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아카이브 63. 쉽지 않다, 사회생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데이빗 프랭클, 2006년 개봉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패션계와  패션지 에디터들의 세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가가 미국판 보그 편집장으로 유명한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요. 전체적으로 소설보다 영화의 각색이 훌륭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소설이 사회 초년생의 자기 연민으로 가득한 한풀이라는 혹평을 듣는 것과 반대로 영화가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각색을 뒷받침해주는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기도 한데요. 특히 안나 윈투어의 모티브가 된 미란다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앤 해서웨이는 저널리스트 지망생이자 패션에는 일절 관심 없는 앤드리아를 연기했는데요. 미란다 편집장의 변덕(?)으로 덜컥 패션지 어시스턴트로 입사하게 되면서 생존을 위해 서서히 패션계에 적응하며 세련된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렸습니다.

영화는 화려한 패션계를 다루는 만큼 패션에 무관심한 이들도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유명 브랜드의 컬렉션이 다수 등장하는데요. 이는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로 에미상에서 최우수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의상감독 패트리샤 필드 덕분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위해 샤넬의 2006년 컬렉션을 독점으로 제공받은 것은 물론이고 패션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찬을 이끌어 냈다고 하는데요. 그녀는 캐릭터마다 개성 있는 스타일을 완성하며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경우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평소 메릴 스트립의 열성적인 팬이었다고 밝히며 그녀를 위해 자선 파티 장면에서 착용할 드레스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패션계의 확실한 지원 덕분에 영화는 패션을 사랑하고 패션계에 종사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바이블과 같은 영화로도 꼽히는데요. 사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에 불과한 것이 주인공 앤드리아의 채용 과정부터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패션지 어시스턴트로 채용된다는 것 자체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이외에도 ‘워라밸’이 여전히 화두에 오르는 요즘 사회 풍토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업무 지시라던가 앤드리아가 불가능한 미션을 해결하게 되는 과정 등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공감하게 되는 것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몸 고생, 마음고생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앤드리아의 성장과정을 통해 작게나마 위로를 얻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 마리’s One-pick: Madonna - Vogue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영화가 그리고 있는 세계와 화려한 볼거리로 눈이 즐거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음악 역시 영화의 화려함을 배가시키는데 한몫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팝의 여왕으로 불리는 마돈나의 음악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데 가장 유명한 ‘Vogue’를 추천곡으로 가져와봤습니다. ‘Vogue’는 앤드리아가 촌스러움을 벗어던지고 패션계에 점차 적응해 나가면서 화려하게 변신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온 곡이기도 합니다.

인 디 에어(Up In The Air), 제이슨 라이트맨, 2009년 개봉

<인 디 에어>는 월터 컨의 소설 『업 인 디 에어』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비행기와 호텔을 집으로 삼아 1년의 대부분을 하늘 위에서 보내는 ‘해고 전문가’라는 독특한 직업의 세계를 그리며 주인공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입니다. 1년 중 300일 이상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기업을 대신해 직원에게 해고 통보를 전하는 베테랑 해고전문가가 당돌한 신입사원과 동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독특한 스토리는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며 작품의 흥행에 기여했는데요. 여기에 유머가 깃든 통찰력 있는 대사와 메시지로 작품성까지 잡으며 개봉 당시 전미비평가협회를 비롯해 타임지, AFI 등에서 올해의 영화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원작 소설가는 비행기에서 1년의 대부분은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아예 집을 팔아 큰 짐은 임대창고에 보관하고 호텔을 집 삼아 생활한다는 옆자리 승객을 통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착안해 40대 중반이지만 잦은 출장으로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주인공 라이언을 탄생시켰다고 합니다. 감독은 원작 소설을 접한 후 6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각색 작업을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소설과 영화는 ‘주인공이 해고 전문가이며 비행기 마일리지 천만 마일을 모으기 위한 여정 중’이라는 설정만 같고 영화에 등장하는 코믹한 요소나 함께 출장을 다니게 되는 신입 후배, 주인공의 로맨스, 가족과의 에피소드, 2008년 경제 위기 등은 모두 각색 과정에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 부분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주인공 알렉스를 연기한 조지 클루니의 인상적인 연기 변신으로도 종종 언급되는데요.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조지 클루니가 ‘품위 있게 절망을 선사하는 해고 전문가’ 라이언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조지 클루니의 캐스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부분으로 감독은 출연을 설득하기 위해 이태리에 있는 조지 클루니의 집까지 날아가는 성의를 보이며 “조지 클루니 덕분에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까칠한 냉소와 인간미가 가미된 작품이 되었다”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이외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해고대상자는 모두 영화 출연을 자진한 일반인으로 당시 취업난이 극심했던 지역의 광고란에 실직자 구인광고를 내걸고 모집했다고 합니다.😲 감독은 이들에게 해고통지를 받은 날 뭐라고 답했는지, 아니면 뭐라고 대답하고 싶었는지를 묻고 이를 카메라에 담았다고 하는데요. “카메라 앞에서 긴장해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았던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솔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건 영화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장면 중 하나다”라고 밝히며 영화에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착안한 의도를 밝히기도 했어요.

