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 영화계 '아이돌', A24 총정리(1)

안녕하세요, 에디터 고레입니다.🐳

매주 목요일 콘텐츠와 관련된 마케팅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극장가가 예사롭지 않아요! '인사이드 아웃2'가 흥행 가도를 달리며 개봉 28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있는 한편,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 있거든요. 바로, 독립·예술 영화의 약진입니다. 2014년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아트버스터'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흥행하여 국내 독립·예술 영화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다주었어요.🎨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기를 피할 수 없었지만, 2022년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일명 '다니엘스'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반향을 일으키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독립·예술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된 상황이에요.🔥 또 '기생충'의 대활약 이후 아카데미 등 국제 영화제 수상작에 대한 관심 역시 늘어나며 올해 상반기 개봉한 '괴물', '추락의 해부', '가여운 것들' 같은 작품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뒀죠.🏆

지난주 일분 뉴스에서도 소개해 드렸듯, 최근 과거의 명작들이 속속 재개봉하며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경험해 보지 못한 과거의 작품들을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CGV 아트하우스, 메가박스 아트나인 등 멀티플렉스들도 독립·예술 영화 위주의 특별관을 갖추고 있는데요. 특히 젊은 관객층의 니즈를 파악해 각종 기획전을 펼치고, 재개봉작을 대상으로도 활발한 굿즈 제작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처럼 독립·예술 영화 '붐'은 이미 찾아온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 오늘의 주인공, ‘A24’가 있습니다!👀

Today's 브로필 (Brand Profile)

A24?

A24 Films LLC(이하 A24)는 미국 뉴욕 소재의 영화 및 TV 제작·배급사예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문라이트', '미나리', '패스트 라이브즈' 등 숱한 화제작을 보유하고 전 세계의 독립·예술 영화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계 '아이돌'이죠. 지금은 산하에 자회사 A24 텔레비전, A24 인터내셔널, 그리고 A24 올 액세스를 두고 있는 A24는 2012년, 중소 배급사로 화려한 역사를 시작했어요. 영화계 각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세 인물이 회사 설립에 참여했는데요, 구겐하임 파트너스 영화 투자 그룹 수장이던 다니엘 카츠, 빅 비치 제작 본부장 존 호지스, 그리고 오실로스코프 대표 데이비드 펜켈이 그 주인공이었죠. 현재 다니엘 카츠는 A24의 회장, 데이비드 펜켈은 CEO를 맡고 있으며, 존 호지스는 회사를 떠난 상황이에요.

A24라는 이름은 재밌게도 회사 설립을 떠올렸던 당시 다니엘 카츠가 운전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고속도로 번호에서 따왔다고 해요.🛣️ 그러나 브랜드 입지가 탄탄해진 지금,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회사명의 비화는 일종의 스토리텔링 요소로까지 기능하고 있죠. 뭔가 추상적이고, 미스터리하면서 뒤에 숨겨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A24의 브랜드 이미지와도 맞아떨어진다고 느껴져요.😄

2012년 이 세 명의 뉴요커들이 A24를 설립할 때 목표로 삼은 것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온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관객을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예술 영화계로 끌어들이는 것이었어요. 시기적인 배경을 볼 때 영화계도 이들의 등장을 원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당시 미국의 독립·예술 영화계에는 '킹스 스피치',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등으로 큰 성공을 거둔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자리 잡고 있었어요. 그러나 이들의 최우선 순위는 예술성이 아니었죠. 더구나 와인스타인 컴퍼니를 설립한 하비 와인스타인이 성추행 논란으로 해고되었고, 결국 2018년, 회사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됩니다. 또한, 당시 경제 불황으로 인해 미국에서 모험적인 인디 영화사들이 줄지어 무너지며 그 틈새를 채울 진정한 인디 영화사가 부재한 상황이었죠. 그리고, A24가 그 자리를 당당히 꿰찼어요.😎

A24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들은 이미 하나의 '문화 현상'

얼마 전, 데이팅 앱 '틴더'의 미국 사용자 사이에선 취향란에 'a24'라고 한 단어를 툭 적어놓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해요. 'a'를 무심하게 소문자로 적는 데서도 알 수 있듯 A24가 쿨하고 힙한 취향의 대명사 격으로 사용된 것이죠. 또 소호 거리에는 A24 로고가 적힌 옷을 입고 길을 걷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고, 심지어 A24 로고를 몸에 문신으로 새긴 사람들도 있을 정도예요. 뉴욕의 잡지사 '벌처(Vulture)'는 A24를 다룬 기사에서 A24를 테마로 한 파티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어요.😮

