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요셉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다브다 기타리스트 이요셉입니다.
저번 '승현'편의 바통을 이어받아 어릴적 음악적 추억 또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한 제 스토리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아직 한국어로 표현하는게 어색하다보니 여기저기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들긴 하지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Joseph's Playlist👇
- [이요셉 ‘음악’ 하다]
제 음악 이야기는 세월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서 1~2살 때로 돌아가게 됩니다. 성악 출신 그리고 피아노 선생이셨던 부모님 덕분에 정말 어렵지 않게 악기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클래식 음악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들으면서 자랐어요. 사실 그때 시절은 뭐 아무리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기억이 안 나는게 오히려 당연할 때라 저도 어릴 적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이때부터 악기를 연주했구나’ 라며 어렴풋이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시절이죠. 그래도 당시 신촌에 있던 부모님의 피아노 학원 덕에 아마 원없이 악기를 쳐봤을 거에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때 악기를 갖고 놀게 된 게 지금의 제가 갖고있는 ‘음(音)’의 개념을 어느정도 자리잡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제 음악적 첫 사랑은 부모님이 연주하시던 클래식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짧게나마 한국에서 지냈던 3년간의 시절, 그리고 도미니카 공화국으로의 이민 이후 시절에도 여유가 될 때 마다 연주하시던 어머니의 피아노 선율 그리고 아버지의 플룻 연주, 이게 전부 제 어릴 적 영감을 만들었다 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이후에는 피아노뿐
아니라 초등학교때 바이올린도 배우기 시작해서 중간에 잠깐 다른 취미 생활로 빠진 몇년을 제외하고는 제 인생의 2/3은
음악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해도 되겠네요. 대신 어릴적 시절은 제 기억으로는 음악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었을 뿐더러 그저 당연하게 접하게 됐던 시절이라 아직까지는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상당히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이후에 나오는 중학교 시절까지는 크게 이렇다 할 만한 전환점 없이 그저 흘러가듯 지냈네요.
- [이요셉 ‘밴드’ 하다]
어릴 적부터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까닭에 여러 음악들 중 밴드 음악이라는 걸 폭 넓게 접하거나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또는 아예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상보다는 조금 늦게 밴드 사운드를 접하게 되었어요. 저의 첫 락 음악은 제가 중학교때쯤 나온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듣게 됐죠. 여러 영상들을 실시간으로 바로 볼 수 있던 게 신기해서 이것 저것 탐험하다가 어느 날 Metallica의 Orion 이라는 곡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걸 듣고 이런 강한 사운드의 음악을 부모님이 들으실까봐 깜짝 놀라면서도 새로운 사운드의 궁금증 또는 반항심 때문에 몰래 이어폰을 꽂고 감상했던 기억이 나요. 기타라는건 어쿠스틱 기타밖에 모르던 시절에 일렉기타의 강렬한 사운드로만 보컬도 없이 8분가량 연주하는게 첫 경험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제가 앞으로 즐겨듣게 될 포스트락이라는 장르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도 있었겠네요.
이 곡을 듣고 난 이후에 제대로 락 음악이라는 스타일에 빠지게 되어서 아직은 활성화 되지 않은 유튜브에 올라온 몇 안되는 메탈리카 영상들만 찾아 보다가 하나 둘 다른 밴드들 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저의 밴드사운드를 향한 끝없는 탐구가 시작 되었어요. 그중 또 다시 제 마음을 울리게 한 밴드가 바로 Linkin Park이었죠(R.I.P. Chester💔). 한창 반항심이 불타오르고 있던 시절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린킨파크는 저에게 한줄기의 빛 같은 음악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듣던 한참 윗 세대 락 음악들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트렌디하게 느껴졌었죠. 그리고 그 이후에는 Nu-Metal뿐만이 아닌 Emo/Emo-core/Screamo 같은 장르에 푹 빠지게 되어서 몇곡 안들어가는 512MB Mp3플레이어에 어떻게든 꽉꽉 채워서 My Chemical Romance, Paramore, Fall Out Boy, The Used 같은 밴드의 음악들로 중2병을 만끽하며 보내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이런 음악들을 계속 듣다보니 어느순간 라이브 연주도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어 유일하게 악기를 쉽게 연주할 수 있는 한인교회에서 일요일마다 점심시간에 같은 취향을 갖고 있던 동생들이랑 카피하면서 노래를 따라부르고 했었어요. 몇번은 연주를 하다가 교회 집사님한테 들켜서 교회에서는 그런 음악을 연주하면 안된다며 쫓겨나다시피 한 경험도 있었고요. 그렇게 어느정도 세월이 하나 둘 지나고 실력도 조금씩 늘어나게 되면서 동아리 밴드 수준 정도 되던 시기에 같이 연주하던 동생들이 자기네 학교에 행사를 하는데 마침 거기서 우리 첫 공연을 해보면 어떻겠다는 제안에 바로 콜을 외치고 공연 전날까지 설레임에 시간 날때마다 합주실에 모여서 연습하던 기억이 나네요.
P.S. #1 위 사진에서 드럼을 치고 있는 친구는 나중에 제가 한국 와서 하게 된 ‘장난감가게’라는 포스트락 밴드의 드러머로 다시 합류하게 됩니다.
