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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에 유용한 앱 10가지

이번 항해의 반쪽선원들

2024.05.05 | 조회 5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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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 이야기

격하게 흔들리는 배에서 빠떼루 자세(?)로 침대시트를 부여잡고 잠을 청하다가 마침내 목적지 항구에 입항, 정지한 배에서 여유롭게 잠옷 입고 몸을 누이던 첫 날밤이 떠오릅니다. 용솟음 치는 기쁨에 잠을 이루기 어렵더군요. 배가 안전하게 묶여 있으니 몸도 마음도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빠떼루
빠떼루

이탈리아까지 장거리 비행 후 숙소 침대에 들어가 누운 첫날밤의 감동도 만만찮습니다. 이제 침대에서 맘껏 만세 부르며 기지개도 켤 수 있고 오밤중 사다리 라이딩 없이 화장실도 갈 수 있는(멕시코 마지막 열흘은 육지 위 배에서 생활) 보통 인간의 집에서의 업그레이드 된 삶의 질에 감격했습니다. 

육지에 올려놓은 배
육지에 올려놓은 배

다시 불면의 장거리 이코노미석 비행 뒤 한국 부모님 집 도착했을 땐 또 어떤가요. 쿠션 좋은 침대, 압도적인 샤워기 수압에 더해 맛있는 집밥과 무한리필 김치를 만끽하며 또 한번 향상된 삶의 수준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남해에 도착해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데요, 한국의 하늘도 파란색이었다는 걸 며칠만에 깨닫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비교적) 푸른 하늘. 이제 이 미세먼지 시즌이 끝나면 저 앞바다에서 신나게 놀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뉴스레터 발송 시간이 다가오니 비가 쏟아지지만, 편하게 집 안에서 바라보는 비 오는 바다 풍경도 참 좋습니다.

낮은 곳에서 시작하니 올라갈 일 밖에 없습니다. 세일링 요트로 하는 장거리 크루즈는 장기 배낭여행과 비슷한 점이 참 많은데요, 불편함에 익숙해진 뒤 돌아온 집에 느끼는 고마움 또한 그렇습니다.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유용하게 쓴 앱들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장거리 항해를 하는 독자님에게 특히 유용한 정보가 될 거예요. 다음 뉴스레터는 세일링 경험이 없는 독자님도 즐겁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요트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볼께요. 

 

반쪽선원

 

후크
후크

바다에 뭔가 떨어지면 건져 올리기도 하고, 선착장에 접안과 이안을 할 때도 사용하는 후크 한 개씩 배에 가지고 계신가요? 이탈리아에서는 이 중요한 도구를 mezzomarinaio라고 부르는데요, mezzo반쪽 marinaio 선원이라는 뜻이랍니다. 작대기 끝에 갈고리를 붙인 단순한 도구일 뿐이지만 선원에 준할 정도로 역할이 크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요.

어리버리 두 명이서, 고생은 좀 했지만,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한 데에는 현대문명 스마트폰의 도움도 상당히 컸는데요, 반쪽 선원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낸 앱들을 소개해 드릴께요. 

https://www.practical-sailor.com/sailboat-reviews/bob-perrys-salty-tayana-37-footer-boat-review
https://www.practical-sailor.com/sailboat-reviews/bob-perrys-salty-tayana-37-footer-boat-review

 

전자해도

https://no-frills-sailing.com/building-the-perfect-chart-table/
https://no-frills-sailing.com/building-the-perfect-chart-table/

세일링 요트에는 실내에 이렇게 생긴 테이블이 하나씩 있는데요, 장거리 항해를 하는 세일러들에게 꼭 필요한 차트(해도) 테이블이랍니다. 이 위에 해도를 펼쳐놓고 항로를 계획하거나 현재 위치를 확인해 연필로 찍어가며 트래킹을 하기도 하죠. 항상 정갈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스키퍼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성스러운 공간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의 세일링 요트는 이 차트 테이블이 여닫이식으로 만들어지거나 심지어 생략되는 경우도 있어요. 장거리 항해 대신 데이 세일링을 하는 세일러들이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스마트폰, 패드의 탄생으로 전자해도가 보편적으로 쓰이기 때문이기도 해요. 

흔들리는 배 안에 들어가 삼각자 두 개와 콤파스를 들고 연필로 줄 그어가며 종이해도를 사용하는 일이 쉽지는 않은데요, 전자해도는 콕핏에서 손가락 동작 몇 번으로 같은 일을 해 주니 얼마나 간편한지 모릅니다. 물론 전자해도를 주로 쓰더라도 백업으로 종이해도와 차트 도구는 항상 구비하고 있어야 하긴 해요. 

저는 항해 내내 나비오닉스Navionics를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앱스토어에서는 BOATING 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어요.

