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에 '에스파 월드'를 오픈한 스타트업, 버시스

콘텐츠 비즈니스가 다른 업종과 다른 이유가 뭘까요. 이 업계는 왜 업무 효율화나 시장 잠재성, 기대수익율 같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질까요? 저는 이걸 '사랑'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이없고 막연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이런 감정이 없다면 굳이 이 바닥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일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만 사랑하는 일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좌절하지 않고 계속 사랑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와 비즈니스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TMI.FM은 이런 '우리'를 소개하고 응원합니다. 오늘은 메타버스 음악 콘텐츠를 고민하는 스타트업 버시스(Verses, Inc)의 이성욱 대표를 만났습니다. | 차우진

버시스, 사용자 주도 음악 경험 서비스 기업

버시스(Verses, Inc)는 사용자 주도 음악 경험 서비스를 개발하는 뮤직 테크 스타트업이다. 듣기만 하던 기존 음악 경험을 만지고 갖고 노는 놀이이자 재창작의 과정으로 바꾸며 음악 감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는 회사다. 

구글 클라우드 아카데미(2023) 선정, 빌보드 Best of CES 2023 베스트 메타버스 뮤직 이노베이션 부문, 신한금융그룹 스퀘어브릿지 HERO’s AWARDS 넥스트 테크놀로지 부문 최우수상(2022) 등을 수상하며 기술적 기반과 성과를 공인 받았다. 2023년 12월 현재, 주요 케이팝 엔터터인먼트 기업들과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등과 협업하고 있다. 

2022년에는 뮤지션 수민(SUMIN)과 협업한 "파이트맨: 수민의 인터랙티브 싱글"로 CES 2022년 혁신상과 iF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했고, 세계적인 EDM 뮤지션이자 프로듀서인 히치하이커와 '히치하이커의 메타버스 뮤직’ 앱을 출시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17일,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에스파 월드(aespa world)’를 론칭했다. 에스파의 세계관과 최신 싱글 "드라마"의 음원 등이 어우러진 월드로, 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메타뮤직 시스템’과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비트 기반 인공지능 뮤직비디오 생성’ 기술이 적용됐다.

"음악 산업은 사용자의 요구를 더 많이 반영해야 합니다"

Q: 그렇게 음악을 가지고 논다는 맥락에서 '인터랙티브'란 개념이 매우 중요할 것 같아요.

A: 사실 인터랙티브 음악은 1990년도 초에 시도가 있었어요. 토드 룬드그렌(Todd Rundgren)이나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데이빗 보위(David Bowie) 같은 아티스트들이 선구자였죠. 저희도 그 맥락에서 아티스트 수민과 인터랙티브를 시도했는데, 그때는 완전히 프로토 타입이었어요.

그런데 이 앱을 업로드하고 몇 시간 만에 참여율이 엄청나더라고요.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수민의 음악을 자기 음악으로 만들고 공유하는 비율이 거의 80%에 육박했어요. 작년에는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에서 저와 수민, DJ 소울 스케이프가 대담도 했어요. 그때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더 많은 기능을 요청하셨는데요. 이 산업이 사용자의 요구를 더 많이 반영하지 못한다는 고민이 커졌죠.

Q: 얼마 전 볼트 뮤직이라는 곳에서 NFT 기반의 사용자 참여형 게임을 출시했어요. 그 회사의 대표가 "음악은 게임과 스포츠에 비해 슈퍼 팬의 참여를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저는 유저 행동 패턴을 보면 굉장히 명확하다고 봐요. 팬클럽을 인터뷰하면 그들에겐 콘텐츠가 너무 필요한 거죠. 아이돌 그룹은 사실 활동 기간이 짧아요. 그 중간에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데 기획사에서는 충분히 공급을 못 해주고요. 요즘 팬클럽은 자체적으로 리믹스를 만들어서 돌리는데, 그 테잎을 받으려고 줄을 서요. 한정 수량이니까요.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업계에서 팬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Q: 개념적으로는 쉽지만 그걸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기반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버시스가 강조하는 '비트 기반 인공지능 뮤직비디오 생성기'에 대해 설명해주실래요? 버시스의 기술적인 자산은 무엇일까요?

