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해외 트렌드 요리책

[해외 요리책 트렌드 #6] 2025 가을 신간 음식책 트렌드

거장들의 귀환부터 퀴어 푸드까지

2025.09.12 |
해외 요리책 트렌드 브리핑의 프로필 이미지

해외 요리책 트렌드 브리핑

요리 전문 번역가가 소개하는 해외 요리책 트렌드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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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리 전문 번역가 정연주입니다. 

 

지난 뉴스레터 발행이 6월 17일이었으니 거의 3개월만의 레터 발행입니다. 제임스 비어드 시상식이라는 큰 이벤트 이후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는데, 레터를 발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장을 울리는 신간'이 유의미하게 쌓이기까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일주일에 2일 정도 한글/일본어/영어로 된 요리 관련 신간 소식과 뉴스를 훑어보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고 있는데요, 이건 레터를 발행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지난 10년간 이렇게 살다보니 '이럴 거면 레터라도 발행하자' 라고 생각한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6월부터 잠깐 쉬면서 한두 권씩 다음 레터에 실을 신간 소식을 모아오다, 이번 주에 저를 '빵' 하고 터지게 한 재미있는 한국 요리책 신간 소식을 보고 지금이다! 지금 레터를 발행하자! 하고 결심했습니다. 요리책 시장은 나올 만한 것은 다 나왔나 싶다가도 내 식견이 좁았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의 반복인 것 같아요. 너무나 사랑하는 대상입니다.

 

여하튼 이렇게 저 혼자 즐겁지 않고 소식을 나누게 되어 참 좋습니다. 레터를 보시고 감상이나 사소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면 답장, 디엠, 카톡 등으로 편하게 연락주세요.

그럼 반가운 해외 요리책 트렌드 브리핑 6호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사진 출처: 전부 아마존)

 


1. 거장들의 귀환

이번 신간은 크게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눴습니다. 그 중 첫 번째 카테고리, 거장들의 귀환에서는 모두가 사랑하는 요리 작가들의 신간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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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Things: Recipes and Rituals to Share with People You Love: A Cookbook

저자: 사민 노스랏

발행일: 2025년 9월 16일

책 <소금, 지방, 산, 열>과 동명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사민 노스랏의 신간이 다음 주에 발간됩니다! 앨리스 워터스가 '최고의 요리 선생님'이라고 극찬한 작가의 요리 총론이라고 할만한 <소금, 지방, 산, 열>에 이어 이건 요리 각론이라고 할 수 있을 레시피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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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아버지를 잃고 고립되며 감정을 추슬러야 했던 사민 노스랏이 그 경험을 녹여서 요리를 모두와 함께, 또 나를 위해서 어떻게 만들고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가르침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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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5가지의 요리 레시피를 통해서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계절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 각 요리를 가장 훌륭하게 만드는 방법,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요. 무엇보다 가장 완벽한 요리를 만들기보다 모두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조리 과정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첫 책의 섬세한 가르침이 엿보입니다. 첫 책을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사민 노스랏의 요리 세계를 더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꼭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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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secake: A Novel

저자: 마크 쿨란스키

발행일: 2025년 7월 15일

<대구>, <우유의 역사>, <연어의 시간>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쿨란스키의, 소설책입니다. 소설책? 그것도 타이틀이 치즈케이크인 소설책? 저는 일단 그냥 소설이라도 한 페이지에만 음식 이야기가 나오면 요리 관련 서적으로 간주하거든요(?). 그런데 이 소설의 소개를 읽고서는 이 책의 생각을 멈출 수가 없네요. 

 

1970년대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 고풍스러운 디저트 문화 속에 기원전 로마의 ‘최초 치즈케이크 레시피’가 등장합니다. 그리스 이민자 가문이 이 고대 레시피를 메뉴에 올리면서 동네는 순식간에 치즈케이크 열풍에 휩싸이고, 부동산과 인간관계까지 뒤흔들리게 되지요. 치즈케이크 한 조각이 불러온 변화 속에서, 음식이 어떻게 도시와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이, 이게 뭐야. 너무 보고 싶습니다. 지금 paperback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하드커버는 제 책장이 지금 감당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요. 마크 쿨란스키의 모든 책이 전부 번역되어 나오지는 않았는데, 이 소설은 진행 중일까요? 혹시 이 레터를 보고 번역을 진행하게 되신다면 저를 한번만 고려해주시겠어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마크 쿨란스키의 책 중에는 아직 <양파>도 국내 출간 전이고, 내년 봄 즈음에 '랍스터'와 '낚시'를 주제로 한 책도 출간 예정에 있습니다. 


