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두 개의 얼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본 적이 있었나요? 이를테면 풋풋했던 고등학교 졸업사진 속의 나와 오늘 찍은 딸아이의 인생 네컷을 비교해 보듯 말입니다. 월요일 아침, 저는 매주 여러분께 두 개의 얼굴을 나란히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그 순간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질문을 하게 됩니다. 두 얼굴이 병치된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제가 드리는 질문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질문은 사실 제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부터 연재를 시작한 데미안이라고 합니다. 30년 넘게 학생들에게 영어와 영상제작을 가르쳐 온 교사이자,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제 두 얼굴의 질문 속으로 함께 들어가 봅니다.

왼쪽의 얼굴은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이고 오른쪽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의 자화상입니다. 솔직히 윤두서의 자화상은 좀 무섭습니다. 수염 한 올 한 올이 마치 움직이는 듯하고, 보는 이를 얼어 버리게 만들 듯한 눈매는 가히 인상적입니다. 반면 뒤러의 자화상은 정제되고 세련된 느낌의 1500년에 찍은 여권사진 같습니다.
잠깐,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그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우린 각각 어떤 얼굴을 그리게 될까요? 두 세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고민을 했던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아주 다른 접근법으로 자화상을 그렸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두 얼굴에서 두 개의 단어를 떠올립니다. 'integrity'와 'authenticity'
integrity /ɪnˈteɡ.rɪ.ti/
정직함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원칙과 온전함을 지키는 정직함.
authenticity /ˌɔː.θenˈtɪs.ɪ.ti/
진정성
타인의 기준을 흉내 내지 않고 자기 고유의 본질과 목소리에 충실한 진정성.
첫 번째 얼굴 — 윤두서와 'integrity'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그는 이 얼굴을 그렸습니다. 26세에 진사시를 통과했지만, 이듬해 그가 속한 남인이 갑술환국으로 대거 실각하면서 벼슬길이 막히자 평생 관직을 갖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보통 관복을 갖추어 입은 모습으로 그려진 기존의 초상화들과는 달리 이 그림은 얼굴만 허공에 떠 있는 듯했습니다. 귀도 없고, 목도 없고, 몸통도 없는 얼굴. 그러나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적외선 투시 분석을 통해 놀라운 결과가 드러났습니다. 귀와 목은 물론 도포를 입은 상반신도 정밀하게 채색되어 있었습니다. 1960년대 표구 과정에서 배접지가 그 모든 것을 눌러 가려버렸던 겁니다.
제가 이 얼굴에서 integrity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원칙과 온전함을 지키는 정직함)란 단어를 떠올린 이유가 그것일지 모릅니다. 수백 년이 지나서야 온전히 보게 된 그 얼굴, 가려지고 훼손되더라도, 결국 드러나는 것.
integrity는 안을 향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사람. 어원인 integer는 '쪼개지지 않는 수(정수)'를 뜻합니다. integrity가 있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0.7이 되거나 1.3이 되지 않습니다. 언제나 1입니다. 아니 언제나 1이 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얼굴 — 뒤러와 'authenticity'
1500년, 독일 뉘른베르크. 스물여덟 살의 화가가 거울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그가 완성한 자화상은 당시의 일반적인 초상화와 달랐습니다.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구도,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긴 머리, 가슴 앞에 놓인 손의 위치는 많은 이들에게 그리스도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것은 오만함이었을까요, 아니면 자신만의 선언이었을까요?