A: 대부분의 인터랙티브 음악은 사용자들에게 악기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어요. 그런데 이건 음악을 제어하고 나아가 좋은 음악을 만들려면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이러니 사용자들이 조금 만지다가 그만두죠. 

버시스는 인공지능과 시각 정보를 매우 많이 사용해서 선택의 폭을 크게 줄였어요. '비트 기반의 뮤직비디오 생성기'도 그냥 박자에 맞춰서 두드리기만 하면 되거든요. 인공지능이 그 맥락을 이해해서 비주얼로 만들어주거나, 음악적 피드백을 전달하는 거죠. 사용자 입장에선 아주 작은 의도에 대해 굉장히 큰 피드백을 받는 셈이에요. 그걸 위해 인공지능, 게임 엔진 같은 기술이 필요하지만 저희는 사실 유저 리서치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버시스의 자산이라면 기술도 기술이지만, 유저 리서치를 통한 데이터라고도 할 수 있어요.

Q: 유저 리서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된 거죠?

A: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어요. 기술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자 행동에 어떻게 적용할까, 예를 들면 이 동그란 걸 누르면 어떤 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더 좋아할까? 이런 기초적인 것에서 출발해서 지금 가상 세계까지 온 거에요. 현존하는 음악 생성 엔진, 비주얼 생성 엔진 등을 다 매칭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비주얼 요소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적 반응을 좋아하는지 등등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실험했어요. UX 리서치에 기술적인 가능성까지 결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벌써 4년이 좀 넘었어요. 정작 회사는 3년 차인데 말이죠. 

"버시스는 다양한 사업모델이 가능한 회사"

Q: 회사는 총 몇 명 정도 되나요? 

A: 지금 12명입니다. 그 중 전은경 님을 빼고 전부 개발인력들이에요. 

Q: 전은경 님은 [월간 디자인]의 편집장을 하셨던 분이잖아요. 버시스에서는 어떤 일들을 맡고 계신가요?

A: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계시지만, 사실은 저널리스트로서 매우 객관적인 관점과 경험을 갖고 계신 분이잖아요. 그래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에도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Q: 그 외엔 대체로 인공지능이나 음악, 신경망 쪽에 커리어를 가진 분들이 많으실까요?

A: 인공지능과 음악, 비주얼 그리고 DSP 등에서 커리어를 쌓은 분들이 계세요. 연구자로 시작한 팀이었지만, 이제는 연구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업화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Q: 버시스의 사업 모델은 사실 오리지널 IP가 필요한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오리지널 IP 홀더, 케이팝의 경우는 기획사들과 풀어야 사업이 진행될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풀고 있으세요?

A: 얼마 전에 미국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한국의 기획사나 아티스트는 오리지널 IP의 권리를 다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에 기술에 대한 이해도 굉장히 높고요. 하지만 해외에서는 음악을 건드리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일단 저희와 진행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사용자들이 내 음악을 더 발전시키거나, 다양하게 흡수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또한 산업적 측면도 있어요. 이제 음악 시장에선 창작보다 전달의 괴로움이 더 커졌어요. 배포하고 홍보하는 일이 굉장히 어려워졌잖아요. 그런데 팬덤과 결합되면 음악의 도달률이 엄청나게 올라가요. 산업의 효율 측면에서도 2차 창작물이 팬덤에서 만들어지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죠. 원 저작자의 입장에서도 그걸 통해 시장에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고요.

'에스파 월드'는 런칭하고 일주일도 안됐는데 벌써 20만 명 넘게 방문하고, 제작되고 유포되는 콘텐츠의 수도 3만 개가 넘어요. 그 3만 개의 콘텐츠를 10명이 봤다고 해도 30만 명이 되는 거죠. 그러면 이 기술에는 미디어적인 가치가 생긴다고 봐요. 이런 변화를 이해하는 아티스트나 기획사에겐 굉장한 기회가 생길 수 있고요.

Q: 그럼 버시스는 인터랙티브한 음악 경험을 위한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해도 될까요? 

