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코로나로 모든 것이 영원히 멈출 것 같았던 그때, 강제로 자기계발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인스타, 유튜브, 클래스101 등 많은 플랫폼에서 "독서", "부업", "N잡러", "마음챙김" 등 자기계발과 돈 버는 이야기로 가득했고, 마치 아무것도 안 하면 남들이 부자가 되어 상대적으로 거지가 된다는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도 생길 지경.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남사장과 여사장은 각자의 이유에서 "독서"라는 것을 시작한다.
[여사장]
보통 사람처럼 보이려고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 생활했지만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내 생존모드를 자극했다.
외부 환경에 의해 내 삶이 결정되는 느낌이 지독히도 싫었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이라는 것을 했다.
"나는 왜 매일매일 억지로 출근을 해야 할까? "
"돈이 있다면 이 직장에 계속 다녔을까?"
"돈이 엄청 많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답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통장에 돈이 없었기 때문에 억지로 출근을 했던 것이라 돈이 있다면, 그것도 아주 많이 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대단한 결심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한 것 치고는 단순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 돈이 많이 있어야 한다."
이때부터 인터넷으로 부자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부자들을 주제로 한 베스트셀러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 그냥 읽었다. 독서 습관이 없던 나는 그리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한 달 이상을 질질 끌면서 읽었다.
세계 부자들의 공통된 습관은 독서, 운동, 명상 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젠장! 3가지를 꼭 다 해야 할까?
에잇. 그래도 예외도 있겠지. 운동도 안 하고, 독서도 안 하고, 명상도 안 하는 부자들도 많지 않을까?
청개구리 심보로 부자를 검색할 때마다 운동하는지, 명상하는지, 독서하는지 부터 찾아봤다.
부자들은 보여지는 몸매와 상관없이 절대 다수가 규칙적인 운동을 자신의 일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시 한다.
명상은 모두가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영향력 있고 세계에서 손 꼽히는 부자들은 각자의 명상 루틴이 있었다.
독서는 타협점이 없었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부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X 됐다고 생각했다.
부자의 3대습관 중 운동과 명상이라면 해 볼만 했다. 산책을 시작했고, 유튜브에서 띠-잉- 거리는 무슨 인도 음악 같은 것 틀어 놓고 앉아서 명상도 했다. 솔직히 처음 반년은 그냥 졸았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 부자 흉내를 내며 졸고 있는 내 모습이라. 지금 생각해도 정말 웃음이 난다.
하지만 독서가 문제였다. 책이라면 딱 질색이었고, 부자 되긴 어려운 유전자를 타고 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혼자 하기 힘들다면 환경설정을 하라고 하지 않던가? 나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거주하던 독일 북쪽 지역(참고로 여사장은 독일에 살고 있다.)에는 오프라인 한인독서모임이 있었지만, 거긴 가고 싶지 않았다. 해외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을텐데, 그냥 자아도취 자랑대회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2021년 1월.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남사장이 운영하는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방향도 잡지 못했던 나는 그저 독서 모임을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남사장에게 책 추천을 강요했고, 그는 자신의 인생 책이라며 <부의 추월차선>을 추천했다. 사실 당시에는 독서 모임 리더가 읽으라고 하는 책을 읽는것이 내 밑바닥 독서 수준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가면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부의 추월차선> 이라는 책을 계기로 부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에 엄청나게 시끄러운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남사장]
'안빈낙도'
나는 기본적으로 돈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된다는 주의 였다. 하지만 2018년 5월, 황홀하기까지 한 첫 딸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내게 좀 더 솔직할 수 있었다. 이 아름다운 아이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 이상 모르는 척, 고상한 척 살 수는 없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 지고나니 돈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 자신이 없었던 것과 돈 벌 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합리화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부자가 되기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릴적 배웠던 것 처럼 돈을 극단적으로 아끼면 되는 줄 알았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 사용하는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전부 아끼기 시작했다. 100유로 (남사장은 독일에 살고 있다.) 아끼는 것은 어려운데 1000유로 쓰는 것은 정말 쉬웠다. 분명 아껴야 잘산다고 배웠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는데, 절약으로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독서를 하라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빠져 속는 셈치고 독서를 시작했다. 한평생 완독한 책이라고는 군대에서 높은 분 지시사항으로 안 읽으면 갈굼 당하던 시기에 읽었던 <상실의 시대>가 유일하다. (참고로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이정도까지는 아니 였던 것 같은데 10분만 읽어도 몸이 점점 꼬였다. 어쩔 수 없다. 독서모임에 들어 가야겠다.
온라인 독서모임을 참여 해보니 내 시간에 잘 맞지 않아, 철저히 내 입맛에 맞는 독서모임 하나를 그냥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부인이랑 아는 누나, 총 3명이 모여 매일 30분 읽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독서모임에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고, 어떤 분께 <부의 추월차선>을 소개 받았다. 이 책은 절약에 전전긍긍하던 나의 고정관념을 박살내고, 부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대박. 드디어 부자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았다. <부의 추월차선>이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것과 다르게 독서모임에서는 이 책에 열광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부자인가? 왜 이렇게 돈에 초연하지? 나만 돈이 없나? 이런 생각이 가득할 때, 여사장이 독서모임에 들어왔다.
엇? 나도 독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사장이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어쩌지? 괜히 책 잘못 추천했다가 독서모임의 퀄리티를 의심받지 않을까? 나는 그렇다 치고, 독서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까지 욕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어쩔 수 없다. 고민 끝에 내게 가장 큰 가르침을 준 <부의 추월차선>을 추천했다.
며칠 뒤 여사장은 <부의 추월차선>에 있는 40가지 질문에 하나하나 답을 달아왔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여사장도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부자가 되고 싶어요." 그때는 몰랐다. 2년 뒤 여사장과 함께 사업을 하게 될 줄.
사실 나는 사업을 안 해봤던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 후 멀쩡히 다니던 공사에서 6개월만에 나와서는 아는 형님 권유로 버섯 사업을 함께 시작했고, 15년 지기 친구와 함께 빈티지 의류 사업도 했고, 동생과 함께한 온라인 중고명품 사업도 했었다. 전부 동업이었고, 결과도 전부 싹 다 말아 먹었다. 형, 친구, 동생과 동업을 했었고, 돈 때문에 배신도 당했고, 수입이 날 때보다 수입이 없는 날이 훨씬 더 많았다.
그렇게 사업은 쉽지 않았고, 다시는 안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부의 추월차선> 덕분에 다시 사업을 아니지 정확하게는 부업을 시작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