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식사하셨어요?

Have you eaten?

2023.08.31 | 조회 251 |
0
|

이 편지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어

런던에서 시작된 편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식사하셨나요?

언젠가 영국 친구가 한국에도 'How are you?'와 같은 인사말이 있는지 묻더라고요. 고민하다 한국인에게는 ‘밥’이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라 인사말도 'Have you eaten?(식사하셨어요?)'라고 얘기해줬어요. 응용버전으로 'See you later'는 'Let's meet up for dinner(lunch) sometime(언제 밥 한 번 먹어요)'라고도 알려줬답니다. 공감하시나요?

질문의 모양을 한 가벼운 안부 인사에 오히려 구체적인 대답을 하면 조금 어색해지기도 하는데요, 방금 전 저의 '식사하셨나요?'라는 물음은 평소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괜시리 비장)

구독자님이 정말 식사는 하셨는지, 그렇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드셨는지 하나하나 아주 세세히 알고싶어요.

이토록 메뉴에 집착하는 이유. 한국에 돌아가서 먹을 맛있는 음식들을 한껏 벼르고 있기 때문입니다.(두근두근) 생각날 때 마다 메모장에 하나씩 적어둔게 어느새 스크롤이 끝없이 내려갈 만큼 쌓여버렸어요. 런던에서도 한식을 먹으려면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먹기 힘든 음식들만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이쯤에서 개인 취향이 다분히 묻어나는 메모장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 할매 입맛 주의

  • 트럭에서 파는 겨울 '팥'붕어빵
  • 살짝 얼린 곶감
  • 불맛나는 오징어볶음 *대파 필수
  • 고춧가루 뿌린 자장면과 식초 뿌린 단무지
  • 김가루 잔뜩 올라간 메밀막국수
  • 새알 가득 들어간 시장 통팥죽
  • 쑥설기와 감자시루떡
  • 목막히는 밤고구마
  • 순대국밥
  • 팥빙수
  • 들깨칼국수

(이하 생략)

 

적어놓은 메뉴 말고도 한국에는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지만 사실 가장 그리웠던 건 온갖 산해진미를 제치고 단연 김치랍니다. 자취하면 김치가 소중해진다더니... 정말 그랬어요. 그동안 김치의 소중함을 몰랐지만 이제는 깨달았어요. 유명한 노래가사처럼 김치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요...사랑아 김치해

한때는 한식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며 객기를 부렸지만 타지생활을 오래 하고보니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시 한국인은 한식을 먹어야하나봐요. 양의 문제를 떠나서 해외에서 먹는 음식은 뭐랄까 한식의 든든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반면 한식을 먹고 나면 영혼까지 배가 부른 기분이에요. 

 

아무튼 저는 귀국을 코앞에 두고 괜시리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며 달래고 있습니다. 구독자님도 맛있는 음식 좋아하시나요? 어떤 한국음식을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참, 편지가 또 늦어버려서 죄송해요. 마음을 먹는다고 먹었는데 금방 소화가 되지는 않는가봐요. 느릴지 몰라도 꼭꼭 씹어서 마침내는 극복해내려고요. 기다려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런던에서 시작된 편지는 이제 한국에서 보내질 예정입니다.

그럼 밥 꼭 잘 챙겨드시고, 오늘도 구독자님의 행운을 빌어요.

 

수지 드림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이 편지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어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이 편지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어

런던에서 시작된 편지

뉴스레터 문의 : eesoojee@gmail.com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