A: 그렇게 시작을 했죠. 저희는 한국과 미국의 대학원 연구소 멤버들이 모여 시작한 회사였는데, 지금은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회사가 된 거죠. 지난 10월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테크토닉스 컨퍼런스에서 유니버설뮤직그룹이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을 선정하는데, 버시스가 뽑혔어요. 그들은 기술 뿐 아니라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벌 지에도 관심이 많잖아요.

저희가 그걸 상당히 많이 고민했어요. 음악이 녹음된 형태를 벗어나서 팬과 아티스트가 더 잘 만나고 팬에게 일부 재 창작의 기회를 열어주면, 이 상품은 어떻게 되고 얼마나 확장될까? 이런 질문들에 깔린 비전을 많이 보여줬어요.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SM 엔터테인먼트... 이런 회사들도 가상 세계에서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Q: 그럼 돈은 어떻게 버나요? (웃음) 인앱 결제 방식, 아이템 판매, 기술 지원이 모두 가능한가요? 

A: 맞아요. 아까 얘기한 대로, 인터랙티브 음악은 당연하고, 그 다음 비주얼 생성기가 있고, 커뮤니케이션 등등을 기반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죠. 쉽게 얘기하면,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가 아이템을, 패션 아이템이든 가방이든 워크맨이든 그런 아이템을 구입해요. 그러면 사용자가 음악을 제어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는 기능을 팔거나, 가상 세계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거죠. 미국에서는 이걸 '팬 인게이지먼트'라고 해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비디오 게임처럼 아예 유료 앱 다운로드 같은 방법도 있어요. 여러 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구조적으로 버시스의 원천 기술을 토대로 여러 제품이 나오겠네요. 그게 서비스 형태든 협업 형태든 디바이스 같은 형태든 말이죠.

A: 맞아요. 그래서 버시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우리 기술로 아티스트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에요. 스트리밍의 수익률에 비하면 훨씬 더 큰 수익을 만들 수 있어요. 실제 데이터도 그렇게 나오고요. 

"제페토와 로블록스는 새로운 음악 미디어에요"

Q: 제페토는 매우 어린 사용자들이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얘기되는데, 메타버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저희는 여러 플랫폼 중에 하나라고 봐요. 이제까지 음악의 미디어는 LP, CD 같은 물리적 매체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왔다가 앞으로는 가상 세계 음악으로 넘어가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음악의 정의가 달라지는 시점인 것 같아요. 큰 맥락에서 저희 기술은 VR이나 AR이나 메타버스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처음으로 스케일을 이룬 시장이기 때문이에요. 제페토에는 거의 4억 명에 가까운 사용자가 있어요. 해외 아티스트들과 얘기할 때에도 그들은 로블록스나 제페토 같은 거대한 메타버스 플랫폼에 관심을 가져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미국의 10대 소년들이 유튜브보다 로블록스를 더 많이 쓴다는 통계도 있어요. 메타버스 사용자가 줄어든다고 해도 결과적으론 우상향하는 시장인 거죠. 심지어 로블록스는 매출도 계속 오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메타버스는 인터랙티브 음악의 정답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어떤 좋은 장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죠.

Q: 로블록스나 제페토는 단지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 심지어 커뮤니케이션 툴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A: 각각의 색깔은 달라요. 로블록스는 내가 여기서 무엇을 만들 수 있는 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면, 제페토는 외모에 관심이 많은 10대들이 모여 있어요. 그래서 이 둘은 문화도 다르죠.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Q: 새로운 비즈니스지만, 더 넓게 보면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문화가 등장한 거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포트리스 같은 2000년대 초반의 웹 게임도 그랬던 것 같아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게임하고 채팅하고 욕하고... (웃음) 돌아보니 그게 새로운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새로운 미디어였던 것 같고요. 

A: 당시 열정적으로 게임을 하던 사람들은 그런 캐주얼 게임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요소가 지금 게임 산업의 여러 파트에 영향을 많이 줬어요. 다중 플레이부터 단순한 게임의 미학 같은 것들요. 저도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사고, 꾸미는 게 아직은 어렵지만, 가끔 진짜 멋있게 꾸민 아바타를 만나거나 사용자들과 대화하면, 그 문화를 존중하게 돼요. 

