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허가영 감독의 <첫 여름>이라는 독립단편영화를 보았답니다. 칸 영화제 라 시네프 섹션에 초대되어 1등상을 수상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기대를 안고 감상했는데, 역시나 뭉클한 울림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여름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영화 속에서는 여름이라는 계절적 특징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데요. 계절적 의미보다는 여주인공의 찬란했던 시절을 의미하는 데서 ‘여름’이 은유되었다고 합니다.
저에게도 마찬가지로 이번은 책숲을 만나고 첫 여름인 셈인데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더위 때문에 죽였다’고 말하던 뫼르소의 그 더위 마냥 뜨겁고 숨이 막히는 여름의 이미지보다, 책숲을 만나고 조금 더 열정적이고 발랄한 느낌의 여름이 된 것 같아요. 다양한 책을 만나고, 또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 책숲 뉴스레터도 여름처럼 기운차게 시작해보겠습니다. 다정한 기록이 여러분의 하루에 그늘 하나 더 드리우길 바라면서요.
✨이 주의 책갈피
❗ 다가오는 모임들
📚 8/30(토) 정모 🧪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9/6(토) 오후 RT(Read Together) 🍃
❗ 지난 모임
8/16(토) 모임은 자유 독서모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참석 인원이 많아 두 조로 나누어 대화를 나누었고, 제가 속한 조는 여섯 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사진 오른쪽). 흥미롭게도 각자 가져오신 책의 주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더욱 풍성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첫 책은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였습니다. 재복 님께서는 유전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부터 “오래 살게 되면 유전자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물음까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하림 님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를 소개하시며 “사이코패스 기질의 아이를 모성만으로 키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주영 님은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를 가져오셔서 “관계가 모든 것의 근원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는지”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저-아름-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함께 읽으며, 최근 각자에게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영 님은 이디스 워튼의 『여름』을 통해 “주체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수현 님은 『표범』을 소개하시며 “죽음을 떠올릴 때 나는 어떤 이미지를 그리는가”라는 심도 깊은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서로의 책을 매개로 다양한 질문과 생각을 나누며,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배우고 서로에게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름방학 독서챌린지!
이제 31일이면 여름방학 독서 챌린지가 마무리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오픈채팅방에서 꾸준히 성실하게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독서 챌린지에 참여해 주신 분들 가운데 몇 분을 선정하여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책빙고 챌린지는 순항 중
8월부터 진행된 책빙고 챌린지, 모두 알고 계시죠? 벌써 빙고판의 절반을 채우신 분들도 계시고, 아직 하나씩 천천히 채워가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빙고판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미리 읽고 싶던 책을 완독하신 분도 계시고, 처음 접하는 책을 통해 새로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분도 계십니다.
그럼 이번에도 함께 완성해 나가고 있는 빙고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벽돌책 챌린지 모집 중
올가을 책숲에서는 깊고 단단한 독서를 나누고자 ‘벽돌책 챌린지’를 준비했습니다. 두 달 동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함께 읽으며, 우주의 질서와 삶의 경이로움을 함께 음미해 보실까요?
두께에 압도되는 책이지만, 함께라면 충분히 완독하실 수 있을 거예요. 💫
📖 챌린지 진행 방식
- 매주 정해진 분량을 읽고, 주마다 감상문 1편을 '벽돌책 챌린지' 게시판에 제출합니다. (미제출 시 회당 3,000원 벌금)
- 감상문 형식은 별도의 인증 양식을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자 수 제한은 없지만, 진정성 있게 작성해 주세요.
- 지정된 날짜에 오프라인에서 2회 만납니다. 각 모임 전에 간단한 감상, 질문, 인상 깊었던 문장을 나눌 수 있는 주제를 드릴게요.
- 읽기 독려 및 소통을 위해 카톡방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 이번 주의 인터뷰: 상동님, 낚시·여행·독서 사이
이번 주 인터뷰 주인공은 상동님. 낚시를 사랑하고, 여행을 즐기며, 책빙고/글쓰기 챌린지에 성실히 참여하고 계신 분이죠. 상동님의 일상과 독서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공유합니다.
