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의 불확실성 속에서 신뢰를 만들다. 코인베이스 이야기

여러분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군가는 새로운 인터넷의 혁신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믿기 어려운 신기루라 말하죠. 실제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는 지극히 낯선 말이었고, ‘탈중앙화 금융’이라는 개념은 현실보다 소설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대에, 그 이야기를 믿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먼저 움직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 출신의 한 조용한 개발자, 그리고 오늘날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가 된 ‘코인베이스(Coinbase)’의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입니다.

그는 어떻게 사람들 모두가 비웃던 ‘비트코인’을 붙잡고,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이름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그 시작점에서 그는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까요? 오늘은 브라이언 암스트롱의 Day 0, 20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 10년 동안 성과가 없어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모두 기술 엔지니어였고, 그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분해하거나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어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술과 친숙해졌고, 창업에 대한 꿈도 일찍부터 품고 있었습니다.

라이스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브라이언은 대학 시절, 어떻게 하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자주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생 과외를 하면 시급 6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룸메이트와 함께 신문에 과외 광고를 내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당시 학생이던 브라이언에게는 꽤 높은 시급이었고, 수익도 안정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약 6개월간 과외를 이어오던 그는 자연스럽게 확장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이걸 다른 지역 대학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단순히 수업을 하는 수준을 넘어, 과외 연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은 룸메이트와 함께 미국 전역의 아이비리그와 주요 주립대학교 학생들을 모집해 튜터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사용자를 모집하고,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설계하며 그는 점차 본격적인 창업가의 길에 들어섰죠. 이 사업은 ‘유니버시티 튜터(UniversityTutor)’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로 발전했고, 브라이언은 룸메이트의 지분을 인수한 뒤 단독으로 회사를 운영하게 됩니다.

플랫폼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등록된 튜터 수는 수천 명에 달했고, 웹사이트도 안정적으로 운영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수나 기술적 완성도에 비해 실제 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브라이언이 손에 쥘 수 있었던 수익은 한 달에 약 4000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는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사용자는 있었지만 자발적인 확산은 일어나지 않았고, 마케팅을 해도 유기적인 성장이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고객이 진짜로 필요로 하고, 기꺼이 돈을 지불할 제품을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제품-시장 적합성(PMF: Product-Market Fit)’이라는 개념을 체감합니다. 겉보기에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시장이 원하는 방향과는 어딘가 맞지 않았던 것이죠.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고 운영을 효율화해도, 핵심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브라이언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합니다. 일정 수준의 수익, 다시 말해 ‘라면 수익성(Ramen Profitability)’은 확보된 상태였지만, 이대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시야를 얻기 위해, 익숙한 일상에서 스스로를 끊어내기로 결심합니다.

*라면 수익성(Ramen Profitability): 스타트업 창업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의 수익을 뜻하는 용어

그가 선택한 곳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였습니다. 낯선 언어, 낯선 문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도시에서 그는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실험합니다. 내향적인 성격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고, 새로운 문화권에서 살아보며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 브라이언은 그의 삶을 바꿀 한 권의 책을 읽게 됩니다. 세스 고딘의 『더 딥(The Dip)』입니다. 이 책은 짧지만 강력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성공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브라이언은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졌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바로 ‘테크 창업’이었죠. 이 일만큼은 단기간의 성과가 없어도 계속 시도하고 싶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었습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지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다시 짐을 싸고 미국으로 돌아옵니다. 명확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보장된 기회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자신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진짜 Day 0는 그때부터 시작된 셈이었습니다.

2.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

실리콘밸리로 돌아온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다시 스타트업 현장에 뛰어듭니다. 처음에는 자동차 가격 협상 플랫폼인 ‘카우(CarWoo)’에서 짧게 일한 뒤, 2011년 빠르게 성장 중이던 에어비앤비(Airbnb)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합류하게 됩니다.

에어비앤비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PMF(Product-Market Fit)를 명확히 충족한 제품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몸소 체감하게 됩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몰려들었고, 급격한 성장 속도 덕분에 기술팀의 주요 과제는 ‘사이트가 다운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었을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 흐름 속에 있던 어느 날, 브라이언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한 문서를 발견합니다. 바로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였습니다. 중앙기관 없이 개인 간에 직접 가치를 주고받는 디지털 화폐라는 개념은 그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처음에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곧바로 직감합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새로운 결제 수단이 아니라, 기존 인터넷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무언가라는 가능성이 담겨 있다는 것을요. 브라이언은 이 백서를 읽고 확신합니다.

