덕분인데요.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연출은 뮤직비디오 제작자 출신인 감독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샬롯 리건 감독은 “<스크래퍼>는 슬픔과 유년 시절에 대한 영화이자 함께 살아온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담은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감독이 각본을 집필하는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애도과정에서 ‘연결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가족과 친한 친구들의 소중함을 영화에 함께 담아냈다고 합니다. <스크래퍼>는 흔히 부성애를 그린 영화화는 궤를 달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주변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밝고 긍정적으로 그려낸 것인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을 당당히 깨부수고 ‘나는 혼자서도 잘 자란다!’를 외치며 스스로를 부양하는 주인공 조지와 믿음직스러운 구석은 1도 없지만 난생처음 마주한 딸에게 애정을 느끼는 아버지 제이슨의 투닥거림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으로 함께 보기 좋은 콘텐츠로 추천합니다!
🔗 추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OTT
- <아이 엠 샘>은 웨이브, 쿠팡플레이, 애플TV, U+모바일tv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애프터 썬>은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U+모바일tv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스크래퍼>는 티빙, 웨이브, 왓챠, U+모바일tv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 영화의 줄거리는 '네이버 영화 소개'란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 개봉년도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 전산망'의 제작년도를 기준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