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빙고 덕분에 순식간에 여러 권의 책을 읽어냈습니다. 글쓰기 챌린지를 통해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이번에는 평소 접하지 못했던 책들을 통해 오롯이 ‘읽는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요즘 자주 떠오르는 책은 얼마 전 마산 오동동의 바 겸 서점 ‘화이트래빗’에서 구입한 안희연 시인의 『줍는 순간』입니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줍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을 줍느냐고요? 저를 찌르는 순간들이요. (…) 시가 있는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든 시를 발견하고 싶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줍는 사람입니까?”
이 물음은 곧 제게도 다시 되묻습니다. 나는 무엇을 줍는 사람일까? 언젠가 독서모임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여전히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다짐이 늘 제 안에 살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또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저를 만나게 된다면 저의 ‘읽고 쓰기’ 여정을 응원해 주세요. 오늘도 이렇게 뉴스레터를 이어가 보려 합니다.
✨이 주의 책갈피
❗ 9월, 다가오는 모임들
9월에도 여러 모임이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특히 이번 정모에서는 『편안함의 습격』을 함께 읽으며 ‘불편함’의 진화적 효용을 진지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책은 이동진 평론가가 파이아키아에서 이달의 베스트북으로 선정한 도서이기도 합니다. 책을 완독하신 뒤 평론가의 책 소개를 함께 들어보신다면 더욱 깊이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 지난 모임
8월 정기 모임의 책은 이탈리아 과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였습니다. 아름다운 표지와는 달리 정치·철학·과학·예술 등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다소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특히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부분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다만 발제자로 참여해 주신 건영 님의 알기 쉬운 발제 덕분에 토론은 무겁지 않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기본소득 문제와 상속세 개편 등 현실적인 주제까지 함께 논의하며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각자의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도 나누어, 한층 뜻깊은 하루가 되었습니다.
🎤 이번 주의 인터뷰: 유리 님
책숲 모임에서 유리님을 만나면 왠지 마음이 놓입니다. 따뜻하게 웃어 주시고, 이야기를 들을 때도 늘 진심이 묻어나죠. 사회복지대학원에서의 공부부터 연극 벙과 독서모임까지, 유리님의 일상은 소소하지만 단단한 결로 채워져 있어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유리님이 좋아하는 책과 연극, 그리고 음악 이야기를 함께 나눠 보려 합니다.
1. 책숲에 함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 이 모임에 들어오실 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작년 이맘 때, 엄청 더운 날이었어요. 창원청년봉사단에서 환경정비 하는 활동이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열심히 쓰레기를 줍고 있었거든요. 처음 보는 분이 "공주야"라면서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고 다가와 주셨는데, 그 분이 바로 수진 님이었어요. 봉사자분들에게 엄청 적극적으로 독서모임 홍보를 하시더라구요. 평소에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절대 공주(경상도에서 딸을 지칭하는 표현)에 꽂힌건 아니였구요. 제가 엄청 즉흥적인데 독서모임이 재밌을거 같아서 호기심에 가입했어요. 낯가림이 심해서 카페 가입하고 바로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고, 두 달 동안 카페만 들락거리다가 마침 읽고 있던 책으로 정기모임을 진행해서 처음 갔었던 거 같아요. 공지사항에 활동 안 하면 강퇴한다고 돼 있어서 미룰 수 없기도 했고요.
2. 요즘 책숲에서 연극 벙에 꾸준히 참여하고 계신데, 인상 깊었거나 추천하고 싶은 연극이 있다면 어떤 작품이었나요?
최근에 봤던 <슬기로운 신혼생활> 좋았어요. 다른 연극들은 배우들 연기에 집중해서 봤다면, <슬기로운 신혼생활>은 극 중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서 몰입해서 봤어요. 신혼부부가 임신을 미루면서 승진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데 가족과 성취 사이에서의 고민들을 잘 담았더라구요. 주인공들이 어떤 선택을 해도 아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결론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더 말하면 스포가 될 수 있으니까 궁금하시면 보시길 추천합니다. <꽃, 별이 지나> 연극도 좋았어요. 치매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가족들, 자살 유가족과 지인들 등 여러 사연들이 담겨 있는데 덤덤하게 풀어내면서 감정을 해소하고 고인을 애도하는 방식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해요. 저 눈물이 없는데, 마지막엔 주인공 배우와 함께 펑펑 울었답니다.
