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한국곰 독일곰 미국곰

으쓱으쓱 잘한다

2023.06.19 | 조회 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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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어

런던에서 시작된 편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주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습니다.

런던은 날이 부쩍 더워졌어요. 한국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 온도도 덥게만 느껴지네요. 그래도 해가 길어진 건 좋습니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요. (밤 10시에도 어스름) 아무튼 여름이 훌쩍 다가왔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지난 한 주 간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매번 그럴싸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은 내려놓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적기는 싫어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편지가 조금 늦었어요. 네. 핑계입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저의 동거인들을 소개해 볼까 해요.

저는 한국에서 줄곧 부모님과(께) 함께(얹혀) 살다가 어찌 보면 첫 자취를 런던에서 하고있는데요, 런던은 집값이 워낙 살인적이라 쉐어하우스를 많이 합니다. 저도 두명의 플랫메이트와 함께 한 집을 공유하고 있어요. (영국에서는 '아파트'보다는 '플랫'이라는 단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함께 사는 친구들을 '플랫메이트'라고 합니다.) 한 명은 독일인 넬, 다른 한 명은 미국인 엠마입니다.

인종이나 국적과 같은 배경에 편견을 갖는 건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특징을 발견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독일인 넬은 워커홀릭에 성性에 굉장히 개방적입니다. (유교걸 기준) 직설적인 말투와 합리, 논리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도 정말 독일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에요. 미국인 엠마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고 리액션이 굉장히 큽니다. 대화를 나누고 나면 기가 빨리긴 하지만 특유의 에너지가 장점인 친구예요. (여담이지만 미국인들의 이런 에너지가 가식적이라는 시선도 많다고 해요. 독일 친구가 그랬습니다. 우리끼리 비밀) 그리고 공교롭게도 한국인인 저는 내향적이고 조용한 성격입니다. 제가 꼭 동양인이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요.

이렇게 전부 다른 인종과 성격의 사람들이 한 집에 살고 있는데요, 처음엔 적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위생관념도 다르고, 생활방식도 다르고, 생각의 기준도 모두 달라서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불편한 점이 많지만 평생 산 가족들끼리도 부딪히는데 하물며 전혀 다른 그것도 외국인과 살면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으로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얘기하려면 끝도 없지만 외국인과 동거하며 느낀 점은 대충 이렇습니다.

  • 평생 엄마한테 잔소리를 들었지만 난 생각보다 깔끔한 사람이었다. (런던한정 깔끔쟁이)
  • 까만 머리카락은 금발보다 훨씬 잘 보이고 어쩐지 더 지저분해 보인다. (어쩐지 억울)
  • 혼자 사는 게 제일 편하다. (제일 좋다 아님)

 

구독자님은 혼자 살고 계신가요? 아님 가족, 친구와 함께 살고 있나요?

혼자 살 때와 누군가와 함께 살 때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었나요?

저는 외국인 친구들과 동거를 하면서 가족들도 '가족' 이전에 '플랫메이트'라고 생각하면 여러모로 서로 이해도 잘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생각은 그런데  잘 실천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자신은 없어요.

매번 한 주의 끝자락에 편지를 전하다 이번엔 시작에 편지를 띄우네요. 모쪼록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평화로운 한 주 보내시길 바라요. 그럼 오늘도 구독자님의 행운을 빌며.

 

수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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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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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11 months 전

    자취하면서 느낀점 : 생각보다 나는 더러움을 잘 참는다

    ㄴ 답글 (1)

© 2024 이 편지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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