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수지입니다.
날이 많이 차가워졌네요. 짧은 가을 충분히 만끽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런던을 떠나 한국으로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어요. 긴 시간이 아닌데도 아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동안 바빴던 탓도 있겠지만 생활이 많이 달라진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환경과 날씨, 사람 등등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이 달라졌거든요.
그중에서도 제게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는 귀국 후 '가족과 함께 산다'라는 겁니다.
런던에서 첫 자취를 시작하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런 어려움도 자유에 따르는 책임이라 여기며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쟁취한(?) 자유는 부모님의 그늘 아래 공짜로 누려왔던 그것과는 양도 질도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비로소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알게되었달까요? 허허.
문제는, 그래서인지 돌아온 집이 자꾸만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제가 얻는 것이 훨씬 많지만, 그리고 그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편하고 답답한 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왜일까요? 일부러 부담을 주신다거나 불편하게 하시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무튼 요즘 부모님과 마찰이 생길 때마다 제가 꼭 서른 살 금쪽이가 된 것만 같아요.
함께 살다 보니 크고 작은 불편도 감수해야 하고, 마찰도 피할 수 없더라고요.
특히 저에겐 아빠와의 대화가 항상 난제인데요,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대화도 서로 상처를 입고 끝이 납니다. 오히려 멀리서 가끔 통화로 그리움과 걱정 만을 나눌 때의 관계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서로의 감정도 다치지 않고 말이죠.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처를 주기 쉽듯 가족들 간에도 적당한 거리가 관계에 도움이 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이랑도 살았는데 뭐. 룸메이트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해질지도 몰라'라고도 생각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가족과 룸메이트는 절대로 같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기만 합니다.
그렇다 보니 요즘 들어 자취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요. 혼자 사는 편안함을 원한다기 보다 이제는 더 이상 부모님의 그늘에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저를 집 밖으로 향하게 합니다. 런던 생활이 춥고 험난했지만 둥지를 떠나야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걸 알려줬거든요.
오늘은 왠지 투정만 늘어놓은 것 같네요.
구독자님도 저와 비슷한 생각 또는 경험이 있으신지, 아님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답글과 답장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그럼 행운 가득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수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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