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잡스가 1조를 줍니다. 거절하시겠습니까? 드롭박스 이야기

오늘의 주인공은 코딩 천재입니다. 5살에 코딩을 시작해 14살부터 개발자로 일한 후 MIT에 입학합니다. 이렇게 잠시라도 코딩을 멈추면 불안했던 그가, 코딩에 필요한 외장하드를 집에 두고 나와 버린 순간에 생각해 낸 아이템이 바로 ‘드롭박스’ 입니다.

그는 전략, 계획을 모두 부정합니다. 오히려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문제, “강아지의 테니스공”을 빠르게 찾으라고 조언하죠. 그 결과 대기업보다 더 빠르게 개인 클라우드 시장을 점령했습니다. 오늘은 드롭박스의 창업자 드류 휴스턴의 Day 0, 2006년으로 돌아갑니다.

1. 나만의 테니스공을 찾아라

믿기지 않지만, 그는 5살 때부터 기초적인 코드를 작성할 정도의 천재였다고 합니다. 14살엔 게임의 코드 상 오류를 발견하면, 그것을 제보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게임회사에서 원격 파트타임 개발자로 월급 대신 스톡옵션을 받으며 일했고, 고등학교까지 내내 이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MIT 컴퓨터 공학과로 진학합니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회사를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학교를 휴학합니다.

첫 번째 창업은 ‘ACOOLADE’라는 온라인으로 SAT 준비를 도와주는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몰입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자신이 풀고 싶은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이죠.

수익도 기대보다는 낮았습니다. 친한 친구가 *와이컴비네이터에 합격하는 것을 보면서, 이 아이템으로 지원해봤지만 탈락하고 말았죠. 그리고 나서는 이 아이템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나섭니다.

(*와이컴비네이터: 미국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기업)

반면 드롭박스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그는 어느날 우연히 드롭박스라는 아이템을 생각해냅니다. 그는 자신이 개발자로서 가지고 있었던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이 문제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스스로 그 순간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제 열정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냥 이걸 만들고 싶었어요.”

그는 이것을 강아지가 가지고 노는 ‘테니스 공’에 비유합니다. 테니스 공을 가지고 강아지랑 놀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강아지의 그 눈빛과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순간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말이죠.

자신의 모교인 MIT의 졸업 축사에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대학교 졸업 전까지의 모든 과정은 만점을 위한 여정이었지만, 이제는 “한 번만 정답을 맞히면 되는 여정”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 한 번을 맞히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테니스 공”이 될 만한 것을 빠르게 찾으라고 말합니다.

그는 드롭박스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순간 테니스 공을 보게 된 강아지가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테니스 공을 잡기 위해 흥분된 상태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이죠.

2. 거창한 계획과 전략보다 산만함이 나을 때가 있다.

그는 여느 창업가들과 유사합니다. 드롭박스를 만드는 데 거창한 계획이나 전략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아이템이 돈이 될 지 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고 했죠.

대신 자신이 몰입할 수 있었던 대부분의 순간은 “산만함”에서 출발했다고 말합니다. 산만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집중하다보니 내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는 거죠. 그의 과거를 살펴보다 보면 그렇게 말한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시작한 아이디어. 드롭박스

하루는 버스에 타자마자 노트북을 열었는데, 집에 코딩에 필요한 하드 드라이브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제 아무 일도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곤 다시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드롭박스인지 클라우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동기화하는 이름도 없는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바로 코딩을 시작합니다. 버스 안에서요.

물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짧은 3시간 동안 코딩을 끝낼 수는 없었지만, 단순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정도로는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었죠. 그 이후엔 가능성을 확인하고 곧바로 그 문제에 집착했습니다. 이 때가 2006년, 그가 25살이던 해였습니다.

일단 직진. 벤처 투자자를 사로잡은 바이럴

그의 이런 성향은 와이컴비네이터 합격 후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드롭박스의 아이디어의 검증을 마친 후 와이컴비네이터에 드디어 지원한 그는 여러 루트를 통해 냅다 벤처 기업 투자가인 폴 그레이엄과 미팅을 잡죠.

그러나 어렵게 잡은 폴과의 미팅에서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쫓겨납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귀찮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라고 하니, 폴은 곧바로 말을 자르며 “이렇게 아무나 찾아와서 자신을 소개하는 일은 없습니다. 절대 안 돼요.” 하곤 내보냈다고 합니다.

드류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폴의 관심을 끌기 위한 실행을 합니다. 바로 폴이 자주 보는 커뮤니티에 ‘바이럴 게시물’을 만들기로 한거죠. 그는 “Dropbox - Throw away your USB drive (당신의 USB는 이제 버리세요)”라는 이름의 게시물을 올립니다. 결국 폴은 이 게시물을 보게 되었고, 한 줄 짜리 이메일을 받게 되었죠.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만, 공동 창업자가 필요하다.”

