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경의 핫 아메리카노 | LA에서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래밍 방법론

🗽 TMI.FM의 DJ 홍수경(Janis Hong) | 영화 잡지 기자로 일하며 한국 영화계의 대소사를 기록하다가 미국 뉴욕으로 이주, 각종 영화 및 팝 컬쳐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어권 음악만 듣던 팝 덕후가 뒤늦게 미국에서 케이팝 팬으로 거듭났고, 최근에는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의 작품 덕에 한국과 미국의 접점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북미주재원으로도 활동 중.

2021년 9월 30일에 개관한 로스앤젤레스의 ‘아카데미 뮤지엄 오브 모션 픽처스(The 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는 북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박물관으로 영화 관련 전시 및 영화 상영을 기획하고 개최합니다.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듯, 아카데미 시상식과 연관이 깊은 곳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고 주최하는 '영화 예술과 과학 아카데미'가 세계 영화 유산을 보존하고 교육하는 목적으로 설립한 곳이니까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수천만 점의 영화사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 뿐 아니라 개관 전시였던 ‘미야자키 하야오’ 회고전처럼 전시와 상영을 모두 아우르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러 영화 기업, 유명 영화 인사, 세계 영화인이 열렬하게 지지를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죠.

유명한 도시의 큰 뮤지엄에서 가끔 영화나 음악을 다루는 전시를 볼 수 있지만 아카데미 뮤지엄처럼 대규모 건물에서 온전히 영화만을 전시하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것도 지역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보다는 세상의 모든 영화를 아우르는 프로그램들이 소개됩니다. 작년 여름에 이 곳에서 한국 호러 영화 시리즈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영화가 오스카 수상이라도 한 듯 뿌듯해 했죠. 때마침 [헤어질 결심]이 오스카 프로모션을 펼치던 때라 [박쥐] 상영을 기념해 박찬욱 감독이 아카데미 뮤지엄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6월 한달 동안 ‘A New Wave of K-Cinema: Korean Women Directors’란 제목으로 한국 영화 여성 감독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 뒤에는 아카데미 뮤지엄에 속한 이혜성 필름 프로그램 매니저의 노고가 숨어 있습니다. 그는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 유산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가치를 다듬고 재발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학구적인 접근이나 장르 팬의 열광이 아닌, 또다른 신선한 시선으로 로스앤젤레스 관객에게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그만의 프로그래밍 방법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DJ 홍수경 | FB

홍수경: 현재 아카데미 뮤지엄에서 한국 여성 영화 감독 시리즈가 진행 중인데요. 관객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혜성: 현재 [와이키키 브라더스], [리틀 포레스트], [82년생 김지영]까지 상영을 마쳤습니다. 이번 주에는 [화차], [카트],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상영이 됩니다. 기대 이상의 반응이라 지금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제일 반응이 좋았던 상영작은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다른 부서의 동료가 저녁 약속을 앞두고 잠깐 [리틀 포레스트]를 보러 왔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약속을 미루고 끝까지 보고 말았죠. 그 정도로 관객이 공감을 많이 하는 영화입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대한 반응도 좋았는데 임순례 감독님이 개인 사정으로 못 오시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대신 상영 전에 소개할 수 있도록 인사가 담긴 영상을 보내주셨습니다.  

홍수경: 왜 지금 이 시기에 한국 여성 감독 작품에 주목하는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혜성: 한국 영화 시리즈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제일 먼저 고려한 시리즈가 한국 여성 감독 특별전이었습니다. 한국인이고 여자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유가 크다고 할 수 있죠.(웃음) 더불어 여자로서 체감하는 한계가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존재합니다. 나라를 초월해 서로 공감할 부분을 잘 짚어주는 한국 여성 감독 영화들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여성 영화인들이 영화 작업을 할 때 예산 등 여러가지 면에서 더 한계에 부딪히곤 합니다. 내 자리에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영화를 무조건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성 작품 이전에 이런 훌륭한 영화들이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해 여러 기관의 통계 자료를 통해 조사한 바로는 2010년대 후반부터 여성 감독 작품 편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 많아 졌기에 하나의 경향으로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은 어떻게든 보여주자는 목적이 컸습니다.

홍수경: 작년 할로윈 시즌에 한국 호러 영화 시리즈도 진행하셨잖아요. 그때와 지금 관객은 많이 달라 보이나요?

이혜성: 다릅니다. 상영을 몇 번 하지 않았지만 여성 관객이 많습니다. 호러 시리즈 때도 여성 관객은 꽤 있었죠. 하지만 아시아 호러 영화의 경우 고정된 매니아 측이 있는 편이죠. 대개는 밀레니얼 혹은 중년 남성 팬이 많고요. 지금 시리즈는 여성 관객이 많고 연령대도 높은 편입니다. 같은 한국 영화여도 다른 관객층이 유입되니 좋습니다.  

