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토크쇼 | '위드 코로나'와 #우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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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해리빅버튼 이성수가 제안하고, 사단법인 코드와 프리젠티드 라이브가 기획한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이하 #우무지) 캠페인 공연은 최근 <#우무지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 VOL.1>을 발표하고, 팬덤 프로젝트인 ‘#우무지 빠심전’도 진행 중에 있다. 

'위드 코로나' 환경이 시작되는 지금 '음악 라이브'에 대한 고민은 새삼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주제로 지난 10월 11일, 해리빅버튼의 이성수, 사단법인 코드의 윤종수 변호사, 판교 '커먼 키친'의 공동창업자이자 매니아DB의 운영자인 류형규와 함께 줌 인터뷰를 진행했다.

1. 더 비기닝: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차우진: #우무지가 올 3월에 열렸으니 벌써 반년 정도 지났네요. 그 사이에 진행된 일들이나 새로 생긴 고민이 있을지 궁금한데요, 이 얘기부터 먼저 해보고 싶네요.

이성수: 과정을 설명드리면, 코로나가 발생하고 한 1년 정도되는 시점이었죠. 라이브 클럽들, <브이홀>이나 <에반스 라운지>가 문을 닫았고 주변 클럽들도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시점이었어요. 다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데다가 당시에는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는 얘기도 많아서 어려움을 얘기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였고요. 그래서 자칫하면 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생기겠다는 걱정이 있던 때였죠. 그런데 1년이 지나고 저랑 친분이 좀 있는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와 통화하다가 ‘지금 당장 만나자’ 해서, 솔직한 얘기를 들었거든요. 상황이 매우 심각했어요. 공연업이 문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삶이 거의 끝날 수 있는 상황이구나... 그 정도로 암담했고요.

사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뭘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언제든 연락하라고 한 다음 돌아왔는데. 그 뒤에도 몇 시간이나 고민을 하다가 이게 개인이나 몇 명이 모여서 해결할 수준이 아니란 걸 깨닫고 상의할 만한 사람을 떠올려봤죠. 그렇게 윤종수 변호사님에게 전화를 했어요. 

변호사님과 얘기한 건,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국회에서 공연계를 지원하는 예산도 결정하고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제도화시킬 수 있을까, 라는 점이었고요. 그런데 변호사님이 한 일주일 정도 답이 없으시더라고요. 아 괜한 얘길했나 싶고 죄송하고. 나중에 들었는데, 그때 정말 저보다 더 많이 고민을 하셨더라고요.

그 와중에 다른 일로 <프리젠티드 라이브>라는, 우무지 라이브를 송출한 온라인 플랫폼의 백명현 대표와 만나신 거에요. 그때 제 고민을 공유했더니 백명현 대표가 함께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해서 그 다음 날 제게도 전화를 하신거죠. “온라인 공연으로 해보자”. 여기까지 며칠 안 걸렸어요. 저는 다음 날 바로 알고 있는 뮤지션들한테 일단 전화부터 걸었죠. 그렇게 섭외가 되고, 진행이 되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시간에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차우진: 시작할 때 얼마나 기대하셨어요?

이성수: 큰 기대는 없었어요. 못했죠. 그저 ‘대관료를 만들어서 공연장을 돕자’는 생각만 했어요. 주변의 긍정적인 반응들은 진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류형규: 성수님이 처음 페이스북 포스팅을 한 게 1월 11일이었고, 첫 공연은 3월 8일이니까, 두 달이 채 안된 거죠.

윤종수: 실제 움직인 건 2월 1일부터였어요. 사실상 한 달 걸렸죠. 애초에 출발 자체가 매우 간단했는데, 그게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는, 조금은 막연하지만 두 개 정도의 목표를 기대하긴 했어요. 하나는, 조금 원론적인 건데, 일주일 동안 공연장 다섯 곳의 유료 공연을 만든다고 어려움이 사라지지는 않잖아요. 진짜 도움은 그 다음이니까요. 그래서 이 어려움을 바꾸려면 뭔가, 본질적으로 인디신이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었죠. 두 번째는 정책적인 거였어요. 이게 이슈가 되면 공연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희망 정도는 가져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유료 공연으로 세팅하고 인터뷰도 일부러 많이 했어요. 국무총리 축사도 받고. 이런 활동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면서 진행했어요.