공동창업자를 구할 때도 계획과 전략은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공동창업자를 찾기 위해 학교로 돌아갑니다. 그는 학교에서 자신과 같이 천재 개발자로 유명했던 “아라쉬”를 만나게 되었죠.

그는 아라쉬를 잘 알지 못했지만, 그냥 느낌이 꽤 좋다고 생각했고, 같이 하자고 말했습니다. 와이컴비네이터에 지원하려면 공동창업자를 반드시 찾아야 했기 때문이죠.

그는 공동창업가를 찾게 된 순간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보통 공동 창업자 이야기는 같은 스포츠 팀에서 뛰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저희는 그러지 않았고 그냥 시작했어요. 그게 정말 미친 짓이었어요.”

그는 아라쉬와 와이컴비네이터에 합격했고, 투자를 받으며 드롭박스라는 제품을 정식 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대기업 진출에 대비하는 드롭박스의 방법

문제를 제대로 푼다면, 대기업도 무섭지 않다.

드류는 많은 투자자들로 부터 “이 아이템은 구글, MS, 애플과 같은 대기업만이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도 동의했지만, 명확한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직 아무도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보려고 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 말이죠. 그는 모든 투자자가 자신을 믿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두 명의 투자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는 이미 더 먼 미래까지 고민하고 있었고, 이 문제가 대기업이라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문제의 작은 부분을 해결한다고 생각했지만, 드류는 그것 보다 훨씬 더 큰 것을 만든다고 생각했죠.

예를 들면 세상 모든 사람의 하드 드라이브가 될 수 있을 만큼 큰 드라이브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 사람들의 세금 신고서가 이 드라이브에 담기면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어떻게 알고리즘을 구성할지. 또 일반 사람들도 정말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을만한 UI를 어떻게 만들지 같은 것들 말입니다.

완벽한 제품으로 락인 시키기

그는 처음 제품을 만드는데만 1년의 시간을 소모했습니다. 더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대기업이 뛰어들 수도 있는 이 시장에서 제품의 신뢰도를 한 번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는 정말 제대로 제품을 만들었고, 또 얼리어답터들에게 제대로 홍보했습니다.

제품을 소개하는 3분짜리 영상은 바이럴을 탔고, 2년 만에 2,000만 명의 유저를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아직 다른 대기업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어 놓기 전이었죠.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 구글, MS 같은 대기업보다 수 년 더 빠르게 이 문제를 집착한 것도 좋은 신호였습니다. 알다시피 클라우드에 한 번 락인 되면, 바꾸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랬기에 그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미리 자신의 서비스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른 서비스의 시장 진출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죠.

엑싯보다는 자립으로 몸집 불리기

이렇게 빠르게 고객을 모으자, 당연히 많은 인수 제안을 받게 됩니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애플의 인수제안이었죠. 2009년 잡스로 부터 8억 달러, 한화로 약 1조원이라는 큰 금액에 인수를 제안 받습니다. 시작한 지 3년이 막 지난 스타트업에겐 엄청난 금액이었죠.

드류는 더 큰 목표를 위해 과감히 거절합니다. 그러면서도 스티브와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그를 화나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죠.

“우리는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을 존경하고 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지만, 우리는 이 회사를 만들고 싶고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며 자립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에게서도 연락을 받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드롭박스로 이직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는 것을 알게 된 그가 드류를 만나고 싶다고 제안했죠.

최종적으로 인수제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은 절친이 되었죠. 저커버그와의 공식 행사에서 많이 참여하게 되고, 리드 헤이팅스 대신 페이스북의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도 합니다. 

그리고 2018년. 드롭박스는 드디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합니다. 상장 초기의 가격은 무려 126억 7000만달러였죠. 잡스가 제안했던 금액보다 무려 13배가 더 큰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죠. 대기업에 겁을 먹고 엑싯을 선택하기 보다 자립에 집중한 성과입니다.

💬 “아침으로 피자를 먹고 깨어있는 시간동안 코딩만 했어요.” - 드류 휴스턴

뉴스레터에 소개되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전문을 읽고 난 후, 아래 질문에 고민해보시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1조의 제안을 거절하는 데에는 분명 더 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을 겁니다.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었을까요?

❓ ‘가볍게’, ‘간단하게’, ‘한 명만’ 이번 레터에 유독 빠른 실행이 강조 되었죠. 그럼에도 제품만은 제대로 만들어 출시했습니다. 그가 가볍고 빠르게 실행한 것과 제대로 실행한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 나에게 들리는 산만한 목소리는 어떤 것인가요? 그 목소리를 따른다면 어떤 행동을 할 것 같나요?

📧 매주 목요일, 가만히 있어도 유니콘 창업자들의 인사이트가 내 메일함으로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