홍수경: 호러 영화의 경우 목표 관객층이 비교적 확실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흥행을 예측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여성 영화 시리즈의 경우는 그보다는 관객층이 모호했을 것 같아요. 작품을 선정하면서 불안한 요소는 없었을까요?

이혜성: 여성 감독이 중요한 포인트이긴 했지만 성별에만 큰 무게를 싣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시 말해, 어떤 성별이 만들었는지 모른 채로 영화를 봤을 때 누가 봐도 잘 만든 작품이어야 했습니다. 선언적인 영화도 중요하지만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영화를 우선시했습니다.

[82년생 김지영]같은 경우는 엄마와 딸의 관계가 나오고 엄마가 희생하는 측면이 부각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여성 관객의 마음을 많이 건드린 것 같습니다. 남성 관객이 우는 것도 목격했죠. 관객들과 영화를 보는데 계속 사람들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주변을 돌아봤더니 눈물을 훔치더라고요.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었죠.

홍수경: 꽤 많은 관객이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카데미 뮤지엄 상영작에 대한 관객 신뢰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이혜성: 호러 영화 시리즈 때와는 마케팅 전략이 다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일반적인 마케팅을 했지만 이 시리즈는 제가 직업 지역 사회에 알려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있었어요. 뮤지엄 내에 지역 커뮤니티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는데 그 팀과 함께 지역 단체에 연락을 취했고, 관심을 가질 만한 기관 및 단체와 계속 네트워킹을 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 단체인 ‘교포(GYOPO)’를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및 한국계 단체, 여성 단체들이 많이 도와 주셨습니다.

홍수경: 90년대와 2000년대 작품은 판권이 복잡해 수급이 어려웠을 것 같고, 2010년대부터는 작품 편수 증가로 선정이 힘겨웠을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밍 과정은 어땠나요?

이혜성: 오랜 추적 끝에 [미스 홍당무]를 상영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감사하게도 상영 수수료도 면제해 주셨어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이번 상영을 위해 디지털 버전을 새로 만들어 주셨고요. [고양이를 부탁해]는 얼마 전에 4K 복원본을 만드신 덕분에 미국에서 최초로 4K로 상영할 수 있게 되었죠. 상영하고 싶은데 못 가져온 영화도 있죠. 그래서 이 시리즈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꼭 시리즈가 아니어도 일회 상영을 통해서라도 지속적으로 프로그래밍하고 싶어요.

홍수경: 자, 그럼 영화와의 인연을 추적해 볼까요. 어떻게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홍상수 감독님 연출부를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영화를 전공하셨던 건지요?

이혜성: 재미있게도 제가 어떻게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생각을 안 해보고 있다가 최근에 되짚어 보게 되었어요. 저희 어머니가 우진필름의 시네하우스 극장 총지배인이셨습니다. 여자인데도 80년대에 극장 지배인을 하신 거죠. 어렸을 때 어머니는 쉴 틈 없이 일을 하셨고 극장 직원들이 제가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극장 출입을 하곤 했어요. 한국 영화보다는 할리우드 영화를 더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나 찰리 채플린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요.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집에 찰리 채플린 VHS 비디오 전집이 있었고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먹으며 마치 만화책을 보듯 홀로 채플린 영화를 보곤 했어요. 그때부터 내가 영화를 좋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1980년대 말부터 정진우 감독이 대표로 있던 우진필름은 찰리 채플린 영화를 독점 수입하며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찰리 채플린 영화를 소개했다. 덕분에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내에서 찰리 채플린 영화들이 재조명되며 인기를 끌었다.- 필자 주)

그러다가 뉴욕에서 유학을 하며 아시안 아메리칸 스터디를 전공했어요. 수업 때는 한국 영화보다오즈 야스지로 영화를 많이 봤죠.(웃음) 졸업 후 한국에 들어와 방송 드라마 제작사에서 막 일을 시작하려던 때에 홍상수 감독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연출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연출부를 하기 위해 힘겹게 입사한 제작사를 그만두는 큰 결단을 내렸죠. 뉴욕에 있을 때 감독님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그때 제작실장님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님이셨죠. 연출부 경험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운이 좋게도 칼아츠(CalArts)에 합격했어요. 

홍수경: 상상도 못했던 과거입니다. 제 입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한국 영화가 현대화되던 2000년대에 오히려 한국에 안 계셨다는 점이에요. 2000년대에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한국 밖에서 어떻게 유지하셨나요?