지중해에서는 항로를 계획하고 배 진행 루트를 트래킹하거나 해안 지형을 점검하는 정도의 단순한 용도로 썼는데, 이번 태평양에서는 좀더 다양하게 활용했어요. 무엇보다 바 크로싱을 계획할 때 참고해야 하는 조수 그래프를 참 유용하게 썼습니다. 아래는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조수 그래프예요. 

만조군요!
만조군요!

조류의 세기도 쉽게 예측할 수 있어요. 속도가 느린 세일링 요트에게 특히 중요한 정보죠!

 

일기 정보

일기예보 앱은 약간의 보정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일기예보 계산 모델을 시각화해주는 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보기 편하고 필요한 정보에 접근이 쉬운 앱을 쓰면 되는데요, 저는 프레딕트윈드Predict Wind를 주로 씁니다. 인터페이스가 단순하고 풍속의 차이를 좀더 쉽게 볼 수 있어서예요.

하지만 프레딕트 윈드 무료버전으로는 돌풍 예보Gust Map를 볼 수 없어요. 반면, 윈디Windy는 무료 버전에서도 볼 수 있죠. 서로 유료인 기능을 바꿔 쓰기 하는 것 이외에도 일기 예보 교차검증(?)을 위해 두 앱에 각각 다른 일기예보 계산 모델을 얹어두고 비교하는 데 쓰는 것도 편하더군요. 

프레딕트윈드(왼쪽)와 윈디(오른쪽). 산블라스에 올려 놓은 호라이즌스호는 편하게 지내네요!
프레딕트윈드(왼쪽)와 윈디(오른쪽). 산블라스에 올려 놓은 호라이즌스호는 편하게 지내네요!

바다에서 인터넷을 쓰기 어려운 경우 그립Grib 파일을 다운받아 저장해 쓰기도 하는데요,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쓸 수 있는 포켓그립PocketGrib같은 앱도 유용합니다.

 

닻내림 도우미들

특히 바람이 심하거나 예보와 방향이 다를 때엔 닻을 어디에 내릴까 고민이 커집니다. 이 때 구글어스Google Earth를 사용하면 닻 내리는 곳의 지형을 3D로 확인할 수 있어 좋습니다. 평면 지도가 보여주지 않는 땅의 입체적 생김새와 해변 주위의 산 모양도 보여주기 때문에 더 안전한 닻내림 지점을 결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모르는 곳에서 딩기 타고 상륙할 지점을 찾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답니다. 

씨즌드 어리버리 6에 등장한 오르포드 항 지형
씨즌드 어리버리 6에 등장한 오르포드 항 지형

닻 내리고 보내는 밤, 혹시라도 닻이 밀릴까 걱정되는 마음을 달래고 잠을 청해야 합니다. 이런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두 가지 앱이 있는데 첫번째는 앵커라이트Anchor Lite라는 앱입니다. 닻밀림 알람 기능을 하는 비슷한 앱이 여럿 있는데 제가 쓰는 앱은 이렇게 생겼어요:

앵커 라이트
앵커 라이트

닻 내린 자리와 반경을 지정하면, GPS를 이용하여 배가 그 범위를 벗어날 때(닻이 밀렸을 때) 알람을 울려줍니다. 

배가 설정한 반경 밖으로 나가면 알람이 울립니다
배가 설정한 반경 밖으로 나가면 알람이 울립니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불안하다- 하면 나비오닉스 트래킹을 켜 놓습니다. 아래 예시는 닻 내린 배가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그리는 전형적인 궤적을 잘 보여주죠. 

북풍과 북동풍 사이에서 바람이 자꾸 도네요
북풍과 북동풍 사이에서 바람이 자꾸 도네요

바람을 정면으로 거슬러 닻을 내릴 위치로 이동한 뒤, 대략 수심 정도의 체인을 내려 닻머리가 땅에 닿을 즈음부터 트래킹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배가 바람에 밀려 내려가다 체인이 당겨지면서 닻 주위로 돌기 시작하는 움직임이 그려집니다. 자칫 닻 위치를 착각하면 돌풍에 닻을 다시 내리겠다는 잘못된 결정을 할 위험도 있답니다. 저처럼요.

 

다른 배들의 움직임

큰 도시의 입구에는 들고 나는 크고 작은 배들의 교통량이 엄청납니다. 특히 대형 상업 선박들은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대부분 세일링 요트를 발견하고 항로를 변경하지만(엔진을 켜지 않은 세일링 요트에게 우선순위가 있으니까요) 자칫 실수가 있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깜깜한 밤중에 샌프란시스코나 LA 항구 같은 곳을 지날 때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이 때 주위를 항해하는 배들의 움직임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모니터링하게 해 주는 앱을 사용합니다. 저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사용합니다. AIS가 설치된 배들은 이 앱에서 뱃머리 방향, 속도, 배 유형 등의 정보 확인이 가능합니다. 

