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관점을 파는 일 - 콘텐츠로 먹고 사는 이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뉴스레터 탐구]입니다. 이번에도 제목이 깁니다. ㅋㅋㅋㅋ [마음의 비즈니스 - 핑크퐁에게 배우는 팬덤과 콘텐츠 비즈니스]를 출간한 유유 출판사와 다시 만났습니다.
뉴스레터에 대한 책입니다. 뉴스레터 산업이 아니라 [엔터문화연구소] 뉴스레터에 대한 책입니다. 5년 전 제가 어떤 생각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했는지, 또 그보다 훨씬 전 어쩌다가 뉴스레터를 발행하기로 마음 먹었는지에 대해 썼습니다.
이 책은 제가 5년 간 뉴스레터를 운영하면서 고민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글이기도 하며, 솔로프리너, 1인 미디어 사업가, 인디펜던트에 대한 책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그로 인해 마침내 누군가와 만나길 고대하는 책입니다.
추천사를 써준 김중혁 소설가와 윤성원 프로젝트썸원 레터 발행인에게 고맙다는 얘길 꼭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저의 믿음직한 동료입니다. 계속 읽고 쓰고 걷고 만납시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목차
추천하는 말
들어가는 말: 돈돈거리는 이야기 혹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이야기
1. 왜 뉴스레터인가?
2013년: 세상이 바뀌고 있네?
2014년: 변화와 위협
2015년: 스타트업에 들어갔다(1)
2017년: 평론가 타이틀을 떼고 싶어요
2018년: 스타트업에 들어갔다(2)
2020년: 세상이 계속 바뀌고 있네?
2. 뉴스레터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했던 것
브랜딩: ‘왜’를 정의하기
커뮤니티: ‘누구’를 정의하기
콘텐츠: ‘무엇’을 정의하기
수익화: ‘어떻게’를 정의하기
3. 뉴스레터 연대기: 읽고 쓰고 생각하라
2020년: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뮤직레터
2021년: 뉴스레터만으로 유료화가 가능할까?
2022년: 월 구독료 10만 원의 실험
2023년: 콘텐츠 비즈니스의 3C(콘텐츠,커뮤니티, 커머스) 구조를 고민하다
2024년: ‘음악산업의 내일’을 궁리하는 뉴스레터
2025년: 엔터문화연구소, 그리고 오래 하는 일의 가치
4. AI 시대에 창작자로 살아남기
AI가 왜 중요할까?
‘AI 서비스로 월 천만 원 벌기’ 같은 말에 휘둘리지 않기
어? 세상이 ‘계속’ 바뀌고 있네?! : AI를 대하는 네 가지 자세
크리에이티브는 모험의 영역 : 급변하는 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
5. 이 시대 창작자에게 제일 필요한 것
창작자는 3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 ‘리더십’
우리는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부록: 뉴스레터에 관해 많이 받는 질문들
나오는 말: 우리 계속 연락하자! Let’s keep in touch!
[관점을 파는 일]은 오늘부터 온라인 서점 예약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에는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깔릴 예정입니다. 조만간 유유와 함께 뉴스레터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준비되는 대로 공유할게요!
그런데 만에 하나! 이벤트 상관없이 먼저 주문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링크도 공유합니다.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0625099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5079375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262858
책의 한 단락을 공유합니다.
제목은 "우리는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입니다. 사랑하는 일을 계속 사랑하는 데에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네, 사랑이라서 그렇겠지요. 저는 하필 '쓰는 일'을 사랑해서 계속 씁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사랑하고 계신가요.

우리는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2014년 어느 날, 어떤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우리는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이 문장이 스쳐 지나가지 않고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그래서 같은 제목으로 칼럼을 쓰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북토크를 열고 강연도 했다. 반응은 좋았다. 다만 “연애 얘기가 아니었군요!”라는 피드백을 매번 들었다. ‘사랑’과 ‘좌절’이란 단어를 나란히 놓으면 ‘연애에 실패한 사람들의 자존감 회복 모임’처럼 보일 수밖에 없을 것도 같다. 정작 그 내용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한 고민’이었는데 말이다. 왜 나는 10년 넘게 이 말에 사로잡혔을까?
