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퍼, AI에게 묻다

VHF 무전기

2023.02.12 | 조회 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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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에 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뉴스레터가 나가지 않는 일요일 아침이 아직도 좀 어색한데 마지막 뉴스레터가 나간 지 벌써 한 달이나 되었네요.

어리버리 항해기를 읽으신 독자님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올 여름 세일링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미국에 올려놓은 배로 돌아가 중단된 항해를 이어나갈 계획이랍니다. 이른바 어리버리 항해 시즌 2!

영어에서 'seasoned sailor'는 '노련한 세일러'라는 뜻인데, 이렇게 시즌을 나누면 우리도 노련해질 수 있는 걸까요? ㅎㅎ.. 아재농담은 뒤로 하고, 노련한 세일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엔 좀 덜 어리버리하기 위해 항해에 관련된 공부를 슬슬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혼자 공부하는 것은 역시 좀 심심한데요, 그래서 공부 도우미를 영입했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고 있는 ChatGPT라는 녀석입니다. 직접 물어보니 본인 소개를 이렇게 하는군요:

물어보는 것마다 척척 대답을 하는 AI에게 항해 관련 질문을 하며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답에 대해서 팩트체크는 해야 하지만 대화를 하면서 배우는 점들이 정말 많더군요! 노련한 세일러 친구와 대화하는 사이에 새로운 개념을 접하는 경험과 아주 비슷했습니다. 이 친구에게 마리나이(MarinAI)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항해 준비 도우미로 채용했습니다. 월급은 없지만 요즘 인기 폭발이라, 무료 자문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에는 대기줄이 좀 있습니다. 

 

VHF

외면하고픈 '요트의 시스템'이라는 복잡한 화두를 안겨준 것이 아무래도 작년의 첫 스키퍼 경험이었는데요, 특히나 북태평양 항해에서는 이 부분의 무지가 내내 큰 부담이었습니다. 요트 시스템 중에서도 궁금하던 통신장비부터 공부를 시작합니다. 

미국 해안에서 약 100nm 떨어진 북태평양에서 오프쇼어 항해 항해를 계획하고 있는데, 어떤 통신 장치를 배에 준비해야 하니?

미 해안에서 약 100해리 떨어진 북태평양 오프쇼어 항해의 경우 통신 및 비상용으로 VHF 무전기, AIS 송수신기, 위성 전화기, EPIRB(비상 위치 표시 무선 발신기)를 선내에 구비할 것을 권장합니다. 또한, 개인 위치 발신기(PLB)도 조난 상황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작년 코르시카 항해 마지막날이었죠. 아침 일찍 섬을 떠나 60해리 정도 떨어진 이탈리아 반도를 향해야 했기에 육지와 가장 가까운 지점의 외진 만에 닻을 내리고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지역이었는데요, 인터넷에 접속해 기상 상황 업데이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심상찮은 강풍이 불었습니다. 최근 이 지역 기상예보들이 정확하지 않아 긴장이 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추세가 안좋은것 같으면 좀더 안전한 만으로 닻을 옮겨야 했죠. 이때 우리의 구세주가 VHF였답니다. 핸드폰은 안 터져도 VHF기상채널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거든요. 우리와 같은 만에 멀찍이 닻을 내렸던 친구들 배와도, VHF가 없었으면 그 강풍 속에 고무보트 노 저어 다니며 통신할뻔 했답니다. 

이번 미국 항해를 하면서는 이렇게 예외적인 상황에서나 요긴한 줄 알았던 VHF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어리버리 북미 항해 8 - 도와줘요 코스트 가드

이 항해 이후에야 궁금증이 생긴 VHF, 마리나이에게 물어보기로 합니다.

 

VHF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래? 오프쇼어 항해용은 다른 특별한 기능이 있어야 하나?

VHF 무전기는 해안 경비대나 기타 응급 서비스뿐 아니라 근처 다른 선박과 통신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오프쇼어 항해의 경우 고려할 몇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VHF 무전기의 통신 범위는 약 20~30해리 정도입니다. 즉, 20~30해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VHF로 다른 선박이나 해안의 서비스와 통신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위성 전화 등 다른 통신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DSC(디지털 선택적 통화) 기능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튼 하나로 조난 신호를 보내, 해안 경비대나 근처 다른 선박에 상황을 알릴 수 있는 기능입니다. DSC는 다른 선박을 호출하거나 해안 서비스에 전화를 거는 등의 긴급하지 않은 통신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친 해양 환경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해야 합니다. IP(Ingress Protection) 등급이 높은 장치를 찾으십시오.

 

그렇다면 DSC 호출과 16번 채널에 하는 조난 호출이 다른 점이 뭐야?

VHF 채널 16을 사용하는 기존 조난 신호는, 메이데이를 전송한 다음 위치, 선박 유형, 조난의 성격 등 조난 상황 정보를 일일이 통신해야 합니다. 긴장하거나 긴급한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DSC 호출은 이보다 더 발전된 방법으로, 선박의 MMSI와 GPS 좌표를 포함한 조난 메시지를 버튼 하나로 전송하여, 구조대가 더 신속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근처에 DSC를 지원하는 무전기를 장착한 다른 선박이 있다면 수신 및 중계해 줄 수도 있어,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어 구조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DSC는 항해나 통신의 유일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항상 예비 통신 및 내비게이션 장치를 준비해 두고 비상시를 대비하여 사용법을 철저히 숙지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VHF무전기에도 당연히 DSC 버튼이 있었으나,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던 저는 그게 그냥 조난신호 버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EPIRB처럼 활성화되면 바로 구조대가 달려오는... 

