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작가 및 책 소개

2021.06.23 | 조회 1.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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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의 고전 읽기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고전 문학 이야기

1. 존 스타인벡 (John Ernst Steinbeck / 1902.2.27 ~ 1968.12.20 ) 어떤 작가인가요?

 
 


자본주의 이면 불합리한 힘에 눌린 노동자들과 서민들의 고단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리얼리즘 작가로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가 중 한 명이며 196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쪽 풍요로운 자연에 둘러싸인 살리나스에서 공무원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접했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가정환경 때문에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했으나 중간에 1년여간은 학교를 다니지 않은 채 공사장과 목장, 공장 등을 전전했고 다시 복학했으나 결국 학업과정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자퇴합니다. 대학 재학 중에 이미 글쓰기에 열정이 있어 교내지에 단편을 싣기도 했고 자퇴 후에는 작가가 될 꿈을 품은 채 뉴욕으로 가 신문사 기자로도 잠시 활동하지만 기사로는 적합하지 않은 주관적인 글을 쓴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고 하네요. 여느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과 마찬가지로 출판사들을 찾아다니며 책을 낼 기회를 찾았으나 정식으로 작품이 출판되기까지는 여러 해가 지나야 했습니다.

1929년에 드디어 첫 소설 ‘황금의 잔 Cup of Gold’을 발표하게 되지만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이후에 발표한 또 다른 두 편의 소설 역시 주목받지 못하다가 1933년 발표한 그의 네 번째 소설 ‘또르띠야 평원 Tortilla Flat’ 이 처음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이때 비로소 간신히 작가로 자리 잡아 경제적인 안정도 갖추게 되었어요. 이후 발표한 작품들은 꾸준히 인기를 얻었지만 언제나 노동자,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그의 글은 때로는 정치적으로 맹렬한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그가 이삼십 대의 나이일 때 미국은 대 공황 시기였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작가는 당시 수많은 서민들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생활을 이어가며 많은 곳을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는 첫 번째 부인과의 결혼생활 약 12년 만에 집을 너무 자주 비운다는 이유로 이혼당한 걸로도 알려져 있는데, 가난했던 젊은 시절부터 훗날 작가로 명성을 얻은 후에도 언제나 미국과 세계 곳곳을 다녔고 그 과정에서 직접 목격하고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고단한 노동자의 삶과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썼습니다.

아내와 중고차를 사서 멕시코 여행을 하기도 했고, 스웨덴 선적선을 타고 아일랜드, 스웨덴, 구소련을 여행하기도 합니다. 1937년에는 오클라호마주 이주민들 사이에 끼어 서부로 이동하기도 하는데 이때의 경험을 통해 그의 대표작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를 집필했습니다. 1939년 발표한 ‘분노의 포도’로 퓰리처상과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 대중과 평단에게 인정받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갑니다.

끊임없이 작업했던 작가로 영화화된 소설도 여러 편 있었으며, 희곡, 르포, 사진집, 해양 생물 채집기, 기행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집필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종군기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종전 후에는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소련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뉴스데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유럽과 중동을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시에는 특파원 자격으로 베트남으로 떠나 참전한 둘째 아들을 만나고 오기도 하는 등 집에 가만히 앉아 들려오는 세상 소식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찾아다니며 세상을 보고 몸으로 생생하게 느끼며 살기를 원한 사람이었던 듯합니다. 1968년 60대의 꽤 이른 나이에 심장마비로 뉴욕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196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을 그의 역작이자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꼽습니다. 언제나 길을 떠나곤 했던 그답게, 자신의 반려견 찰리와 함께 직접 캠핑카를 운전해 미국 전역을 여행한 기록을 남긴 ‘미국을 찾아 떠난 찰리와의 여행’ 도 역시 많은 사랑을 받는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John Steinbeck at home in Sag Harbor c1962 © Popperfoto via Getty Images  https://www.ft.com/content/aa0c1cde-b855-11e9-8a88-aa6628ac896c
John Steinbeck at home in Sag Harbor c1962 © Popperfoto via Getty Images  https://www.ft.com/content/aa0c1cde-b855-11e9-8a88-aa6628ac896c

 

 

2. 어떤 책인가요?