P.S. #2 이날 공연의 셋리스트는 Linkin Park - One Step Closer, Coldplay - Viva La Vida, 그리고 My Chemical Romance - Helena 였던 걸로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한국에서 하는 얘기중에 늦바람이 무섭다라는 얘기가 있는데 제가 딱 그런 상황이었어요. 한번 음악에 눈을 뜨다보니 겉잡을 수 없을만큼 빠지게 되어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일 새로운 밴드들 뮤직비디오만 찾아보면서 학창시절을 보냈었죠. 물론 동시대에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나오게 된게 제 음악 생활에 제일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시절들과 경험들 덕분에 아직까지도 늦바람이 꺼지지 않은채로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다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 [이요셉 ‘사물놀이’ 하다]
어느정도 음악에 대한 관심이 단지 취미생활을 벗어나 점차 커지고 있을 무렵, 정확히는 고등학교 시절에 제가 살던 도미니카 공화국이랑 한국이 문화적 교류를 여러차례 시도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행사들이 여러 번 열리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사물놀이라는 문화를 알리고자 한국 대사관에서 재외국민 학생들을 모아 행사 출연을 목적으로 악기를 대여해주고 주말마다 모여서 연습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당시 저는 사물놀이의 사 자도 모르던 Emo 키드였는데 현지에 계시던 한국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제의로, 그리고 제가 그나마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물놀이의 여러 역할들 중 리더격인 ‘상쇠’로써 참여를 하게 되었죠. 사실 상쇠라는 중요한 역할도 그리고 무슨 악기를 치게 될지 모르는 입장에서 호기심 반 떠밀림 반으로 맡게 되었는데 첫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 꽹과리의 겉잡을 수 없는 충격적인 고막놀음에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도미니카 공화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인이 많지 않은 이유로 서로서로 어느정도 알고 지냈었는데 그 덕분에 저를 제외한 나머지 사물놀이 멤버들도 다 주변에 알던 친구들로 꾸려지게 됐어요. 제가 당시 하던 카피 밴드의 멤버들도 전부 다른 역할로 참여하게 됐었고요. 그러다 보니 어색함 같은 건 전혀 없고 학교 끝나고 와서 친구들끼리 모이는 동아리 느낌이라 재미있었어요. 현지 학교에서는 동아리라는게 따로 존재하지 않던 저에게는 제 첫번째 동아리 활동이라고 할 수 있었네요.
어찌됐던 저희는 행사 공연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미 짜여 있는 일정을 소화해내기 위해 연습을 진짜 죽어라 했었어요. 아무래도 저를 포함한 모두가 사물놀이를 접해보지 못했을뿐더러 악기를 연주하는 것 조차 처음이던 친구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새로운 걸 배워본다는 점이 그때 당시 너무 좋았었고 그렇게 힘들게 연습해서 막상 행사 시간이 되어서 적지않은 현지인들 앞에서 다같이 열심히 연주하고 즐겁게 잘 마무리를 한 덕분에 저에게는 또다른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카피밴드 시절보다는 이때가 조금 더 진지하게 음악을 배우고 바라보며 지금과는 크게 다를 것 없는 음악생활 이라는걸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는 시절이었네요. 그리고 이때부터 제가 몇 년 남지 않은 학교생활을 마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가 음악을 배워보겠다는 확신을 가지는데 있어 큰 영향을 줬던 시기라서 아직까지도 기억이 생생해요.
- [마무리]
이후 한국에 들어와 여러 밴드들을 거치다가 Post-Rock/Math-Rock과 같은 장르에 빠지고 정착하게 된 이유가 위에 적힌 시절들의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요. 저 두 장르들의 특징을 분석해보면 ‘웅장함, 연주음악, 자유로움, 규칙적이지 않은’ 과 같은 키워드들이 대충 생각이 나는데 앞서 제가 들어왔던 그리고 경험해왔던 음악들의 키워드들을 대략적으로 비교해보면 클래식의 '웅장함/연주중심/수많은 악기들의 조화', 락음악의 '뚝심/분노/직설적', 그리고 사물놀이의 '자유분방함/신선함' 같은 느낌들이 전부 저 장르들 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나와서 저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한 그리고 그리운 감정까지 들게 하는 음악이라 그런 것 같아요. 조금 오그라드는 표현을 하자면 제 인생이랑 너무나도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장르들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여태까지의 추억들이 저에게 있어서는 지금까지의 과정이라는 느낌 이라기보다는 그 하나 하나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음악을 하고 있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죠. 제가 굳이 찾아간 게 아닌 그 추억들이 자연스레 만들어준 음악.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나올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도 재밌게 즐겨주세요~!
From. 다브다
저희가 지난 10월에 참가했던 MU:CON 2022의 라이브 풀버전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 되었습니다! 현장에서의 감동을 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느껴보세요!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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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y
어린 시절의 요셉님 넘 귀엽고 멋있고♡ 히히 재밌는 이야기였어요! 유전자와 환경이 어우러져서 음악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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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록 달로록
플레이 리스트 까지 남겨주니 넘 좋네요 글 하나하나 다 읽어보니 음악적 스펙트럼이 엄청난 기타리스티였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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