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라 섬에서

새들의 고향

2024.03.03 | 조회 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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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에 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멕시코 메인랜드에서 고작 4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외딴 섬 이사벨라Isla Isabela에서 인사드립니다. 호라이즌스호는 이런 멋진 바위 앞에 닻을 내리고 있답니다:

이번 여행의 종착지'였던' 카보 산 루카스에 도착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여행 경로를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https://www.designspiration.com/save/119439612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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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 캘리포니아는 위 지도에서처럼 길게 내려오는 반도로, 코르테스해와 접한 동쪽 해안은 이 긴 육지가 방파제처럼 태평양 스웰을 막아 주게 됩니다. 그래서 이 곳을 여행하는 배들은 평평하고 놀기 좋은 바다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원래 계획도 태평양 해안을 따라 카보Cabo San Lucas까지 내려간 후, 코르테스해 쪽으로 조금 올라가 온화한 바다를 즐기다 라파즈La Paz에 배를 올려놓고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태평양에서 한 고생을 코르테스해에서 풀어버리고 항해를 끝내자는 컨셉이었죠. 조금만 더 견디면 아래와 같은 바다를 만난다는 희망을 가지고 험한 바다를 항해해 내려왔습니다: 

Isla Espiritu Santo, https://www.mediastorehouse.com/ardea-wildlife-pets-environment/baja-california-south-sea-cortez-8132221.html
Isla Espiritu Santo, https://www.mediastorehouse.com/ardea-wildlife-pets-environment/baja-california-south-sea-cortez-8132221.html


 

 

유효기간 지난 로망과 현실

선주가 가지고 있던 정보는, 그러나, 알고보니 대체로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것이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 바하 캘리포니아는 인간의 흔적이 드문,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바다이다.
  • 멕시코는 물가가 아주 싸기 때문에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자마자 생활이 여유로워진다.
  • 닻 내린 배에 팡가(Panga,작은 어선)들이 다가와 생선을 주거나 물물교환을 제안한다. 이 때 교환 비율은 랍스터 한 마리에 통조림 한 개. 티셔츠나 생필품을 교환하기도 한다.
  • 멕시코 치안이 좋지 않지만, 멕시코 메인랜드에서 코르테스해를 건너야만 올수 있는 바하 캘리포니아 쪽은 카르텔 안전지대이다. 

등이었습니다. 

북미보다는 환경이 좀 낫지만 어쨌든 태평양과 맞닿아 있고,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 지역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 외에는 생계를 이을 수단이 없던 외딴 지역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외지에서 찾아온 이방인들을 반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주와 같은 버킷 리스트를 가진 세일링 요트들이 우르르 바하 캘리포니아로 몰려오자 이들로부터 돈을 버는 이웃이 생기기 시작하고, 마을이 커지고, 해양 오염에 대한 개념이 없는 순박한 사람들은 마을 앞 바다에서 예전만큼 전복이 잡히지 않는 이유를 알 바가 없었을 것입니다.

석달쯤 머문 바하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돌아보니, 마리나 등 시설물이 드물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지만, 깨끗하고 순박한 바닷가 마을은 없었고, 계류 비용은 미국의 두 배 가까운 데에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요트 중 하나일 뿐인 우리에게 팡가들은 별 관심이 없더군요. 통조림은 구멍가게에도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카르텔 역시 바하 캘리포니아라고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첨단 무기와 자금력을 자랑한다는 요즈음의 카르텔이 노 저어 코르테스 해를 건너야 할 일도 없을테니까요. 

 

코르테스 해 건너뛰기

LA와 엔세나다에서 바하 캘리포니아를 자주 오가는 세일러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들이 묘사하는 바하가 상상하던 풍경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지만, 처음엔 좋아하는 바다 취향의 차이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니 그들의 말이 거의 맞더군요. 우리 머릿 속의 바하 캘리포니아는 수십년전 세일러들의 경험담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르테스해에 대한 얘기는 한층 더 부정적이었는데요, 스페인어 대신 영어가 들리고, 마을이 그링고들의 휴양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저개발 국가의 아름다운 자연이 현지 문화와 관련이 없는 리조트 따위로 전락해 버린 수많은 케이스 중 하나인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매력이 확 떨어지는데요, 게다가 돈 많은 북쪽 나라 관광객 덕에 물가가 너무 비싸서, 라파즈에 1년동안 호라이즌스 호를 올려놓는다면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코르테스 해 방향 바하 캘리포니아를 건너뛰고, 저렴한 요금으로 배를 육상에 올려놓을 수 있는 멕시코 메인랜드로 항로를 변경했습니다. 육상 계류시설이 있는 마리나 중 가장 만만한 곳이 카보에서 300해리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요, 이메일은 커녕 전화로도 자리를 예약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대체로 자리 찾기가 힘들다는 멕시코 요트 육상 계류를 '선착순'으로 받는다는 소리에, 서둘러 230해리를 달려 이곳 이사벨라 섬에 도착했답니다. 목적지까지는 이제 하루 항해할 거리만 남았으니, 이 곳에서 마음 편하게 쉬고 있습니다. 

 

새들의 고향

멕시코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린다는 이사벨라 섬은 푸른 발 부비새, 군함조 등 새들의 서식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은 산란, 부화기라 아기새들이 섬 전체에 가득인데, 사람이 지나가도 긴장하거나 피하지 않는 것이 참 신기하더군요. 귀여운 새 사진들로 힐링하는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푸른발 부비
푸른발 부비
새끼 군함조
새끼 군함조
군함조
군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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