이러한 성과는 정말 놀랍다고밖에 말할 수 없어요. 지금 그들은 단순한 영화 제작·배급사에 그치지 않아요. 하나의 브랜드,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해석되고 있죠. 'A24 컬트'라는 표현까지 존재할 정도예요. A24는 단순히 비평이나 흥행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서가 아니라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자신들만의 철학으로써 브랜드 정체성을 수립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확고한 팬덤을 만들었어요. 영화의 감독이나 배우가 아닌 제작사가 팬덤을 가지는 이례적인 성과를 이루었죠. 디즈니와 MCU같이 제작·배급사에 대한 팬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들의 인기가 개별 작품의 스토리와 세계관, 그리고 캐릭터에서 비롯되었다면, A24는 브랜드 그 자체가 열광의 대상이 되고 있답니다. 특히 이러한 A24의 성과는 현재 다채널 시대에서 소비자들이 주로 매체나 브랜드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하기보다 콘텐츠 중심적인 선택을 하고 콘텐츠 자체에 높은 충성도를 가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고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어요.🤓

A24는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스튜디오를 넘어 브랜드, 나아가 문화 현상으로까지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 1부에서는 A24 작품의 특징과 그 배경을 알아볼게요!🔍

A24만의 영화 취향 이해하기

시작은 배급부터, '작가들이 재능을 펼치는' 환경

설립 초창기, A24는 배급만을 전문으로 시작했어요. 여기서 잠깐, 미국의 영화 시장은 크게 제작과 배급, 상영의 단계로 나뉘어요. 이는 한국 영화 시장과도 큰 차이가 없는데요, 먼저 제작은 말 그대로 영화를 촬영하고 제작하는 단계예요. 배급은 영화의 판권을 구매해 이를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극장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전달하는 단계이죠. 트레일러 제작 등 마케팅에 관한 작업도 배급 단계에서 이루어진답니다. 이렇게 전해진 영화가 상영을 통해 마침내 관객에게 닿게 되는 거예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디즈니나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 소니와 같은 거대 회사들은 제작과 배급을 동시에 해요. 영화를 제작하고, 예고편을 만들고, 이를 스크린에 거는 과정까지 직접 관여하는 셈이죠. 하지만 독립·예술 영화들은 그럴 사정이 못돼요. 배급자의 눈에 들길 바라며 선댄스나 트라이베카 등의 영화제에 나가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죠. 이러한 영화 산업의 구조를 알면 이어질 A24의 행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어요!🎬

다시 돌아와, 창사 초기 A24는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와 저예산 인디 영화로 양극화된 할리우드 영화 시장에서 좋은 인디 무비들을 찾고 판권을 사는 배급에 집중했어요. 제작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죠. 이들은 특히 "뛰어난 작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환경을 만들면 큰 기회가 온다"는 철학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어요. 당시 할리우드에는 해외 시장을 고려한 무난한 영화만을 지원하는 풍토가 팽배했고, 양극화된 시장에 재능 있는 영화인들은 이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어요. 이들에게 제작진의 자율권을 전적으로 보장하는 A24의 제안은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A24 영화의 특징

2013년 '찰스 스완 3세의 머리 엿보기'를 시작으로 A24는 그들만의 취향과 분위기가 묻어 있는 작품들을 축적하기 시작했어요. 하모니 코린의 '스프링 브레이커', 소피아 코폴라의 '블링 링' 같은 청춘 영화들이 초창기 스튜디오의 탈 주류 이미지를 형성했고, 조나단 글레이저의 '언더 더 스킨',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 알렉스 가랜드의 '엑스 마키나' 같은 지적인 SF 영화들은 A24의 독보적인 안목과 취향을 드러냈어요. 무엇보다 아리 애스터의 '유전', 로버트 애거스의 '더 위치', '라이트 하우스',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의 '잇 컴스 앤 나잇'은 천천히 조여오다가 결국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신비로움으로 승화되는 A24만의 호러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죠. 이후 제작으로 영역을 확장하고서도 이러한 독보적인 A24의 색깔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A24의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장르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에 그 특징을 딱 잘라 말할 순 없어요. 새롭고, 다채롭고 강렬하다는 추상적인 표현이 비교적 설득력 있게 A24 영화를 아우르죠. 그럼에도 A24 영화의 공통점을 몇 가지 꼽을 수 있는데요. 먼저 트렌드를 이끌고 시대정신을 탁월하게 캐치한다고 평가받는 만큼, A24의 영화는 영화사에 획을 그은 '대작' 예술 영화들에 비해 젊은 층이 접근하기 쉬워요. 실제로 A24의 팬층은 젊은 세대에 집중되어 있고, 대표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한창 MCU를 필두로 각종 영화, 소설에서 앞다투어 다루던 '멀티버스'라는 트렌디한 소재를 차용했죠.😎