"디지털은 음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요"

Q: 얼마 전 LA에서 열린 '뮤직 테크토닉스'에 다녀오셨는데요. 저는 작년 [케이팝 제너레이션]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들렀어요. 올해는 어땠나요?

A: 너무 재밌는 게, SXSW나 CES와는 많이 달랐어요. 일단 이 행사들은 대담을 해도 좀 부드럽거든요. 그런데 뮤직 테크토닉스에는 죄다 업계 전문가들만 있어서 그런지, 매우 직설적이었어요. 판도라 부사장이 패널로 참석한 자리에서 스포티파이와 판도라가 음악 시장을 다 망쳐놨다는 발표도 하고요. 저는 진짜 많이 웃었어요. 

심지어 스포티파이의 이노베이션 총괄 임원이 '여기 모인 사람들은 음악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해결할 거다'고 말하더라고요. 참 재밌었죠.

Q: 제 생각엔 지금 음악 산업의 문제는 디지털에 대한 대응으로 수렴될 것 같아요. 단적으로 말해, 20여 년 동안 '음반이 팔리지 않는다'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것저것을 해 왔다고 보는데요. 100년 정도 유지되던 사업 모델이 무너진 상황에서, 한 20년 간 그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지속가능성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으로요. 

A: 저도 동의해요. 저보다 한 20년 많은 음악 업계 선배들, 인공지능 음악 분야에서 활약하는 선배들과 함께 얘기하다 보면, '디지털은 진정한 수익 모델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해요. 냅스터 이후 아직도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심지어 레코드사는 옛날 음악으로 돈을 벌고 있잖아요. 음악으로 돈 버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인디펜던트는 말할 것도 없고 음악가들의 생계가 위협 받는 상황에서 저희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려고 하죠.

Q: 앞으로의 음악 산업은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A: 지금 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봅니다. 인터랙티브도 한 방향이고, VR 공연도 시장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보고요. 이런 식으로 음악 미디어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수익성은 매우 낮은 것 같아요. 이 문제는 다행히 새로운 미디어를 통하거나 음악 저작권, 웹 3.0과 NFT 같은 방법을 통해서 한 5~10년 지나면 답이 나오겠죠.

Q: 음악의 자산화라는 관점에선, 음반과 콘서트란 상품의 지속가능성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IP 비즈니스가 중요해진다고 봐요. 뭘 팔아야 할 지 찾다 찾다 답이 없어서 결국 권리와 유명세를 팔기로 한 거죠. 

A: 그런데 1년에 발매되는 곡이 500만 곡이 넘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알려지는 건 겨우 1%도 안 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IP가 과연 자산화에 유용하냐에 대한 고민이 생겨요. 음악 만드는 게 너무 쉬워졌고, 도달 되는 범위는 좁아졌고요. 고민이 좀 많아지죠.

Q: 저도 정말 공감해요. 신생 아티스트나 규모나 영향력을 만들지 못한 아티스트에게 IP는 정작 별로 의미 없는 얘기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마케팅 비용은 올라가고, 효과는 크지 않는 게 문제라고 봐요. 저는 이 문제는 음악 뿐 아니라 출판, 드라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데요. 특히 영화 산업은 음악 산업이 이미 20년 전에 경험한 걸 지금 겪고 있다는 생각이긴 합니다.

A: 오, 그럴 수도 있겠네요. 

Q: 케이팝 회사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IP에 집중하는 이유라든가, 버시스의 비전이라든가요. 

A: 현재 CD를 기반으로 한 시장의 지속성과 대안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은 출판 미디어에서 녹음 미디어로 발전했단 말이죠. 그게 한 백 몇십 년 지속되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저희는 인터랙티브 음악, 가상 세계 기술에만 관심이 있다가 '에스파 월드'를 런칭하면서 세계관을 메타버스에 끌어들이는 작업을 했어요. 거기엔 또 여러 요소와 캐릭터가 있잖아요. 사용자 입장, 에스파 팬의 입장에선 상상만 하던 걸 메타버스나 VR에서 직접 체험하게 되면서 많은 게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간접 경험이 아니라 직접 경험이 되거든요. 