당시에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가 지금보다 훨씬 부족했고, 대다수 사람들은 이를 불법적이거나 투기적인 것으로 여겼습니다. ‘정부가 발행하지도 않은 이 디지털 돈을, 과연 누가 믿고 쓰겠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브라이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탈중앙화 결제 시스템을 넘어, 전 세계 누구에게나 금융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런 확신은 그의 과거 경험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브라이언은 아르헨티나에서 체류하던 시절,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사람들은 화폐가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살고 있었고, 미국에서 당연하게 누렸던 ‘통화의 안정성’은 일부 국가에만 주어진 특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과거 유니버시티 튜터를 운영할 때, 고객이 결제한 금액을 튜터에게 송금하려 할 때마다 은행으로부터 반복적인 확인을 받아야 했죠. 브라이언은 당시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에서도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은 여전히 문제였습니다. 전 세계 190개국에서 고객과 호스트 간의 결제가 오갔지만, 국경마다 규제가 다르고 승인 지연, 환율 문제, 송금 속도 등 자금 흐름의 예측 불가능성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그는 ‘금융 시스템이 세계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해결할 도구가 인터넷, 모바일, 암호화폐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브라이언의 머릿속은 온통 비트코인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는 낮에는 에어비앤비에서 일하고, 밤과 주말에는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에 몰두하기 시작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바로 코인베이스(Coinbase)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가 만든 초기 프로토타입은 웹 기반 비트코인 지갑 호스팅 서비스였습니다. 사용자가 비트코인을 구매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으로, 훗날 코인베이스의 핵심이 됩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실험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보안, 규제, 자금 조달, 라이선스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여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이 무렵, 그는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해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에 지원할 결심을 합니다. 공동 창업자가 있는 팀이 선발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blockchain.info’라는 사이트를 만든 벤 리브스(Ben Reeves)를 만나 함께 지원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사업에 대한 철학과 실행 방식의 차이로 인터뷰 직전 각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하고, 브라이언은 혼자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그 결과 15만 달러의 초기 투자를 유치하며, 코인베이스를 정식으로 출범시키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불과 4주 안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부터 프로토타입 개발, 파트너 탐색, 액셀러레이터 지원, 초기 투자 유치까지. 망설이지 않고 밀어붙이는 브라이언의 추진력은 코인베이스의 시작을 가능케 했습니다.

3. 계속할 수 있는 힘, 그것 또한 실력이다

Y 콤비네이터를 통해 초기 자금을 유치한 뒤, 브라이언은 코인베이스의 프로토타입을 성공적으로 론칭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았습니다. 벤 리브스와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뒤에도, 그는 함께할 공동 창업자를 계속 찾고 있었죠.

그러던 중, 코인베이스 웹사이트에 비트코인 구매 기능을 개발하던 브라이언에게 한 사람이 연락을 해옵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트레이더 프레드 어삼(Fred Ehrsam)이었습니다. 프레드는 브라이언처럼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이력이 있었고, 암호화폐의 가능성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은 그에게 우선 2주간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합니다. 그렇게 일종의 테스트 기간 동안, 프레드는 고객 응대, 인사 업무, 심지어 사무실 정리까지도 마다하지 않았고, 밤 늦게까지 브라이언과 제품 개선에 대한 열띤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단순한 협력자를 넘어, 책임감과 결단력을 모두 갖춘 공동 창업자의 자질을 보여주었죠.

이후 3~4개월을 더 함께 일해본 브라이언은 확신하게 됩니다. “이 사람이라면 함께할 수 있겠다.” 그렇게 프레드는 코인베이스의 공식 공동 창업자로 합류하게 됩니다. 브라이언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남깁니다.

그 무렵, 비트코인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부정적이었습니다. 열에 아홉은 “이미 페이팔이 있는데, 너희가 뭘 더 잘하겠어?”라거나, “당신이 전 세계 금융을 접수하겠다는 건가요?”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다수의 의심을 견디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브라이언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최소한 2년은 미친 듯이 버텨보기 마음먹고 코인베이스에 올인합니다. 브라이언은 매일 사용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피드백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기능 개선 → 테스트 → 다시 피드백 수집의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하며 제품을 다듬어 나갔죠. 그렇게 쌓인 수백 건의 대화 끝에, 결정적인 인사이트가 한 사용자로부터 나오게 됩니다.