뒤러의 답은 분명했습니다. 그는 그림 옆에 라틴어로 "나, 뉘른베르크의 알브레히트 뒤러는 28세에 영원한 색채로 나 자신을 그렸다."라고 썼고, 왼쪽 상단에 '1500'과 자신의 이름 머리글자 'A.D.'를 표기했습니다. 흥미롭게도 A.D.는 Anno Domini, '주님의 해'를 뜻하는 약자와도 겹쳐 보입니다. 다만 1500년이라는 숫자와 A.D.라는 서명이 한 화면에 놓이는 순간, 이 자화상은 단순한 얼굴 기록을 넘어 하나의 선언처럼 읽힙니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뒤러는 이 그림에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정'을 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실제 뒤러의 머리카락은 붉은색임에도 그림에선 짙은 갈색으로, 코도 좀 높게, 이마는 더 넓게, 얼굴 전체는 더 대칭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오늘날로 치자면 뽀샵을 한 셈이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게 authenticity(타인의 기준을 흉내내지 않고 자기 고유의 본질과 목소리에 충실한 진정성)를 훼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표현하고 싶었던 '진짜 자신'은 머리카락 색의 온전한 재현이 아니라 '나는 단순한 장인을 너머, 신에게 영감을 받은 창조자'라는 본질이었습니다. 본질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외형을 조율한 것입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당신의 통찰이 움트는 순간
비즈니스 세계에서 integrity는 능력보다 더 깊은 층위의 '신뢰'를 말할 때 사용합니다. 실력은 상황에 따라 발휘되지만, integrity는 한결같은 믿음을 담보합니다. authenticity는 요즘 브랜드를 만드는 창작자들에게 가장 뜨거운 단어입니다. 트렌드를 흉내내기보다 자신만의 결을 고집하는 브랜드가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이제 실제 상황에서 이 단어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볼까요.
SCENE 1 — 회의실 안
분기 실적 보고 직후, 팀장이 데이터를 유리하게 포장하자고 제안하는 상황
A: "I know the numbers look rough, but we could frame it more favorably for the board."
숫자가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이사회에 좀 더 유리하게 포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B: "I hear you. But I think our integrity as a team depends on presenting the data as it is — that's what builds long-term trust."
이해합니다. 하지만 팀으로서 우리의 integrity는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제시하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장기적인 신뢰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SCENE 2 — 박물관 안
전시 기획자 두 사람이 신진 작가 선정 기준을 두고 의견을 나누는 상황
A: "These days everyone is chasing the same aesthetic. It's hard to tell one artist from another."
요즘은 모두가 똑같은 미감을 쫓고 있어요. 작가들을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B: "That's exactly why I look for authenticity — not polish, but a voice that couldn't belong to anyone else."
그래서 저는 authenticity를 봅니다. 완성도가 아니라, 다른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목소리요.
두 얼굴의 질문
당신은 오늘 아주 중요한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더 좋은 스펙, 더 자신 있는 표정, 더 안전한 대답을 기대합니다. 조금 과장하면 더 유능해 보일 수 있습니다. 조금 흉내내면 더 세련돼 보일 수 있습니다.
아무도 그 차이를 금방 알아차리지는 못할 겁니다.
이때 윤두서의 얼굴이 묻습니다.
당신은 자신을 부풀리지 않고도 온전할 수 있습니까?
Can you be whole without inflating yourself?
뒤러의 얼굴이 또 묻습니다.
당신은 남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도 자신을 세울 수 있습니까?
Can you stand as yourself without borrowing someone else's form?
오늘 당신에게 더 어려운 태도는 무엇입니까?
과장하지 않는 integrity인가요, 아니면 흉내내지 않는 authenticity인가요?
어쩌면 한 사람의 얼굴은 거울 앞에서가 아니라,
자신을 조금 더 그럴듯하게 꾸미고 싶은 순간에 드러나는 지도 모릅니다.
귀로 듣는 두 얼굴 — 이미지, 텍스트, 그리고 사운드
데미안의 첫 번째 레터가 조금이라도 자극이 되었을까요?
오늘의 두 얼굴을 삼자대면하면서
황병기의 〈침향무〉를 같이 들어보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황병기 〈침향무〉 — https://youtu.be/FO95vzTlFCo
윤두서의 수염 한 올처럼 정교하게 날이 선 가야금의 현음, 그 낯선 음계의 변주 속으로 들어간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얼굴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