류형규: 그때 목표금액이 5천만 원이었어요. 일주일 내내 유료 관객 천 명이 와야 가능한 숫자인데, 사실 스타급 아티스트나 아이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그게 실현됐으니 공연이 꽤 볼만 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후에 또 많은 공연장들이 온라인, 오프라인을 병행하기도 했고요.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관객들이 오는구나, 즐길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봐요. 콘서트를 온라인 콘텐츠로 소비하는 방법이랄까, 그러한 신호탄으로서 의미라고 할 수 있겠죠.

차우진: 우무지가 상징적인 모멘텀이란 생각도 드는데요, 지금은 또 ‘위드 코로나’라는 개념이 나왔잖아요. 달라진 상황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성수: ‘위드 코로나’는 또 다른 고민을 준다고 보는데요. 우리가 안전하게 공연을 하지만, 관객들이나 뮤지션들, 관계자들이 안전에 대한 지침을 더 고민해서 가이드를 미리 만들 필요도 있다고 봐요. 형규님 얘기대로 ‘새로운 공연 방식’이 가능하다면, ‘위드 코로나’ 상황에 맞는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는 얘기에요.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땀 흘리고 공감하고 싶다는 주장을 기존 방식으로는 설득하기 어려울 거라는 고민이 있고, 그걸 위한 안전한 가이드가 필요하겠다. 그러니까 어떻게 잘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러한 방안을 미리 만들 수 있을까... 요즘 진짜 많이 고민하게 돼요.

윤종수: 사단법인 코드는 사실 제3자의 입장이잖아요. 특히 행정이나 정책도 많이 다루는 저희가 어떤 변화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우무지가 그런 계기가 되고는 있어요. 저희가 서울시하고 소통하면서 행정의 한계 같은 것을 파악하기도 했고요. 저는 공연을 ‘칠순 잔치’로 묘사했던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거든요. 대중음악에 대한 관료의 인식과 결부돼 있으니까요.

실제로도 한국예술위원회의 진흥기금에 대중음악 창작은 포함이 안되죠. 거기에는 국악과 클래식만 해당되는데, 제가 볼 때 출발점이 거기라서 대중음악은 예술이 아닌게 되죠. 그래서 지원과 정책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봐요.

이번 국정감사 때, 임오경 의원이 한국예술위원회 측에 “정부의 대중음악 정책지원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예술위는 창작음악을 양악과 국악으로만 나눈 해석으로 대중음악에 대한 지원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 질문의 배경에는 저희 행사를 함께 했던 친구가 발빠르게 그쪽 비서관과 접촉해서 진행한 결과기도 해요. 예술위원회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답변도 받았고요. 그런데 저도 자료를 받아봤는데, 풀어야 할 게 진짜 많은 거에요. 건축법 소방법, 주류판매, 유흥주점이냐 일반음식점이냐 같은 이슈도 있고. 이런 점들을 체계적으로 끌고 나갈 방법이 숙제겠죠. 

차우진: ‘이거 또 언제 하냐?’는 얘기는 안 들으셨어요? 저는 우무지가 캠페인이면서도 온라인 페스티벌의 상징성을 얻었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이 상징성에 대해 고민도 많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이성수: 끝나기 전에 언제 또 할 거냐는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실은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았죠. 한 번은 할 수 있는데, 우리가 공연 기획 전문가도 아니고, 펀딩의 전문가도 아니니까요. 그냥 마음 하나만 믿고 달려들었는데, 추상적이지만 그 마음이 잘 전달돼서 가능했다고도 보고요. 그걸 다시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거에요. 

대신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이어가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엔 공연장, 다음엔 음반, 다음엔 팬덤… 이런 식으로요. #우무지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은 리스너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빠심전’이라는 건 인디 팬들과 함께 뮤지션과 공연장을 서포트하는 프로젝트고요. 궁극적으로는 온라인 페스티벌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우무지 페스티벌을 진행하는게 희망 사항이죠. 물론 계속 필요하다면 또 당장 전화를 돌리고 사람들을 모아서 온라인 공연을 또 해볼 수 있겠지만요. 