2012년 무렵부터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미디어산업 관계자를 만나려고 애썼다. 언론사, 포털, 매거진, 출판사 등 업계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다. 돌아보니 VOD, 스트리밍, 갤러리, 편집 숍, 소극장, 공연장, 카페, 서점 등등 디지털이든 피지컬이든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 구조에 속한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려고 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내 정체성은 음악 업계가 아니라 미디어 업계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디어란 말 그대로 ‘매개’하면서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2012년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미디어 업계의 구조가 크게 바뀐 시기였다. 덕분에 내가 하는 일도 위태로워졌다. IPTV, 아이폰, 아이패드 등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기회도 생겼지만, 그보다는 ‘글을 쓴다’는 나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는다는 인상이 강했다. 2000년, 새로운 기술인 인터넷 덕분에 글을 쓰고 취직하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지만 바로 그 인터넷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위협을 받았다. 아이러니했다.
사실 나는 ‘쓴다’를 매우 오랫동안 오해했던 건지도 모른다. 요즘 그렇게 느낀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매우 신화화되어 있다. 글쓰기는 왠지 숭고하고 위대한 일로 여겨진다. 인쇄 매체가 주류 미디어고 언어를 다루는 것이 특별한 기술인 시대에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교육, 미디어, 사회와 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만 해도 1990년대 이전과 이후는 상당히 다른 세계다. 1인당 GDP는 만 달러(1995년)에서 3만 5천 달러(2023년)로 늘었다. 대학 진학률도 51.4퍼센트(1995년)에서 75퍼센트(2024년)로 늘었다.
갈수록 문해력이 떨어지고 사회갈등이 심화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대체로 낙관적인 나는 어떻게든 세상은 마침내 좋은 쪽으로 향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50년 뒤, 100년 뒤 세상의 어떤 부분은 더 나빠지겠지만 대부분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이다. 물론 긴장은 필요하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것과 새로운 것에 무작정 환호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사랑’과 ‘좌절’이란 키워드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말에 내가 사로잡힌 이유다.
내가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건 단순히 뉴스레터로 수익을 얻는 방법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그 방법을 완전히 터득한 것도 아니니까. 나는 그저 쓰는 일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책을 읽고, 바로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과 앞으로 벌어질 일을 조사했다.
지난 5년간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운영하면서 나는 일종의 실험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사이 뉴스레터로 유명해진 사람, 성공한 사람, 돈 잘 버는 사람의 소식을 들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런 얘기를 들으면 스스로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도 들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다. 그들과 내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인간이고, 서로 지향하는 바도 다르고, 운도 다르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주장이 강한 글을 쓰고 싶었다. 강렬한 문장으로 마음을 흔들고 싶었다. 그렇게 글로써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혹은 혼신을 다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 글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한없이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었는 지도, 그 글로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다른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 가끔 나는 이것이 관심받고 싶은 마음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본다.
2000년대는 확실히 관심의 시대였다. 관심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확장하고, 영향력도 얻었다. 그걸 ‘관심 경제’ ‘주목 경제’라고 불렀다. 인터넷 세상에서 관심은 트래픽이다. 대량의 트래픽을 확보해야 광고도 팔 수 있었다. 검색이 잘 되도록 검색 최적화(SEO)도 필요했다. 그런데 이제 관심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사람들은 네이버에서도, 구글에서도, 심지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도 정보를 찾지 않는다. 대신 AI에게 질문한다. 검색 기반의 인터넷 경제가 AI 기반의 경제 체제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관심’이 사라진 자리를 ‘지식’과 ‘맥락’이 차지하고 있다.
뉴스레터를 쓰려고 수많은 자료를 찾고, 밤을 새우고, 문장을 다듬다 보면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짜증도 난다. 그때마다 떠올린다. 관심이 아니라 통찰이 중요하다. 팔로어의 규모가 아니라 밀도가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뉴스레터를 읽느냐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단 한 명의 독자를 찾는 게 중요하다. 경험에 기반한 통찰력은 쉽게 대체되기 어렵다. 이 마음으로 지난 5년간 뉴스레터를 썼다. 이 마음으로 앞으로 5년은 더 뉴스레터를 쓸 것이다.
지금 나는 나에게 투자하는 마음으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지난 25년간 그랬듯, 계속 사랑하기 위해 좌절하기를 반복한다. 나는 사랑이 아니라 좌절의 전문가다. 실패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사실 지난 5년은 좌충우돌하느라 바빴다. 앞으로 5년은 달라질까? 모르겠다. 그저 무언가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애쓰면서, 그저 사랑하는 마음을 지키려고 계속 움직일 것 같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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