2. 퀴어 푸드, 음식과 정체성의 언어

두 번째 카테고리, 퀴어 푸드에서는 음식이 어떻게 정체성과 공동체의 언어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레스토랑이 안전한 공간이자 저항의 현장이었던 역사를 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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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Queer Food?: How We Served a Revolution

저자: John Birdsall

발행일: 2025년 6월 3일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한 음식의 세계에는 퀴어의 손길이 얼마나 닿아 있을까요? 당연하게 인식하던 음식이 사실은 어떤 정체성을 담고 있는지 깊이 들여다봐야 할 시간입니다.

<What Is Queer Food?>는 퀴어 공동체가 어떻게 음식을 통해 기쁨을 표현하고, 억압 속에서도 연대를 이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존 버즈올 작가가 제임스 볼드윈, 앨리스 B. 토클라스, 트루먼 카포티 같은 인물에서 무명의 공동체까지, 퀴어의 삶과 공간, 식사를 잘 엮어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습니다.

일요일 브런치의 키쉬와 샴페인, 냉전기의 레즈비언 포틀럭, 샌프란시스코 무대 뒤편의 종이 치킨, 리처드 올니의 관능적인 샐러드 콤포제, 그리고 무지개 아이스박스 케이크까지 모두 저마다의 시대와 맥락 속에서 퀴어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표현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아마 우리에게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게 해줄 풍성하면서도 용기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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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Out: First Dates, Defiant Nights, and Last Call Disco Fries at America's Gay Restaurants

작가: Erik Piepenburg

발행일: 2025년 6월 3일

앞의 <What Is Queer Food?>가 음식 자체에 비교적 더 초점을 맞췄다면 <Dining Out>은 그 음식을 둘러싼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뉴욕타임즈 기자 에릭 피펜버그가 게이 바와 거리만이 아니라 레스토랑 역시 퀴어 공동체가 나이를 먹고, 커밍아웃하고, 권리를 위해 싸워온 중요한 무대였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1920년대의 크루징 카페테리아에서 스톤월 세대를 먹여 살린 동네 식당, 그리고 21세기의 교차적 핫스폿에 이르기까지 아카이브 자료, 인터뷰, 개인적인 목소리를 통해 LGBTQ 레스토랑의 궤적을 집요하게 따라갑니다.

음식점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기억과 운동, 공동체를 만들어낸 장소였음을 증언하는 책입니다.


3. K-푸드, 지금의 한국 요리책

소주와 라면. 노란 장판을 떠올리게 하는 한국의 소울 푸드가 아닐까요? 같은 날에 출간된 이 요리책 두 권은 지금의 한국을 가장 솔직하고 자유롭게 보여주는 상징처럼 소주와 라면을 다루면서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제가 보자마자 '이게 뭐야!' 하면서 깔깔 웃으며 레터 발행을 결심하게 한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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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 Party: How to Drink (and Eat!) Like a Korean: A Cookbook

작가: Irene Yoo

발행일: 2025년 9월 9일

아니, 셰프님, 표지에서 술냄새가 나요

뉴욕 브루클린에서 오리온 바를 운영하는 아이린 유 셰프가 쓴 책입니다. 무려 '소주 파티'예요!! 제목 그대로 한국식 술자리를 가이드처럼 따라가며 소주와 안주 문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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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게임과 안주, 해장 레시피까지 꼼꼼하게 실으셨다는데, 타이타닉 폭탄주와 소주 하이볼 사진을 보면서 너무 유쾌해졌어요. 약간 대학생때처럼 놀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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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불고기 나초, 스팸 전 무스비... 살짝 알딸딸할 때 나오면 환호할 것 같은 레시피가 가득합니다. 오리온 바에서 직접 선보이는 레시피들이라고 해요. 한국식 술자리가 '이래야지!' 싶은 내용이 가득한 책입니다. 정말로 유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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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nt Ramen Kitchen: 40+ Delicious Recipes That Go Beyond the Packet