2. 실험: #우무지 스튜디오 라이브 Vol.1

차우진: 이제 앨범 얘기를 좀 해볼까요? 텀블벅 펀딩으로 제작을 하셨는데요, 우무지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원래 염두에 두셨던 건가요?

이성수: 그때는 사실 다음에 뭘 하겠다 이런 생각은 딱히 없었어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일을 연속적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 아까 형규님 얘기대로 예산도 예산이고요, 그래서 거의 끝날 무렵에 다음에 뭘 더 해볼 수 있을까 고민이긴 했어요. 우무지 페스티벌이 많은 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사람들도 라이브 인디 신에 대해 관심도 기울여주셔서, 그러면 음원을 내면 어떨까 싶었던 거죠. 사실 되게 열악한 환경에서 녹음된 음악이라서 잘 녹음해서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음원을 들었을 때 너무 없어 보이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고, 조금만 신경을 쓰면 퀄리티가 좋은 음반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처음에는 공연장을 살리자, 라는 미션이었다면 그 다음에는 공연장에서 불렸던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면 좋겠다. 음악을 들었을 때 또 듣고 싶고, 공연장에도 가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류형규: 제 주변에 많은 분들, 메인스트림에 속했던 분들이 인디 신에 참 좋은 노래가 많다고는 해도 좋은 음원이 많다는 얘기는 안 하더라고요. 녹음이 더 잘되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종종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레코딩된 음원은 정말 좋았어요. 그러니까 순수하게 음질의 차이랄까, 녹음 환경에 대한 차이가 리스너와 뮤지션 모두에게 좋은 경험을 줄 거라는 생각이 좀 있어요.

차우진: 요즘엔 고음질 스트리밍도 중요해지는 분위기고요.

류형규: 맞아요, 이제 드디어 애플 뮤직하고 타이달 덕분에 스튜디오 마스터가 스트리밍 되는 시대가 왔죠. 

차우진: 예전에는 스트리밍 환경에서 음질이 뭐가 중요해? 이런 분위기도 있었지만 스피커나 스마트폰 성능이 높아지면서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성수님 얘기처럼, 이 신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게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고요. 앨범을 기획할 때부터 음질이나 음향에 대한 기준을 잡고 시작하신 건가요?

이성수: 네. 그러니까 저는, 사실 하드록에서 믹싱이나 마스터링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버린 밴드가 크래쉬였거든요. 크래쉬 1집 앨범을 콜린 리차드슨과 제작했는데, 그전과는 많이 달랐죠. 시나위, 백두산 뭐 다들 연주 잘하는데 음반만 들으면 데모 버전 같은 소리가 나고, 그래서 역시 해외는 실력이 달라, 오리지널에는 안 돼… 그랬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거든요. 실력 문제가 아니라 레코딩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거죠. 크래쉬 1집이 그런 생각의 전환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던 중이었는데 IMF로 대형 기획사에서 투자를 못하게 되면서 깨졌죠. 홍대에서는 주로 자체적으로 제작하다 보니 더 나아질 기회도 없었던 것 같고요. 

이번에 녹음한 타이탄 레코딩 스튜디오 경우엔 오형석 엔지니어가 정말 록과 메탈에 애정이 굉장히 많아서 미국에서 공부한 다음 한국에 스튜디오를 차린 인물인데요. 이번에 그냥 파트너로서 참여했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녹음과 믹싱을 다 했어요. 그게 어떤 마음이냐면, 이 신을 같이 살리고 싶다, 또 밴드들이 좋은 음반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라서 저도 그렇고 영상 엔지니어도 그렇고 저희 앨범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영혼과 뼈를 진짜 갈아 넣었어요.

사실 해외에서 유명한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은 정말 대단한 뮤지션들부터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을 다 경험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기술적인 서포트가 아니라 마스터링 엔지니어도 한 팀이 되는 거에요. 그래서 저도 이제 좋은 앨범의 기준을 그렇게 이해하고요. 하여튼 음악 얘기하다 보면 또 밤새야 될 것 같지만요.

