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카타르 월드컵도 대회 개막까지 200여 일 정도 남았다. 예선 도중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정되어 있던 월드컵 예선 경기가 미뤄지는 등 여러 위기도 있었지만 간신히 플레이오프를 제외하고 완주에 성공했다. 팬데믹 이후 치러지는 첫 월드컵이고 아직 팬데믹 종료 선언이 나오진 않았지만 최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방역 지침을 완화하고 축구 역시 제한을 풀어가는 국가가 늘어남에 따라 팬데믹 이전의 열기는 완벽하게 회복하기 어렵더라도 지난 유로 2020만큼의 열기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러시아 월드컵 종료 후 니시노 아키라의 후임으로 사무라이 블루 감독직에 취임한 모리야스 하지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모리야스 재팬 5년 농사의 끝이자 성공과 실패를 결정지을 마지막 대회라 볼 수 있는 카타르 월드컵. 8강을 목표로 하는 모리야스 재팬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전망을 함께 알아보자.
Road to Qatar: 천당과 지옥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종료 후 니시노 아키라의 후임으로 일본 대표팀 감독이 된 모리야스의 취임 이후 지금까지 행보를 요약하자면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 축구팬들의 실망을 더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종료 이전까지 모리야스 재팬의 성적을 나열해 보면 자카르타 & 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 아시안컵 준우승,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탈락, 2019 EAFF E-1 풋볼 챔피언십 준우승, 2020 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탈락, 도쿄 올림픽 4위를 기록했다.
코파 아메리카와 U23 챔피언십을 제외하면 모리야스 재팬이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나쁘지 않은 게 아닌 걸 깨닫게 될 것이다.
2018년부터 2019년 전반기까지는 아시안 게임 준우승, 아시안컵 준우승과 좋은 A매치 성적을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아시안컵 결승전 당시 보여줬던 아쉬운 모습,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 에콰도르를 이기지 못하고 탈락할 때부터 불안한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고 2019 EAFF E-1 챔피언십에서 라이벌 한국에 지며 준우승을 거두더니, 기린컵에서는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무승부를 거두고 베네수엘라에게 4-1로 대패를 겪으며 좋았던 여론이 큰 타격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아시안컵 준우승 이후 모리야스 재팬의 성과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2020년 초 경질설에 휘말리고 있던 모리야스였지만 일본축구협회의 지지 아래 유임을 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평가전을 4번밖에 못 치렀지만 모리야스의 지도 아래 일본 대표팀의 스타일에 변화가 드러났다. 특유의 짧은 패스 플레이는 기본으로 하되 예전부터 단점으로 지적되던 피지컬 부재로 인해 어려웠던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압박하는 스타일을 이제는 일본에서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압박과는 별개로 득점 부분에서 눈에 띄게 부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일본에서 활약하는 유럽파 공격수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득점 감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된 플레이 스타일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 모리야스 재팬의 추구해야 할 스타일을 만들어 나감과 동시에 차세대 공격수를 발견하지 않는 이상 득점 빈곤은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모리야스 감독은 2019년 아시안컵 결승전부터 코파 아메리카 에콰도르전, 친선경기 베네수엘라전, 동아시안컵 한국전, 그리고 2020년 U23 챔피언십 경기 등 전술적으로 상대 감독에 밀리는 모습을 상당수 보이고 있어 팬들의 여론이 점점 악화됐다. 이 당시 일본 대표팀에 맞지 않는 백쓰리를 고집하다 승리를 놓치는 경기가 많아졌다는 평이 대다수였으며 폼이 떨어진 미나미노 타쿠미와 시바사키 카쿠를 선발 라인업에 고정으로 넣으며 이 둘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다는 비판 또한 받았다.
이런 우려 속에서 모리야스 재팬 임기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 중 하나인 도쿄 올림픽이 개막했다. 조별리그에서는 특유의 패스 플레이와 공격력의 조화를 이루는데 성공하며 토너먼트에 진출했지만 토너먼트에서는 피지컬에서 강점을 보이는 팀에게 고전하는 고질병을 고치지 못했고 본인들의 전술을 굳이 바꾸는 모험적인 전략을 택했고 이에 따라 경기력이 180도 바뀐 바람에 토너먼트 3경기에서 고작 1골에 그치는 빈공을 선보였고 결국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며 이번에도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여기에 대회 기간 모리야스는 체력 관리 면에서도 실패했는데, 한여름 일본의 더위와 다습한 기후, 6경기 동안 과밀한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베스트 11을 너무 고착화시키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낳았다. 최정예로 선수단을 구성해놓고 눈앞에 있는 경기에 집중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발 엔트리를 구상하지 않다 보니 22명의 엔트리가 가져다줄 수 있는 이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재임 기간 동안 큰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일본 내에선 모리야스의 지도력에 의심을 품는 여론이 늘어났다. 특히 이 시기 올림픽 대표팀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최강의 멤버를 구성하고자 했으며 실제로도 사상 최강의 올림픽 멤버라는 호칭으로 불렸고 목표 또한 금메달이라고 공언했을 만큼 일본 축구 내에서 높은 자신감을 보여줬기에 팬들 사이에서도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가 자연스레 커지게 됐다. 그랬던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모리야스에 대한 비판도 잦아들었다.
