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음식 전문 번역가 정연주입니다.
한날한시에 만나려는 듯이 피어나는 봄꽃들은 잘 감상을 하셨나요?
제 출근길에는 햇볕 잘 받는 곳에 벚나무가 세 그루, 종일 크게 햇볕을 볼 일이 없는 곳에 목련나무가 두 그루 있어서 벚꽃이 만발하고 꽃비가 내리는 중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목련을 매일 관찰했습니다. 지금은 모두 잎이 자라나고 대신 라일락이 피고 있지요. 지구온난화는 걱정입니다만 그래도 봄이 오고 만물이 소생하니 역시 세상만사도 비로소 굴러가기 시작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있습니다.
출판업계에도 봄이 온 듯, 당장 소개하고 싶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특히 4월에 재미있는 책들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역시 놀기 좋은 계절이 책 읽기 좋은 계절이기도 한 것일까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요리 역사와 개인사, 레스토랑 업계의 역사가 교차하는 각종 에세이, 성공을 보장해줄 듯한 베이킹과 하와이 요리, 새로운 BBQ 등 좁은 주제를 깊게 풀어내는 레시피북 신간을 큐레이팅했습니다.
영감을 주는 책 리스트, 아래에서 함께 살펴보시죠.
봄 영미권 신간 - 에세이 편

Main, Middle & Gay
저자: Patrick O’Connell
출간일: 2026년 9월 15일
미국 버지니아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The Inn at Little Washington의 셰프이자 창립자인 패트릭 오코넬의 회고록입니다. 레스토랑이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의 삼거리에서 따온 제목이라고 하는데요, 한적한 시골 폐차고에서 시작한 식당이 미쉐린 스타로 성장하기까지, 미국 요리를 대표하는 셰프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여정을 개인적 서사와 함께 풀어냅니다.
특히 1950년대에 성장한 게이 청년으로서의 정체성, 유럽을 여행하며 독학으로 요리를 익힌 경험, 개성 강한 동료들과 함께 밀고 나가는 레스토랑 업계의 치열한 현장이 핵심 서사라고 해요. 셰프 개인의 성장기이자 레스토랑 산업의 이면을 보여주는 기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베어' 드라마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On Eating
저자: Alicia Kennedy
출간일: 2026년 4월 14일
음식 저널리스트 앨리샤 케네디가 '먹는 사람에서 요리하는 사람'으로 변화해 온 개인적 여정을 따라가면서 음식이 단순한 취향을 넘어서 윤리와 정치,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한 에세이입니다. 어린 시절의 식탁에 대한 기억에서 비건 마이크로베이커리를 운영한 경험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음식이 삶의 방향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특히 '맛있음'과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개인의 식습관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도록 유도합니다. 음식이 단순한 소비가 아닌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동시대의 음식 에세이의 주요 흐름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Salt, Sweat & Steam
저자: Brigid Washington
출간일: 2026년 4월 28일
트리니다드 출신의 요리사이자 작가 브리짓 워싱턴이 출간한 회고록입니다. 미국 최고의 요리 학교 CIA에서의 교육 과정을 중심으로(!) 셰프가 되기 위해 요구되는 현실적인 훈련과 경쟁을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해요. 무급 인턴십, 혹독한 실기 시험, 고된 일상 속에서 음식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는 내용이 주요 서사입니다.
CIA는 흑백요리사에 등장한 많은 셰프들이 나온 학교이기도 하죠. 이 책은 그 요리 학교의 모습뿐만 아니라 여성이자 이민자인 배경을 가진 학생의 시선에서 요리 교육과 업계 문화를 조명한다는 점이 차별화됩니다. 학교 신문 편집자로 활동하면서 다니엘 불뤼, 토마스 켈러 등의 미식업계 인물을 인터뷰한 경험도 담겨 있다고 해요. 최근의 요리 학교 기반 회고록 흐름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The Secret History of French Cooking
저자: Luke Barr
출간일: 2026년 3월 17일
음식 저널리스트 루크 바르가 1960~70년대 프랑스 요리계의 혁명인 누벨 퀴진의 탄생 과정을 조명한 책입니다. 폴 보퀴즈, 트루아그로 형제 등 쟁쟁한 셰프들이 전통 중심의 프랑스 요리를 뒤흔들며 ‘셰프=창작자’라는 개념을 정립해가는 과정이 핵심 서사입니다.
신선한 재료, 짧은 조리 시간, 글로벌한 재료 활용 등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리 방식이 이 시기에 어떻게 등장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남성 중심이었던 당시 업계에서 활동한 여성 셰프들의 존재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미식 평론가의 역할까지 함께 다루며 요리 문화의 권력 구조를 드러냅니다.
이 시기를 통해 현대 레스토랑 문화와 ‘셰프의 스타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음식사와 레스토랑 문화 이해에 중요한 맥락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봄 영미권 신간 - 레시피북

