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모비딕(백경), 허먼 멜빌

고래처럼 거대하고 바다처럼 깊은 이야기 / 작가 및 책 소개

2020.12.15 | 조회 1.6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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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의 고전 읽기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고전 문학 이야기

두 번째 작품은 제가 막 읽은 따끈따끈한 책으로 소개할게요.

 

자신의 최애 작품이라며 추천하는 지인들이 여럿 있어서 과감하게 주문을 했는데 받아보니 엄청 두껍더라고요. 분량에 압도되어 조금 겁을 먹었지만 완독한 지금의 감상은 

'아, 이런 작품이었다니! 왜 이제서야!'  입니다. 

 

깊고 아름다운 소설인데, 제가 잘 소개할 수 있기를! 

 


허먼 멜빌모비딕을 소개합니다. 

역주가 책 뒤편에 있어요. 411번까지무려 20여페이지라서, 책갈피가 두개 필요했어요.
역주가 책 뒤편에 있어요. 411번까지무려 20여페이지라서, 책갈피가 두개 필요했어요.

 

 

1.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 1819.8.1 ~ 1891.9.28) 어떤 작가인가요?

고전 문학 작품을 읽고 나서 감상문을 정리할 때 한두 문장으로 함축한 작가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곤 하는데, 허먼 멜빌에 대해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문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긴 세월 동안 살아남은 작품을 남긴 작가들의 경우 대부분은 생전에 이미 큰 유명세와 경제적인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기에 그를 설명하는 화려한 수식어를 찾기 힘들다는 게 의아했죠.   

그의 일생을 살펴보니 그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초기작들로 유명세를 얻었으나, 중기~후기 작품은 비평가와 대중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점차 작가로서 잊혔었다고 하며 놀랍게도 모비딕 역시 당시에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 작품 중 하나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재평가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던 허먼 멜빌의 조부모들은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해 미국 뉴욕에 정착한 이주민들이었습니다. 부유한 상인 집안이었지만 작가가 11살경에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하고 2년 후 아버지가 결국 세상을 뜨게 되면서 정작 작가는 어려서부터 가난을 경험하게 됩니다.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생활을 꾸려나가고, 허먼 멜빌도 가장 노릇을 하는 맏형을 도와 은행과 상점의 잔심부름, 농장일, 학교 교사 등 생계를 위한 다양한 일을 하게 되죠.

가정 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길게 받지 못했고, 취업을 위한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공부를 이어나가기도 해보지만 계획대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형의 주선으로 1839년 뉴욕에서 리버풀로 가는 상선에 사환으로 취업하게 됩니다. 선원 생활의 첫 시작이었고 이 첫 번째 항해는 석 달로 짧게 끝났으나 이후 가정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자 결국 1841년 1월에 포경선을 타게 됩니다. 이후 약 3년에 걸쳐 세 번의 포경선 선원으로 생활하며 이 시기 경험을 바탕으로 1846년에 그의 첫 소설 ‘타이피 Typee’를 발표합니다.  타이피라는 식인 부족과 함께 생활하는 모험기를 다룬 이 작품은 발표하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으며 뒤이어 발표한 두 번째 작품 ‘오무 Omoo’ 역시 그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해주어 그는 작가로서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게 됩니다.

거친 해양 생활과 그에 얽힌 모험을 다뤘던 앞의 두 작품의 전형성을 탈피하려던 시도로 세 번째 발표한 작품 ‘마르디Mardi’는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고, 결국 대중들이 기대하는 작품을 다시 쓰기로 하며 다음 작품들을 발표했지만 초반만큼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작가는 그 사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고 또 다른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호손과도 교류를 하게 되며 시야와 문학 세계는 넓어졌으나 그의 실험적이고 철학적인 작품들은 당시 대중에게 또 비평가들에게도 큰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문단에서 인기는 예전 같지 않았어도 끊임없이 작품을 집필했고 자비로 출판을 하기도 하며 스스로는 작가의 길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출판사 파산으로 인세도 거의 받지 못한 채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생활하기도 했고, 아들 둘이 사망하는 슬픔을 겪으면서 차츰 예전만큼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이어나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노년에는 약 20여 년간 뉴욕 세관 감독관으로 근무하며 생계를 이어나갔으며 1891년, 72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사망할 당시 작가로 그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사후 100년이 지난 1920년이 되어서야 후대 문학가들이 그의 작품을 연구하며 뒤늦게 그의 작품들이 재평가되었으며, 현재는 미국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장편 소설 ‘모비딕’ 뿐 아니라 ‘바틀비’, ‘베니토 세레노’와 유작인 중편 ‘빌리 버드’까지 당시에 빛을 보지 못한 많은 작품들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2. 어떤 책인가요?