두 번째는 작가주의적 성격과 장르의 관습이 절충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같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다른 멀티버스 소재 영화와는 접근의 궤를 전혀 달리 해요. 무한한 형태의 넓은 우주 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이에 비해 지극히 미미한 우리들의 세상에 애정어린 관심을 드러내죠. 이처럼 통상적인 소재를 다루거나 장르의 관습을 따라 젊은 층의 접근을 쉽게 하면서도 작가 고유의 독특하고 신선한 해석을 가미해 '뭔가 다르다.'라는 A24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랍니다. 작가주의 성격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A24의 영화는 그래서 개봉 후 온라인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어 영화광들의 해석 경쟁을 유발해요. 또 사건 중심의 객관적인 연출보다 제작자의 혹은 인물 중심의 주관적인 시선에서 작품을 연출하기 때문에 색감이나 디자인 역시 시각적으로 강렬한 표현주의적 영화들이 주를 이루게 되죠. 특히 이러한 강렬한 시각 요소는 관객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기 때문에 추후 다룰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작용해요.👀

A24 영화 뜯어보기 

1️⃣스프링 브레이커스

'스프링 브레이커스'는 A24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초창기 대표작이에요.

과장되리 만큼 강렬한 표현주의적 연출이 활용되었고, 영화 전반에 쓰인 네온 색감은 A24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죠. 이러한 시각 요소는 밈으로 활용하기 좋은 시퀀스들과 결합해 시청자들을 후킹하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또한, 과거 디즈니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며 청소년의 우상이었던 셀레나 고메즈와 같은 배우들을 성, 허무주의, 폭력, 마약과 같은 소재와 결합시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이미지 변신에 충격을 느끼게 했어요. 이런 파격적인 시도들은 A24가 팬을 모으는 방법을 축약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기보다, 한 명의 충성스러운 팬을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죠.🤩

2️⃣존 오브 인터레스트

지금, 가장 핫한 독립·예술 영화를 꼽으라면 이 두 작품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러브 라이즈 블리딩'입니다. 다른 영화들과는 '뭔가 다른' 두 작품이 독립·예술 영화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놀랍게도 두 작품 모두 A24가 참여했다는 사실! 이처럼 국내 독립·예술 영화 시장에서도 A24의 존재감은 막강해요.💪

먼저 지난 6월 개봉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벌어진 유대인 학살에 관한 영화예요.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는 많이 있어 왔지만,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아요. 처참하게 죽어간 유대인들의 모습을 담는 대신, 수용소 옆 주택에서 살아가는 독일군 장교 가족의 지극히 평화로운 일상을 그려내 더욱 비극적인 효과를 자아내죠. 특히 청각·시각적 효과의 활용이 돋보였어요. 시각적으론 지극히 일상적인 가짜 평화를 보여주면서 청각적으론 카메라 외부의 폭력을 소름 끼치는 음향으로 담아 두 감각을 충돌시켰죠.💥

이를 바탕으로 제76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 및 칸 사운드트랙 상을 받았고, 제96회 아카데미에서 장편 국제 영화상과 음향상을 수상했어요. 작품성과 더불어 이러한 '영화적 경험'이 중요한 작품으로 입소문을 타게 됐고, 결과 현재까지 누적 1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올해 개봉한 외국 독립·예술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어요. 독립·예술영화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3만 명을 넘어서면 '흥행' 수식어가 붙을 정도라고 하니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성적은 매우 성공적임을 알 수 있겠죠!🏅

3️⃣러브 라이즈 블리딩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바로 어제, 7월 10일 개봉한 따끈따끈한 신작이에요. 데뷔작 '세인트 모드'로 할리우드에 세대교체를 알린 로즈 글래스 감독의 작품으로, 0.001초 만에 서로에게 빠져든 '루'와 '잭키'가 상상도 못 할 살인을 저지르며 펼쳐지는 범죄 로맨스 영화랍니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작이었기도 한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으로 유명한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러브 라이즈 블리딩' 역시 기존 영화들과는 어딘가 다른 점들이 많아요.🧐

먼저 퀴어 로맨스 장르를 선택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다른 퀴어 로맨스 영화와 달리 해당 소재를 풀어내는 데 크게 집중하지 않아요. 대신, 미국의 국가적 위세가 하늘을 찌르며 스타들 역시 근육질의 마초 스타일의 남성들이 각광받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 캐릭터를 내세워 스테로이드와 총 등을 소재로 반항과 폭력을 그려내고 있죠. 영화는 로맨틱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요. 이와는 정반대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연출, 레트로하고 펑키한 사운드, 그리고 강렬한 미장센으로 그야말로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는 작품이랍니다.🔥

이처럼 A24는 현재 독립·예술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막대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이들의 철학과 작품 세계를 뒷받침하는 경영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스튜디오를 넘어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을까요?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2부에서 이어집니다. 다가올 2부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