이혜성: 사실 저는 한국 영화에도 관심이 많지만 칼아츠가 실험영화로 유명한 학교입니다. 미국에서 제일이상한 예술 학교 중 하나이지요.(웃음) 그래서 미국 실험 영화와 세계 영화에도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뮤지엄 내에서 한국 영화 시리즈를 기획하며 굉장히 많이 배우는데 그 배움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영화 관련해서는 2006년 즈음에 귀국 전에 뉴욕의 비영리 기관인 ‘코리안 소사이어티’에서 한국 영화제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그때 한국 영화에 대해 정식으로 배우게 되었고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정체성에서 재미있는 점은 한국에 가면 스스로 온전한 한국인으로 느껴지지 않는데 미국에서는 온전한 한국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이죠.

홍수경: 교포라면 모두 공감하는 느낌일 것 같아요. 한국 밖에서 한국 영화를 경험하셨기 때문에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계실 것 같거든요. 자신의 시선에 대해 차이점을 인지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이혜성: 어떤 정치적 컨텍스트 없이 작품으로만 한국 영화를 접해와서 더 순수하게 감상을 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관객에게 영화로서 한국 영화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아카데미 뮤지엄이라고 하면 할리우드 회고전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오즈 야스지로의 컬러 영화, 존 워터스나 아그네스 바르다 회고전 등 우리가 생각하는 할리우드와는 거리가 먼 회고전을 많이 해오고 있어요. 제 목표는 한국 영화 시리즈를 하면서 한국 영화를 이국적인 아시아 영화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보이는 영화로, 친숙한 영화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관객에게 노출이 많이 돼서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외국 사람을 처음 보면 신기해 하지만 계속 보다 보면 얘도 사람이구나 하는 것처럼요.(웃음) 한국 영화도 그렇게 친국해졌으면 좋겠지만 장기전이 될 것 같아요. 

홍수경: 정말 동의합니다. 한국 영화의 성장을 지척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미국에 와서 의아했던 점이 아예 다른 각도로 한국 영화를 보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올드보이]같은 경우 한국 내에서는 ‘웰메이드 영화’라는 개념을 만들어내며 한국 주류 영화 품질 향상에 일조한 영화였지만 미국에서는 아시아의 고어 호러 시리즈를 엮은 ‘익스트림 아시아’ 레이블의 맥락으로 소개되었고 주류가 아닌 하위 문화로 소비되었죠.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 물론 세계적 감독님이 되신 분들도 계시지만, 한국 영화 또한 월드 시네마에서 한 씬으로서 인정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혜성: [올드보이]가 훌륭한 영화임에도 익스트림 시네마로 소개되던 시대적 한계는 그렇다 해도, 이제는 그런 시선이 바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하려면 한국 영화뿐 아니라 월드 시네마로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카데미 뮤지엄의 자체 관객들도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이 [와이키키 브라더스]같은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가지면 그게 또 다른 문을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야심을 가지고 프로그래밍하고 있습니다.(웃음)

홍수경: 그 실행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아카데미 뮤지엄에 들어가기가 쉬웠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대체 어떻게 입사하시게 된 건가요?

이혜성: 보통 예술계도 그렇지만 이런 작은 규모 회사는 주변인 추천으로 인터뷰 기회가 생기곤 하잖아요. 그런데 이 일은 그런 추천이 전혀 없이 진행되었어요. 저 또한 백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 한 명이었죠. 다행히 최종 면접 명단에 포함되어서 프로그램팀 디렉터와 인터뷰를 하는데 일상적 대화를 나누듯 진행되어버렸어요.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기셨지만 그때 저를 고용한 디렉터는 아카데미 뮤지엄에만 10년을 계셨는데요. 제가 칼아츠에서 실험영화 작업을 많이 했고 교수들도 실험 영화 분야에 계신 분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디렉터가 제 멘토와 지인들을 너무 좋아해서 연결점이 생겼어요. 아카데미 뮤지엄 이전에 칼아츠에서 운영하는 극장 ‘레드캣(Redcat)’에서 일을 했는데요. 실험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곳인데 그 곳이 또 디렉터의 단골 극장이었어요. 그는 또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에서 오랫동안 영화 프로그래머를 했는데 홍상수 감독님의 팬이기도 했어요. 그가 미술관에서 일할 당시 홍상수, 봉준호, 이창동 감독님 영화들을 상영했던 거죠. 그래서 저와 연결점이 많았고 그 덕에 채용이 되었습니다. 막상 프로그래머가 되었을 때 제가 심도 깊은 시리즈를 맡을 지는 알 수 없었어요. 처음에는 실험 영화 위주로 프로그래밍을 했고요. 한국 영화 시리즈 이야기가 나와서 프로그램팀이 함께 진행을 하다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회고전을 크게 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홍수경: 아카데미 뮤지엄 내 영화 프로그램 팀은 몇 명인가요?