그리고 최종예선에서 오만과의 1차전에서 패배한 것부터 시작으로 불안한 조짐을 보였고 도하에서 열린 중국과의 2차전은 졸전 끝에 1-0으로 겨우 승리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 3차전에서 또다시 패배하면서 월드컵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모리야스 재팬은 최종예선 진행 과정에서 탈락 위기에 몰리며 호주전 경기 결과에 따라 경질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였고 여기에 '포이치(모리야스)는 (기존 선발진이) 부상을 입어도 후루하시랑 미토마를 기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쓰인 트윗을 미토마 카오루가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밝혀지는 등 불화설까지 나오며 모리야스 재팬은 바람 잘 날 없는 상태와도 같았다. 여기에 베트남전 이후 야후 재팬에서 모리야스 신임도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였는데 무려 93%에 달하는 비율의 인원들이 모리야스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떴을 정도이니, 당시 모리야스 재팬에 대한 일본 여론이 나락까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후 6연승을 달리며 위기를 극복한 모리야스 재팬은 홈에서 사우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복수에 성공하고 또 홈, 원정에서 월드컵 진출을 놓고 경쟁하던 호주를 2경기 모두 잡아내면서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짓는데 성공하며 어느 정도 좋지 않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호주와의 경기에서 고무적인 모습은 모리야스 재팬이 오래간만에 좋은 모습을 보이며 칭찬을 받았다는 점인데 평소 선수 기용 및 포메이션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던 모리야스가 드디어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우선 주전 사카이 히로키, 토미야스 타케히로, 오사코 유야가 결장했지만 야마네 미키, 이타쿠라 고, 아사노 타쿠마가 결장한 3명의 공백을 완전히 메꿔주는 역할을 해냈다.
일본은 평소 사용하던 포메이션에서 이날 4-3-3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했고 안정성과 역동성을 중시한 중원 트리오를 배치(엔도 와타루, 타나카 아오, 모리타 히데마사)하며 중원 조합에도 변화를 줬다. 양 측면에 이토 준야와 미나미노 타쿠미를 배치했는데, 이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던 미나미노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에 활력소 같은 역할을 해줬다. 호주가 볼 소유권을 잃을 때마다 일본은 수준 높은 전환을 보였다. 일본은 야마네와 나가토모 유토가 양 측면에 압박을 가하고, 중원에서 모리타와 타나카(후방에서 엔도가 커버 역할)가 등을 돌려 볼을 받아주면서 엔도가 후방에서 커버 역할을 해 주면서 공격 기점이 되는 패스를 해줬다. 미나미노 타쿠미, 이토 준야는 중원에서 역습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며 호주는 일본의 압박에 고전했고 일본은 높은 위치에서 볼을 빼앗아 갔다. 또한 일본은 여러 개의 선택지를 가진 상태에서 빠른 역습 플레이를 펼쳤고 승리를 쟁취했다.
하지만 본선 직행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간 것도 잠시 이후 3월 29일 베트남과의 최종전인 10차전에선 1대1 무승부를 기록했고 이로써 일본은 7승 1무 2패의 성적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을 마무리했다. 그래도 호주와 사우디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 일본은 조 1위가 확정되지만, 되레 사우디가 이기는 바람에 2위로 밀려났다.
비록 첫 경기부터 오만한테 패배를 기록하는 등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위기에 몰리고 마지막에 베트남에 비기며 조 2위로 밀려나 마지막을 찝찝하게 마무리했지만, 어쨌든 위기를 극복하고 본선 진출에는 성공했다. 이제 본선에서 진가를 보여줘야 할 모리야스 재팬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최종예선 내내 경기 내용이 영 좋지 못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모리야스 재팬은 본선에서도 썩 믿음직스럽지 못하는 인상을 받게 됐다.
왜 모리야스는 비판받는가?
모리야스 재팬은 지난 아시안컵에서부터 최종예선 종료까지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비단 축구팬뿐만 아니라 축구인들에게도 비판을 받아왔던 모리야스 재팬이었다. 현지에서 제기되는 비판점을 정리해보자면,
물론 모리야스 재팬이 비판점밖에 없는 건 아니다. 유럽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리빌딩에 성공했고 패스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현대 축구의 트렌드 중 하나인 적극적인 압박을 활용한 플레이 정착과 조직력 향상은 모리야스 재팬의 강점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문제점은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제기된 문제다. 이 중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점을 소개해 보겠다.