3. 최근에 읽은 책 중, 마음을 오래 붙잡아준 책 한 권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마음을 오래 붙잡아준 책이라고 하면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입니다. 두 책 다 사연이 있어요.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펼쳤는데 이 책을 내가 썼나 싶더라구요. 딱 펼쳤는데 나온 문장에서 친구들이 저 같다고 웃더라구요. “넌 소중한 사람이야. 많이 많이.” “내가 뭐가 소중해. 라면만 먹는 등신인데.” “그래서 소중해. 라면만 먹는 등신이라서.” 전 정말 친구가 라면만 먹는 사람이라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물론 몸 상할까 봐 가끔 밥을 먹이겠지만. 예전에는 표현에 인색했던 거 같아요.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기도 하고, 예민한 구석이 있어서 숨기기 위해 덤덤한 척하는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너무 귀하고 감사한 존재로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정말 표현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책은 다른 두 친구에게 이직 선물로 받았어요. 저는 뭐든 해결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의 실수에 관대하고 실수를 해결하는 방법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는 편이예요. 일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말 중에 하나가 “다 울었어? 그럼 이제 일할까?”였던 거 같아요. 이직의 이유도 새로운 일을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과, 언젠간 이 일을 해야 할 순간에 도망가지 않기 위해서였는데 끊임없이 실수하고 사과하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은 도망가고 싶어요. 저도 제가 최종적으로 어디에 도달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가는 동안 내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4. 힘들거나 지치던 순간에, 책 속에서 건져 올린 위로의 문장이 있으셨나요? 있다면 함께 나누고 싶어요.
저를 위로해준 책들은 참 많은데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에 나온 문장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사랑이 다 이겨,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함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비로소, 그래도 사랑하니까, 그 많은 수식어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은 사랑, 용감히 사랑하길 바라고, 사랑은 아낀다고 모이지 않는다,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버틴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들을 모았는데 결국 남은 말은 “사랑” 밖에 없네요. 행복하기 위해선 사랑이 꼭 필요한가 봐요. 무서워하지 말고 무엇이든 마음껏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사랑할 때 가장 걱정되는 건 내 마음과 무엇의 마음이 다를 때 상처받을 마음일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표현해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마음껏 사랑하고, 자주자주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5. 공부도 하고, 독서모임도 참여하고, 일상도 살아내야 하는데요. 유리 님은 어떤 순간에 가장 숨이 트이고 편안해지시나요?
숨이 트이고 편안해지는 순간이 일상에 잘 없긴 해요. 무언가를 하다 보면 안 한 것들이 생각나고, 해야 하는 것들을 처리하다 보면 해야 할 것들에 막막해지곤 하죠.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시간 관리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통이 트이는 순간을 찾자면, 피아노 연습을 하거나 동전노래방에서 노래 부를 때인 거 같아요. 물론 실력이 부족한 제 모습을 보면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힐 때도 있지만 그래서 연습하는 거니까 라고 애써 웃고 넘기죠. 그리고 공부하다가 뭔가 “안다”라는 느낌이 들면 숨이 트여요. 고등학교 다닐 때 지금처럼 공부를 좋아했다면 참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들어요.
6. 유리님께 책숲은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히 책을 읽는 시간을 넘어, 이 모임에서 얻는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요?