이 피드백은 브라이언에게 명확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사용자는 지갑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경험’을 원한다’는 것이었죠.

그는 즉시 행동에 나섭니다. 파트너 은행을 섭외하고, 결제 시스템을 설계하며, 법적 검토를 진행해 인프라를 구축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코인베이스 앱에 비트코인 구매 기능이 추가됩니다. 그 기능은 단순한 버튼 하나가 아니라, 코인베이스가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찾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판매 기능도 추가되며, 사용자들은 플랫폼 내에서 비트코인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2013년 초, 사용자들이 한 달 동안 코인베이스에서 사고판 비트코인 규모가 10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브라이언은 마침내 ‘이제 뭔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4. 불신의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법

비트코인 구매 기능을 본격 도입한 이후, 코인베이스는 빠르게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출시 1년 만에 약 13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시리즈 A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실리콘밸리 내 유망 스타트업으로 떠오르게 되었죠.

하지만 이듬해, 암호화폐 시장은 거센 추락을 겪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약 80% 폭락하며, 이른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 시작된 것이죠. 시장은 다시 얼어붙었고, 브라이언은 언론과 투자자로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받습니다. “비트코인은 끝난 것 아닌가요?” “이제 뭘 하실 건가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암호화폐 시장이 장기간 침체되는 현상을 뜻하는 말로, 투자 심리 위축, 거래량 급감, 가격 폭락 등이 지속되는 시기를 말한다.

그러나 브라이언에게 더 어려운 순간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었습니다. 그는 리더로서 팀원들 앞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서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마음속에도 ‘정말 이게 끝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 시기를 지나며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습니다. 리더는 모든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태도야말로 진짜 리더십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그는 팀원들에게 이렇게 담담히 말했습니다.

한편 이 시기 실리콘밸리의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방향을 틀기 시작합니다. ‘암호화폐’라는 단어 대신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용어를 내세우며 규제와 시장의 시선을 피하려 했죠.

그러나 브라이언과 프레드는 처음의 목적을 떠올립니다.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 그들의 대답은 명확했습니다. ‘전 세계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서’였죠.

암호화폐 산업은 본질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동반합니다. 코인베이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SaaS 기업들이 다음 분기 매출을 1% 이내 오차로 예측하는 반면, 코인베이스는 매출 규모가 최대 10배까지 차이 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브라이언은 코인베이스가 만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신뢰’라고 생각했습니다. 불확실하고 위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코인베이스만의 차별성은 ‘제도 안에서 움직이는 기업’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방향은 당시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대부분은 탈중앙화 철학을 앞세우며 규제를 거부하거나, 익명성과 프라이버시를 강조했죠.

하지만 코인베이스는 제도 안에서 작동하는 신뢰 기반의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공인 투자자(accredited investor)* 기준을 따르고, 미국 각 주의 ‘송금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정식 인가를 받습니다. 법률 검토 체계를 강화하고 사이버 보안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했으며, 고객 자산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죠.

*공인 투자자(accredited investor):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려면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 또는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으로 코인베이스는 누구보다 먼저 제도권 내에서 신뢰받는 암호화폐 플랫폼이라는 브랜드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2021년, 마침내 미국 나스닥에 암호화폐 기업 최초로 상장되며 또 한 번 시장의 이정표를 세웁니다. 상장 당시 기업 가치는 약 1,0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브라이언은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이 ‘사방에서 얻어맞는 기분’이라고 비유합니다.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고, 누군가는 고소장을 보내며, 돈은 줄어들고, 고객은 불만을 토로하는 일상이 반복된다고 말이죠. 그 가운데 리더는 가장 덜 나쁜 선택을 내려야 하고, 아무 일도 없던 듯 다시 출근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있어 코인베이스의 성장과 생존을 가능케 한 힘은 복잡한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끝까지 믿고, 계속 버틸 수 있었던 ‘열정’,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중심을 지킨 ‘신뢰’였습니다.

💬 “내가 지금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진짜 한 번만 더 개선하면 잘 될 수 있는 건가?” - 브라이언 암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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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미진

글  김계령

편집  주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