이혜성: 5명이 전부입니다. 그 다섯 명이서 입사 첫 해에는 500편 이상, 이듬 해에는 370편 이상을 프로그래밍하는 바람에 국제 영화제를 매일 하는 느낌이에요.(웃음) 특별 시리즈 외에 주단위 월단위로 하는 Ongoing 프로그램 비중이 꽤 됩니다. 매주 화요일에는 ‘브랜치 셀렉션’이라고 아카데미 협회의 각 분과 회원들과 상의해서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선정하죠. 일요일 저녁에는 ‘오스카 선데이’라고 오스카 후보작이나 수상작들을 보여 줍니다. 특별히 누가 담당하기보다는 누군가 ‘이번 달 오스카 선데이는 이렇게 해보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진행됩니다. 저는 큰 시리즈를 맡다 보니 다른 프로그램을 할 여력이 없어요. 시리즈 소개글도 써야 하고, 한국과 계속 네트워킹을 하고, 유일한 한국인이다 보니 통역할 일도 생기고, 한국 손님들 뮤지엄 투어도 도와드리는 등 할 일이 많습니다.

홍수경: 아카데미 뮤지엄과 아카데미 협회는 극장 영화의 가치를 보존하는 현존하는 최고의 기관이잖아요. 팬데믹 이후 극장 관람 형태가 변화하면서 OTT와 경쟁도 해야 하고 극장 경험을 교육도 해야할 것 같은데요. 프로그래밍할 때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시나요? 

이혜성: 뮤지엄 내 영화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로스앤젤레스는 다른 지역보다 시네필이 많은 것 같긴 해요. 스트리밍으로 본 [박쥐]나 [괴물]같은 영화를 스크린에서 또 보러 오는 관객도 꽤 많고요. LA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도 실험 영화와 월드 시네마를 좋아하는 시네필도 많고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는 관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반 상영 때는 어린이, 청소년, 어른 대상 필름메이킹 워크숍을 함께 진행해서 영화에 관한 것을 많이 공유합니다. 집에서 영화 보기의 장점이 있죠. 편하고 분석 작업을 하기도 좋죠.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극장에서의 집단적 경험과 감각으로 와 닿는 감동을 한두 번 경험하면 계속 방문할 거라 믿습니다!

홍수경: 몇 년 사이 한국 콘텐츠 인기가 급등하고 내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도 나옵니다. 때문에 사방에서 한국 영화 특별전을 진행하거나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자신만의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이혜성: 아시아 영화를 상영하는 시네마테크를 보면 한국인이 하는 경우가 많이 없습니다. 그리고 봉준호감독같은 유명한 감독이나 작품 위주 회고전인 경우가 많죠. 제가 특별히 다른 전략이 있다기보다 외국에서 많이 보여지지 않는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 배경이 실험영화이다보니 그 정신이 몸에 배어 있어서인지, 훌륭한 작품인데도 저예산이어서 한국에서조차 많이 보여지지 않는 작품들에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관객이 즉각 주목하지 않는 영화라 할지라도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아시아 영화 프로그래밍도 많이 하고 싶어요.

A New Wave of K-Cinema: Korean Women Directors 시리즈

📻Sharon Van Etten - Quiet Eyes | Past Lives OST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영화라고 한다면...? 물론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이 평점이 가장 높고 소년들은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를 앞다투어 보고 있습니다만, 영화 좀 본다는 어른들 사이에서는 한달 째 [패스트 라이브스]가 인기입니다. 코리언 캐나디언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으로 [러시안 인형처럼]에서 확 튀었던 그레타 리와 유태오가 주연을 맡은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예요. 베를린 영화제 때부터 호평이 이어지더니 미국 관객의 대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매주 상영관을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시기상조이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고요.

샤론 반 이튼은 이 특별한 ‘인연’ 로맨스 영화를 위해 "Quiet Eyes"를 쓰고 불렀습니다. (*샤론 반 이튼은 [빌어먹을 세상 따위]에 수록된 "Seventeen"으로도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라나 델 레이의 여러 앨범에 참여한 작곡자이자 프로듀서 재커리 데위어스가 공동 작곡 및 연주를 했습니다. 또한 ‘그리즐리 베어’의 대니얼 로센과 크리스토퍼 베어는 공동 음악 감독을 맡아 멋진 스코어를 들려줍니다. 손 럭스가 맡았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사운드트랙처럼 [패스트 라이브스] 앨범도 A24 산하의 A24 Music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었습니다. A24는 영화 뿐 아니라 영화 음악계에서도 인디 대통합을 이루고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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