작가: Peter J. Kim

발행일: 2025년 9월 9일

저는 캠핑을 시작한 이후로 역시 라면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라면 면발로 할 수 있는 온갖 레시피, 어떤 봉지 라면도 나만의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잔뜩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2세대인 작가인만큼 부대찌개 레시피도 빠뜨릴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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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역사와 브랜드별 특징(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고요. 인스턴트 라면 맛 바퀴 차트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샥슈카 라면이나 비빔국수 라면, 시금치 라면 그라탕 레시피가 매우 궁금하네요. 역시 가장 가깝고 간단한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라면 만한 것이 없죠. 진심으로 이런 책이 가장 활용도가 높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4. 익숙한 요리의 낯선 변주, 만두와 소면

만두와 소면은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식탁에 흔히 올라가는 요리 중 하나죠. 일본 요리책은 익숙한 음식을 색다르게 변주하는 데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도 그 익숙한 메뉴를 과감하게 바꾸는 창의적인 발상을 보여주는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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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교자

작가: エダジュン

발행일: 2025년 3월 12일

교자의 신세계라는 부제가 붙을 만큼 기발한 만두 레시피로 가득한 책입니다. 치즈를 듬뿍 얹은 프렌치 스타일, 잡채를 넣은 퓨전 교자, 심지어는 타코야키 풍, 사모사풍, 클램차우더 수교자까지 총 74종의 창의적 교자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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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만두 빚는 법은 물론 삼각형·라비올리형·풍차형 같은 다양한 모양까지 알려줘서 집에서도 나만의 오리지널 만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새삼스럽게 만두가 얼마나 다채롭게 변주될 수 있는지, 아마 그 덕분에 전 세계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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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싸는 요리 

작가: minokamo

발행일: 2025년 4월 30일

봉하는 요리? 감싸는 요리? 교자, 슈마이, 고기만두, 카레빵 등등 안에 속 재료를 넣고 감싸서 만드는 요리만 모아서 낸 책입니다. 말하자면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자투리 채소나 고기를 이리저리 모아서 시판하는 피에 감싸면 손쉽게 완성되는 음식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머스터드 슈마이, 고기 온니 교자처럼 다양한 레시피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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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속재료와 감싸는 방법으로 생각보다 레시피의 가짓수는 화려하고요, 저는 만두나 카레빵 같은 음식이 만들기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시간과 여유가 없을 때일수록 이런 음식이 도움이 된다'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과연 이 책을 보고 나면 냉장고에 남은 채소로 만들어낼 수 있는 또 다른 음식에 통달할 수 있게 될지 조금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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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면: 365일 소면을 먹는 나의 레시피 노트

작가: 日坂 春奈

발행일: 2025년 6월 5일

365일 내내 소면만 먹는다면, 좀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가끔은 혼자 라면이라도 후다닥 끓여서 후루룩 후루룩 면을 활기차게 먹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탁월한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름의 차가운 국수, 겨울의 따끈한 국수, 소면 그라탕, 소면 파르페 등 익숙한 음식에서 이걸 국수로 만든다고? 싶은 음식까지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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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철학은 '밥에 어울리는 건 뭐든 소면에도 어울린다'는 것 같아요. 사실 잠깐만 삶으면 되는 데다 찬장에 그냥 보관하면 되니 소면과 중면은 일년 내내 언제나 가지고 있는 재료 중 하나거든요. 매일 소면을 먹으면서 고안한 레시피만 1,500가지이고 그 중에서 엄선해서 실었다고 하는데, 표현이 약간 약장수 같아서 더 매력적입니다. 일단 들어볼까? 싶다고나 할까요.


3개월만의 해외 요리책 트렌드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한 70%쯤 썼을 때 생각했어요. 아이고, 길다... 오랜만이라 까먹고 있었는데, 한 숨에 우다다다 써내려가기에는 항상 생각보다 양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오랜만인만큼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어 보이는 양질의 신간만을 소개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 레터를 받으시는 분들은 모두 요리책을 사랑하는 분들이죠. 오늘 마음에 드는 신간 하나 정도는 발견하셨기를 바랍니다. 저는 다음 호, 7호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리 전문 번역가 정연주

번역 문의: dksro47@naver.com (영한, 한영, 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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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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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nstudioedit

    0
    3 months 전

    사민 노스랏 신간이라니!! 표지도 넘 이뻐용. 감싸는 요리랑 소면 책도 넘 귀엽네요. 장바구니 터지겠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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