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O FACE #005

두 얼굴의 질문 : 다시 일어섬과 드러냄에 대하여

2026.07.27 | 조회 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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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emian

다섯 번째 월요일입니다. 지난주 두 개의 키스를 보셨으니, 오늘은 조금 다른 종류의 자화상을 함께 보려 합니다. 사랑이 아니라 고통을, 그것도 삶이 가장 흔들리던 시기의 고통을 각자의 방식으로 캔버스에 옮긴 두 화가입니다.

첨부 이미지

빈센트 반 고흐,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 프리다 칼로, 〈가시 목걸이와 벌새가 있는 자화상〉

 

왼쪽은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자화상이고, 오른쪽은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의 자화상입니다. 두 사람 모두 극심한 고통 속에서 붓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통을 화면에 남기는 방식은 서로 달랐습니다.

저는 이 두 얼굴에서 두 개의 단어를 떠올립니다.

 

vulnerable 

상처받기 쉬운, 방어되지 않은

 

resilient 

역경과 충격을 겪은 뒤에도 다시 회복하는

 

첫 번째 얼굴 — 반 고흐와 'vulnerable'

1888년 12월, 고흐는 함께 지내던 화가 폴 고갱과 격렬한 갈등을 겪은 끝에 자신의 왼쪽 귀 대부분을 다치게 했습니다. 정확한 경위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엇갈리지만, 그가 극심한 정신적 위기 상태에 있었다는 점은 여러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됩니다. 그는 곧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병원을 나온 지 약 일주일 뒤 그가 다시 붓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거울을 보고 그렸기에 그림 속에서는 붕대로 감은 부분이 오른쪽 귀처럼 보입니다. 그는 상처를 감추지 않고 담담한 눈빛으로 자신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는 붕대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뒤편에 이젤과 그가 아끼던 일본 판화를 놓았습니다. 상처 입은 자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전히 그림을 계속할 화가임을 선언한 셈입니다.

vulnerable의 어원은 라틴어 vulnus, '상처'입니다. 미국의 연구자 브레네 브라운은 'vulnerability'를 약함이 아니라 용기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척도라고 설명합니다. 고흐는 그 상처를 숨기지 않고 캔버스 앞에 다시 섰습니다.

 

두 번째 얼굴 — 프리다 칼로와 'resilient'

1925년, 열여덟 살의 프리다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척추와 골반, 다리를 크게 다쳤고, 이후 여러 차례의 수술과 평생의 후유증을 견디며 살아야 했습니다. 병상에 누워 지내던 시절, 어머니는 침대 위 천장에 거울을 달아주었습니다. 누워서도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프리다는 그 거울을 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 후 평생 50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오늘 보여드린 이 자화상은 1940년 작품입니다. 목에는 가시 목걸이가 감겨 있고, 피가 흐릅니다. 죽은 벌새가 목걸이에 매달려 있습니다. 프리다와 디에고 리베라는 1939년 말 이혼했고, 이 그림은 그 시기를 지나며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resilient의 어원은 라틴어 resilire, '뒤로 튀어오르다'입니다. 다만 프리다는 사고 이전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resilience는 과거로 되돌아가는 힘이 아니라, 달라진 몸 안에서 다시 자신을 만들어 가는 힘이었습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당신의 통찰이 움트는 순간

resilient와 vulnerable은 얼핏 반대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두 단어는 강함과 약함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프리다의 회복력은 상처를 숨기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로 바꾸는 데서 나왔고, 고흐의 취약성은 붕대를 드러낸 채 다시 화가로 서려는 용기와 함께했습니다.

프리다는 사고 이전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달라진 몸 안에서 자신을 다시 만들어 갔습니다. 고흐는 상처를 감추지 않았지만, 자화상 뒤에 이젤과 일본 판화를 놓아 그림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남겼습니다. 

어쩌면 두 단어의 의미는 서로 반대되는 태도가 아니라, 상처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힘인지도 모릅니다.

 

#SCENE — 팀장과의 면담 중

프로젝트 실패 후 팀원이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상황

 

A: "I have to admit — this setback hit me harder than I expected. I'm struggling a bit, and I didn't want to pretend otherwise."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실패가 생각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어요. 좀 힘들고, 그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B: "I appreciate you being vulnerable about it. That kind of honesty takes courage. Let's figure out together what you need to feel resilient again."

그렇게 솔직하게 약한 부분을 보여줘서 고마워요. 그런 정직함에는 용기가 필요하죠. 다시 회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함께 찾아봐요.

 

두 얼굴의 질문

당신은 지금 어떤 고통 앞에 서 있습니까. 그 고통을 아무도 모르게 혼자 감당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드러내고 있습니까? 

 

고흐의 얼굴이 묻습니다.

당신 안에는, 아직 상처를 드러낼 용기가 있습니까?

Is there still, somewhere in you, the courage to let your wounds show?

 

프리다의 얼굴이 묻습니다.

당신 안에는, 아직 다시 시작할 힘이 있습니까?

Is there still, somewhere in you, the will to begin again?

 

오늘 당신에게 더 어려운 것은 무엇입니까?

다시 회복하는 힘인가요, 아니면 상처를 드러낼 용기인가요?

어쩌면 가장 강한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졌음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붓을 드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귀로 듣는 두 얼굴

오늘의 두 얼굴과 함께,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을 추천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정면을 향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삶이 아무리 가혹해도 꺾이지 않았던 두 화가의 얼굴과 겹쳐 보입니다. 이 노래의 단호함은 상처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를 지닌 채 다시 삶을 선택하는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https://youtu.be/rzy2wZSg5ZM?si=Dy-qeWlrk02sQ3SP

 

다음 호 얼굴 맞추기

다음 호에서 만나게 될 이미지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어떤 작품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이나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첨부 이미지

 

 

 

주요 참고자료

The Courtauld Gallery, "Self-Portrait with Bandaged Ear"

MoMA · National Museum of Women in the Arts, 프리다 칼로 작품 해설

Philadelphia Museum of Art, 자화상 관련 소장 자료

Online Etymology Dictionary, "resilient" · "vulnerable"

Brené Brown 공식 사이트 · TED, vulnerability와 용기에 관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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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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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hsmurf

    0
    7일 전

    한 이미지는 알겠는데 다른 이미지는 모르겠습니다. 메일을 열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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