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 유료 멤버십 [뉴타입 컬처 클럽] 단톡방 및 자료실 입장 코드

💿side B

아카이브와 인디펜던트 | 관점을 파는 일

[관점을 파는 일]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③

2025.11.08 | 조회 2.31K |
2
|
차우진의 엔터문화연구소의 프로필 이미지

차우진의 엔터문화연구소

WEIRD | Wave · Economy · IP · Relationship · Digital

[관점을 파는 일]은 제가 5년 간 이 뉴스레터를 보내면서 고민하고 실험한 것을 정리한 책입니다. 11월 한 달 간, 토요일마다 책의 일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편히 읽어주시고, 또 널리 알려주세요. 😁 혹시 이미 읽고 계시다면 각 서점 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 솔직한 리뷰도 부탁드립니다! #관점을파는일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은 의외로 간단할 겁니다. 그 일로 꾸준히 수익을 만들거나, 그 일로 꾸준히 성장하거나. 2009년, 저는 어쩌다가 전업 칼럼니스트/음악평론가가 되어버렸는데요, 그 후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라는 고민을 멈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고민은 10년 이상 쭈욱 이어졌죠. 


(중략)

이걸 계기로 2000년에는 웹진 『weiv』에 음악 리뷰를 쓰게 되었다. 한국 최초의 음악 웹진이었다. 『weiv』는 사회학, 경제학, 언어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전공과 취향을 가진 음악 팬들의 PC 통신 동호회 ‘얼트바이러스’에서 시작됐다. 초기 멤버 중에는 신현준, 양재영, 이기웅, 최지선, 이용우, 박정용, 김민규 등 한국 음악평론의 수준을 몇 단계 높이거나 음악 생태계에 기여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 선배들이 있었다.

그러나 별도의 수익 모델은 없었다. 다시 말해 원고료가 없었다. 오히려 사무실 비용을 내느라 멤버들이 2만 원, 5만 원 등 운영비를 각출했다. 우리끼리 ‘돈 내고 글 쓴다’는 농담을 나눈 적도 있었다. 그때는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weiv』에 리뷰와 칼럼을 쓴 덕에 패션잡지 청탁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 같은 일거리가 생겼다.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20대 후반의 내겐 과분한 경험이었다.

이후로 20여 년 동안 나는 모바일, 인터넷, 위성 DMB 방송국, 매거진, 콘텐츠 스타트업, 게임 스타트업, 음악 스타트업 같은 직장에 다녔고, 프리랜서 칼럼니스트/음악평론가로 살아왔다.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몇 권의 책도 썼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결국 인터넷 초기였던 2000년대, 20대, 직장인이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30대가 되고 본격적으로 전업 칼럼니스트로 살기 시작했을 때, ‘글 쓰는 일의 지속 가능성’은 반드시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30대 내내 이런 고민을 했다.

그러므로 나는 뉴스레터로 당연히 수익을 얻어야 했다. 하지만 그 구조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이슬아 작가는 월 구독료 만 원에 뉴스레터 ‘일간 이슬아’를 매일 보내 수많은 구독자를 얻었을 뿐 아니라 뉴스레터를 문화 현상으로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쓰는 글로 그 정도 구독자를 얻을 자신은 없었다.

뉴미디어 언론사 ‘아웃스탠딩’이나 ‘더 밀크’ ‘롱블랙’ 등이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었지만, 내가 참고할 모델은 아니었다. 그 밖에 다른 뉴스레터는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위한 홍보가 일반적이었다. 해외에는 1인 뉴스레터로 수익을 얻는 경우가 꽤 있었지만, 대부분 창업이나 주식, 테크 이슈를 전문으로 다뤘다. 게다가 그런 뉴스레터의 발행인은 주로 자신의 스타트업을 대기업에 큰 금액으로 매각하고 엑싯한 창업가 출신이거나 구글 혹은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기업의 임직원이었다. 참고할 내용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나는 내게 맞는 유료화 방식을 고안해 내야만 했다.

보통 유료 뉴스레터의 수익 구조는 다음과 같이 단순하다.

