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의 예스답인디 | 양극화되는 시장 속 인디

👌🏻 TMI.FM의 DJ 하박국(HAVAQQUQ) | 홍대 음악 신이 생기던 90년대부터 홍대 언저리에서 무언가를 해 왔다. 2002년 전설의 힙스터 음악 잡지 MDM의 컨트리뷰터로 일을 시작한 뒤 GQ, 한겨레, 웨이브, 아이즈, 네이버 뉴스 등에 음악 글을 써왔다. 2012년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이란 인디 레이블을 만들고 빠르게 성장시키며 홍대 인디 음악 신의 거물인 것처럼 굴었으나 곧 이 일이 허울만 좋을 뿐이라는 걸 깨닫고 방황한다.결국 수천만 원의 빚을 진 지금,배수의 진을 치는 마음으로 뮤직 콘텐츠 워커로 자신을 정체화하고 영기획을 운영하며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 제작 일을 하고 있다.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스토리 프로듀서로 일했고, 인디 음악가를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윌슨레터'와 유튜브의 동기 탐구 채널 '사람들은 왜?'를 운영한다.

이번 화부터 연재 칼럼 제목을 '하박국의 노답인디'에서 '하박국의 예스답인디'로 변경합니다. 요즘 저는 부정어를 가급적 쓰지 않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함께 예스답을 찾아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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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책이 유행한 적 있죠. 둘 다 사람들의 남는 시간의 점유율을 놓고 경쟁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 붙여진 책 제목입니다. 저도 닌텐도를 경쟁 상대로 삼은 나이키처럼 게임 정보 유튜브 채널을 즐겨 봅니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인 게임 시장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이에 대항해 인디 음악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니고, 그냥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평소 즐겨 보는 <모험러의 어드벤처> 채널에서 본 '게이머들이 이제 진짜 진짜 좋아하는 블록버스터만 산다' 영상은 제게도 많은 고민 거리를 던져줬습니다.

요약하면- 최근 블록버스터 게임, 일명 AAA 게임의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요즘 AAA 게임의 볼륨이나 그래픽만 봐도 전보다 많은 리소스가 쓰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여요. 불가피하게 2020년 <NBA 2021>부터 게임 가격이 70달러를 돌파했고, 이후 출시되는 AAA 게임도 70달러 이상의 가격표를 달게 됐습니다.

다행인 건, 가격이 높아져도 해당 게임의 판매량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불행인 건, 대신 게이머들에게 AAA 게임처럼 보증된 게임에만 지출하려는 경향이 생겼다는 겁니다. 전에 적당한 가격의 여러 게임을 구입했다면 지금은 돈을 모아 하나의 보장된 게임에 구입하는 형태로 소비 패턴이 바뀐 겁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풍경 아닌가요?

양극화 소비의 시대

팬데믹을 거치며 영화티켓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2020년 초 12,000원 선이던 영화티켓 가격은 최근 최대 15,000원까지 올랐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극장에서 보장된 아이맥스용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거나, 슬램덩크 같은 영화를 팬심으로 여러 차례 관람합니다. 전에 극장에서 봤을 상당수의 영화는 이제 OTT에서 봅니다. OLED TV+사운드바 조합이면 돌비 비전을 제공하는 해외 OTT를 이용해 영화를 보는 게 극장에서 보는 경험보다 크게 떨어지지도 않고요. 극장개봉 영화도 전보다 빠르게 OTT에 들어오는 추세입니다.

다시 게임 얘기로 돌아오면, 마이크로 소프트 사의 XBOX에서는 '게임 패스'라는 OTT와 유사한 형태의 구독 서비스를 밀고 있습니다. 이것도 영화/드라마의 OTT 서비스처럼 관심은 있지만 직접 구입해 즐기기엔 조금 불안한 게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올해의 마케팅 키워드 중 하나는 '양극화 소비'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무지출 챌린지, 거지방 같은 곳을 드나들며 소비를 줄이고, 한편으로는 고가의 한정판 제품을 사는 데 돈을 씁니다.