1. 낚시를 즐겨하신다고 들었어요. 책과 낚시, 둘 다 인내심이 필요한 취미인데요. 낚시와 독서가 닮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낚싯대도 낚시도구도 없습니다. 지인들이 낚시를 좋아하고 장비가 많기에 염치없게 빌려서 갑니다. 이번 광복절에도 같이 가자는 연락이 와서 낚시를 갔습니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랑 무언가를 같이 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혼자 낚시를 하라고 하면 못 합니다. 여기서 책도 비슷한 것이 여러 사람이랑 같이 읽기에 더 열심히 읽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접해 보지 못했던 책들도 다시 눈여겨봅니다. 사람들이랑 소통을 하면서 같이 읽어가는 것이 즐거운 것 같습니다. 낚시와 책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취미들이지만 같이하면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2. 책빙고 챌린지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라는 에세이 책입니다. 글쓰기의 과감함에 놀랐습니다. 저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이 작가가 궁금했습니다. 검색 결과 사인은 비공개로 작고하셔서, 작가가 책에서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콕콕 박혔습니다.
3. 글쓰기 챌린지에 꾸준히 참여하셨는데, 글을 쓰면서 스스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요?
챌린지를 하면서 컴퓨터에 사진폴더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잊었던 과거가 많이 떠올라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감정이 떠오르며 쓰고 싶은 글들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쓰기에 빠져서 글을 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4. 글쓰기 챌린지에서 쓰신 글을 보면 여행을 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여행지에서 읽은 책이나 글감으로 삼은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대학교 방학 때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당시 다녀오고 나서 한 달이 지난 뒤에 글을 쓰기는 했지만 사진을 많이 찍었기에 기억을 살리며 글을 썼습니다. 일자별로 정리해서 24편의 글을 썼습니다. 제 인생에서 한 가지로 이렇게 많은 글을 썼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쓸 때 좋은 소재가 될 것 같습니다.
5. 낚시·여행·독서 중 하나를 오래 하지 못하게 된다면, 가장 아쉬울 것 같은 건 무엇인가요?
저는 독서인 것 같습니다. 일정이 없으면 그냥 도서관을 갑니다. 낚시는 제 인생에 흘러가는 취미인 것 같고, 여행은 제약이 많기에 현재는 빈도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독서는 어떻게 보면 평생 내 옆에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입니다. 도서관을 못 가게 한다면 그것만큼 고문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꾸준하게 오래갈 수 있는 것도 제약이 많이 없는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6. 책숲 모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변화나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책을 읽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 않는 나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다른 모임에서 독서 모임이나 도서관 간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여기 책숲에서 만큼은 지극히 정상처럼 보이는 제 모습이 좋습니다.
7. 앞으로 꼭 읽고 싶은 책이나,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요?
앞으로 꼭 읽고 싶은 책은 사실 없습니다. 뭐 당장 도서관에 빌려도 되고,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바로 볼 수 있으니까요(절판된 거면 어쩔 수 없지만..).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지구 밖입니다. 웃길 수도 있지만 지구 밖에서 지구를 한 번 보고 싶은 게 이유입니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참고로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은 제가 태어난 해에 찍혔습니다.
8. 낚시터·여행지·책방 중 한 곳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면, 어디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으신가요?
여행지인 우주정거장에 가서 지구를 관찰하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도 NASA 라이브를 통해 볼 수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스케일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무중력은 덤으로 ㅎㅎ
이번 여름을 함께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폭염 속에서도 변함없이 참여해주시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성장해온 시간들이 정말 소중했어요.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9월, 우리 함께 더욱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독서 여행을 계속해나가요.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가을의 정취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건강한 환절기 나시고, 오늘 밤도 좋은 책과 함께 달콤한 꿈 꾸세요! 📚🍂
다음 뉴스레터는 9월 1일(월)에 찾아뵙겠습니다. 9월 새학기 독서모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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