 

우주와 삶의 신비에 대한 끝없는 매혹, 그 비의를 찾으려는 탐구와 해석의 열망으로 가득 찬 대서사시

 

'리어 왕', '폭풍의 언덕'에 이은 영문학 3대 비극

 

 

1851년, 허먼 멜빌이 삼십 대 초반에 발표한 소설로 실제로 포경선의 선원으로 항해한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향유 고래를 사냥하는 포경선의 선주이자 노련하고 연륜 많은 선장 에이햅은 거대한 향유 고래 중에서도 더욱 특별한 흰고래 모비딕에게 다리를 하나 잃었고, 오로지 그 녀석을 다시 찾아내 복수하겠다는 목표로 다음 항해를 떠납니다.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선원들, 그들을 자신의 목표에 동참시키는 서슬 퍼런 선장의 집요한 복수심, 비극으로 끝날 배의 운명을 알면서도 그를 말리지 못하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 그들의 항해기가 생생하고도 극적으로 펼쳐집니다.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비극 소설의 전개를 따르고 있으나, 사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상세한 서술을 통해 특별한 생명체인 거대한 향유 고래에 대한 예찬과 함께 자연과 인간에 대한 고찰 등 사회적, 철학적인 문제도 함께 담아낸 작품입니다.

한동안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는 문학이 아닌 수산업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었다고 할 정도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작품 역시 출간 당시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 대중들에게 각인되지 않았고, 생전에 그가 이 책으로 얻은 수익은 고작 556.37달라라고 합니다.

문학적인 성향이 강했던 스타벅스의 초기 창업자들이 소설 속 일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그 이름을 차용한 게 알려지며 대중들에게 이 작품이 더욱 유명해졌으며, 2010년에 발견한 새로운 종의 거대한 향유고래 화석에는 ‘리바이어던 멜빌’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딴 학명을 붙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판본 삽화라고 합니다. 수직으로 올라온 고래의 모습!
초판본 삽화라고 합니다. 수직으로 올라온 고래의 모습!

 

작가와 책에 대한 내용은 책 뒤 작품 해설과 아래 링크들을 참고했습니다.

 

 

3. 분량과 난이도

제가 읽은 작가정신 출판사 판본은 가장 최근 완역본으로 주석과 설명을 제하면 약 680페이지였어요. 상당히 방대한 분량으로 극적인 고래 사냥의 장면들뿐 아니라 고래에 대한 지식과 항해 일지와 같은 내용들을 굉장히 세세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긴 호흡의 집중력이 필요했어요.

현대 소설을 읽는 것처럼 수월하게 넘어가는, 이 소설의 화자 이슈메일이 덤덤하게 회상하듯 서술하는 부분과, 연극적인 장면으로 전환되며 문어체에 가까운 독백이나 방백이 나오는 대목들이 섞여 있어 그 변화하는 리듬을 잘 따라가면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4. 이 책의 매력 포인트

미지의 세계인 고래잡이 어선과 그 선원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흥미진진해요. 어떻게 수입을 나누고 계약서는 어떻게 쓰며 출항 준비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배에선 매일매일 어떤 일상이 진행되는지, 각 선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선원들은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 고래를 발견하는 과정부터 몇 명이 한 팀이 되어 작은 배를 고래 가까이 가져가 누군가는 작살을 던지고 누군가는 노를 저으며 고래가 공격할 때는 어떻게 대처하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등등 도저히 평소에는 어디서 듣기도 힘든 이야기가 가득해요.

신비롭고 지적이며 거대한 고래에 대한 설명은 또 어떻고요. 너무 크고 특별해서 아름다운 모습과 그 생명체를 동경하면서도 사냥하려는 인간, 그 둘이 서로 공격하는 그 포악한 과정, 고래를 잡아 결국 해체하는 모습까지 원시성과 문명 사이의 모습들이 다면적으로 묘사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재와 배경 자체가 너무나 특수해서 극적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산문이었다고 해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일 텐데, 허먼 멜빌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비극 소설의 플롯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간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었어요.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 은유와 상징이 가득하고, 망망대해에서 사활을 걸고 지내는 사람들을 통해 주술적이면서도 종교적인 모습을 그리며 철학적인 문장을 한가득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결말, 이미 첫 시작부터 예견된 비극적인 마무리인데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마음이 쉽게 정리가 안되네요. 다양한 해석과 각자의 입장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작품이에요. 아직도 먹먹함이 가시지 않아, 다음 레터 발행까지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싶어요.

 

"그래, 퀴퀘그, 그 녀석 몸뚱이에 박힌 작살들은 모두 마개 뽑이처럼 비틀려 있다. 그래, 다구, 그 녀석의 물보라는 곡식 가리처럼 크고, 해마다 양털을 깎은 뒤 수북히 쌓아놓은 낸터컷 양털처럼 하얗다. 그래, 타슈테고, 녀석은 돌풍에 찢어진 삼각돛처럼 꼬리를 흔들지. 제기랄! 자네들이 본 녀석이 바로 모비 딕이다. 모비 딕, 모비 딕이야."

허먼 멜빌, 모비딕 (작가정신, p.215)

 

 

 

* 책의 상세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독후감은 12월 20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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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한결같은 빛을 발하는 고전 문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어요.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작가의 작품, 너무 유명해서  마치 읽은 것 같지만 사실 들춰본 적도 없는 책, 어릴 때 아동용 요약본만 읽었던 책들, 그런 고전들 위주로 읽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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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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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선주

    1
    almost 4 years 전

    오늘도 설레는 맘으로 레터를 열어봤어요. 모디빅에서 스타벅스라는 상호가 차용된 것은 알고 있었는데 신비로움 가득한 소설이네요, 다음 레터의 독후감도 너무 기대돼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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