콘서트도 양극화

음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팬데믹 이후 공연 표 티켓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인건비 등 전반적인 공연 인프라의 가격 상승입니다. 한편으로는 팬데믹 이후 공연 시장이 잠깐이나마 호황을 누렸을 때 올린 티켓 가격을 다시 내리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큰 공연의 티켓 값은 더 크게 올랐습니다. 3일권 티켓 42만원으로 많은 이를 놀라게 한 서울재즈페스티벌부터 이제 20만 원에 육박하는 케이팝 아이돌 공연, 최대 가격 25만 원의 해외 팝스타 내한 공연까지. 그럼에도 이런 공연은 보통 예매가 열리자마자 매진됩니다.

한편, 얼마 전에는 스윙스가 자신의 레이블 'AP 알케미'의 단체 공연을 무료로 전환하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컴필레이션 발매 후 5,000석 규모에 99,000원으로 예매를 진행했는데, 초반에 800표밖에 안 팔렸거든요. 컴필레이션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아직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의 팬덤이 크지 않은 편이라 예매율이 저조했던 거죠.

보통 이럴 경우 이벤트 등을 통해 표를 덤핑하거나, 예매할 수 있는 좌석을 막아 놓고 초대장을 뿌려 좌석을 메우며 가능한 예매율이 저조하지 않은 척합니다. 하지만 이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예매율이 공개됐고, 스윙스의 성격상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힙합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지만, 공연 시장이 크지 않은 장르이기도 합니다. 장르 팬이 공연을 잘 보지 않는 대부분 젊은 남성이기 때문이죠. (대신 게임하는 데 시간과 돈을 쓰는 듯합니다. 역시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

콘텐츠 경쟁 시대에 답을 찾는 여정

저도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티켓 사이트에 가서 다른 인디 음악가의 단독 공연 예매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수시로 체크하곤 합니다. 가끔은 이 음악가가 이 정도도 예매가 안 된다고? 싶은 경우도 있고, 아니 이 음악가가 이 정도로 인기가 있었어? 싶을 만큼 예매가 잘 되는 것도 있어요.

단순히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거나 인지도가 높다고 공연이 잘 되진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평소 높은 퀄리티의 공연으로 입소문이 나고, 코어 팬덤을 일정 이상 확보하고 관계를 잘 맺어온 아티스트의 공연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말은 쉬운데, 막상 해보면 이런 음악가가 되려면 많은 시간과 실력 그리고 운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확실한 콘텐츠에만 돈을 쓰는 건, 전보다 즐길 콘텐츠가 범람하는 탓도 있을 겁니다. 여기서 눈에 띄고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번 칼럼부터 예스답인디라고 이름을 바꿨는데, 저도 아직 답을 찾진 못했네요. 🥺

부록: 함께 고민해볼 문제

❇️ '분철'이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주로 케이팝 음반에서 포토 카드만 따로 판매하는 걸 의미하는데, 페스티벌 시장에서는 페스티벌 입장 팔찌를 헐렁하게 묶어 자신이 보고 싶은 공연만 보고 나머지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이에게 파는 행위를 뜻합니다. 트위터에서 페스티벌 분철로 검색하면 꽤 많은 이가 이런 거래를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불법인데... 단속이 잘 되는 것 같진 않네요.

❇️ 최근 페스티벌에는 맨 앞자리에서 공연을 보다가 중간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요즘 숏폼에서 유행하는 구절을 기다렸다가 그 부분만 촬영하고, 자신의 숏폼 계정에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유행하는 노래의 댄스 챌린지와 비슷한 개념이랄까요? (저도 곧 숏폼 콘텐츠 플랫폼에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발행해 볼 예정입니다. 좋은 결과가 생겨 다음 달에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DJ 하박국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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