차우진: 제작사가 사단법인 코드인데, 우무지를 계기로 음반 제작업까지 맡으신 거네요?

윤종수: 코드의 정관에 ‘문화 활동’에 대한 항목이 있어서 음반 제작업을 추가 등록했어요. 

차우진: 그러면 코드 입장에선 우무지를 계기로 음악 신, 크리에이터 창작자 신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란 생각도 들었는데, 이걸 계기로 어떤 일들을 더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윤종수: 그런데 인력과 경제적인 부분도 걱정이에요. 한편으론 저희 활동이 이전에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에서 공유라는 측면을 집중했는데 지금의 인디 음악에 관한 프로젝트를 하면서는 오히려 뮤지션들의 수익을 고민하고,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게 고민이다보니 어찌보면 원래 추구하던 전략과는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지금은 급한 상황이니 잠깐 접은 셈인데, 제 입장에서는 그 부분도 많은 고민이죠. 

차우진: 다큐멘터리 얘기도 궁금한데요. 어떻게 기획이 돼서 얼마나 진행이 된 건 가요?

이성수: 처음부터 다큐멘터리 제작은 염두에 뒀어요. 그런데 다큐멘터리는 스토리를 정해두는 게 아니라서 대본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일단 무조건 푸티지를 많이 찍어놓자는 방향이었어요. 처음부터 다큐 팀을 꾸릴 만한 여건은 아니어서 찍어 놓은 푸티지를 활용하고 인터뷰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어떤 다큐 제작팀과 함께 하고 있어요. 아마 12월에는 일부를 공개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본편은 아마 내년 초에 시사회로 공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하게 될 것 같아요. 

3. 고민(들): 인디펜던트의 지속가능성

차우진: 말씀하신 대로 정말 말도 안 되는 금액이지만 파트너로 참여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넣게 하는 동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바로 마음일텐데요. 이 신을 사랑하는 마음, 이를테면 팬이나 동료의 마음일텐데. 그걸 이해하면 다른 사람들도 여기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본질적으로 이 신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살려나가는 동력을 만드는 기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런 고민들이 반영이 될 것 같은데요.

윤종수: 그 부분이 바로 ‘빠심전’이라고 부르는 건데요. 이 부분은 솔직히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는 하기 힘든 프로젝트죠. 우무지는 캠페인이었기 때문에 입장료 외에 후원금이 추가로 들어와서 흑자가 되긴 했지만, 엄밀히 음악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거둔 건 아니거든요. 스튜디오 라이브 앨범도 많은 사람들의 여러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던 거고요. 빠심전도 그래요,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밴드가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죠.

저는 이 세 가지가 어떤 모델의 시험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건 불가능할 뿐더러, 가능하다고 해도 희생이나 기여를 기반으로 삼을 수도 없고요. 하지만 분명히 거기서 메시지나 인사이트가 있겠죠. 그럼 이게 어느 정도 신에 영향을 미칠까. 그 부분이 숙제인 것 같아요. 

차우진: 계속해서 방법을 찾아야 되는 영역인 것 같아요. 제 생각엔 100만 명의 팬이 필요한 게 아니고 최소한으로 필요한 팬의 규모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래서 일종의 캠페인처럼 진행될 필요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윤종수: 우진님이 아도이와 진행한 대담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아티스트가 개인 레이블처럼 움직이고, 활용할 수 있는 툴도 많아진다는 부분이요. 성수님과도 음악을 지속할 수 있는 규모의 팬덤이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라는 얘기를 계속 나눠요. 대신 어느 정도의 열렬한 팬들이 있으면 계속 음악을 해나갈 수 있다고 봐요. 다만 그것도 아티스트나 레이블의 역량이라는 건 사실 음악적 부분을 뛰어넘어야 되는 거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빠심전은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팬덤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팬덤을 위해서 뭔가를 한다면 실제로 어떤 도움을 어떻게 줄 것인가, 그런 고민이 계속 되더라고요.