유저 테스트를 해보면 관련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월드 안에서 내 아바타가 머물 수 있는 아파트를 사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면 그 공간을 꾸밀 수도 있겠죠. 이런 것들은 저희 생각이 아니라 오히려 팬들의 생각이기도 해요. 소프트웨어가 물리 비즈니스에서 관계 비즈니스로 바뀐 것처럼, 음악도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될 거라고 봅니다.

Q: '에스파 월드'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A: 블랙핑크의 메타버스 사례를 보면, 상황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때 숫자가 꽤 괜찮았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월에 한 3천만~5천만 명 정도의 방문 수는 생길 것 같아요. 그걸 수익화하면 적어도 수십 억 원 이상의 매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SM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도 협업할 수 있는 거죠? 

A: 케이팝 회사 뿐 아니라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등과도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대화하고 있어요.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배급사나 미디어와도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의 가능성이 더 많이 열려야 해요"

Q: 그런데 버시스는 음악으로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음악에서 돈 버는 방법을 넓히는 걸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A: 예 저희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러면 버시스가 그걸 계속해서 찾는 이유는 뭘까요? 버시스라는 회사의 본질, 핵심 가치는 어떤 걸까요?

A: 음악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음악이 훨씬 더 강력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랄까요. 제가 기술적인 커리어를 갖고 있지만, 원래 뮤지션이었고, 작곡을 전공했고요. 그래서 음악이라는 미디어가 원래 굉장히 확장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영향력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제가 [피아노의 숲]이라는 작품을 되게 좋아하는데, 거기에 "너의 모차르트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장면이 나와요. 그리고 콩쿨에서 피아노 주변에 모인 수많은 모차르트들이 날아가는 장면이 저는 음악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아요.

너의 음악은 무엇인가? 똑같은 악보라도 수천 가지의 연주 방법이 있어...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Uchida Mitsuko)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와 스뱌토슬라브 리히터(Sviatoslav Richter)의 모차르트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얼마 전 김 마스타 선생이 "부산에 가면"을 불렀는데 최백호 선생의 원작과도 정말 달랐어요. 그러니까 저는 레코드 미디어가 음악을 효율적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음악의 매력을 닫아버리기도 했다고 보거든요.

이건 저만의 생각은 아니고, 쇼스타코비치가 레코드라는 미디어가 등장했을 때 음악 강의에서 했던 얘기였어요. 앞으로 사람들은 레코드나 라디오 같은 매체 때문에 음악의 즐거움을 많이 잃어버릴 것이다...

저는 음악의 가능성이 더 많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가능성이 바로 음악을 구원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어떻게 하면 이 가능성을 기술을 통해 효율적으로 전달할까, 그런 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저도 사실 대표님의 이야기에 거의 100% 공감하고 있어요. 저는, 디지털이 음악의 뭔가를 바꿨다기보다는 오히려 본질적인 자리로 되돌리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음악의 큰 역사에서 20세기라는 시간이 굉장히 기형적이고 이상한 시간일 수도 있다. 디지털 환경은 시공간을 압축하면서 음악의 본질을 다시 회복하거나 복원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그래서 2020년 이후의 세계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인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죠. 

A: 아마 평론가이기 때문에 그런 시각도 가능할 것 같아요. 저처럼 산업 내부에 있으면 넓게 보는 건 어려워요. 하지만 무엇인가 큰 변화가 흐르고 있다는 건 실감하고 있습니다. LA에서도 여러 음악 산업 관계자들과도 그런 얘기를 계속 나눴고요. 뮤직 테크토닉스의 폐회사에선 버시스가 앞으로의 음악의 방향을 보여주고,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도 들었어요. 예정에도 없던 발언이었는데, 저로선 정말로 그 미래에 기여하고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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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음악 산업 ©TMI.FM |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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