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수신 시 '웹에서 보기'로 읽으시면 포맷이 좀 더 눈에 잘 들어와요.
1. 앙드레 지드 (André Gide, André Paul Guillaume Gide, 1869.11.22~1951.2.19), 어떤 작가인가요?
프랑스 태생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로 기존의 사회 규범과 도덕적인 기준, 사회적인 틀에 저항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문학뿐 아니라 프랑스 사회에도 사고의 전환을 불러왔습니다. 그가 살아온 행로를 살펴보며 자신 내면의 모순을 파헤치고 이해하고 싶어 했고 그것이 결국 자연스럽게 외부로 흘러나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느꼈어요. 억압하고 있는 사회적인 틀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자유롭게 행복을 누리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신교도이며 파리 법학대 교수인 남부 출신의 아버지와 북부의 부유한 인텔리 집안, 카톨릭교를 믿는 독실하고 종교적인 성향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11살경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뜨게 되자 엄격한 어머니의 보살핌 아래에서 성장합니다. 어려서는 학교를 꾸준히 나가기 힘들 정도로 워낙 병약하고 신경증 증상까지 있어 많은 시간을 집에서 개인교습을 통해 학업을 이어갔고 이 시기 지방의 친척 집들을 자주 찾아 지내곤 했어요. 사촌 누이이자 먼 훗날 자신의 아내가 되는 마들렌느와 친해지게 되었고, 연상이었던 마들렌느의 영향으로 작가는 시와 신비주의 문학 등을 접하게 됩니다. 당시 외숙모의 불륜과 이에 상처받은 마들렌느의 모습, 마들렌느를 향한 연모의 마음 등 이 시기 느낀 많은 부분을 훗날 몇몇 작품에 남겼으며 유년 시절 지나치게 엄격하고 종교적이었던 어머니의 영향 또한 작가가 평생에 걸쳐 고민했던 삶의 태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때 철학 공부에 열중했고 이때부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1891년 파리 대학 철학과에 진학했으나 곧 그만두었으며 점차 문학과 글쓰기에 집중했어요. 자신의 초년 시기 이야기를 많이 담아낸 첫 작품 ‘발테르의 수기 (Les Cahiers d’André Walter / The Notebooks of André Walter - 1891)를 익명으로 발표했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 서로 수석을 앞다투며 지냈던, 훗날 역시 작가가 된 친구 피에르 루이스 Pierre Louÿs 를 통해 당시 상징주의 문학 운동을 주도하고 있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 Stéphane Mallarmé 의 문학 모임에 합류하게 되며 상징주의의 미학에 매료되기도 했어요.
어릴 때부터 썩 건강하지 못했던 작가는 이 시기 의무였던 군 복무를 위해 입대했으나 다시 폐결핵을 진단받아 곧 제대합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893년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북아프리카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종교적이며 보수적인 프랑스의 사회 규범에 늘 짓눌려 억압받는 듯한 갑갑함을 느끼던 작가는 전혀 다른 아랍 문화를 접하며 큰 해방감을 느끼게 됩니다. 여행 중에 폐결핵이 재발해 죽음의 근처까지 다녀온 그는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이 시기 자신의 동성애 성향도 알게 되며 기존 사회적 틀을 깨고 주어진 욕망에 충실하게 사는 개인의 행복 추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주장하기 시작했어요. 이때 오스카 와일드와 알프레드 더글러스 경과 교류를 맺게 되었으며 이 몇 년간의 사고의 확장은 그의 이후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개인 스스로 정신적 굴레에서 해방될 것을 주장하는 ‘지상의 양식 (Les Nourritures terrestres, Fruits of the Earth – 1897)’을 비롯 개인의 욕망을 다루거나 혹은 여러 사회 풍자를 담은 여러 작품들을 통해 그는 새로운 사상의 전파자로 동시대 젊은이들의 존경을 얻게 됩니다. 그의 활동은 언제나 문학이라는 형태를 통해 표현되었고 새로운 시각과 의견을 제시하는 문학 평론가로서도 30대 초반 이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1908년에는 그가 선두에 나서 문예 비평지 ‘신프랑스 평론 (La nouvelle revue française)’을 창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프랑스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으며 이는 현재 프랑스 출판계에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갈리마르(Gallimard) 사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가 주장하는 정신적 굴레의 해방의 첫 발로는 개인적인 경험들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또 학교에서도 극도로 자기 절제를 요구하는 종교적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고 정신적인 면만 강조하는 기독교의 이원론적인 사상 때문에 늘 억압받는 듯한 느낌과 죄책감 속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20대 후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마들렌느와 결혼하게 되지만, 평생 가장 특별한 사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 자아탐구와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느꼈으며 자기 자신이 오랜 기간 한 사람과 관계를 맺기 힘들어하는 성향이라는 것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이렇게 시작은 개인적인 다양한 경험이었으나 깊은 사유와 통찰을 통해 가지게 된 신념으로 개인의 고유한 가치, 자유로운 삶의 태도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냈으며 이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보수적인 이들에 의해 반기독교적이라거나 이단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작가는 동성애 (코리동 - 1924) 및 여성 문제(여인들의 학교- 1929, 로베르 -1930, 주느비에브 - 1936), 그리고 식민 지배에 대한 문제에 (콩고 기행-1927, 차드에서 돌아오다-1928)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다양한 형태의 부조리한 사회적 규범과 틀을 끊임없이 지적했어요. 