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Gravity)
알폰소 쿠아론 감독, 2013년 개봉
<그래비티>는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주인공이 우주를 떠도는 인공위성 잔해와 부딪히는 사고로 우주를 표류하게 되면서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는 제86회 아카데미에서 무려 10개 부문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미술상)에 노미네이트 되어 7개 부문(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이는 역대 SF영화 중 아카데미 최다 수상으로 감독상 수상은 최초라고 해요.
영화의 줄거리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우주를 표류하게 된 주인공의 지구로 귀환하기 위한 분투’로 굉장히 단순합니다. 그러나 간결한 플롯 속에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명료한 서사를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을 설득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는데요. 특히 우주 공간을 체험한 것 같다는 후기가 많았을 만큼 ‘광활한 우주에 홀로 남겨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러닝 타임도 90분으로 딱 떨어지기 때문에 2시간 이상 넘어가는 영화를 힘들어하는 분들도 좋아할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참고로 90분의 러닝타임 역시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ISS 국제우주정거장이 지구를 한 바퀴 회전하는 시간이 90분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겪은 사고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으로 불리는 우주 재난인데요. 1978년 나사의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 박사가 주장한 가설로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충돌을 반복해 파손된 인공위성 잔해가 지구를 감싸게 되고, 이로 인해 역으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모든 현대 기술을 쓸 수 없게 되어 인류 문명이 퇴화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실제 우주를 떠도는 쓰레기만 1억 5000만 개가 넘고 크기도 다양하기에 근거 없는 가설은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우주 쓰레기가 치명적인 이유는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인데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부딪힌 파편의 크기에 비해 파급력은 치명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인류 문명의 퇴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제 우주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이란 생각이 듭니다.
📼 줄거리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라이언 스톤 박사는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게 되고 산소도 소리도 없는 우주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집니다.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동료들을 모두 잃고 망망대해보다 더 막막한 우주에 남겨진 라이언 박사는 과연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을까요?
🔍 마리의 리뷰
영화는 주인공이 겪는 고립의 공포를 우주의 신비함 이면에 가려져 있던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과 연결 지어 생생하게 담아냈는데요. 영화관에서 관람했을 때 우주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에 불과 한지를 보여주는 연출 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주의 먼지 한 톨인데 이렇게까지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그만큼 영화는 우주라는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광활함을 마치 관객이 체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인상적인 연출과 더불어 영화가 호평받은 데에는 주인공이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외적 투쟁 안에 실존적 위기에 직면한 인간의 내적 투쟁을 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라이언은 딸의 죽음 이후 혼자만 살아 있다는 절망감에 소통을 거부하고 고요한 공간인 우주로 나온 인물입니다. 우주에서도 타인과의 소통에 심드렁한 모습을 보이며 삶의 이유를 상실한 상태로 그려지는데요. 우주에서 벌어진 사고를 겪으며 ‘생존’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족쇄처럼 여겨졌던 중력의 대지에서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 삶의 이유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레터를 준비하며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보고 평론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죽지 않기 위한 생존’과 ‘살기 위한 생존’은 다르고 “죽지 않으려는 고투는 본능의 소관이며 이것은 결국 거대한 우주가 주는 공포에서 비롯된 감정”이라는 평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우주로 도망 온 것이나 다름없는 라이언이 왜 절박하게 지구로 돌아가려 하는가에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했었는데 주인공이 홀로 우주와 대면하며 죽지 않기 위해 고투하는 과정에서 “삶은 그 자체로 긍정되어야 하고, ‘왜 살아야 하는가’가 아닌 ‘살아 있으니 계속 살아야 한다’”라는 해석이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살다 보면 주인공이 겪은 극한의 고립만큼은 아니지만,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영화가 이에 대한 대답을 들려준 것 같았습니다.
🎞️마리's Clip: 오프닝 시퀀스
우주 영화인 만큼 이번에는 영화의 한 장면을 골라봤는데요. <그래비티>는 롱테이크로 진행된 오프닝 시퀀스를 뽑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비티>의 오프닝 롱테이크 신은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는데요. 이는 영화 속에서 흐르는 시간인 ‘디제시스(diegesis)’적 시간과 영화 바깥에서 관객이 체험하는 러닝 타임인 ‘비디제시스(non-diegesis)적 시간’을 일치시킴으로써 사실성과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인 결과물이라고 해요. 그러나 영화적 효과를 넘어 한 인간이 삶의 상징인 지구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삶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오프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14년 개봉
<인터스텔라>는 황폐해져 가는 지구를 대신해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새롭게 발견된 웜홀을 통해 항성 간 우주 탐사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작품입니다.
