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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하일 불가코프 (Mikhail Bulgakov, 1891.5.3~1940.3.10), 어떤 작가인가요?
키이우에서 출생한 러시아 제국의 작가로 젊어서 발표했던 희곡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정치적 이유로 많은 탄압을 받아 제대로 문학 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생에 끊임없이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논평에 시달렸고, 생계에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작품 활동에 제약이 많았어요. 이번에 제가 읽고 소개하는 ‘거장과 마르가리타’역시 생전에는 출판되지 못해 사후에 빛을 본 작품입니다.
오랜 시기 작품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던 데다가 건강 악화로 이른 나이에 사망한 때문인지 개인적인 생각이나 인간적인 면에 대한 소개가 많지 않아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오히려 궁금증이 더 많아지는 작가였습니다.
아버지는 신학 교수였으며 외가, 친가 모두 유서 싶은 러시아 성직자 집안이었어요. 이후 러시아는 공산주의 정치체제로 전환되어 무신론을 표방하게 되고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 성직자 집안이라는 성장 환경은 추후 작품 세계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키이우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문학예술 쪽의 진로를 고민했으나 결국 의과대학에 진학합니다. 한동안은 의사로 일했으며 브리타니커 사전에는 아주 간단하게 ‘소설가가 되기 위해 의사를 그만둔 작가’라고 나오기도 하는데, 여기저기 살펴보니 그렇게 한 줄로만 설명하고 말기에는 조금 더 복잡한 청년기를 보냈던 듯하고, 자신의 의지로 의사를 관둔 건지도 확실치가 않네요
1914년 의대 재학 중이던 시기, 22세 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적십자를 통해 종군 의사로 자원합니다. 심한 부상을 입어 곧 돌아오게 되지만, 최전방에서 외과 전문의의 지도 아래 수련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 덕분인지 1916년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이후 스몰렌스크의 작은 시골 마을에 보건의로 발령을 받습니다. 몇 년 후 이 시기에 대한 경험이 반영된 단편 <젊은 의사의 수기>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1917년 우크라이나가 독립, 1919년 내전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 국민국에 군의관으로 징집되었으나 탈영했으며 곧이어 러시아 제국 차르의 군대인 백의군에 군의관으로 복무했다고 하는데 자의가 아니라 포로로 잡혀갔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혼란스러운 시기,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족들은 파리로 망명하게 되지만 작가는 블라디캅카스에 동원되어 가있었고, 프랑스와 독일 정부로부터 의사 자격으로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때마침 그 지역에 티푸스가 발병하며 러시아 정부가 출국을 금지, 결국 가족을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됩니다.
발이 묶인 그곳에서 단지 생계를 위해 볼셰비키를 위해 일을 하게 되는데, 볼셰비키적 관점에서 바라본 푸시킨과 체호프에 대한 강연을 준비한다거나, 지방 극장을 위해 희곡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이후 1921년, 작가가 서른 정도의 나이에 모스크바에 정착,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글쓰기로 생계를 이어가게 됩니다. 이때 쓴 기사와 기고문들은 그 이듬해인 1922년에 <소맷부리에 쓴 메모>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고, 1923년에는 소비에트 작가 조합의 회원이 되었으며, 1924년에는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합니다. 중편들과 소설 <백위군>을 발표했고 이를 또 희곡으로 각색해 무대에 올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1926년 가을, 작가의 대표작이자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친 희곡 <트루빔 가족의 날들>을 발표하는데, 극 예술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던 모스크바 극장에서 상연하여 큰 흥행을 거두게 됩니다. 이 작품 덕분에 한동안 침체되어 있던 모스크바 극장은 다시 한번 성공 가도를 달리는 전환기를 맞이할 정도였다고 해요. 이때 작가는 삼십 대 초반이었고, 이때부터 희곡 작가로 크게 유명해집니다. 스탈린은 이 작품을 무려 열다섯 번이나 봤을 정도로 팬이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대단한 대중적 인기와 스탈린의 작품에 대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반소비에트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어요. 심지어 작품을 그토록 애정 하던 스탈린조차 직접적으로 “불가코프는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언급합니다. 이때 시작된 작가의 작품에 대한 격렬한 비평은 그 뒤에도 끊임없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로 이어질 뿐 아니라 인생을 거의 잠식합니다. 1929년부터 1930년까지는 불가코프의 모든 작품이 출간과 상영이 금지돼 결국 생계가 막막한 지경에까지 이르러 소비에트 정부에게 편지로 자신의 금서 조치를 풀어주거나 망명이라도 허락해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무려 스탈린이 직접 작가에게 전화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해주지만 생계를 겨우 유지할 정도의 일로 중앙 노동 극장 감독과 동시에 모스크바 극장 감독 조수로 일할 수 있었고, 작가로서의 활동에는 여전히 제약이 있었어요. 시간이 좀 지나자 큰 흥행작이었던 <트루빔 가족의 날들> 을 모스크바 극장에서만 상연할 수 있게 허가했고, 새로운 희곡 <위선자들의 카발라> 도 상연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올린 신작<위선자들의 카발라> 또한 공산당 중앙 기관지에 대대적으로 혹평이 실리고 결국 이 일로 작가는 모스크바 예술 극장을 떠나게 됩니다. 악의적 비평에 시달리고, 볼쇼이 극장으로 옮겨 오페라 각색과 통번역 일을 하며 지내면서도 펜을 놓지 않았던 작가는 스탈린을 주인공으로 한 희곡 <바툼>을 완성합니다. 이 작품에 대해 스탈린의 승인도 받지만 결국 상연, 출간 모두 금지당해 세상에 내놓을 수는 없었어요. 이후 고혈압성 신장병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1940년, 채 50세가 되기 전에 사망합니다. 사후 약 15여 년이 지나 1956년부터 작가의 중단편을 모은 책들이 다시 출간되기 시작했고, 그를 기리기 위한 위원회가 설립되어 생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작가를 다시 한번 세상에 내보이게 됩니다.
