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정신 없이 여러가지 비즈니스를 준비했던 약 7개월여의 시간이 지나고, 처음으로 멘토에게 사업을 시작할 수있을 것 같으니 자금을 확보하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프로젝트의 내용과 규모를 봤을 때 2억 매출은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 예상 매출액을 산정하고,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수익화 모델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남사장]
<비즈니스는 영웅서사>
평소 말 안듣고, 까불다가 적에게 부모를 잃고 나락간 주인공은 방탕하게 산다. 우연히 스승을 만나 복수를 꿈꾸며 혹독한 훈련을 한다. 늘어나는 실력과 복수심에 불타 감정 컨트롤을 제대로 못하고, 결국 그렇게 섣불리 설치다가 오히려 스승이 주인공을 구하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주인공은 미안한 마음과 분한 마음으로 혼란을 겪지만, 스승은 죽기전 마지막 조언을 남긴다.
'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을 믿거라'
이 말의 의미를 모르는 주인공은 혼자 훈련을 하다가 그간 스승님의 언행을 되짚어 보고 깨달음을 얻어 복수에 성공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진한다.
어떤가? 고수가 되기 위해 주인공의 뻔한 클리쎄 또는 영웅 서사. 영화나 소설, 드라마 등 곰탕도 울고갈 정도로 울겨 먹은 이런 서사는 아직도 디테일만 다르게 가져갈 뿐 사랑 받는 내용이다.
비즈니스도 딱 이런 서사인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수익화 모델이 다양해졌지만 기본 골자는 다음과 같다.
평소 돈의 중요성 모르고 살다가 (심지어 돈보다 행복이라며 돈이 필요없다고..) 결정적인 순간에 돈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게 된다. 우연히 자기계발이나 재테크 유튜브 영상을 보고 데일리 리포트 쓰고, 메타인지 만들고, 독서하고, 적용하고, 저축하는 등 훈련을 한다. 어느정도 지나면 예전보다 나아진 실력때문에 더닝크루거 효과* (능력이 없는 사람이 과잉 자신감과 우월감으로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 제대로 느끼면서 본인이 원하는 성공을 경험하지 못해 현타온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도전하면 다행이지만 에잇. 하고 포기하면 그냥 거기서 끝이다. 도전하는 길에 또다시 깨달음 또는 피드백을 얻지만 실패를 반복한다. 계속 도전하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더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만들어간다.
<나의 비즈니스는 어디쯤 왔을까?>
영웅 서사까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럼 지금 나는 이 서사의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다들 자기의 위치를 궁금해하지 않나? 자기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엄청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멘토에게 받고 있는 코칭은 소중하다. 물론 멘토가 100%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 3자가 우리 일에서 한 발 떨어져서 하는 판단은 꼭 듣고 넘어가야 한다. 해보면 알겠지만 이런 피드백 받기 정말 어렵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영웅 서사에서 나는 더닝크루거 효과를 느끼는 중이고, 아직까지 현타는 안 온 상태 같다. 과거와 달리 비즈니스를 바라보고 준비하는 방식, 마인드, 기획 등 모든 것이 나아졌다고 믿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는 컨설팅도 연일 성공적이다.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원하는 성공을 위해 시도해 볼 차례다. 이미 알고 있다. 망해서 현타 올 수 있다는 것도. 아무것도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현타가 낫다. 그럼 시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사업자금이다.
<사업자금 구하기>
사업 자본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한다.
- 셀프펀딩 : 창업자가 모아 둔 자금 또는 외주 프로젝트로 번 자금 사용
- 3F 전략 : 지인 찬스. 참고로 3F는 친구(Friends), 가족(Family), 바보(Fools)
- 정부 지원금
- 엔젤투자 : 자금 지원 + 전문지식 + 노하우 + 경영 참여
- 엑셀러레이터 투자 : 성공 노하우 + 재원 + 일정 지분
- 크라우드 펀딩 : 일반 대중을 통한 펀딩
- TIPS : 기술창업기업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셀프펀딩은 당연한 것이고, 3F ... 음.... 진짜 찬스일까? 오히려 지인보다는 초면인 사람이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Fools 는 아니다. 우리를 알아 봤으니 Fantasista(축구에서 위대한 선수를 의미.)이다! 마음을 열고 찾아보겠다.
정부 지원금. 현실적으로 가장 기대가 큰 자금 확보 방법이다. 독일에 등록된 협회 (e.V.)는 비영리 단체라 기부와 지원, 후원이 절실한 만큼 우리의 필요성을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엔젤투자나 엑셀러레이터는 해당 사항이 없어 보이고, 크라우드 펀딩은 …. 독일 한인 사회에서 지역에 있는 불평 불만을 해결하는데 한인들의 펀딩이 가능할까?