책숲 들어오기 전에는 주변에서 제가 책을 제일 많이 읽는데, 저만 책을 읽었어요. 같이 읽고 싶은 책들은 사서 선물로 주기도 했는데 잘 안 읽더라구요. 요즘은 유튜브나 숏츠만 봐도 하루가 너무 짧잖아요. 그런데 책숲에서는 함께 책 읽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도 스터디를 운영하기도 하고 다른 모임에 간 적이 있지만 사람들을 모으고 운영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매번 끊임없이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모임을 운영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어서 책숲을 끊을 수가 없어요. 혼자 책을 읽으면 해석하거나 다른 블로그 찾아보고 이해한게 끝이었는데 한 책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니까 오히려 책 내용이 더 풍부하게 느껴지고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을 알 수 있었어요. 저는 똑똑한(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순간이 기쁘거든요. 책숲에서 활동할 수 있어 참 기뻐요!
7. 책과 연극 이야기만으로는 아쉬워요. 유리님이 요즘 즐겨 듣는 음악, 혹은 우리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어떤 곡일까요?
최근에 제일 많이 듣는 노래는 <놀면 뭐하니?> 프로그램 ‘80s MBC 서울가요제 곡들이요. 평소에도 김광석, 김현식, 유재하, 김동률 가수 곡을 자주 들어요. 1980-1990년 대 노래 좋아해요. 옛날 노래 가사들 너무 예쁘지 않아요? <싱어게인> 프로그램도 좋아하는데 이무진 가수의 여보세요랑, 유정석 가수의 질풍가도도 자주 들어요. 김하준 가수님의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도 엄청 좋답니다. 피아노 연주곡은 이루마 연주자의 샤콘느, 쇼팽 왈츠 가단조,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열심히 듣고 치고 있어요. 좋아하는 연주곡은 리스트 사랑의 꿈, 슈만 트로이메라이, 마르티니 사랑의 기쁨이예요. 힘든 순간이 생기면 피아노 연주곡을 들어보세요. 마음이 차분해져요. 너무 하기 싫은 일이 생기면 부석순의 파이팅해야지를 강력추천합니다.
8. 사회복지사로서, 혹은 독서인으로서 앞으로 더 깊이 읽어보고 싶은 책의 주제나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공감을 잘 못하거든요.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느낌과 감정에 동기화가 잘 안돼요. 그래서 친구들이 고민을 가지고 오면 누구보다 열심히 해결해 주려고 해요. 감정도 크게 변화가 없고, 무덤덤하기도 해요. 감정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잘 모르는 거 같아요. 그래서 공감과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책이 있으면 같이 읽고 나누고 싶어요. 사회학 책도 좋고요. 인터뷰 하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책숲의 공식? 키워드는 MBTI잖아요. 성격유형검사가 꼭 그 사람을 다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회원님들의 MBTI를 알 수 있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어떤 성격 유형이 제일 많을까 이런 느낌?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숨기고 싶지만 글로도 숨겨지지 않을 만큼 제가 말하는 걸 엄청 좋아해요. 근데 문답지를 받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3장을 넘어가서 아름님께서 뉴스레터 만들면서 너무너무 고생하시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터뷰이마다 질문이 다르더라구요. 한 회원의 성향을 파악해서 질문을 구성하는 게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답변을 적으면서 지난 책숲의 활동들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즐겁고 재밌는 활동들에 열심히 참석하겠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지내시고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하시고 마음껏 웃고 사랑하세요!
🍁 가을의 시작, 새로운 다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의 설렘과 함께 우리 독서모임도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영화벙, 음감회 등 아직 소개하지 못한 모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답니다!)
지난 여름 동안 함께 읽고, 나누고, 성장해온 시간들이 토대가 되어 이제는 더욱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독서 여정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프로젝트들, 새로운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여전히 '함께 읽는 즐거움'이에요.
책 한 권, 한 권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더 풍부한 세상을 만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이 특별한 여행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가을 하늘처럼 높고 맑은 마음으로, 새로운 책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9월을 시작해봐요. 여러분의 가을 독서가 책장 넘기는 소리만큼이나 풍성하고 아름다우시길 바라요!
오늘 밤도 좋은 책과 함께, 가을의 첫 꿈을 달콤하게 꾸시길 바라요! 📚🍂✨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다음 독서모임에서 만나요!
책숲 독서모임 운영진 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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