차우진: 맞아요, 말씀하시는 게 일종의 네트워크 효과인데요. 하나의 팀과 그 팀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연결된 네트워크 상에서 계속 퍼져나가면서 서로를 끌어당기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 문제라고 봐요. 유튜브 기준으로 1천 명의 구독자를 모으면 어떻게든 수익화를 할 수 있고, 공연도 가능해지니까요. 최소한의 수익 구조를 위한 최소한의 사람들을 찾아야 해요. 그래서 우무지가 상징적이라고 보고, 정말 어렵겠지만, 1년에 한 번만이라도 지속되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이 프로젝트가 대단한 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진행하는 과정과 결과를 백서의 형식으로 기록했다는 점. 매우 일목요연하게 디테일한 내용을 다 정리했다는 점이 중요하고요.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지속성을 고민하고 음반을 발매하고 빠심전 같은 프로젝트를 연속해서 고민하신다는 점이라고 봐요. 앨범도 VOL.01이라 2번째 앨범에 대한 기대도 되고요.

이성수: 총 67팀이 공연에 참여해서 앨범에서는 최소한 10팀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막연하지만 ‘VOLUME 1’을 적었는데 벌써부터 두번째 앨범은 언제 나오는지, 누가 나오는지 궁금해 하셔요. 근데 그럴려면 첫번째 앨범이 잘 되어야하니까요. 그렇다 보니 사실은 저희가 홍보에 좀 목말라 있어요.

차우진: 시리즈로 나오는 게 정말 너무 중요한데 거기서 우무지라는 상징성과 키워드가 생길 거고요. 

류형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도 앞에 ‘CJ와 함께하는’이 붙거든요. 바이브와 함께하는 우무지라든가, 멜론과 함께하는 우무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스폰서십에 장단점은 있겠지만 온라인이나 제작지원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고요.

차우진: 굳이 음악 서비스가 아니라 마켓컬리 같은 배송 서비스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라이브 음악이니까 매일 아침 배송되는 신선한 음악. (웃음)

윤종수: 저도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지만, 음반이나 음원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껴요. 그런데 빠심전이든 우무지든 후원의 개념, 스폰서 개념으로 참여하시는 분도 꽤 많거든요. 역사적으로도 예술의 후원이라는 개념도 비중이 크잖아요. 그러니까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후원의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그게 팬덤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런 부분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한 것 같아요.

류형규: 그 전략이 나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사실은. 다만 우진님 얘기대로 아티스트가 모든 걸 다 해내거나 직접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중간에서 잘 보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봐요. 마치 팬클럽 회장처럼.

차우진: 그러면 지속성을 만들기 위해 지금 필요한 건 뭘까요. 어떤 사람들은 3월 공연을 봤지만 몰라서 후원을 못하거나 음반 발매도 놓칠 수 있는 거니까요. 이런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윤종수: 그 점에 대해 여러 분들께 얘기도 듣고 있는데요, 저희가 지속적인 후원이나 펀딩에 대한 경험이나 역량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부분은 전략이나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고, 다른 사례들을 봐도 결국 저만큼 해야 팬덤을 만들고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만드는구나 싶기도 해서, 이게 그냥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덕분에 성수님과도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 그렇습니다.

이성수: 후원자들을 모으는 것보다 그 후가 더 문제 같아요. 후원자분들을 위해서 뭔가를 계속 만들어가야 되는데, 변호사님도 그렇고 다들 본업이 있는데 쉽지 않죠. 저도 사실은 우무지를 하면서 밴드 작업을 놓쳐버렸어요. 조금씩 시간을 투자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다 쏟아 부어야 일이 되니까요. 그래서 고민이 커요. 정기 후원을 받는다면 그만큼의 무언가를 제공해야 할텐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잘 조율할 수 있을지, 진짜 많이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차우진: 제가 좀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0년 전에 비해 더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제도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세대도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90년대에 조금 다른 문화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한 사람들, 일종의 중년들이 소위 고급 문화보다는 기존의 대중문화를 새롭게 소비하는 경향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긴 해요. 

