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죄와 벌, 행운과 불운, 고결한 인품과 행동력 등 삶의 중요한 개념과 다양한 가치들과 함께 신분 상승, 또 다른 삶에 대한 갈망과 자유, 즉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질문을 기괴하고 기이한 사랑 이야기와 스릴과 서스펜스 넘치는 추리극의 형태에 담아낸 소설, 위대한 유산.
주간지에 연재를 할 목적으로, 심지어 점점 쇠락해가는 주간지의 판매 부수를 확 끌어올려야 한다는 중대한 의무를 품고 탄생한 소설이다 보니 매주 사람들을 계속해서 몰입하게 하고 다음 회를 기대하게 하는 장치가 필요했던 작품이에요. 처음부터 극적으로 시작해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쉴 틈 없이 이어집니다. 36회 주말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 보는 느낌!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듯한 기묘한 매력 속에 서정적인 명문장들과 위트 넘치는 표현들이 가득하고, 내용도 구성도 모든 것이 복합적이고 풍부해 독서의 즐거움을 실컷 만끽할 수 있었어요.
이번 뉴스레터는 독후감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내용의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조만간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살포시 문서를 닫아주세요. 이미 이 책을 읽으셨다면 저와 비슷한 감상이었는지 또 다른 의견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댓글 남겨주세요!
먼저 가시는 분들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책의 몇 대목을 남겨봅니다.
* 작가 '찰스 디킨스' 및 '위대한 유산'에 대한 스포일러 없는 간략 소개는 ↓
1. 아이러니의 연속
극 전체가 아이러니 그 자체로 모순되는 상황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이 책의 모든 흥미와 교훈, 감동과 반전은 이 아이러니에서 비롯되죠. 사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실제 우리들 삶도 아이러니의 연속이긴 해요. 찰스 디킨스는 그 삶의 모순들을 기막히게 포착해 극적으로 펼쳐 놓습니다.
일단 주인공 ‘핍’. 그의 태생과 성장과정은 모순 투성이에요. 나이 차이가 거의 스무 살 정도 나는 동생 핍을 자식처럼 ‘손수 키웠다’ 고 늘 얘기하는 누나, ‘조 가저리’ 부인은 실제로는 거의 학대에 가까운 양육을 합니다. 핍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마을의 성실한 대장장이로 일하는 ‘조’,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신의 매형이죠. 그는 덩치도 크고 힘도 엄청나지만 책에 등장한 딱 한 번의 꼭 필요한 순간인, ‘올릭’과 싸울 때를 제외하고는 전혀 완력을 행사하지 않으며 자신의 부인을 포함해 다른 이들의 난폭한 성향을 그저 받아주곤 합니다. 문맹에 가까우며 대장간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전히 무지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어느 누구보다 고결한 인품을 지녔으며 일관되게 선한 의지를 행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해요.
결혼하지 않았으므로 죽을 때까지 ‘미스’라는 존칭이 앞에 붙는 ‘미스 해비셤’.
미스 해비셤의 말과 행동이 대부분 정상적이지 않고 괴기스럽기까지 해서 고딕소설의 정수를 느끼게 하는 인물인데, 그녀의 속 사정을 차츰 알아가면서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독선적이고 자신만만했던 젊은 시절의 해비셤은 돈이 필요했던 이복동생과 모의한 사기꾼의 음모에 휘말려 마음도 크게 다치고 수치스러운 모욕을 당한 뒤 그때의 아픔과 괴로움으로 평생 화를 품고 살아가죠. 온 영혼 다 바쳐 사랑한 사람이 사기꾼이었고, 그 사람이 돈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 결혼식 당일 노쇼를 내서 의도적으로 개망신을 줬다는 걸 생각하면 누구인들 그렇게 활활 분노를 불태우며 내 인생 다 바쳐 과거와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복수하고 싶지 않을까요.
현실 세계의 우리는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과 의무들이 있기도 하거니와, 계속 분노를 품고 사는 것은 너무나 피곤하므로 죽을 때까지 에너지 가득하게 절망에 빠져있기 쉽지 않을 뿐이죠.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며 희망은 전혀 없는 픽션 세계의 인물인 미스 해비셤은 현실 세계의 우리와는 달리 평생 동안 복수의 화신이 되어 괴물처럼 살아갑니다. 어리고 아리따운 소녀 '에스텔라'를 양녀로 들여 본인의 복수심을 주입하는 기이한 양육을 하지요. 그녀의 미모와 매력으로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되 절대 사랑을 되돌려주지 못하게끔 공감능력 없는 차가운 아이로 성장시키는데 주력하지만 결국 그 딸에게 본인이 상처받고 거의 죽음에 이르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세상을 향한 복수는 결국 일생 동안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것밖에는 되지 않았어요. 인생을 건 분노와 복수만큼 사치스러운 동시에 인생을 낭비하는 것도 없다 싶습니다.
