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서의 사적 리뷰 | 용감한형제의 걸그룹 팝과 브레이브걸스

TMI.FM의 DJ 랜디 서 | 대중음악은 언제나 세상의 단면을 반영합니다. 특히 이 분야의 여성들은 아티스트로서, 제작자로서 혹은 팬으로서 다층적인 생각의 지점을 건드리곤 합니다. [랜디 서의 사적 리뷰]는 국내외 여성 아티스트의 음악을 소개하고, 거기서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순간을 짚어봅니다. 

지난 달에는 브레이브걸스가 당분간 안녕을 고했다. 요즘은 팬덤만 건재하다면 어떻게든 재결합 하는 팀도 적지 않으니 이것이 끝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동안은 긴 휴식기에 들어갈 듯 하다. 아쉬운 이들이 많을 것이다. 브레이브걸스는 2017년에 발매한 곡이 2021년 기적적으로 차트 역주행을 하며 재도약의 기회를 얻은 흔치 않은 아이돌이었고, 이들의 짜릿한 커리어 반전에 감동을 느끼거나 응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훗날을 기약해본다.

용감한형제의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는 팀 이름에서 보이듯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든 걸그룹이었다. 2000년대부터 YG엔터테인먼트에서의 프로듀서 활동과 빅뱅의 ‘마지막 인사’, 렉시의 ‘하늘 위로’ 등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져있던 그는 2008년 독립하며 자기 이름을 딴 회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를 런칭했고, 이후에도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다. 특히 신인 여성 가수나 걸그룹에 제공한 곡들이 성공하며 이들 커리어를 견인해낸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다. 손담비, 애프터스쿨, 씨스타, AOA 등이 그랬다. 그래서 특히나 용감한형제의 걸그룹에 기대하는 시선들이 컸던 것 같다. 기대가 부담이 된 것인지, 브레이브걸스는 좋은 음악을 내놓으면서도 내내 고전했다.

2000년대 말과 2010년대 초는 클럽 EDM 스타일 가요가 한창이던 때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팀발랜드와 같은 프로듀서들이 만든 빠른 댄스팝이 시차를 두고 건너와 한국에 완전히 정착한 시기였다. 90년대 김창환 등의 작곡가가 유행 시킨 나이트클럽 스타일의 댄스팝이 시대에 따라 변모한 모습이라 볼 수도 있겠다. 용감한형제는 이런 가요의 선두에 있는 작곡가 중 하나였다. 둔탁하지만 다채로운 드럼이나 난폭한 신스 소리, 빠르게 쪼개놓은 리듬, 로봇 같은 느낌의 오토튠, ‘챙- 챙- 챙- 챙-’ 하고 이어지는 심벌, 그리고 통속적인 가사와 단순해서 더 중독적인 멜로디가 특징이었다.

그런데 정작 브레이브걸스로는 조금 다른 음악을 선보였다. 데뷔곡 ‘아나요’나 다음 활동곡 ‘툭하면’은 90년대 힙합과 알앤비 (‘툭하면’은 레게까지 곁들인) 영향이 더 강한 느릿한 곡들이었다. 용감한형제의 시작이 힙합 음악이기도 했고, 그가 영향을 받았을 만한 미국의 프로듀서들도 힙합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이 시기 그가 진정 하고 싶었던 건 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 힙합 프로듀서들이 손 걷고 나서 만든 알리야 같은 여성 가수들 음악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씨스타의 유닛 씨스타19의 알앤비 댄스곡 ‘Ma Boy’(2011)가 어느 정도 주목 받으며 씨스타 인기에 시동을 걸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러나 그룹의 성공에는 음악 트렌드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작용하고, 브레이브걸스에게는 안타깝게도 그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12년 뒤늦게 용감한형제 스타일의 클럽 가요 ‘요즘 너’를 내놓았지만 워낙에 치열한 가요계 분위기에서 큰 반전을 만들지는 못했다. 여기까지 함께 활동한 5인 체제를 보통 브레이브걸스의 1기로 본다.

2010년대 - 용감한형제 음악의 변화

한편 용감한형제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2010년대에도 계속해서 이름값을 높여갔다. 데뷔 때부터 함께 한 씨스타가 ‘나 혼자’로 전국구 히트곡을 만들어냈고, 브레이브걸스가 휴지기를 갖는 동안 함께 작업한 AOA 역시 연속으로 성공했다.

브레이브걸스 2기를 이해하자면 씨스타와 AOA를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씨스타는 데뷔곡부터 2년간 용감한형제와 함께 했다. 이들 초기 디스코그라피는 용감한형제의 2010년대 음악적 변천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Push Push’, ‘니까짓게’, ‘So Cool’로는 2010년대 초의 신나고 볼드한, 우리가 아는 용감한형제의 그 사운드를 들어볼 수 있다.