모리야스 재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으로 자주 제기되는 사항은 선수 교체 타이밍이 늦다는 점이다. 이는 아시안컵부터 지금까지도 많이 나오고 있는 지적이다. 아시안컵 당시 모리야스 감독의 교체 카드 사용법을 총괄하면, "모리야스 재팬이 치른 아시안컵 총 7경기 중 6경기가 상대 팀보다 선수 교체 시기가 느리다. 후반 종료 10분 전후의 선수 교체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카타르와의 결승전에서 0-2로 뒤지는 상황 속에서 모리야스가 처음으로 교체 카드를 꺼낸 시기는 후반 16분이었다."였다.
실제로 이누이 타카시도 아시안컵 종료 후 인터뷰에서 "교체를 빨리 내라는 생각은 있었다. 비판 같은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이 사항을 모리야스 감독에게 직접 전달해 말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교체 타이밍 문제는 선수단 내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던 문제점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점은 도쿄 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조별리그 2차전에서 난적 멕시코를 맞아 2-1로 이기며 2연승을 장식했지만 올림픽 시기 <Football ZONE web>에서 스페셜 애널리스트를 맡고 있던 前 일본 대표팀 선수 출신 타나카 마르쿠스 툴리오는 "선수 교체의 의도가 없는 것 같다. 멕시코전도 선수 교체부터 리듬을 잃었고 실점도 허용했다. 2연승이란 성과는 대단하지만 선수 교체는 사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모리야스 감독의 교체 타이밍에 대해 염려하는 의견을 드러냈다.
지난 2020년 11월 24일 <spaia>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밝혀냈는데, 바로 모리야스 재팬이 한 번 선제 실점을 기록하면 사실상 역전하기 힘들다는 데이터다. (2020년 11월 기준) 모리야스 재팬이 재임 기간 동안 역전승을 거둔 경기는 투르크메니스탄전(2019년 1월 9일/3-2)과 우즈베키스탄전(2019년 1월 17일/2-1)으로 FIFA 랭킹으로 따졌을 때 투르크메니스탄은 129위, 우즈베키스탄은 85위로 모두 일본보다 밑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모리야스 재팬은 경기 전개에 따른 임기응변이 부족하며 경기 중 플랜 A가 효과가 없을 때 효과적인 플랜 B 전술 변경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취임 이후부터 끊임없이 선수들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강조해 왔다. 축구에서는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 변화는 피치 위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가장 잘 느끼기에 모리야스 재팬은 이 점을 감안하여 상대팀의 스카우팅 정보는 설명하되 경기 중에는 벤치에 있는 코칭스태프가 아닌 경기장에 뛰고 있는 선수들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며 선수들 스스로 판단해 상대를 대응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모리야스 감독이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 수준이 높아져 가고 선수 또한 개개인별로 역할이 세분화되며 선수의 높은 '전술 이해도'가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 더 나아가 팀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필수 덕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판단 기회를 주고 자율성을 높여가며 스스로가 생각해보는 것은 전술 이해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리야스의 주체성과 자율성 부여가 때로는 감독이 적절한 지시를 내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모리야스 감독은 해당 상황에서 선수에 대한 적극적인 지시가 내려지지 않아 자율적인 게 아니라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즉, 선수와 감독 쌍방이 주체성과 자주성을 가져야 시너지 효과가 나는데 어느 한 쪽에서만 자주성이 나타날 경우 효과는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모리야스 재팬은 선수들에게만 자주성을 나타내길 지시했고 선수의 주체성을 지나치게 존중한 결과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도리어 모리야스의 전술적 역량 부족이 나타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종합하자면 선수의 주체성을 지나치게 존중하며 모리야스의 전술 부재가 축구팬들에게 드러났고 느린 교체 타이밍과 폭이 좁은 교체 활용, 단기 토너먼트 시 매니지먼트 부족과 경기 전개 상황별 대응책 부족이 모리야스 재팬이 비판받고 있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리야스 재팬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선수단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주전 선수들의 출장 시간을 관리하여 체력 안배를 시켜주고, 선수에게만 자율성을 맡기기 보단, 필요할 때 감독이 지시하여 선수와 감독 쌍방의 자주성 균형이 맞춰져야 한다.