핍의 태생과 성장과정, 미스 해비셤, 그 외에도 이 작품 속 가득한 아이러니를 나열하다 보면 결국 주제에 직접적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이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핍의 유산 상속 과정과 이후 전개되는 주요 스토리 자체가 거대한 모순과 그로 인한 반전으로 점철되어 있어요.
핍의 유산 상속자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나, 핍을 포함 주변 지인들 대부분 (사전 정보 없는 독자들도 역시) 미스 해비셤일것으로 지레 짐작하지만 알고 보니 핍이 아주 어릴 때 우연히 마주친 탈옥수, ‘매그위치’가 상속인이었음이 밝혀집니다. 매그위치는 자신에게 자비를 베푼 꼬마를 잊지 못해 그야말로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심정으로 돈을 버는 족족 저축을 해 핍을 상류층 신사로 만들겠다 결심합니다. 문제는, 핍은 당시에 그저 어린아이가 느낄 수 있는 극도의 공포를 느껴 전혀 의도치 않게 선행을 베풀었다는 것이고, 따라서 유산 상속인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고마움보다는 소름 끼치는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누군들 안 그렇겠어요. 저라면 정신 나간 악마에게 제 영혼을 팔아 인생 말아먹었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핍을 후원하는 매그위치의 마음은 미스 해비셤의 복수심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그녀가 양녀 에스텔러를 또 다른 자신의 분신처럼 만들어 위로를 얻고 싶어 했던 것처럼, 매그위치 역시 복수심과 대리만족을 위해 핍을 후원합니다. 그는 출생부터 비참해 생존만이 존재해왔던 자신의 천한 인생과 운명에 대해 복수하고자 했어요. 신사로 키운 핍을 자신의 소유로 여기고 세상을 향해 ‘내가 가진 것을 보아라, 내가 창조해낸 신사가 여기 있다’라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핍에 대해 언급해야겠어요. 이 죄수가 갑자기 찾아와 본인의 신분을 밝힐 때 핍은 너무 놀라고 또 실망해서 이 모든 일에 관련한 다른 사람이 없는지 재차 물어봅니다 애초에 유산이 미스 해비셤이나 에스텔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줄 알았더라면 핍은 그 정체불명의 엄청난 재산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을 리가 없죠. 에스텔러에 대한 사랑에 눈이 멀어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이 너무도 강해 판단력이 흐려졌었어요. 핍은 유산 상속인의 정체를 알게 되자 마치 덫에 걸린 듯 느끼지만, 사실상 그 덫은 자신의 욕망이 스스로 놓은 것이었고 이는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언제나 어김없이 적용되는 불변의 법칙이기도 합니다. 그냥 주어지는 대가 없는 행운은 거의 없으며, 불행 중 많은 부분은 내 욕심에서 비롯되곤 하죠.
이 책을 원작으로 각색한 영화를 본 기억을 떠올리며 분명 미스 해비셤이 아닌 죄수가 유산을 물려준 것 같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 결정적인 장면은 언제쯤 나오는 건지,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모든 것이 밝혀지나 싶어 조급한 마음이 들 때쯤 돌연 이 소름 끼치는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것도 비 오는 날 으스스하게.
하지만 유산 상속자의 정체는 소설의 큰 흐름상 반전이 아니었어요. 그때부터 이야기는 또 다른 단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찰스 디킨스는 이 사형수와 핍의 관계를 통해 본격적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아이러니의 연속인 인생을 보여줍니다. 선한 의지에서 발현된 선행을 통해 세상 모든 것이 선순환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으나 실제 우리의 삶과 개개인의 인생이 모여서 이뤄내는 세상은 훨씬 즉흥적이며 복합적인 우연의 연속이죠. 의무와 책임, 분노와 어리석은 복수심, 양심이라 지칭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사람들의 공포나 죄책감, 그에 따른 순응과 포기, 욕심에 따른 맹목적인 행동들이 삶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힘에 상당 부분 관여합니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지는 이 유산 상속자의 등장 이후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그가 살아온 인생과 거칠고 천한 모습 뒤 그의 속 사정을 알아가면서 요즘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회 부조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가 저지른 행동들은 죄가 맞지만 그가 처한 상황에서 다르게 살 수 있는 선택이 얼마나 있었을 것이며 그는 과연 합당한 형을 선고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소설 후반부 결국 다시 사형 선고를 받을 때까지 매그위치를 보면서, 그리고 그 과정 동안 핍의 변해가는 태도를 따라가면서 독자가 느끼게 되는 감정 자체가 어쩌면 이 소설의 가장 큰 아이러니일지도 모르겠어요. 핍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그 사형수에게 동정이 아닌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란 건 상상조차 못했죠.