📹 비하인드 스토리
국내에서는 우주 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개봉 당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한 번 봐서는 절대 이해 못 하는 영화로도 손에 꼽힌 다던데 발행인은 두 번 보고도 완전히 이해를 못 했습니다.🥲) 참고로 영화의 제목인 인터스텔라는 ‘중간’을 의미하는 접두사 ‘inter-‘와 별을 뜻하는 ‘stellar’의 합성어로 ‘항성 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터스텔라>하면 크리스토퍼 놀란, 크리스토퍼 놀란 하면 <인터스텔라>가 공식처럼 느껴질 만큼 영화는 놀란 감독의 대표작 중에서도 단연 도드라지는데요. 원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준비 중이던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자문을 맡은 킵 손 박사가 ‘뒤틀린 시공간(warped space-time)’ 이론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스필버그가 흥미를 보이고 놀란 감독의 동생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조너선 놀란에게 각본을 맡겼다고 하는데요. 시나리오 집필과 더불어 제작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놀란 감독에게 넘어가게 되었다고 해요. (실제로 조너선 놀란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4년간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며 시나리오를 작업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각본가의 노고와 킵 손 박사의 자문이 더해져 ‘블랙홀, 상대성 이론, 4차원’ 등이 담긴 고등과학의 결정체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탄탄한 구성과 연출, 아름답고 신비로운 영상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한스 짐머의 음악이 더해져 미지의 행성과 우주의 신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평의 대부분이 실제 우주를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평소 CG 사용을 싫어하는 감독이 웬만한 장면은 세트나 도구를 만들어서 촬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맷 데이먼이 연기한 ‘만 박사’가 발견한 행성의 경우 정말 우주 너머 어딘가에서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실제는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해요.
📼 줄거리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붕괴되고 전 세계적인 식량난에 봉착한 먼 미래의 지구.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마저 해체된 시기, 비밀스레 나사의 연구를 이어오던 과학자들은 시공간에 열린 불가사의한 틈을 발견하고 웜홀을 통해 새로운 터전을 탐사해 인류를 구원하고자 합니다. 우연히 나사의 비밀연구소를 발견하게 된 전 나사 테스트 파일럿 쿠퍼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우주 탐사 임무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과연 쿠퍼와 팀원들은 지구를 대신할 인류의 새로운 터전을 찾을 수 있을까요?
🔍 마리의 리뷰
영화는 인류를 구원할 새로운 터전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의 우주 탐사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고등 과학을 집약시킨 우주 영화를 표방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 영화의 느낌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아버지 쿠퍼와 딸 머피의 부녀 관계를 통해 그려지는데요. 보통의 가족 영화가 다루는 서사와 차이가 있다면, ‘대의를 위해 자녀의 성장을 지켜보지 못한 아버지’라는 진부한 설정에 과학적 설정을 더함으로써 영화를 새롭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감독의 이전 작품인 <인셉션>과도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부인은 없고 아이가 있다던가, 팀의 리더로서 임무를 완수한다던가 하는 설정도 비슷한데요. 이는 “<인셉션>에서 다룬 꿈의 세계를 <인터스텔라>에서는 우주 공간으로 바꿔서 다룸으로써 <인셉션>의 구심력을 원심력으로 바꾼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라고 해요.
🎞️마리's Clip: 블랙홀 시퀀스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은 논란(?)의 중심이기도 했던 블랙홀 시퀀스를 골랐는데요. 과학 지식이 미미한 저로써는 그저 놀랍고 신비하기만 하더라고요.🥹 해당 장면은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을 인용한 것으로 보르헤스는 각각이 육면체인 책장이 끝없이 쌓여 있고 가운데는 텅 빈 상태의 도서관을 묘사했는데 영화는 이를 블랙홀 내부를 묘사하는데 인용한 거죠. 사실 영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고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게 만든 결정적 장면이기도 하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블랙홀 내부를 문학적 상상력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각화했다는 것이 놀랍고 인상적입니다.
Epilogue
🎞함께보면 좋은 추천 콘텐츠: <마션 (The Martian)>, 리들리 스콧, 2015년 개봉
<마션>은 앤디 위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화성 탐사 프로젝트 도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생존기와 지구 귀환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맷 데이먼이 극한의 상황에도 낙천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 주인공 ‘마크 와트니’ 역을 맡아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요. 화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징크스에도 불구하고 제88회 아카데미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은 물론 흥행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성공했습니다. <마션>은 기존의 SF장르에서 우주를 다루는 방식과는 결이 조금 다른데요. 보통 우주의 광활함이나 신비로움 또는 그 이면에 가려진 공포 등을 다룬다면 <마션>은 우주에 고립된 주인공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온 지구가 힘을 모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휴머니즘을 근간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가 지닌 밝고 긍정적인 기운 때문에 단전에서부터 희망이 차오르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면 꺼내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소개한 두 작품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우주 영화로 함께 보기 좋은 콘텐츠로 추천합니다!
🔗 소개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OTT
- <그래비티>는 쿠팡플레이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인터스텔라>는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U+모바일tv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마션>은 디즈니+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Reference (씨네아카이브 참고자료 출처 표기방식)
- 영화의 줄거리는 '네이버 영화 소개'란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 개봉년도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제작년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 김지선, 어린이조선일보, “[초•고 / 시사체크! 키워드 / 케슬러 신드롬 (Kessler syndrome)] 1억5000만 개 우주 쓰레기 서로 충돌해 총알 10배 속도로 지구에 떨어질 수도”, 2025-01-13
- 신형철,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태어나라, 의미 없이”, 2013-11-29
- 씨네21 <마션> 제작노트
- 이주현,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의 우주선에 탑승한 당신을 환영합니다!”, 2014-10-27
- Btv┃SK브로드밴드 YouTube,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6] 롱테이크의 황홀한 체험! 오프닝 롱테이크 영화들 (그래비티, 악의 손길, 플레이어, 스네이크 아이, 부기 나이트)”, 2016-06-10
- Btv┃SK브로드밴드 YouTube,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47] 우주 영화 3선 (마션, 인터스텔라, 콘택트)”, 2017-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