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O FACE #002

두 얼굴의 질문 : 잡히지 않는 매력에 대하여

2026.07.06 | 조회 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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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첫 레터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두 번째 월요일 아침, 데미안이 다시 왔습니다.

오늘은 조금 당돌한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참 매력적이에요"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때 그 매력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으셨나요?

아마 대부분은 그 순간 말문이 막혔을 겁니다. 오늘도 두 그림으로 그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에 이름을 붙여보려 합니다.

첨부 이미지

왼쪽은 조선의 풍속화가 신윤복(1758~1813 이후)〈미인도〉이고, 오른쪽은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입니다. 두 그림 모두 보는 이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저는 이 두 얼굴에서 두 개의 단어를 떠올립니다. 'enigmatic'과 'evocative'.

 

enigmatic /ˌen.ɪɡˈmæt.ɪk/

수수께끼처럼 풀리지 않는

정체를 알 수 없어 자꾸 돌아보게 되는 신비로움. 풀리지 않기에 오래 남는 매력.

 

evocative /ɪˈvɒk.ə.tɪv/

알 수 없게 마음을 건드리는

보는 순간 어떤 정서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힘. 설명하기 전에 먼저 마음을 건드리는 

 

첫 번째 얼굴 — 신윤복과 'enigmatic'

이 그림의 제목 〈미인도〉는 후대가 붙인 이름입니다. 화가 신윤복은 이 여인에게 아무 이름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얼굴을 볼 때마다 먼저 묻게 됩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소설과 드라마의 상상력은 한때 이 그림을 신윤복 자신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해석으로까지 확장했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상상은 이 그림이 가진 이상한 힘을 잘 보여줍니다. 이 얼굴은 단정하게 설명되는 순간보다, 설명되지 않을 때 더 오래 남습니다.

그림 속 여인은 시선을 피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은 아래를 향합니다. 두 손은 노리개를 만지작거립니다. 풀고 있는 건지, 매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치마 밑으로 살짝 보이는 버선발도 (그림에는 보이지 않으나) 나가려는 순간인지, 막 들어온 순간인지 우리의 판단을 망설이게 합니다.

enigmatic은 그리스어 ainigma — '수수께끼 같은 말'에서 왔습니다. 이름도 없고, 시선도 주지 않고, 정체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얼굴. 그런데 바로 그 풀리지 않음 때문에 우리는 이 그림 앞에 다시 멈춰 섭니다.

 

두 번째 얼굴 — 베르메르와 'evocative'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는 흥미로운 반전이 있습니다. 우선 그 귀걸이는 진짜 진주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큰 크기와 빛의 표현 때문에, 광택나는 금속이나 흰 물감 몇 점으로 만들어낸 빛의 환상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짜일지 모르는 진주가 오히려 더 눈부십니다.

또 하나의 반전은 이 그림의 운명입니다. 1881년 경매에서 이 그림은 단 2길더 30센트(현재 우리 돈으로 약 5만원 남짓)에 팔렸습니다. 당시에는 베르메르의 작품인지조차 분명히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얼굴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복제되고 기억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vocative의 어원은 라틴어 evocare — '불러내다, 일깨우다'입니다. 이 그림은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돌아보는 소녀의 눈빛 하나로, 보는 사람의 내면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불러냅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당신의 통찰이 움트는 순간

enigmatic과 evocative는 둘 다 "매력적이다"라는 말로 뭉뚱그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결이 다릅니다. enigmatic은 생각을 붙드는 힘입니다. 풀어내려 할수록 더 깊어집니다. evocative는 마음을 건드리는 힘입니다. 설명하기도 전에 정서가 먼저 움직입니다. 하나는 머리에 오래 남고, 하나는 가슴에 먼저 닿습니다. 같은 '매력'이지만 전혀 다른 '매력'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보는 이에 따라선 서로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SCENE : 1 — 소개팅 다음 날

상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묘사하려는데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

A: "So, how did it go? What's she like?"

      그래서 어땠어? 어떤 사람이야?

B: "Hard to put into words. Nothing about her was loud — yet she was quietly enigmatic.        Every answer I found only opened another question."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네. 요란한 구석은 하나도 없는데 — 조용히 enigmatic한 사람이었어. 

       답을 하나 찾을 때마다 또 다른 질문이 열리는 느낌이랄까.

 

SCENE : 2 — 강연자 평가 후

회사 세미나에서 처음 강연한 외부 연사를 두고 이야기하는 상황

A: "Did you feel the room shift the moment she walked in?"

      그분이 들어오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 거 느꼈어요?

B: "That's what an evocative presence does. It has nothing to do with looks or            credentials — she stirred something in all of us before she even said a word."

     그게 evocative한 존재감이 하는 일이죠. 외모나 스펙과는 무관해요

     — 말 한마디 꺼내기도 전에, 우리 모두의 안에서 무언가를 흔들어 놓았으니까요.

 

두 얼굴의 질문

오늘 두 그림 앞에서 잠깐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evocative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enigmatic한 사람인가요? 그리고 내가 가장 끌리는 사람은 어떤 유형일까요?

 

신윤복의 여인이 묻습니다.

당신 안에는, 아직 아무도 풀지 못한 매듭이 있습니까?

Is there a knot within you that no one has ever untied?

 

베르메르의 소녀가 묻습니다.

당신 안에는, 아직 세상이 만나지 못한 눈빛이 있습니까?

Is there a gaze within you that the world has yet to meet?

 

오늘 당신에게 더 낯선 매력은 무엇입니까?

풀어낼수록 깊어지는 enigmatic인가요, 말없이 마음을 움직이는 evocative인가요?

어쩌면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처음엔 evocative하게 마음을 건드리고,

알면 알수록 더 enigmatic해지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귀로 듣는 두 얼굴 - 이미지와 텍스트, 그리고 사운드

오늘의 두 얼굴과 함께 조성진의 연주로 듣는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을 추천합니다.

https://youtu.be/97_VJve7UVc?si=4Xx8JmwF-zIBMNnA

처음 몇음만 들어도 마음 속 장면을 불러내는 evocative한 시작, 그러나 선율이 어디로 향하는지 끝내

예측할 수 없는 enigmatic한 흐름을 함께 지닌 곡입니다.

신윤복의 여인처럼 수수께끼 같고, 베르메르의 소녀처럼 마음을 흔드는 음악입니다.

 

이번호부터 다음호에서 만나게 될 이미지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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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미지인지 아시는 분들은 댓글 또는 이메일에 답장으로 작품 이름을 보내주세요.

답을 맞추신 분들은 이후에 준비하는 이벤트에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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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hsmurf

    0
    15일 전

    다음 이미지는 둘 다 조각품?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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