2. Great Expectations
한국어로 ‘위대한 유산’으로 번역된 이 책의 원제는 의미가 다소 다른 Great Expectations입니다. 어떤 것에 대한 굉장한 기대감들을 뜻하죠. 사랑, 부, 또 다른 삶, 자유 등 이 기대는 아마도 핍이 어릴 때부터 지닌 다양한 갈망일 듯합니다. 어쩌면 핍 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들 모두 각각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기대들을 아우르는 걸 수도 있겠어요.
이 기대들은 확실히 삶을 움직입니다. 막연할 수도 있고 구체적일 수도 있으나 뭐가 되었든 그런 감정은 우리를 앞인지 옆인지 뒤인지 모르는 어디론가 이끌어 두려움을 넘을 용기를 내게 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하죠. 하지만 이 갈망이 반드시 옳은 방향으로 인도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욕망이나 목표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경험하는 변치 않는 진리와 교훈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사랑
정신없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세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데에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사랑이 큰 몫을 하죠. 기이하고 음침하며 숨 가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도중, 사랑들과 거기서 비롯되는 선한 마음들로 이 책의 속도와 완급이 조절되고 작품의 깊이도 완성됩니다.
핍의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 것은 조의 사랑 덕분이었어요. 진정한 친구 허버트에 대한 사랑으로 핍은 그를 후원하게 되고 이는 핍이 스스로 말하는 ‘유일하게 행한 선행’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핍의 인생을 나아가게 하고 방향을 결정지은 건 결국 에스텔러에 대한 사랑이었어요. 그 사랑에 대한 문장들은 특히나 서정적이며 아름답고 날카롭습니다.
4. 에스텔러
미스 해비셤 만큼이나 독특하고, 핍 만큼이나 존재감 있는 인물 에스텔러. 그녀의 성장 과정은 비현실적이지만 범접할 수 없는 차가운 매력을 지닌 채 조숙한 듯 무기력한 그녀 인물상 자체는 상당히 현실적이기도 하죠.
에스텔러는 어린 나이 미스 해비셤의 양녀로 입양되어 음침하고 폐허 같은 거대한 저택에서 세상 사람들의 교활함과 악덕을 재빨리 간파하고 관심과 사랑을 받되 거기에 응답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는 결혼을 결심하는데, 어이없게도 그 많은 구애자들 중 가장 보잘것없는 벤틀리 드러믈을 배우자로 선택해요. 의중을 알고 싶어 하는 핍에게 에스텔러는 현재 자신의 생활이 지겨워져서, 어차피 자기는 어떤 남자던 다 똑같이 관심 없고 상관없기 때문에 아무나 선택했다고 대답합니다.
차가운 머리와 피를 가졌을 것 같은 에스텔러는 그렇게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사는 게 따분하고 어떤 남자던 자기에겐 결국 다 똑같이 큰 의미 없으니 뭘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미스 해비셤이 사랑에 눈멀고 귀먹어 사기꾼을 좋은 남자라고 확신한 것과 비슷한, 그저 방향만 다른 큰 착각이었죠.
그녀처럼 차갑고 곁을 주지 않는 사람 옆에는 결국 좋은 남자들은 남아있지 못하겠죠. 자신들의 정성과 사랑이 올바르게 응답받지 못한다 느끼면 제대로 된 남자는 상처를 안고 신사답게 물러서기 마련이고 돈만 많고 무식하며 멍청한 벤틀리만이 뭐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그저 그녀 옆에 남아있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의지 없는 무기력한 에스텔러는 가장 쉽고 편한 방법으로 즉, 그저 가장 ‘열심히’ 구애하는 사람을 선택해버립니다. 그녀의 이런 선택은 우리가 살면서 저지르는 많은 실수와 닮아 있다 느꼈어요.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고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건 없건만, 이상하게도 더욱 중요하고 그래서 더더욱 결정하기 힘든 것들을 자꾸만 쉽게 처리하려다 발을 헛디디곤 합니다. 사랑, 취업, 뭐 그런 것들. (네, 그렇죠, 제 이야기예요.)