2012년 내놓은 ‘나 혼자’는 끈적한 마이너에 평소보다 템포를 떨어뜨려 고혹적인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 이 곡은 이후 씨스타의 방향에도, 용감한형제의 방향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다. 2013년 유닛 씨스타19로 내놓은 ‘있다 없으니까’를 마지막으로 용감한형제와는 결별했지만, ‘나 혼자’가 만들어낸 늦은 밤의 통속 가요적 분위기는 ‘Give It to Me’와 ‘I Like That’ 등으로 이어졌다. ‘Touch My Body’나 ‘Shake It’ 같은 비키니와 ‘캐리비안 베이’가 떠오르는 댄스 팝과 대비 되는 콘셉트였다.

2014년부터는 AOA와 작업하며 이들 커리어를 급부상 시켰다. ‘짧은 치마’는 AOA의 데뷔 초 기획, 그러니까 댄스 그룹과 밴드 아이돌의 하이브리드 기획을 완전히 뒤집어 엎으며 이룬 성공이었기에 더 주목 받았다. 데뷔와 동시에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소생은 더 어려운 가요계가 아닌가. ‘짧은 치마’는 ‘나 혼자’처럼 비교적 느릿한 댄스 팝이었지만, 전과는 달리 코드와 화성에 조금 더 신경 쓴 티가 났다. 이전까지 용감한형제의 히트곡들은 최대한 단순한 코드 진행과 화성이 주를 이뤘고, 그 단순함이 주는 타격감과 중독성이 오히려 미덕이었다.

그러나 AOA의 ‘짧은 치마’와 ‘단발머리’부터는 로즈 피아노 소리나 7코드 등 보다 컬러풀한 알앤비에 가까운 모습으로 옮겨간 걸 볼 수 있었다. 어쩜 이 편이 애프터스쿨이나 씨스타보다 “부드러운 (전통적으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던 성질과 가까운)” AOA의 그룹 색깔에 적합하다 판단한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평론가 미묘는 2014년 아이돌로지 Draft에 ‘단발머리’를 리뷰하며 “최근 걸그룹들이 (...) 일렉트로닉 작법을 일부 포기하고 좀 더 여유롭게 끌고가는 R&B 혹은 훵키 사운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은 (...) 좀 더 흡인력 있는, 여성적 이미지 메이킹에 유리한 방향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판’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지 않은가 싶”다고 적기도 했다. 용감한형제에게는 상당한 변신이었다.

또한 이 두 팀과의 작업은 ‘용감한형제의 노래와 합이 좋은 보컬이란 이런 보컬이구나’ 라는 걸 대중에 보여주기도 했다. 2010년대 용감한형제의 다작은 ‘자가복제’라는 비판을 낳기도 했고, 때로 치밀함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 성김이 외려 가창자/퍼포머의 운신의 폭이 넓은 곡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자기 색깔을 입혀 탁월하게 소화하는 아티스트만이 용감한형제 곡을 비로소 완성 시킬 수 있었다.

씨스타와 AOA는 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한 팀들이었다. 그의 노래에서 킬링파트 역할을 하는 보컬에는 허스키함, 시크함, 파워풀함, 교태로이 들리는(일명 “끼부림”) 적절한 기교 등의 특징이 있었다. 씨스타의 효린이나 AOA의 초아 등은 이것을 완성시키다시피 한 가수들이다. 선미의 ‘보름달’이나 라니아의 ‘Pop Pop Pop’도 좋은 예다. 브레이브걸스 2기 멤버들의 보컬에서도 이 특징들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 용감한형제의 곡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다만 용감한형제 음악의 단점이었던, 지나친 남성 중심적 시선의 가사는 씨스타와 AOA에서도 그대로였고, 이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반발은 좀 더 후에 활동한 AOA를 상대로 더욱 거셌다. 리뉴얼된 AOA의 기획은 지배욕구적 메일 판타지와 페티쉬적 요소들를 적극 차용한 콘셉트였다. 이것이 용감한형제 가사의 단점, 혹은 유해성을 더욱 증폭시켰다.