샌프란시스코 만 앞의 한 컨테이너선
샌프란시스코 만 앞의 한 컨테이너선

 

커뮤니티

마린트래픽 앱은 친구 배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씨즌드 어리버리 12화에서 첫 나이트세일링을 함께 했던 동지들 조반니&희진의 배와 장피에의 배 위치를 이 마린트래픽 덕에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항해 중 만난 친구 배들을 '친구목록'에 등록해 놓고 지금 어디쯤 있나 궁금할 때마다 찾아볼 수도 있답니다. 

다이애나&존의 배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군요
다이애나&존의 배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군요

비슷한 지역을 항해하는 세일러들이 만드는 그룹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는데요, 아무래도 북미, 중미 사람들은 페이스북Facebook 그룹을 많이 씁니다. 저는 '멕시코의 코르테즈해 세일러들'이라는 그룹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https://www.facebook.com/groups/seaofcortezsailors/
https://www.facebook.com/groups/seaofcortezsailors/

잘 모르는 곳에서 항해를 하고 있다면 해당 지역의 온라인 세일링 커뮤니티가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나비오닉스에도 매우 유용한 커뮤니티 기능이 있습니다. 사용자가 해도에 직접 다는 코멘트인데요, 다른 사용자들이 남긴 코멘트를 읽거나 직접 의견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아래 화면은 사용자가 실제로 닻을 내렸던 자리를 표시하고 그 경험을 공유한 예시입니다. 드넓은 거북이만Bahia Tortuga 어디에 닻을 내릴 것인가 길을 잃은 세일러들에게 중요한 가이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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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나 주유소 등의 시설에 대해 남들이 남긴 코멘트를 읽을 수 있어 이 역시 초행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하나의 유용한 커뮤니티 앱으로 노포린랜드Noforeignland가 있습니다. 저도 다른 동료 세일러의 소개로 알게 된 앱인데요, 나비오닉스의 코멘트 기능처럼 사용자가 직접 올리는 살아있는 정보들입니다. 항해 중에 얻은 정보 뿐 아니라 다이빙, 트레킹 등의 활동 중에 올리는 정보들이 포괄적으로 올라와 있는데 나비오닉스 사용자 코멘트보다 더 최신의 정보인 경우가 많습니다. 

새들의 고향 이사벨 섬
새들의 고향 이사벨 섬

위 그림은 어리버리 로그: 새들의 고향 에 등장했던 이사벨라 섬인데요, 귀여운 푸른발 부비와 군함조가 가득한 섬이라 누구나 닻 내리고 상륙해 트레킹을 하는 곳이랍니다. 닻내림 위치, 다이빙, 섬 트레킹 등 가이드북이나 나비오닉스에 없는 정보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 섬의 트레킹 루트는 어디에도 정보가 없어 위성사진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었는데, 노포린랜드에 들어가 보니 누군가 현지에서 올린 사진이 있더군요. 덕분에 지도 보고 편하게 새 구경을 했습니다. 마린트래픽처럼 친구 배를 등록해 놓고 어디에 가 있나 찾아볼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있어요. 

 

그 밖에도

이렇게 외진 섬에 닻을 내린 밤, 하늘에는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은 수많은 별과 은하수들이 보이는데요, 이 때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스카이맵SkyMap도 제가 종종 쓰는 앱입니다. 어리버리 로그: 항해의 마무리에서 이미 소개해 드린 앱이죠. 스마트폰 화면이 가리키는 하늘의 별자리를 보여줘요. 

뉴스레터가 나가기 직전08:50! 동쪽 하늘엔 오리온 자리가 올라오고 좀더 위쪽엔 수성 화성 달 해왕성이 모여 있네요.
뉴스레터가 나가기 직전08:50! 동쪽 하늘엔 오리온 자리가 올라오고 좀더 위쪽엔 수성 화성 달 해왕성이 모여 있네요.

앱은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해 준 스타링크Starlink에게 마지막 10번째 반쪽선원의 영광을 돌립니다.

요즘엔 비행기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시대인데요, 비행 시간 동안이나마 각종 연락에서 멀어지고팠던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먼 바다에 나간 배에서 통신이 더 잘 되냐 안되냐의 문제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죠. 가끔 통신이 불안정할 때가 있기 때문에 아직 안전장비로서의 통신장비는 될 수 없다고 하지만 스타링크 덕에 마음 편히 항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일로 정신이 없어 뉴스레터 발행 5분 전에야 글을 마치는군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구독자님이 잘 쓰시는 유용한 앱이 있다면 정보를 공유해 주세요. 

그럼, 편안한 일요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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