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거현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됐습니다. 다브다에서 베이스를 치는 거현입니다. 승현이와 요셉이의 뒤를 이어 저도 음악을 시작하게 됐을 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브다를 만날 때 까지, 그 긴 기간의 이야기를 다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쓱 훑어볼 수 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 같이 저의 초등학교 시절로 가볼까요!
위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들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시작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때문에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냐는 질문인데요. 저는 그 질문을 받을 때 주저없이 꼽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서태지입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2000년, 서태지는 '울트라맨이야'라는 곡을 내세운 솔로 2집을 들고 컴백을 합니다. 지금도 그 기억이 선해요. 그 컴백 방송이 있던 날, 저는 우연히 TV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TV에서는 MBC 뮤직캠프가 나오고 있었죠. 그리고 저는 서태지의 컴백 무대를 보게 됩니다.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어린 저에게 이 음악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저 음악이 뭐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신나게 노는 거지? 왜 저 음악 소리는 찌그러져 있고 시끄러울까? 뭔지 모르겠지만 엄청 멋지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고 곧 저는 동네 레코드샵에서 처음으로 음반을 구매합니다.
그 뒤로 저는 이러한 장르의 음악을 테이프로 사 모았습니다. Limp Bizkit, Korn, Linkin Park, Slipknot 같은 대중적이면서 꽤 하드한 록 밴드들을 많이 들었죠.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저는 밴드 음악이라는 것을 알아가며 조금씩 꿈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테이프 속지를 뒤져보고 앨범 크레딧을 읽으며 프로듀서,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발돋움
중학생이 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무렵, 저와는 조금 다른 취향이지만 밴드 음악을 듣는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마릴린 맨슨, 익스트림 같은 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같이 홍대에 공연을 보러가기도 하고 처음으로 록페스티벌이라는 것도 가보기도 합니다.
슬슬 듣고 보는 것만으로는 성이 안 차게 되자 저와 친구는 기타라도 배워보자며 부모님을 설득시켜 동네 음악 학원에 등록을 하게 됩니다. 그 학원의 선생님은 어떤 재즈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는데, 저희에게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소개시켜 주셨죠. 제임스 브라운, 스티비 레이본, 존 스코필드 같은 소울, 블루스, Funk, 재즈 아티스트들을 처음 들은 저는 또 새로운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타를 배우고 더욱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며 저는 밴드를 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일단 공부를 좀 더 해보자며 저를 만류하셨죠. 저 또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고등학생이 되어 가끔 기타를 치는 것으로 만족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평소처럼 이런 저런 음악을 찾아 듣다가 어떤 영상을 보게 됩니다.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 리 리트너의 공연 영상이었는데요. 저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베이시스트 아브라함 라보리엘이었습니다. 지금 봐도 경이로운 베이스 연주네요...이 영상을 보고 저는 베이스라는 악기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에 성공한 저는 홍대에서 베이스 레슨을 받게 되고 곧 실용음악과 입시의 길을 걷게 됩니다.
선생님께 베이스를 배우며 저는 새로운 많은 음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저의 마음을 빼앗은 음악은 역시 Red Hot Chili Peppers 였어요. 베이스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Flea를 한번쯤은 연습해볼겁니다. 저는 거의 모든 곡의 베이스 라인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Flea를 좋아했고 연습도 열심히 했었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현재 저의 메인 베이스는 Fender사의 Flea Signature Jazz Bass입니다. 저의 무대 위에서의 모습 또한 Flea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Flea를 꿈꾸며 열심히 연습을 했던 저는 대학교 진학에 성공합니다.
새로운 세상
실용음악과에 진학해 음악을 하는 동기들과 선배들을 만난 저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들었습니다. 왠만한 대중 음악은 거의 한번씩은 다 들어본 터라 저는 더 실험적인 것을 찾기 시작합니다. 아방가르드 재즈, 일렉트로닉 뮤직, 포스트 록, 월드 뮤직등...신기하고 새로운 것이라면 일단 들어봤던 것 같아요. John Coltrane, Aphex Twin, Mono, Toe, Medeski, Martin & Wood, Bad Plus...물론 당시 유행하던 음악도 많이 들었죠. John Mayer, Jamiroquai등...다양한 음악을 듣는 한편, 저는 밴드를 하려는 꿈을 조금씩 현실로 옮기기 시작합니다. 대학교 선후배, 동기들과 여러 밴드를 결성해보고 싸우고 흩어지기도 하죠.
군대를 다녀오고 곧 대학교 선후배들과 다시 밴드를 결성해 홍대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밴드도 나중엔 해체되었지만 저는 밴드의 앨범을 직접 만들며 사운드 엔지니어로서의 길도 걷기 시작하죠. 밴드 생활을 하든, 엔지니어를 하든 작업실은 필요했습니다. 여러 작업실을 거쳐 지금의 연남동 작업실에서 다브다를 만났고 저는 다시 밴드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의 제목은 🪃부메랑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밴드의 꿈을 가졌던 제가 돌고 돌아서 여전히 밴드를 하고 있고 앨범 속지를 뒤져보며 프로듀서, 엔지니어의 이름을 보던 제가 사운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저는 여전히 매일 새로운 음악을 찾고 들으려 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듣는 것이 저에겐 정말 최고의 즐거움이기 때문이죠. 여러분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나눠주고 싶은 즐거움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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