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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박국의 노답인디 | 영기획 & 오소리웍스 합병 실패기(1)

인수합병은 SM만 하는 게 아닙니다

2023.03.28 | 조회 4.2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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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FM DJ 하박국(HAVAQQUQ) | 90년대부터 홍대 언저리에서 무언가를 해 왔다. 2002년 전설의 힙스터 음악 잡지 MDM의 컨트리뷰터로 일을 시작한 뒤 GQ, 한겨레, 웨이브, 아이즈, 네이버 뉴스 등에 음악 글을 써왔다. 2012년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이란 인디 레이블을 만들었고... 수천만 원의 빚을 졌다. 💀 지금은 배수의 진을 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콘텐츠 워커'로 정의하고 영기획 운영 외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스토리 프로듀서로 일했고, 인디 음악가를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윌슨레터'와 유튜브의 동기 탐구 채널 '사람들은 왜?'를 운영한다.


'노답인디' 소개

안녕하세요. 새 코너를 맡게 된 영기획 대표 하박국입니다. 10년이 넘게 인디 레이블을 운영해 왔지만, 참 답이 없습니다. 2023년 초, 인디 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와의 합병을 추진하며 다시 한번 이를 깨닫고 자조적인 마음으로 '청소년은 노담, 인디 레이블은 노답'이라는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다녔습니다. 마침 그때 차우진 님에게 제안을 받아 '노답인디'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미지 링크: 영기획 마플샵 (품절임박!!!)
이미지 링크: 영기획 마플샵 (품절임박!!!)

너무 작은 규모의 시장이라 그럴까요? 음악 산업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전보다 많아졌는데 인디 음악 시장이 정확히 어떻게 굴러가는지 아는 이는 업계인 말고 없는 것 같습니다.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바닥부터 아는 건 산업을 이해하는 데도 분명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말이에요.

비단 인디 뿐 아니라 세상일엔 원래 답이 없습니다. 그래도 서로의 경험담이 쌓이면 답 비슷한 무언가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대충 그런 마음으로 코너를 진행해 볼까 합니다. 모쪼록 즐겁게 읽어 주시기를.


인수합병은 SM만 하는 게 아니다

모든 음악계의 눈이 SM과 카카오, 하이브의 인수합병 건에 몰려 있던 때로부터 약 한 달 전. 한국 인디 신의 두 거물 레이블의 합병이 시도되고 있었다. 물밑에서 진행되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SM 인수합병 건과 다르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한국 인디 음악 역사상 중대한 일이 될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한국 인디 음악 레이블이 합병을 시도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멍가게끼리 인수합병 하는 거 봤나? 구멍가게가 합병해 봤자 어차피 구멍가게인데 뭘 굳이 합병까지 하나. 근데 왜 이들은 굳이 합병이라는 걸 하려 했을까.

위에서 등장하는 두 인디 레이블은 내가 운영하는 인디 레이블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과 음악가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단편선의 오소리웍스(Osori Works).

영기획은 2012 6 18일 만들어져, 초기에 미디어의 역할을 했으며 이후 퍼스트 에이드, 사람12사람, 로보토미,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306, 골든두들, 신해경, 동찬, 김새녘 등 50여 장의 앨범을 발표한 인디 레이블이다. 초기에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주로 소개했고, 암페어(Amfair)와 같은 국내 최초의 일렉트로닉 음악 페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영기획의 대표곡 - 신해경 '모두 주세요'

오소리웍스는 2019 6월 천용성의 [김일성이 죽던 해]를 제작, 발표하고 그해 10월부터 이름이 생긴 프로덕션이다. 천용성 외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의 음반을 편곡, 프로듀스, 마케팅했으며 페스티벌 륙, 오콘 같은 공연과 축제기획자 양성 프로그램 Re?, 서울라이브 B-Side 프로듀싱 편 등의 강의를 진행했다.