월 구독료
월 구독료+ 디지털 상품
월 구독료+ 디지털 상품+ 온/오프라인 이벤트

월 구독료를 늘리기 위해선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 그래서 유료/무료 콘텐츠를 따로 운영하기도 하고, 매일 유료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PDF로 된 리포트나 전자책 같은 디지털 상품을 별도로 판매하거나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이 중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월 구독료로 운영하는 것 뿐이었다. 1인 체제로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2019년 설문조사를 다시 살펴봤다. 조사 결과 내 뉴스레터에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음악 업계 인물들의 인터뷰’와 ‘글로벌 음악산업에 대한 칼럼’이었다. 여기서 지속적인 발행을 위한 몇 개의 키워드를 새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아카이브, 롱테일, 인디펜던트였다.

(1) 아카이브: 디지털 콘텐츠는 휘발되지 않는다.

흔히 디지털 콘텐츠는 쉽게 휘발된다고들 말한다. 금방 인기를 얻는 만큼 금방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디지털의 특징이야말로 아카이브다. 휘발되는 것은 전체 디지털 콘텐츠의 일부다. 대부분은 어딘가에 쌓인다. 게시판에, 블로그에, 인스타그램과 틱톡 피드에 콘텐츠가 켜켜이 쌓인다. 아카이브야말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인 것이다. 이것을 공식으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아카이브 = 콘텐츠 × 시간

아카이브는 시간에 비례해 누적된 콘텐츠다. 이게 왜 중요할까? 신뢰를 만들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인스타그램 채널을 생각해 보자. 알고리즘으로 갑자기 눈에 띈 콘텐츠가 재밌어서 계정에 들어간다. 그때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게 피드 스크롤이다.

이 계정에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살펴본다. 몇몇 재미있는 글이 눈에 들어오면 스크롤을 계속 내리면서 그 계정의 히스토리도 확인한다. 첫 콘텐츠가 언제 올라왔는지, 얼마나 자주 업데이트되는지, 댓글은 또 얼마나 많고 어떤 내용인지, 구독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등을 살펴본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쭉 훑어 내리면 그만이다. 그 과정을 통해 이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의 깊이(콘텐츠)와 노력(시간)을 파악한다. 요컨대 아카이브는 진정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이게 바로 아카이브의 힘이고,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 내는 가치다.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가 얼마나 오래 이 계정에 공을 들였는지, 이 콘텐츠에 몰입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신뢰가 생긴다. 간판에 ‘since 1999’라고 적힌 식당에 주저 없이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정보 과잉 환경에서 신뢰는 매우 중요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관계도 생기고, 커뮤니티도 만들어지며, 구매와 결제도 이뤄진다. 뉴스레터도 마찬가지다.

...

(중략)

...

(3) 인디펜던트: 선택의 자유

‘인디펜던트/인디’란 말은 본래 장르나 미학적 태도라기보다, 메이저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제작 및 유통 구조를 가리키는 경제적인 개념에서 출발했다. 음악에서 이 '인디'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된 것은 1970년대 런던의 펑크 신(Punk Scene)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1970년대 영국은 경제 불황과 취업난이 극심했고, 젊은 세대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상징이 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같은 거물 밴드(소위 '록 공룡')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졌다. 이들은 복잡하고 거대한 사운드 대신, 단순하고 공격적인 사운드와 비판적인 태도를 선호했다. 1970년대 펑크 신은 '인디'의 'DIY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적 '인디 유통망'과 '네트워크'를 확립했다. 

‘인디’가 장르처럼 여겨지는 요즘에도 그 본질적인 요소는 남아 있다. 생산, 유통, 판매를 직접 하는 것.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 그걸 통해 자립하는 것. 그래서 내게 인디는 규모가 작거나 돈이 없거나 소박한 취향이란 뜻이 아니라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더 많은 가치와 지속성을 만드는 개념이다. 

인디펜던트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의사결정권.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유능한 직원이 100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여 성공시킨 프로젝트의 모든 권리는 회사에 종속된다. 사업가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려고 큰 투자를 받으면 의사결정권은 투자자와 이사회로 넘어간다. 그래서 인디펜던트는 규모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다.