2000년대 말부터 용감한형제의 걸그룹 히트곡 속 가사들의 주제를 크게 구분하자면, 클럽 음악에 몸을 맡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즉석 만남을 가지는 사람들, 또는 변심한 애인에게 실망하거나 돌아오라 애원하는 가사가 주를 이뤘다. 전자는 그의 음악 사운드에 어울리는 맞춤형 가사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후자는 90년대 댄스 가요에서도 보이는, 전통적인 한국 통속 가요(트로트 등)의 영향이 드러나는 가사였다고 볼 수 있겠다.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그의 가사는 남성 중심적이기는 했지만 차라리 직설적이어서 음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점이 그 시절의 여성 대중에게도 그럭저럭 수용되었던 것 같다. 애프터스쿨의 ‘너 때문에’나 씨스타의 ‘나 혼자’ 역시 이런 기조를 따랐지만 각 그룹이 가진 특유의 도회적이거나 자주적인 이미지 덕에 화자를 유약해보이게끔 만들지는 않았고, 부족하지만 통속 가요의 기준 안에서 그럭저럭 넘어갈 만한 정도였다.

그러나 2014년 나온 ‘짧은 치마’는 달랐다. ‘이런 걸 안 할 법한 이미지의 그룹’이 갑작스레 타이트한 오피스룩을 코스튬처럼 입고 등장했을 때, 가사 속 여성 화자의 애원은 ‘통속 가요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선을 넘어 현대 여성을 묘사했다고 보기엔 어색한, 보는 사람이 난처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오히려 그런 자극적인 면이 더 큰 임팩트를 일으키며 곡의 히트에 일조했겠지만서도, 현대의 케이팝으로서는 분명 일정 부분 퇴보였다.

이러한 아쉬움을 다소 누그러뜨린 것은 3연속 히트 뒤 쐐기를 박듯 내놓은 ‘심쿵해’였다. 예의 용감한형제표 단순한 멜로디와 파괴적인 드럼을 따랐지만, 사랑에 빠진 화자가 남성을 떠올리며 그의 외적 매력을 샅샅히 대상화 하는 가사는 이전의 세 작품에는 부재했던 여성과 남성 간 연애 다이내믹에 묘한 균형을 이뤘다. 케이팝 역사상 이런 “걸토크”(팝에서는 주로 여자아이들이 모여 좋아하는 남자아이로 수다 떠는 클리셰로 등장한다)를 다룬 가사는 많았지만, ‘심쿵해’는 용감한형제 특유의 일상적 구어가 빚어낸 핍진성이 돋보인다.

다소 유치할 수도 있었던 이 곡을 AOA는 오히려 뻔뻔하게 잘 소화했고, 결과적으로는 용감한형제표 팝의 매력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키치스럽기까지 한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완전 반해 반해 버렸어요’ ‘이해 못해 니가 걔를 못 봐서 그래’ ‘야 모르면 말을 말어’ 등, 한 곡이 이렇게 많은 가사 밈(meme)을 배출한 경우는 2023년이 된 지금까지도 흔치 않다.

브레이브걸스 2기의 등장

장단이 있을지언정, 이 시기 용감한형제는 분명 당시 가장 강력한 걸그룹 히트메이커 중 한 명이었다. 연이은 히트가 이를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후 내놓은 브레이브걸스의 곡들에서는 2010년대 중반을 통과한 용감한형제의 한창 물오른 감각을 들을 수 있었다. 포스트-AOA 시기에 내놓은 브레이브걸스의 곡들–‘변했어’, ‘하이힐’, ‘Rollin’’ 등은 용감한형제 표 걸그룹 팝의 정점을 이뤘다. 

특히 ‘심쿵해’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하이힐’의 시원시원함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심쿵해’는 시원하게 긁는 텍스쳐를 자글자글한 신스가 담당했다면, ‘하이힐’에서는 디스토션을 건 일렉 기타가 등장했다. 특히 이 곡부터는 각기 다른 개성의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보컬 시퀀스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은지나 민영, 혜란은 노래의 맛을 잘 살리는 까칠한 기교가 있는 보컬(혜란은 래퍼)이고, 유진이나 유정은 보다 소프트한 톤으로 자극적인 진행에 균형감을 맞춰주는 보컬이었다. 귀염성 있는 목소리의 하윤이나 무심한 매력이 돋보이는 유나는 톤 자체에 캐릭터가 있는 보컬이었다. 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연결해나가는 음악성은 용감한형제의 과감한 작법과 더해져 커다란 시너지를 냈다. 높은 성적을 내지는 못 했으나, 이들이 ‘썸머퀸’을 노리는 위협적인 다크호스임은 충분히 보여준 곡이었다. 연이어 나온 ‘유후 (우린 아직 여름)’는 곡 자체가 평이했고, 방송 활동도 없어 아쉬웠다.