2. 어떤 작품인가요?
'20세기 가장 위대한 러시아 소설'
- 뉴욕 타임즈 -
기묘하고 환상적인 모험담과 당시 사회의 현실적 면면들, 종교의 역사 속 장면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문학적인 방식으로 위트를 담아 그 시대 러시아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종교와 문학이라는 중심을 두고 사람들을 홀리는 악마와 세기의 걸작을 쓰는 작가, 그 작가를 끝없는 사랑으로 대하는 여인 마르가리타가 등장해 초현실적인 모험을 경험하는 판타지 소설이에요.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은 ‘거장’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끊임없이 악평에 시달려 고통받으면서도 펜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당시 작가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어요. 흥미롭고 신기한 에피소드들이 정신없이 이어지는 작품으로 이미 영화와 TV 시리즈로도 제작된 바 있습니다.
작가가 한창 유명세를 얻은 뒤 혹평에 시달리고 있던 1928년 구상을 시작했고 약 십 년간 집필하고 퇴고했으나 생전에는 출판하지 못했어요. 건강이 악화되어 병상에 누워있을 때 아내 엘레나에게 최종본을 구술하며 마무리합니다. 이 작품의 중요성, 위대함을 알고 있던 엘레나는 스탈린에게 편지로 출판을 허락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1950년대 후반에 작가의 문학을 기리는 위원회가 설립되고 당시 위원회장이었던 시인 콘스탄트 시모노프와 엘레나가 다양한 방법으로 이 작품을 출간할 기회를 모색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1967년, 검열된 내용으로 잡지에 싣게 되었는데, 같은 해에 파리에서는 무삭제 판본이 출판됩니다. 러시아에서는 1973에야 검열 없는 전문이 출판되었고, 그 이후 작가가 4차 퇴고한 원고를 기준으로 모든 원고를 취합하여 편집, 1989년 최종 판본이 재 출간되어 현재는 이 원고를 최종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하네요.
3. 분량과 난이도
제가 읽은 민음사 판본은 약 660페이지 정도로 꽤나 방대합니다. 두께에 약간 숨이 막힐 것 같아 마음 가다듬고 첫 장을 들춰보면, 왜 이렇게 분량이 많은지 바로 이해할 수 있어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 장면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고 대화체도 꽤 많이 등장해요. 이런 작품을 쓰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을까 싶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 내내 환상적이고 기묘한 이야기가 세밀하게 꽉 차있습니다. 페이지 수는 많지만 말 잘하는 이야기 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저 따라가는 마음으로 읽다 보면 신나는 모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입니다.
4. 이 작품의 매력
시끌벅적하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에피소드들을 힘 있게 이끌어갑니다. 당시 러시아의 경직된 분위기, 기득권의 무소불위 권력과 탄압, 시민들의 편법이 난무하는 시대를 묘사하지만 사실 눈물 나게 웃기고 황당무계한 에피소드들로 점철되어 있어, 읽는 내내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현실 풍자 코미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나는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한국에 사는 독자로서 당시 러시아 사회를 구경하는 것 외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교가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갖는 의미, 예술혼, 사랑, 성취 등등. 재미와 사색을 모두 안겨주는 책입니다.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
- 거장과 마르가리타, 미하일 불가코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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