Aloha Veggies: Veg-Forward Recipes Celebrating the Flavors of Hawai‘i
저자: Alana Kysar (출판사: Ten Speed Press)
출간일: 2026년 4월 28일
하와이는 제가 유일하게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도시인데요, 이 책은 하와이 출신 연구가가 채소 중심으로 재해석한 하와이 로컬 요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포케, 로코모코 등 대표적인 하와이 음식을 식물성 중심으로 변주했다고 해요. 살펴보니 의외로 식물성 음식들과 잘 어울리는 풍미와 조합을 보여주는 것이 하와이 요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의 기본 레시피에서 여러 가지 변주를 제시하는 방식이라 활용도가 높고요, 농가와 생산자 이야기가 함께 나와 재료 중심의 요리책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해요. 채식 요리를 단순한 대체 식단이 아닌 지역 음식 문화의 확장으로 다루는 사례입니다.

Obsessed with the Best: 100+ Methodically Perfected Recipes Based on 20+ Head-to-Head Tests
저자: Ella Quittner
출간일: 2026년 2월 24일
'최고의 레시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실험적으로 탐구한 요리책입니다. 표지부터 이미 버터와 정제 버터, 올리브 오일, 식용유, 코코넛 오일로 각각 부쳐본 팬케이크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고 있죠. 이런 종류의 레시피는 정말 '무엇이 달랐을까'를 듣고 싶어서 너무 궁금해집니다.
로스트 치킨, 비스킷, 파스타 등 일상적인 메뉴를 중심으로 조리 시간, 식감, 풍미 등 기준을 각각 비교해가며 최선의 선택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하는데요. 초콜릿 칩 쿠키는 32개, 보드카 소스는 25개를 만들었대요. 일본과 이탈리아 등 다양한 지역의 조리법을 탐색한 취재형 에세이도 함께 담았다고 합니다. 실험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New School Barbecue
저자: Evan LeRoy and Paula Forbes
출간일: 2026년 3월 12일
텍사스 오스틴의 바비큐 레스토랑 LeRoy and Lewis의 피트마스터가 출간한 현대적인 바비큐 레시피북입니다. 스모킹과 그릴링 기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면서 소위 '올드스쿨' 방식을 재해석한 '뉴 스쿨'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이름이에요.
무엇보다 바비큐를 하나의 메뉴라기보다 조리 방식으로 보면서 다양한 육류, 채소, 디저트까지 확장 적용하고 있다고 해서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호쾌함의 대명사인 전통 텍사스 바비큐에 어떤 새로운 재료와 풍미를 도입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달까요?
봄 일본 신간 - 레시피북

부드럽게 풀리는 포근한 주먹밥. 3성급 쌀 마이스터가 전하는 밥 짓는 법과 주먹밥 쥐는 법
저자: 永田裕希子
출간일: 2026년 03월 18일
시즈오카에서 주먹밥 가게를 운영하는 쌀 전문가가 선보이는 책. 밥 짓기와 주먹법 쥐는 기술에 집중한 전형적인 실용서인데요, 저는 원래 하나의 메뉴를 깊게 파고드는 일본 스타일의 요리책도 상당히 좋아합니다.

저자는 100년 전통의 쌀가게 집안 출신으로, 삼성(三ツ星) 쌀 마이스터 자격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요. 난부철기 솥을 활용한 밥 짓기부터 입 안에서 부드럽게 풀리는 주먹밥 쥐는 법까지 디테일하게 알려준다고 합니다. 연어, 명란 등 기본 속재료에서 로스트 비프, 카레 콘치즈 등 변주 메뉴까지... 일단 너무 궁금해지네요. 계절별 조합과 곁들임 메뉴까지 구성해서 '한 끼 식사'로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기본기와 디테일을 강조하는 밥 요리책이네요.