두 번째가 바로 이런 자립을 위한 유통, 판매 구조다. 이 구조는 지속적인 구매 집단에게서 나온다. 이들은 최저가 같은 것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티스트의 생각, 브랜드의 철학 같은 것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가치관과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들을 팬보다는 동료라고 부르고 싶다. 인디펜던트에게는 무엇보다 동료가 필요하다.

아카이브, 롱테일, 인디펜던트는 내가 뉴스레터를 시작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세 가지 기준이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이 고민은 결국 두 개의 질문으로 수렴되었다. 어떻게 수익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수익을 키울 것인가? 세 가지 기준과 두 개의 질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걸 토대로 각 질문에 대한 계획과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아카이브롱테일인디펜던트
어떻게 수익을 만들까조회수에 집중하지 않기3년 뒤에도 읽히는 콘텐츠 만들기빠르게 실험하고 실패하며 배우기
어떻게 수익을 키울까꾸준히 업데이트하기믿을 만한 콘텐츠 만들기동료가 모일 커뮤니티 구축하기

나는 세 가지 기준과 두 개의 질문을 나침반으로 삼아 뉴스레터 유료화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여러 실험을 하면서 독자의 반응과 나의 심리를 확인했다. 쉽지 않았다. 쉬울 리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을 쓰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디펜던트가 잘하는 일이다. 누군가 빨리 성과를 내고 싶어 할 때 우리는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만든다. 나는 이왕이면 시간을 정말로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가장 큰 바람이었다.


📖 [관점을 파는 일] 구매 안내

예스24 👉🏼 보러가기 

알라딘 👉🏼 보러가기 

교보문고 👉🏼 보러가기


목차

추천하는 말
들어가는 말: 돈돈거리는 이야기 혹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이야기

1. 왜 뉴스레터인가?
    2013년: 세상이 바뀌고 있네?
    2014년: 변화와 위협
    2015년: 스타트업에 들어갔다(1)
    2017년: 평론가 타이틀을 떼고 싶어요
    2018년: 스타트업에 들어갔다(2)
    2020년: 세상이 계속 바뀌고 있네?

2. 뉴스레터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했던 것
    브랜딩: ‘왜’를 정의하기
    커뮤니티: ‘누구’를 정의하기
    콘텐츠: ‘무엇’을 정의하기
    수익화: ‘어떻게’를 정의하기

3. 뉴스레터 연대기: 읽고 쓰고 생각하라
    2020년: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뮤직레터
    2021년: 뉴스레터만으로 유료화가 가능할까?
    2022년: 월 구독료 10만 원의 실험
    2023년: 콘텐츠 비즈니스의 3C(콘텐츠,커뮤니티, 커머스) 구조를 고민하다
    2024년: ‘음악산업의 내일’을 궁리하는 뉴스레터
    2025년: 엔터문화연구소, 그리고 오래 하는 일의 가치

4. AI 시대에 창작자로 살아남기
    AI가 왜 중요할까?
    ‘AI 서비스로 월 천만 원 벌기’ 같은 말에 휘둘리지 않기
    어? 세상이 ‘계속’ 바뀌고 있네?! : AI를 대하는 네 가지 자세
    크리에이티브는 모험의 영역 : 급변하는 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

5. 이 시대 창작자에게 제일 필요한 것
    창작자는 3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 ‘리더십’
    우리는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부록: 뉴스레터에 관해 많이 받는 질문들
나오는 말: 우리 계속 연락하자! Let’s keep in touch!

첨부 이미지

__________
🎯유료 멤버십 [뉴타입컬처클럽] 둘러보기

전용 단톡방 & 전용 자료실 | 500개 이상의 모든 뉴스레터 콘텐츠 이용 | 월 구독료 1만5천원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차우진의 엔터문화연구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하루키의 프로필 이미지

    하루키

    0
    26 day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2025 차우진의 엔터문화연구소

WEIRD | Wave · Economy · IP · Relationship · Digital

뉴스레터 문의dj@tmi.f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