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2024

한국 사업가가 독일에서 축구 대회를?

축구 대회로 글로벌 네트워크 만들기. 준비단계 에피소드.

2024.11.09 | 조회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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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장과 남사장의 요절복통 비즈니스 도전기 in Germany

[남사장]

"내 축구 일정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을 수 있어?"지금의 부인과 결혼을 결심했을 때 유일하게 내건 결혼 조건이었다. 밥도, 청소도, 그 어떤 것도 상관없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축구하러 가는 것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겠노라 다짐한 부인의 결정에 감동하여 결혼하였다. 실제로 부인은 지금까지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내 축구 일정을 직접적으로는 물론, 간접적으로도 침범한 적이 없다. 매우 고맙고, 그러니 다른 부분에서 더욱 잘하게 된다.

여하튼, 이 정도로 축구에 진심인데 왜 나는 축구 아이템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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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서 언젠가 메일을 통해 짧게 언급한 적이 있다. 우선, 솔직하게 말하자면, 여사장이 축구 대회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했다. 축구를 일의 영역보다 취미의 영역으로 두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기도 하고, 동업 중이라 나 혼자 좋아하는 것을 아이템으로 삼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았고...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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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장의 제안으로 기획하게 된 축구 대회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축구 대회는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는 한인 스포츠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비영리 협회인 우리가 지역사회를 위해 진행하는 이벤트이다. 따라서 영리 목적은 아니었고, 연말에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행사라 지원금이나 후원금 없이 정말 100% 우리 협회의 자금으로 진행했다.

동네 축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내 기억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이다.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크고 작은 대회에 참가했었고, 특히 독일에서는 리그와 당일 토너먼트 대회 경험이 정말 많았다.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독일 내 축구 대회를 만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독일 한인 축구팀들을 초청하려고 했다. 재독 한인 체육대회에서도 경험했지만, 한인 축구 커뮤니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를 발전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첫 대회라 그런지, 아니면 지원 없이 사비로 진행하게 되어 참가비가 높아서 그런지, 독일이 너무 넓어서 그런지 막상 초청에 흔쾌히 응하는 팀이 없었다.

최대 6팀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었는데, 대회 10일 전까지 참가를 확정한 팀은 단 2팀.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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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이미 장소 대여는 다 해놓았는데, 심지어 그 2팀 중 한 팀은 갈팡질팡하며 계속 몇 팀이 오냐며 대회 동향을 살피며 참가 확정을 미루었다. 팀이 별로 없으면 참가를 취소할 듯한 느낌이 들어 걱정 말라고 태연하게 대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잘 대처한 것 같다.

주최 측이 불안해하는 대회에 누가 참가하겠나?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회 5일 전, 이제는 한인 축구팀은 포기하고 내가 아는 축구 지인들에게 전부 연락을 돌렸다. 독일 친구들은 대회 당일 경기가 있어서 초대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지난 10년 동안 독일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덕분에 독일 하노버에서 활동 중인 예멘, 인도네시아, 마다가스카르 팀을 초청할 수 있었다. 한국팀은 규모가 커서 2개 팀으로 참가하며, 대회 전날 총 5개 팀이 참가를 확정 지었다.

상금이 있는 대회에서는 항상 싸움이 나고 큰 부상이 있었던 경험 때문에 우승 상금은 없앴고, 대신 멋있는 트로피를 준비했다. 아마추어 축구인들에게는 우승컵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우승컵뿐만 아니라 대회 최우수 선수상과 득점왕도 준비하여 더 많은 팀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기는 그룹 리그 방식과 토너먼트 방식을 채택했고, 전후반 구분 없이 20분 동안 진행했다. 속도감 있는 대회 진행을 위해 경기장을 2개나 빌렸고, 공정한 운영을 위해 심판도 2명을 섭외했다. 첫 대회인 만큼 나는 축구 대회에 집중했지만, 여사장은 협회 회원 가입서와 카카오톡 채팅방 및 인스타그램을 위한 QR 코드를 출력해 준비하는 등 축구 외적인 부분을 챙기며 역할 분담이 잘 맞았다.

대회 전날, 부인과 함께 뒷풀이 준비를 위해 독일 한독교육문화협회 본사 센터를 정리했고, 맥주와 음료, 핫도그 등 음식 준비도 마쳤다. 모든 것이 제대로 준비되고 있었다. 이제 날씨만 도와주면 된다.


[여사장]

어떤 이들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하지만, 지난 클래식 마스터클래스 행사를 하며 느낀 바로는 역시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할 때 일이 쉽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뒤늦게서야 남사장이 평생에 걸쳐 진정으로 사랑한 것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남사장이 이것을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이미 첫 만남 때부터 지속적으로 들어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이것을 사업적인 프로젝트 측면에서 검토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축구에 관해서는 정말 1도 지식이 없었던 나는 그저 남사장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라는 아이템만 보고 그의 전문성과 열정에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가늠했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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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잘 진행될 거라고 예상했고, 천운이 따를 거라는 느낌도 있다.

(나는 느낌이 잘 맞는 편이고, 주구장창 말했지만 운이 좋은 편이다.)

언제나 그렇듯 구장을 빌리는 행정적인 일이 쉽지는 않을 거라는 비관적 전망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전에 내 귓가에 들려왔다.

그리고 또 언제나 그러하듯 이런 사람들의 걱정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나의 행정력으로 아주 빠르고 쉽게 구장을 대여해 버렸다.

오히려 독일의 구장 대여 행정 담당자가 기입란에 작은 실수를 하였는데, 그것을 우리 측에서 발견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독일의 행정 담당자가 빠르게 사과하고 다시 서류를 보내주었기에 어떠한 마찰도 없이 행정적인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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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분들이 해외 커리어를 생각하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지레 겁을 먹으시는데, 나의 경우에도 독일어를 잘 하긴 하지만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할 수 없다.

아무리 독일어를 잘 한다고는 하나 여전히 외국인 치고는 잘하는 편에 속한다. 즉, 내 독일어를 들으면 누구나 "아, 외국인!"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 관련 이메일을 보낼 때에는 반드시 ChatGPT를 활용하여 검수를 한 뒤 보낸다.

내가 독일에서 행정적인 부분의 성과를 내는 이유는 독일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독일의 문화와 독일 실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 및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인사글, 정중한 부탁과 감사의 메시지, 정확하고 간결한 의사 표현과 마감 기한을 지키는 것과 같이 사실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기본 소양이지만, 이런 기본 중의 기본기가 독일어 단어를 하나 더 많이 외우고 논문을 잘 쓰는 사람보다 실무에서는 훨씬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언어의 장벽 때문에 해외 진출을 망설이는 많은 한국분들에게 용기를 드리면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 본다.


독일.비즈니스.다이어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여사장과 남사장이 한국과 독일에서 글로벌 CEO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현재진행형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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