별로 위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혀가 대책없이 꼬이던데 진짜 조난 상황에서는 배 좌표를 읊는것 조차 쉽지 않을 것 같더군요. 이때 기본적인 배 정보와 좌표를 이미 포함한 메세지를 보내주는 기능은 참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배 MMSI를 기기에 미리 등록해 두어야겠죠. (MMSI는 "Maritime Mobile Service Identity"의 약자로, 선박이나 해양 기기에서 사용되는 전화번호 같은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코스트 가드에게 에스코트 요청을 할 때에도 DSC를 사용해 호출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마리나이의 답은: 
"안됩니다. DSC는 안전 관련된 호출에만 사용해야 합니다."라는군요. 

 

긴급 상황이 아니어도 DSC 버튼을 누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럼 어떤 경우에 쓸수 있는거니?

조난 호출뿐만 아니라 루틴 콜, 긴급 호출, 안전 호출 등 다른 유형의 디지털 호출을 전송하는 데에도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선박에 무선 점검을 요청하는 루틴 콜(routine call),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긴급 호출(urgency calls), 해당 지역의 위험 또는 잠재적 위험을 보고하는 안전 호출(safety calls)을 할 때 DSC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DSC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통화 유형을 선택할 수 있으며, 무전기는 해당 채널에서 적절한 디지털 신호를 자동으로 전송합니다. 이렇게 하면 수신자가 메시지를 명확하게 듣고 이해할 수 있으며, VHF 무전기 채널의 혼잡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 루틴 콜을 제외하고는 메이데이(Mayday, 생명이 위험에 처한 상황), 판판(Pan pan, 위급한 상황이지만 즉각적인 대응 필요없음), 세큐리테(Securite, 안전과 관련된 정보 전달) 급의 호출에만 사용하는 기능이군요. 

 

마스트에 VHF 안테나가 설치된 일반적인 40피트 세일링 요트의 경우, 고정형 무전기와 휴대용 무전기의 수신 범위 차이가 많이 나니?

VHF 무전기의 수신 범위는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안테나의 품질과 설치 높이, 무전기의 출력 등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안테나가 제대로 설치되고 튜닝된 고정형 VHF 무전기는 일반적으로 25와트 출력을 가지며, 이는 대부분의 휴대용 VHF 무전기의 5와트 출력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 높은 출력 덕분에 고정형 무전기는 휴대용 무전기보다 더 먼 거리까지 전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안테나의 높이도 무전기의 수신 범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40피트 요트의 마스트에 장착된 VHF 안테나는 일반적으로 갑판 위에서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보다 더 높습니다. 때문에, 높이 때문에도 휴대용 무전기에 비해 고정식 무전기의 수신 범위가 몇 해리 이상 늘어날 수 있습니다. 고정형 무전기는 보통 20해리 이상, 휴대용 무전기는 5해리 정도의 수신 범위를 가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무전기의 실제 수신 범위는 지형, 날씨, 무선 트래픽 등의 요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고정형(설치형) 무전기와 휴대용 무전기 성능 차이가 이렇게 크군요. 단순히 안테나 위치 때문인 줄 알고 있었는데 출력의 차이로 인한 성능 차이도 새로운 정보입니다. 


'제대로 튜닝된' 안테나라는 게 무슨 뜻이지?

'제대로 튜닝된' 안테나는 안테나가 올바른 주파수 및 올바른 임피던스로 작동하도록 설치 및 조정되어 VHF 무전기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안테나는 무전기의 주파수 범위에 맞게 올바른 길이로 자르고, 무선 신호를 방해할 수 있는 다른 물체로부터 자유롭고, 최대한 높은 위치에 설치해야 합니다. 물리적 설치 외에도 안테나는 무전기의 임피던스와 일치하도록 '튜닝'하거나 조정해야 합니다. 임피던스가 일치하지 않으면 신호 강도가 손실되고 무전기의 수신 범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기술자는 SWR 미터라는 특수 도구를 사용하여 안테나의 정재파비(SWR)를 측정하여 이를 조정합니다. 

 

그럼 DSC 버튼을 누르고 통화 유형을 선택한 다음에는 음성으로 통신하는거니? VHF 일반 통신처럼 말하는 동안 무전 버튼을 누르고, 놓아야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있는거야?

DSC 버튼을 누르고 통화 유형을 선택한 후 일반 VHF 음성 채널을 사용하여 음성으로 통신할 수 있습니다. DSC 신호를 전송하면 수신 선박은 무전기로 자동 알림을 받게 되며, 이 알림에는 호출 유형과 선박의 MMSI 번호가 표시됩니다. 그러면 수신 선박은 적절한 VHF 음성 채널을 선택하고 음성으로 교신하여 사용자의 호출에 응답할 수 있습니다. 음성 기능으로 전환한 후에는 무전기 측면의 무전(PTT)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말을 하다가 손을 떼면 상대방이 들을 수 있습니다.

 

재미있으셨나요?

마리나이의 단점이라면 한쿡어가 촘 미숙해서 한국어로 질문을 하면 답변의 수준이 확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질문하고 받은 답변들을 한국어로 바꾼 뒤 좀 다듬었습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서 만나보세요. 

편안한 일요일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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