[여사장]
"와, 사업아이템은 정말 좋네요! 그런데 나한테 투자하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최근 내가 사업 아이템을 말할 때 마다 주변의 반응은 이전과는 다르게 꽤 긍정적이다.
물론 걱정을 대신해 주는 주변 사람들도 있지만,
아이템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좋았다.
사업 아이템이 너무 좋은데, 왜 투자는 안하려고 할까?
나는 그들이 진짜로 돈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만약 나에게 여유자금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에게 투자했을까?
응. 나는 투자했을 것이다.
괜히 센척하는거 아니냐구? 글쎄. 그럴수도. 그런데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생각이란걸 해 보아도,
나는 나 같은 사람이 사업아이템을 가지고 와서 투자를 해 달라고 한다면 투자를 할 것 같다.
혹시나 나를 기준으로 생각을 해서 자기연민에 휩쓸린 생각일 수도 있으니,
투자금을 받으러 온 사람이 내가 아니라 내가 평소에 좋게 생각하던 직장 동료 혹은 직장 상사로 바꾸어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나에게 여유자금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들에게 투자를 할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너 처럼 평생 직장생활만 한 애한테 뭘 믿고 누가 돈을 빌려주냐구? ㅎㅎ
내가 급하게 투자금이 필요했을 때, 크게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저 내 비전 (내가 십년 뒤에 진짜로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에 대한 말만 듣고도 내 하나밖에 없는 뮌헨의 친구는 몇백만원을 바로 내어주었다. 직장을 다녀서 모아 놓은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업 주부인 친구라, 알뜰하게 모아 놓은 비상금 이었을 터인데, 수익성이나 이자같은건 따지지도 않고, 비전만 보고 바로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돈을 빌려주는 대신 10년뒤의 그 비전 사업에 자기의 지분도 달라는 부탁과 함께.
내 친구지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뭐 실제로도 마인드가 정말 멋진 친구이기는 하다 ㅎ
표면적인 관계로는 동갑내기 친구이지만, 사실은 내가 그 친구를 정말로 존경한다.
그리고 반대로 내가 개인적으로 나름은 큰 자본금을 들여 투자한 경험이 두 번 있는데, 그 중 한가지 아이템은 내 개인적인 관심사도 아니고 수익 구조에 대해 이해하지도 못한 상품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상품에 100%의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했다.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여러분들의 후회하지 않는 투자의 기준은 무엇인가?
유명한 투자자나 지인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에? 아니면 너도 나도 다 하는 아이템이라?
평소 내가 좋아하는 상품? 아니면 그냥 직감을 믿고? 철저한 분석?
내 경우에는 모두 다 아니었다. 그냥 사람이었다.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는 그분의 그 행복한 목소리가 전부였다. 그 사람의 열정과 그 아이템에 대한 애정이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는 목소리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 아이템에 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신이나서 설명하시던 그 목소리 ㅎㅎ 이 사람이 계속해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싶었다. 그렇다면 수익금과 상관없이 후회없는 투자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많이들 말한다. 그런데 돈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가 행복해 하는 일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나는 돈이야 말로 내가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따뜻한 응원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돈이 좋다.
아주아주 예전에 부모님께 유학자금을 지원받아서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당시 형편이 어려웠던 10대 어린 친구를 도와준 적이 있다. 몇십만원 정도 빌려준게 다 이지만, 그게 그 어린친구에게는 잊지못할 은혜로 기억이 되었다고 한다. 최소 5년은 훌쩍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보이스톡으로 연락이 왔었다.
"누나는 저한테 살아있는 천사예요. 저는 누나 때문에 정말 착하게 살기로 결심했어요."
그 말을 듣는데 진짜 닭살이 너무 돋았다. 그런데 그 친구가 너무나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기에 닥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죽기전에 꼭 이 은혜를 갚고 싶다며, 한시도 그 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고 했다. 지금은 어엿한 청년이 되어 연봉도 꽤 높은 직급으로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통화를 할 때에는 그냥 부끄러웠는데, 통화를 끊고 나니 살짝 감동의 눈물이 났다. 당시에는 나도 20대 학생이었기 때문에, 몇십만원은 적은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렇게 했다. 사실 당시에 돈 말고도 그 친구 문제를 같이 해결해 주려고 루프트한자에 전화도 하고 다른일로 도와준 것도 있지만, 역시나 돈만이 장기기억의 해마에서 살아남는 듯 하다.
돈이란게 그렇다.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간절하고 진실된 사람의 품으로 들어간 돈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수도 있을만큼의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바꾸어 말하면, 당신도 진실되고 간절한 그 누군가에게 언제든 천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감히 추측해 보건데, 지금 이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구독자 분들도 다들 날개 하나쯤은 가지고 계실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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