 

스타인벡 최고의 작품. 거칠고 완고하면서도 부드럽고 드라마틱하다.

타임

 

들려주어야만 하는 이야기이며,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네이션

 

미국 대공황 시기, 거의 삼 년여간 모래폭풍 (Dust bowl 더스트 볼)으로 미국 중부에 끔찍한 가뭄이 지속된 적이 있던 193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오클라호마주(州)에서 소작인으로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던 사람들이 은행에 자신들의 터전을 빼앗기고 살길을 찾아 서부의 땅으로 떠나게 됩니다. 땅과 자연에 대한 애정과 땀 흘려 일한 노동을 바탕으로 소박하지만 부족한 것 없이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 자본주의 이면의 잔인한 칼날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가며 난민으로 전락해가고 그 속에서도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통해 희망과 존엄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비장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1939년 Dust Bowl (모래폭풍) 시기, 오클라호마
1939년 Dust Bowl (모래폭풍) 시기, 오클라호마

 https://www.oklahoman.com/article/4746134/upon-its-debut-grapes-fermented-wrath

작가가 1937년 오클라호마 이주민들 사이에 끼어 차로 서부로 이동하며 겪은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하여 1939년 발표했으며 당시 어려운 시기를 지내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수 세대에 걸쳐 일궈온 생활 터전에서 농민들이 자본가들에 의해 가차 없이 내쫓기는 잔인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보니 오클라호마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으나 그런 제재가 무색하게도 출간과 함께 즉각적인 대중의 반응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첫해에만 40만 부가 팔렸습니다.

퓰리처상과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1962년 그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에도 이 소설이 큰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의견이 많다고 하네요.

 

 

* 작가와 책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들을 참고했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67040&cid=59014&categoryId=59014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3179&cid=58814&categoryId=58829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456522&cid=43667&categoryId=43667

https://www.nobelprize.org/prizes/literature/1962/steinbeck/biographical/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John-Steinbeck

 

 

3. 분량과 난이도

민음사 판본으로 읽었으며 총 2권, 900여 페이지의 상당히 많은 분량입니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비장미가 흐르지만 시간의 순서에 따라 진행되고 상세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해 마치 영화를 보듯 이야기를 따라가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4. 이 책의 매력 포인트

모든 것을 다 잃은 한 가족이 생존을 위해 고된 길을 떠나고 어렵게 도착한 캘리포니아에서 여전히 쉽게 자리 잡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 즐거운 장면보다는 대체적으로 심란하고 우울한 모습을 더 많이 마주치게 됩니다. 심지어 이 책에서 끊임없이 비추는 자본주의의 비정한 이면과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서슴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주제이기도 하죠. 이렇게 마냥 편하게 읽을 수 없는 진지하며 심란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소설이지만 막상 책을 읽을 때는 그저 하나의 잘 짜인 영화를 보듯 정신없이 따라가게 되던 흡입력이 강한 작품이었어요. 주인공들의 여정을 쫓아가며 불길한 기운이 감지되면 저도 덩달아 불안해지고 사소하게나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느새 저도 마음이 놓이면서 짜릿하고도 즐거운 독서 시간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좋은 작품들이 그렇듯,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 역시 커다란 매력입니다. 종교, 부의 불균형, 차별, 난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생각하게 하면서도 순수하게 문학의 아름다움 역시 한껏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흙먼지는 아침에도 안개처럼 허공에 떠있었다. 태양은 선혈처럼 붉었다. 하루 종일 흙먼지가 조금씩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고, 다음 날에도 계속 떨어져 내렸다. 평평한 담요가 땅을 덮고 있는 것 같았다. 옥수수 위에도, 울타리 기둥 꼭대기에도, 전선 위에도 흙먼지가 쌓였다. 지붕 위에도 흙먼지가 쌓였고, 잡초와 나무 들도 담요를 덮은 것 같았다.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민음사 1권 p.13)



* 자세한 독후감은 며칠 뒤 발송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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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한결같은 빛을 발하는 고전 문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어요.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작가의 작품, 너무 유명해서  마치 읽은 것 같지만 사실 들춰본 적도 없는 책, 어릴 때 아동용 요약본만 읽었던 책들, 그런 고전들 위주로 읽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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