이듬해 발매된 ‘Rollin’’은 ‘하이힐’의 ‘썸머퀸’ 기조를 이어갈 법한 곡이었다. 멤버는 2명이 더 줄어 민영, 유정, 은지, 유나, 하윤의 5인조가 되었다. 트로피컬 하우스 풍 케이팝의 유행이 막 시작 되던 2017년, 재빠르게 해당 장르의 특색이라 할 만한 청량한 플럭 신스 등을 기용해 트렌디한 인상을 가미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트로피컬 하우스처럼 느슨하지는 않은, 기존 케이팝답게 열정적인 느낌이 이 곡의 매력이었다.

안타깝게도 공개된 당시에는 이렇다할 대중 반응이 오지 않았다. 아는 사람만 듣는 숨은 명곡이었다. (지금에야 ‘Rollin’’이 초대박 곡이 되었지만, 이 곡이 묻히는 게 너무나 아쉬워 아이돌로지에서 2018년 쯤 “살려야 한다”는 코너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 노래를 좋아한 팬들이 주로 비판한 점은 곡과 그 외 콘셉트(의상, 메이크업, 안무 등)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014년 EXID의 ‘위 아래’ 역주행이나 걸스데이 ‘Something’, AOA의 ‘짧은 치마’ 등의 성공 때문이었을까. 이 당시 기획자들 사이에는 ‘중소 기획사 걸그룹은 눅진한 섹시 콘셉트를 해야 반등할 수 있다’는 믿음이 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목까지 올라오는 블랙 터틀넥이나 뱀파이어 같은 새빨간 컬러렌즈는 곡의 청량함을 오히려 가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별다른 성과 없이 활동을 접어야 했다. 하윤의 탈퇴로 그룹은 4인조가 되었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라인업은 이 네 명이다.

반전은 2021년에 찾아왔다. 국방TV ‘위문열차’ 공연 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으로 바이럴을 타며 유튜브 알고리즘에 픽업되었고, 이는 많은 사람들이 ‘Rollin’’이란 곡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위문 공연이란 것이 참 기묘한 자리이기는 하다. 군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국가의 강권으로 사회에서 격리돼 한 곳에 모인 젊은 남성들이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훈련을 받고 생활하는 곳에, 예술가들이 가서 적지 않은 비용을 감당하며 이들을 ‘위로’하는 무대를 꾸민다는 자체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공기가 있다. 거기에 더해 아름다운 걸그룹의 방문에는 ‘여성’의 존재가 ‘남성’의 고생에 ‘보상’처럼 제공된다는 뉘앙스까지 붙는다. 자부심 있는 직업인으로서의 가수는 가려지고, 국가와 남성중심적 사고의 편의가 이들의 입장을 물화시켜 버리는 것이다. 정상적인 시민 윤리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그 부조리함을 눈치채지 못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 기묘한 공간과 맥락에서도 젊은 예술가들과 관객들은 가공할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좋은 음악과 열광적인 무대는 거의 항상 사람들을 동요 시킨다. 화면 너머 유튜브 시청자들까지 움직였으니 더 말이 필요할까. ‘Rollin’’의 성공에는 이 시대 한국의 팝이 안고 있는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것이 더욱 입체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역주행 그 후

‘Rollin’’의 발매와 히트 사이의 시간 동안 케이팝 지형은 많이도 변했다. 꼭 브레이브걸스 2기의 첫 활동곡 ‘변했어’처럼 말이다. 용감한형제의 곡에 힘입어 히트한 그룹들은 시간이 지나 차례차례 음악적으로 변신하거나 활동을 줄여갔다. 주 고객이었던 중소 기획사들은 셀프 프로듀싱을 하거나 외국 곡을 도입하면서 다른 활로를 모색했다. 거대 기획사들은 인하우스 프로듀싱이 완전히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씬을 선도해갔다. 2020년 별안간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예 가요계 전체를 냉각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신곡 ‘치맛바람’을 내놓고 나쁘지 않은 성과를 이어갔지만, 용감한형제표 음악이 차트를 지배하던 그 때만큼은 아니었다.

진지하게 해체를 논의하던 2021년 2월로부터 딱 2년을 더 활동한 후, 브레이브걸스는 이렇게 당분간 긴 작별을 고했다. 결과적으로 ‘Rollin’’은 브레이브걸스의 마지막 불꽃이자 ‘용감한형제’라는 한 시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이 되었다. 하지만 히트곡은 언젠가는 그 노래를 추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시 불려나오기 마련이다. 발매 후 시차를 두고 다시 불려나왔던 그때처럼, 미래에도 그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한다.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브레이브걸스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 DJ 랜디 서 | rndy.s.musi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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