이는 다른 한편, 자신감이나 주체성의 결여에서 비롯되기도 하죠. 에스텔러는 어디서나 사랑받고 관심받았지만 자신은 정상적인 삶은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자기의 삶은 양어머니의 지배 아래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정된다고 생각했고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상상해볼 수가 없었겠죠. 어쩌면 자신의 치명적인 결함을 너무 크게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왕이면 가장 덜 미안할 남자로, 그리고 자신의 결함이 어떤 것인지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할 사람으로 배우자를 선택했을지도 모르겠어요.
5. 못다 한 이야기
이 책의 매력을 일일이 나열하다 보면 끝이 날 것 같지 않아요. 뭘 이미 한참 적었는데도, 못한 말이 가득하네요.
핍의 폭력적인 양육 과정이라던가, 아주 초반 탈옥수가 불쑥 등장하는 장면, 몇십 년째 웨딩드레스를 그대로 입고 지내는 미스 해비셤의 기괴하고 으스스 한 저택, 곰팡이와 벌레가 가득한 그녀 저택에 여전히 놓여있는 웨딩 케이크 등등 불량식품 같은 고딕소설의 매력이 가득했어요. 소설 후반부 매그위치의 탈출을 감행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그 와중에 당사자인 매그위치가 취하는 모든 걸 초월한듯한 태연한 태도는 이 서스펜스에 깊이를 더해주죠.
등장인물들은 또 하나같이 어찌나 개성 넘치며 존재감들이 있는지. 누나 조 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핍의 후견인이자 런던 최고의 변호사 재거스, 완벽한 워라벨을 지켜내는 웨믹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동경하는 인물상이에요. 자신의 본분을 정확히 파악하며 그 안에서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하고 일과 사랑, 우정, 가정, 자신의 모든 것을 본인의 방식대로 일궈 나가는 사람. 제가 평생 이뤄내지 못할 어떤 경지랄까), 핍의 선하고 솔직한 친구 허버트, 그리고 책을 덮고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애잔해지고 벅차오르는 조와 비디 등.
지금 언급한 사람들보다 비중이 훨씬 적은 다른 인물들 역시 그냥 넘어갈 사람들이 없어요. 핍에게 자꾸 산수 문제를 내는 펌블추크와 결국 런던의 소극장 배우로 나선 웝슬, 몇 장면 등장하지 않지만 확실히 기억에 각인되는 허버트의 부모, 천하의 나쁜 놈 올릭, 심지어 후반부 바닷가 어느 여인숙에서 마주친 허드렛일하는 남자까지, 영화로 치자면 대사가 한 줄이라도 있는 사람은 그냥 지나가는 법 없이 존재감이 돋보입니다.
순정 가득한 러브 스토리, 미스테리에 스릴, 서스펜스까지...한껏 차려진 만찬을 배부르게 먹은 느낌이 들던 책이었고, 비극과 희극이 버무려지며 훈훈하고 감동적으로 끝나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작품이었어요. 찰스 디킨스를 왜 셰익스피어에 견주는지, 왜 그가 당대에 스타 대접을 받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던 책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관통하는 건 결국 핍의 에스텔러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사랑이죠. 오늘 뉴스레터는 핍의 절절한 심정을 옮기며 마무리 할게요.
이 책을 이미 읽으신 분들 함께 감상 나눠요. 댓글 남겨주세요!
다음 뉴스레터는 12월 15일에 발행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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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
10일 처음으로 레터를 받았어요. 찰스 디킨스, ‘마틸다’라는 영화에서 천재 여주인공이 5살에 모두 섭렵한 위대한 작가. 그의 명작을 무수히 스치기만 했지 정작 제대로 독서한 적이 없었어요. 제 첫 레터에서 만난 ‘조’라는 인물이 저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어요. 첫 직장에 취직해 한달차인 저에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참 날이 선 대화에 불평불만을 많이 늘어놓더군요. 저는 조처럼 온화하고 심성이 착한 사람이에요. 제가 가진 선한 영향력이 주변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순박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을 지향하는 저는 레터의 p17 p119 내용이 참 와닿았어요. 그래서 약 한달여만에 짬을 내서 필사했어요. 감사합니다. 15일이 기대돼요.
안느의 고전 읽기
이 책에서 처음엔 조가 그저 순박한 정도로 느껴지다가 중간 중간 우직하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지다가, 마지막엔 찬란하게 빛이 나요. 소탈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 삶의 모습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은 소설이던 현실이던 동일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꼼꼼히 읽어주시고 와닿는 대목까지 정성스럽게 댓글로 공유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다음번 레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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