열성적으로 글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작가였으며 사회 전반과 프랑스인들의 사고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1930년대 소련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는 러시아를 방문하기도 하지만, 훗날 전체주의적이며 문화와 사상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사회체계에 실망을 느껴 이에 대한 작품들도 남겼습니다. (소련 기행-1936, 나의 소련 기행에 대한 수정 1937).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작가는 전통과 과거의 가치에 대해 재고하게 되었고 1941년과 42년, 피가로지에 발표한 글에서 자유는 사회적인 규범과 연계되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전쟁에 의해 독일정부가 점령한 프랑스를 떠나 종전 때까지 북아프리카에서 지냈으며 이 시기 과거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테제우스-1942’를 집필합니다.
종전 후 사회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고 작가에 대한 이전의 강도 높은 비판은 사그라들었으며 긴 시간 동안 그가 이룬 문학적 성취들이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해 1947년 옥스퍼드 대학의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같은 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자기 내면의 갈등과 불안감, 욕망, 행복과 불행 등을 개인적 고민으로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찰력을 발휘해 사회의 틀로 확장시켜 사유했으며 수많은 글을 통해 문학적, 사회적, 철학적 고뇌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전통적인 관습에 젖어있던 프랑스 사회에 영향을 끼친 휴머니스트이자 윤리학자, 그리고 위대한 문학가로 현재까지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2. 어떤 책인가요?
‘프랑스어로 쓰인 내면의 삶을 다룬 가장 아름다운 작품’
성경의 한 구절을 제목으로 삼은, 작가가 늘 고민했던 종교적이며 사회적인 관습에 대한 비판을 순수한 사랑 이야기의 틀에 담아낸 소설입니다. 주인공 제롬과 알리사는 어릴 때부터 서로 호감과 사랑을 느끼지만 사랑을 위해 자꾸만 더 큰 추상적인 가치에 우선을 두다 결국 맺어지지 못한 채 비극으로 치닫는 줄거리로, 서투르고 소중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섬세한 문장이 가득한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병약했던 어린 시절 친척 집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며 연상의 사촌 누이에 대한 사랑을 키웠던 작가와 아내 마들렌느와의 일화가 많이 반영되었으며 실제로 작가는 연애시절 마들렌느로부터 받았던 편지를 다시 들춰보며 거의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했을 정도로 개인적인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된 소설이에요.
1905년, 작가가 30대 후반의 시기에 집필을 시작해 완성되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으며 중간에 여러 번 포기하려 할 만큼 어렵게 쓴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필 기간 동안의 어려움이 무색하게 발표와 함께 즉각적인 평단과 대중의 반응을 얻어 서둘러 추가로 인쇄한 1,000부마저 금세 다 매진, 발표한지 몇 달 만에 40여 편의 평론이 나올 정도로 대 성공을 거뒀습니다. 결국 세기를 걸쳐 끊임없이 회자되는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 작가의 설명은 책 뒤 작품 해설 및 연보, 그리고 아래 링크들을 참고했습니다.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Andre-Gide
https://www.nobelprize.org/prizes/literature/1947/gide/facts/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2822&cid=58814&categoryId=58829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44118&cid=40942&categoryId=40464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456515&cid=43667&categoryId=43667
3. 분량과 난이도
제가 읽은 문학과 지성사 판본으로는 약 200여 페이지의 적당한 분량으로 문장들도 그리 어렵지 않아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중간에 성경이나 문학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잘 모른다고 해도 내용을 따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어요.
4.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첫사랑의 설렘과 어설픔, 그리움과 애틋함이 서정적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사랑하면서도 한없이 망설이며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다가가기 힘든 순수한 그 시절의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그리고 내용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매력 중 하나일 듯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