류형규: 제가 판교에 커먼 키친을 만들었을 때 그런 사람들을 자주 만났어요.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사람들, 게임회사나 인터넷 기업의 임원들이 옛날에는 자기도 음악 좋아하고 공연 좋아하고 잘 놀았는데 일하느라 그런 걸 못했다는 거죠. 심지어 판교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서 되게 고맙다고 그러더라고요. 라이브 공연을 하면 회사 사람들도 데리고 오고. 그러니까 이런 문화가 홍대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실제로는 정보가 잘 공유가 안되는 것도 있고요. 특히 라이브 공연을 보려고 이동하는 데 쓰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더라고요.

윤종수: 빠심전의 모태는 소규모로 15명이 모여서 한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는 하우스 콘서트였어요. 하우스 콘서트는 왜 클래식만 하냐 인디 음악도 가능하다, 라는 생각으로 기획했고요. 처음엔 입장료를 10만원씩 받아 출연료로 지불하려고 했다가 그냥 핵심 멤버들이 비용을 분담하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음악 듣고 대화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죠. 사업자들이 있으니 법인카드를 쓰는 방법으로.

그렇게 핵심 멤버 3명이 50만원씩 150만원을 모으고, 각자 지인들을 초대하는 하우스 콘서트를 기획했어요. 잠비나이의 김보미 씨가 처음 참여했고요. 그때 반응이 매우 좋아서 본격적으로 법인카드 결제도 가능한 사업자 등록도 내려고 했는데 우무지 때문에 미뤘다가, 이걸 빠심전으로 전환했어요. 클래식 음악 뿐 아니라 대중음악에서도 이런 기획이 가능하다는 걸 경험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 NFT와 크레딧을 부여하면 커뮤니티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고요.

4. 스토리: 음악적 경험과 스튜디오 라이브

차우진: 이제 정리를 좀 할까요? 앨범에 대한 기대나 바람이 있을지, 한 말씀씩 더 보태주시면 좋겠어요.

이성수: 이 앨범을 기획했던 의도는 인디 음악은 듣기 어렵다거나, 퀄리티가 낮다는 편견들을 깨고 정말 잘하는 밴드와 좋은 음악을 잘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거였어요. 단순히 음질을 높이는 것보다는 믹싱과 마스터링을 통해 음악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으니, 많은 분들이 음악을 말 그대로 경험해보시면 좋겠어요. 

윤종수: 제가 기대하는 점은, 이렇게 콘텐츠가 많은 세상에서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흘러 지나가게 되잖아요. 그래서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데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그게 없으면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힘들고요. 이 앨범도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내면 좋겠어요. 그걸 위해 레코딩이나 믹싱에 신경을 썼다고 봐요. 이런 인터뷰나 다른 분들의 얘기를 통해서도 이 앨범에 대한 이야기가 전달되면 좋겠고요. 그러면 같은 음악도 이전과는 다르게 들리고, 지금의 인디 신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이성수: 하나 더 덧붙이자면요. 기술적인 부분이라는 게 핵심은 아니거든요. 우리가 라이브를 많이 접하지 못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라이브 음반이란, 사실은 공연장에서 듣는 것 이상으로 좋은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했던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 이런 제약이 풀렸을 때, 이 음반을 들은 사람들과 공연장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는 거죠.

류형규: 저는…. LP로 다시 찍으면 좋겠어요. CD는 요즘 트렌드가 아니라서. (웃음) 

이성수: 아이 진짜.

류형규: 저는 어떤 서비스든, 캠페인이든 자기 역할을 다 하면 사라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처럼 우무지가 없어지면 좋겠고요, 그때까지 좀 버티면서 제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이성수: 그래서 개인적인 희망은,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가 아니라 ‘우리는 무대를 지켰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페스티벌을 하고 싶어요. 

차우진: 네, 정말 그런 상황이 오면 좋겠어요. 우무지는 확실히 밴드, 인디 신, 라이브, 공연장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있구나라는 걸 확인하는 모멘텀이었던 것 같아요. 그걸 계기로 조금씩이나마 확실히 인식도 바뀌었고요. 이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여기서 모든 가능성이 생기겠죠. 저 역시 이 흐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게 되고요. 긴 시간 생각을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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