오소리웍스의 대표곡 - 천용성 '보리차'

합병의 목적

합병을 먼저 제안한 건 영기획의 하박국, 본인이다. 그전에도 단편선과 결국 둘이 하는 일이 합쳐질 거라고 농반진반으로 이야기는 했지만, 이를 현실로 끌고 온 건 바로 나다. 한국 인디 음악 역사상 전례 없는 레이블 합병. 대체 나는 왜 그런 걸 하려 했을까?

1) 더 이상 혼자 일을 하기 싫었다 | 이건 중요한 문제다. 작은 규모의 인디 레이블은 대표 1인이 혼자서 레이블의 모둔 업무를 도맡아 한다. 나 역시 10년간 레이블의 대소사를 모두 혼자 챙겼다. 혼자 결정하고 일하는데 염증이 났다.

2) 단편선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 단편선과는 이미 자립음악생산조합과 영기획 초기 미디어 일을 같이한 적이 있다. 내가 파악하는 단편선은 일머리가 좋고 음악, 그림, 영상, 글, 프로듀싱 등 다양한 재주를 갖고 있다. 가장 큰 덕목은 책임감이 강하다는 점이다. 작년에 '도모도모 무도회'라는 걸 같이 한 적이 있다. 영기획, 오소리웍스, 튜나 레이블, 플립드코인뮤직. 이렇게 네 기획 단체를 중심으로 한 파티였다. 파티의 아이디어는 내가 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냈을 뿐 실행하려고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단편선이 뚝딱뚝딱 기획안을 쓰고 장소를 섭외하고 포스터를 의뢰해 만들더니 파티가 열렸다. 아니... 이거 너무 좋은데? 합병을 처음 마음먹은 건 아무래도 그때였던 것 같다.

3) 규모를 키우고 다음 스텝으로 나가고 싶었다 | 규모가 커야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법이다. 일단 레이블로서 아티스트는 많을수록 유리하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섭외가 들어왔을 때 협상력도 향상된다. 레이블의 카탈로그가 많아지면 이걸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생긴다. 게다가 둘 다 레이블을 운영하는 것 말고 온갖 일을 하며 굴러왔으니 공연, 페스티벌, 음악 관련 콘텐츠 제작 등 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하다.

4) 리스크를 나눌 수 있다 | 인디 레이블 운영은 리스크가 필요한 일이다. 제작한 상당수의 음반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장된다. 그러다 하나 성공하면 겨우 그걸로 메우는 형태다. 음반 제작에 드는 부담을 좀 줄이고 싶었다. 리스크가 나뉜다는 건 수익 또한 나눈다는 의미다. 하지만 10만 원 벌리던 돈이 5만 원 벌리는 대신 1,000만 원 쓰던 돈을 500만 원만 쓸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장사 아닌가?

그렇게 하박국과 단편선은 1월부터 매주 한 번씩 만나 미팅하 합병 준비를 해 나갔다. 하지만 결국 이 합병은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파국을 맞게 되는데... to be continued... 💀 DJ 하박국 | YouTube


📻 김새녘 - 고민 (2023)

인디 음악 레이블 대표란 본인 장례식에서도 자기네 카탈로그 음악을 틀어 달라고 할 족속인지라 여기서도 곡 홍보를 합니다. 2월 14일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김새녘의 '고민' 리릭 비디오입니다. 여기서 처음 밝히는데 저 노래 부르는 고양이 얼굴 립싱크는 제가 한 겁니다. 혼자 레이블의 대소사를 다 책임진다고 했죠? 생전 처음으로 애프터 이펙트로 얼굴 모션 캡쳐하는 법을 배워서 만들었어요. 그러니 제발, 노래를 들을 때 저 영상 속에 제가 있다는 건 잠시 잊고 들어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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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박국의 프로필 이미지

    하박국

    0
    약 3년 전

    '청소년은 노담 인디는 노답' 티셔츠 너무 탐나네요!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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