류지식 살아가기 위한 도시락
저자: リュウジ
출간일: 2026년 3월 27일
쉽고 간단한 레시피북으로 인기인 요리연구가 류지가 처음으로 발간한 도시락책! 고물가에 바쁜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도시락을 목표로 저렴하고 빨리 만들 수 있으면서도 맛있는 레시피 100개를 실었다고 합니다.

살펴봤는데 파스타 도시락, 샌드위치, 보온병에 담은 국물 요리 도시락까지 다양한 주제가 들어가 있었고요. 류지답게 단순한 반찬이나 메뉴도 다양하게 변주해서 아이디어를 얻기 좋게 해두었더라고요. 이런 뭐랄까... 다이제스트식 구성 책도 항상 하나쯤 사두고 싶어지죠.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였습니다.

피차이올로 나폴레타노의 기술: 전통에서 혁신으로의 과학적 검증
저자: 파올로 마시
출간일: 2026년 3월 19일
나폴리 피자의 전통과 기술을 학술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책입니다. 나폴리 피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음식! 밀가루, 발효, 반죽 구조 등 기초 이론부터 실제 장인의 기술까지 모두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고, 역사와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다룹니다.
대체 원료나 소화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장작과 전기 등 화덕의 종류에 따른 차이 등을 폭넓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지금의 피자가 직면한 과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과학적 검증에 장인의 기술을 결합한 콘텐츠입니다.

냉동 파이 시트로 만드는 과자와 안주
저자: 若山曜子
출간일: 2026년 4월 24일
시판 냉동 파이 시트를 이용해서 다양한 디저트, 그리고 안주용 짭짤한 메뉴를 만드는 실용적인 베이킹 책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파이 반죽을 시판 냉동 제품으로 대체하면 초보자라도 쉽게 바삭바삭한 파이를 만들 수 있죠.
기본적으로 이 파이 시트는 맛이 중립적이라는 점을 활용해서 디저트뿐만 아니라 식사, 안주용 레시피까지 확장했습니다. 초콜릿 파이와 잼 파이, 미니 크루아상처럼 간단한 간식에서 키쉬나 소시지 파이까지, 바삭바삭한 페이스트리 파이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책입니다.
봄 일본 신간 - 인문서/에세이

世界の台所の間取り
저자: 岡根谷 実里(글), 桔本 丹(일러스트)
출간일: 2026년 4월 25일
트친분의 추천으로 알게 된 책입니다. 세계 각지의 가정 내 부엌을 탐구한 책인데, 저자가 직접 방문한 다양한 국가의 주방을 평면도와 일러스트,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리 도구와 동선, 구조를 통해서 각 지역의 생활 방식과 음식 문화를 읽어낸다고 합니다. 단순한 요리 소개를 넘어, 주방이라는 공간에 축적된 문화적 맥락과 생활의 지혜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신앙과 기후, 경제 조건에 따라 부엌의 형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면서 요리보다 요리하는 환경에 주목하는 접근이 돋보입니다. 이동식 텐트형 주방부터 초소형 아파트 부엌, 야외 조리 공간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고 하네요. 예전에 각 나라의 일주일간의 식재료인가?를 테이블에 늘어놓고 촬영한 것을 모은 책을 접한 적이 있는데, 그것과 같은 감상이 다가옵니다.

키친과 마르쉐의 사이
저자: 辻仁成
출간일: 2026년 3월 18일
프랑스에 20년 이상 거주한 작가가 유럽의 식문화와 삶의 태도를 풀어낸 음식 에세이입니다. 마르셰, 그러니까 시장과 주방을 오가면서 체득한 경험, 파리의 일상과 사람들, 여행의 기억을 교차하면서 요리와 장보기가 삶의 방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무엇보다 재료를 고르는 행위가 살아가는 태도로 이어진다는 점을 어떻게 탐구했을지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이번 호를 위한 책들을 선정하다 보니,
어쩐지 요리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언젠가 한 번은 만들고 쓰고 이야기하기 위한 준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먹고 만들고 기록하고 싶은지에 딱 맞아떨어지는 책을 골라낼 것처럼 느껴진다고 할까요.
이번에 소개하는 책 중 하나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질 다음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다음 호에서도 흥미로운 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리 전문 번역가 정연주
번역 문의: dksro47@naver.com (영한, 한영, 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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