E조 분석 및 전망: 죽음을 넘어선 절망의 조
간신히 본선에 진출하는 데 성공한 모리야스 재팬이지만 도하에서 열린 조 추첨식 결과는 죽음의 조를 넘어선 절망의 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암울했다. 바로 스페인, 독일과 한 조에 포함된 것. 16강 진출이란 성과를 냈던 러시아 월드컵 당시 조 편성(H조, 폴란드-콜롬비아-세네갈)과 비교하면 더욱 암울하다. 남아공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과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을 모두 만나며 일본 입장에선 시작부터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었다. 더군다나 나머지 한 팀도 코스타리카 Vs 뉴질랜드 승자와 겨루는데, 특히 두 팀 모두 지역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3팀 모두 일본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E조의 팀들보다는 월등히 많은 중동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강점을 가졌음에도 강팀 스페인, 독일과 한 조가 되며 일본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앞이 깜깜해지는 조 편성인데, 여기에 코스타리카까지 합류하면 더더욱 골치가 아파질 상황이다. 코스타리카는 이미 북중미 지역 예선에서 본선 진출국인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선전하며 좋은 결과를 낸 바 있다.(심지어 미국을 상대로 후안 파블로 바르가스와 콘트레라스의 골에 힘입어 2-0 승리까지 거두었다.) 그나마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힘겨운 조에 편성된 일본이 그나마 승점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경기로, 일본이 뉴질랜드와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모두 통산 전적으로 우세한 전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일본 입장에선 이변을 일으키고 토너먼트에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할 것이다.
일단 일본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우선 코스타리카 Vs 뉴질랜드 플레이오프 승자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를 거두고, 스페인과 독일 둘 중 한 팀과 어떻게든 비겨서 1승 1무 1패로 16강 진출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문제는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과 역대 전적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는 점과 두 팀 중 한 팀이라도 비기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설령 한 경기를 비겨서 다른 한 팀과 성적이 같게 나온다고 해도 모리야스 재팬의 고질적 문제점인 득점력 빈곤이 해결되지 않으면 2위 경쟁 국가와 득실차에서 밀려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상단에 있는 필자의 모리야스 재팬 예상 포메이션은 모리야스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 기용과 베스트 11을 고착화하며 기용하는 성향, 그리고 호주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4-3-3 포메이션과 엔도 와타루, 타나카 아오, 모리타 히데마사의 3미들 조합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명단을 만들었다.(다만 톱 자리에 후루하시 쿄고 대신 최종예선에서 모리야스 재팬의 톱 역할을 맡은 오사코 유야(빗셀 고베)가 대신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10월 열린 호주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부터 4-3-3 포메이션을 채용한 모리야스 재팬이 무패를 기록하면서 일각에서는 4-3-3 포메이션을 모리야스 재팬의 메인 포메이션으로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4-3-3 포메이션만 채택하는 것이 아닌, 엔도 와타루, 모리타 히데마사, 타나카 아오 3미들 조합을 주력으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같이 나왔다. 실제로 이 3미들 조합을 사용한 시기부터 모리야스 재팬의 성적 또한 좋아졌으니, 일본 축구팬들이 주장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유럽파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독일에 머무르던 시기 일본 언론 <풋볼존>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지 플리크 독일 대표팀 감독이 2019-20 시즌에 이끌었던 바이에른 뮌헨의 스타일이 우리 대표팀이 지향해야 할 축구다. 뮌헨은 개개인의 힘도 좋고 팀으로서 하나 된 조직력도 좋다. 그 균형이 완벽한 팀이다. 일본 역시 개개인의 힘을 기르며 동시에 조직력도 최대로 올려, 그 시너지를 최대로 만들어야 한다.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었다. 실제로 플리크 감독은 양 풀백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 공격 전술,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압박 및 스위칭을 위주로 하는 전술을 펼치며 이는 모리야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과 비슷하다.
다만 플리크 감독은 모리야스 감독과 달리 적절한 교체 카드, 그리고 위기 상황에 계획을 바꿔야 할 때는 고집을 부리기보단 과감하고 대담하게 변화를 시도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걸 생각해 볼 때 진정으로 플리크 감독의 축구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플리크의 장점이자 모리야스의 단점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
모리야스 감독에게 선수 시절 도하는 비극의 땅이었다. 선수 시절 일본 축구의 오랜 숙원이었던 미국 월드컵 본선 티켓 확보를 눈 앞에 두고 있었지만 경기 종료 불과 수십 초 전 움란 자파르의 골로 본선 티켓이 날아가 버린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훗날 모리야스 감독이 인터뷰에서 "월드컵 진출에 나의 꿈을 걸었다. 바로 앞에서 월드컵 진출을 봤지만, 손에 쥐려 할 때,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보다 슬픈 기억은 없다. 당시 나는 호텔에 들어온 뒤에도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그 당시 모리야스의 마음고생을 알 수 있다.
조 추첨 후 <사커 다이제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도하는) 선수 시절 '도하의 비극'으로 월드컵 진출이란 꿈을 이루지 못한 장소인데, 이번엔 감독으로서 월드컵에 임해서 '도하의 환희'로 바꾸겠다."라고 밝힌 모리야스. 과연 그의 바람대로 30여 년 전 겪었던 아픔을 딛고 도하를 환희의 땅으로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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