📻마리’s One-pick: Sharon Jones & The Dap Kings – This Land Is Your Land

<인 디 에어>는 ‘해고 전문가’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과 더불어 오프닝 시퀀스가 인상적인 영화로도 꼽을 수 있는데요. 공중에서 부감숏으로 찍은 미국 전역의 도시 전경에서 시작해 조금씩 좁혀 들어가며 보이는 지상의 풍경 속에서는 해고 통보에 좌절하기도, 울기도, 분노하기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This Land Is Your Land’인데요. 저는 영화에서 처음 들어 본 곡이었는데 미국인들이 애국가 다음으로 좋아하는 곡이라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노래 제목이 장면과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동시에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인 디 에어>는 ‘해고 전문가’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정착하는 삶과 떠돌아다니는 삶을 모두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해보게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TV 영화 채널에서 조지 클루니의 연기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직업에 이끌려서 보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번 레터 추천작 중 한 편만 고르라면 꼽고 싶을 만큼, 사회 초년생뿐만 아니라 베테랑 사회인들에게도 울림을 전하는 작품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감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굿모닝 에브리원(Morning Glory), 로저 미첼, 2010년 개봉

<굿모닝 에브리원>은 앞서 소개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각본가가 집필하고 <노틸 힐>의 로저 미첼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미국 방송계의 시청률 전쟁을 대표하는 아침 모닝 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치열한 사회생활과 신입 PD의 생존기를 그렸습니다. 동일한 각본가가 집필한 작품이라 방송국 버전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인식되기도 하는데요. 구성이 탄탄한 작품은 아닌지라 혹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아류라고 평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지 별로는 아니었기에 추천작으로 골라봤는데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정 넘치는 신입 사원이 산전수전 다 겪은 고집 센 상사를 상대하며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나름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해리슨 포드, 다이앤 키튼, 레이첼 맥아담스까지 배우 라인업 역시 화려한데요. 특히 해리슨 포드의 꼬장꼬장하고 성질 고약한 앵커로 분한 연기 변신이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건 레이첼 맥아담스로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사랑스럽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한 ‘베키’라는 캐릭터는 연기에 따라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 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마리’s One-pick: The Weepies – Same Changes

<굿모닝 에브리원>의 추천곡은 ‘The Weepies’의 ‘Same Changes’로 골라봤는데요. 사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얼 해도 사랑스러운 레이첼 맥아담스와 중간중간 흘러나오던 바흐의 전주곡이었지만🙄 영화 버전으로 잘 벼려진 뮤직비디오가 추천하기에는 더 좋을 것 같아 선택했음을 고백합니다…

인턴(The Intern), 낸시 마이어스, 2015년 개봉

<인턴>은 과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뤘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작품으로 열정 넘치는 30대 여성 CEO가 세월의 연륜과 직장생활의 노하우까지 두루 겸비한 70세 노인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프라다를 입은 악마 뒤에서 종종거리던 앤 해서웨이가 리더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CEO 줄스 역을, 강렬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던 로버트 드니로가 모두가 의지할 수 있는 진짜 성숙한 어른으로 멋지게 나이 든 시니어 인턴 벤 역할을 맡았는데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뉴스를 통해 은퇴한 노인들이 재미 삼아 교육이나 자원봉사 등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보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작품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특징이기도 한 ‘여성의 삶과 나이 듦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는데요. 줄스를 통해 집안의 가장으로 나선 재능도 있고 열정도 겸비한 여성이 집 안과 밖에서 겪는 고충을 들여다보며 일과 가정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지지 않는 삶의 딜레마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습니다. 영화가 지닌 따뜻한 위로의 정서를 완성하는 것은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누군가에게 건네주기 위해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신사이자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정년퇴직자, 그러나 새로운 경험과 사랑 앞에서 주저하지 않는 ‘벤’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습니다. 감독과 로버트 드니로가 완성한 벤이라는 인물은 이제 갓 사회에 발 디딘 자식뻘 동료들과 함께 하는 모습에서 삶의 유연함과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품격이 베어나는 인물로,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가 사회에서 만나 의지할 수 있고 이상으로 삼고 싶은 진짜 어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리’s One-pick: Theodore Shapiro – Love and Work

<인턴>의 OST는 연주곡이 대부분인데요. 그중에서 가장 익숙한 ‘Love and Work’를 골라봤습니다. 아마 여행을 테마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어봤을 것 같은데요. 경쾌하면서도 따뜻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으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가장 잘 담아낸 곡이라고 생각해서 골라봤습니다.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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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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