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연결된 인맥이라는 단어는 체감상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독일은 어떨까? 비즈니스에서는 어떨까?
[남사장]
독일이 신뢰사회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자리 추천제도이다.
이게 무슨말인가 하면, 직장인이 자신의 회사에 자신의 지인을 추천하는 제도로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고 정해진 기간 이상 근무를 하게되면 격려금도 받을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 2500유로를 준다고 했었다.
지원동기를 준비할 때 한국 사람들은 회사의 미래, 비전, 나의 관심사 등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나를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준비하는 반면, 독일 면접장에서는 의외로 지인 추천으로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취업할 가능성이 꽤 높다. 우리가 한국에서 준비하듯이 준비하면 독일 사람들 대부분은 높은 수준에 놀란다.)
처음에는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길래 추천을 하나 했는데 대체로 일반 사원도 가능하다. 우리 회사 인사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횟수도 제한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추천을 한 사람의 신뢰에 대한 평가가 되는 부분이라 추천을 남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왜 이런 추천제도가 있을까? 오남용되지 않을까?
회사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뛰어난 인재를 찾는 것이고, 이 과정과 노력, 비용이 상당하다. 현재 직원들도 회사 인사검증을 통해 들어 온 인재들이라 그들의 추천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 자신의 평판도 걸려 있기 때문에 추천을 남발하지 않는 점. 회사의 비용과 업무,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이 많다고 한다. 게대가 추측컨데, 공채와 같은 제도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 채용이 대부분이라 더욱 추천제도가 가능해 보인다. 필요한 자리에 검증된 인력을 가장 빠르게 확보할 수 있으니.
이런 제도가 만약 한국에 있다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인맥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했다고 하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을 것 같다. 나도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질투였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주제는 인맥이다. 과연 인맥은 비즈니스에 있어서 어떤 의미일까?
<인간관계와 인맥>
인맥의 사전적 의미(고려대학국어대사전)는 '같은 계통이나 계열로 엮어진 사람들의 유대 관계로 보통 정계, 재계, 학계 또는 학연이나 지연 등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비슷한 개념인 인간관계의 사전적 의미(옥스포드)도 보면, '감정적인 대응을 포함한 인간의 연계 방식'이라 하여 인맥의 그것보다 감정부분에 있어서 좀 더 넓은 개념으로 보여지기에 인맥과 구별해야 한다.
<인맥의 구성요소>
비즈니스에서 인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가지가 필요하다. 인맥이 필요한 자와 인맥을 제공하는 자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무엇". 무엇에 해당하는 것은 유대관계만이 아니라 사업 아이템일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정보나 비전일 수도 있고, 지인일 수도 있고 다양하다. 핵심은 이 둘을 이어주는 "무엇"에 있다고 본다. 이 무엇에 대한 가치에 따라서 인맥은 지속될 수도, 파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즈니스의 목적이 인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늘리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비즈니스 능력 자체가 있는 상태에서 인맥이 필요한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인맥보다 먼저 자신의 능력을 점검하고 키우는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인맥의 양면성>
인맥은 무조건적으로 좋을까? 세상이치가 그러하듯 인맥도 절대 100% 좋을 수 없다. 인맥의 장점은 언급하지 않아도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어두운 부분도 생각해보자. 인맥이 몇 단계를 앞서게 해주는 만큼 잘 안되었을 때는 복구 불가능까지 후퇴할 수 있다. 인맥이라는 것이 나의 성공이라는 결과를 전달할 수 있는 계기도 되지만 나의 태도, 과정, 실패 등 부정적인 것이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매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맥을 통해 좋은 기회를 얻어 어떤 프로젝트를 얻었다고 하자. 그 프로젝트는 내 능력이 아무리 좋아 성공을 해도 인맥 덕분이다. 실패했을 때는 인맥이 있었는데도 못했다고 비난 받을 수 있다. 즉, 잘해야 본전이다.
<결론>
인맥을 얻기 위해서 대학원을 다닌다는 말, 특정 모임에 나간다는 말 들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사교골프는 기본이라고 하더라. 전혀 없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맥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맥을 무기로 사용하기에 앞서 무기에 대한 고민은 꼭 필요해 보인다.
[여사장]
인맥관리를 한다고 하면 뭔가 꼰대같아 보이고,
네트워킹 밋업 행사를 다닌다고 하면 뭔가 힙하게 보이는 이건 뭘까?
인맥 관리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학연 지연이 떠오르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부리는 꼼수의 하나로 생각되어 지기도 한다.
적어도 내가 어렸을 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나만의 실력을 기르고, 일부러라도 인맥을 절.대.로. 활용하지 않고 나 스스로만의 힘으로 성공해 보겠노라 다짐도 해 보았다.
사실 내가 대단한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스스로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노라 자부했었는데.
정작 이제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 인생의 모든 일든은 결국 어떤 사람을 어떻게 만나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로 설명이 되는거 같다.
처음 독일에 오페어로 나오게 되었을 때, 아무도 없는 독일,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독일 가정집에 들어가서 살아야 된다는 건 너무 리스크가 큰 일이었다. 물론 나 이전에 이미 더 열악한 시기를 거친 선배들이 계셨겠지만 라떼만 해도 스마트 폰도 없고, 작은 독일 도시로 들어가면 한국인을 마주칠 일도 없는데 독일어 한 마디도 못하는 나는 정말 너무 막연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이미 내가 가고자 하는 가정에서 오페어로 지내 본, 독어독문학과 학생분께 만나달라 말쓰드렸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당시에 그 분도 겨우 나 보다 2살 정도 많은 20대 중반 이었고, 나는 20대 초반. 서로 서울 스타벅스 한 켠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분 덕분에 용기를 얻고 독일로 나왔다.
독일에 와서는 그 이후의 계획이 없었다. 내가 오페어로 간 가정의 아이들 엄마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꽤 잘나가는 마케터로 일하고 있었다. 그녀의 추천으로 미술치료학과에서 공부를 해 보기로 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유학을 목표로 독일로 나온게 아니라서 포트폴리오라고 하는 미대 입시 준비물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냥 지원부터 했다. 포트폴리오가 없었기에 다른 것들로 교수들을 설득하려고 정말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래서인지 결론적으로는 포트폴리오 제출 없이도 합격을 했다. [이건 워낙 예외적인 내용이라 부디 일반화 하지는 마시기를]
입시 시험을 치르러 갔을 때, 비자만료일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입시 시험조차 끝까지 치를 수가 없었다.
그런 사정을 학교 비서과에서 딱하게 여기셨는지, 학교 전체에 공지 이메일로 한국인 학생이 있으면 나의 입시 시험을 좀 안내해 주고 도와주라고 요쳥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그 당시 나를 도우러 와 준 유일한 한국인 유학생이자 후에는 내 학교 선배가 되고 지금은 나의 거의 유일한 친구인 그 뮌헨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 뮌헨 친구에게 당시에 그 지역에서 치안이 좋은 동네를 추천 받았고, 집을 구하러 단기 월세 방 학생 룸메이트가 있는 집 인터뷰를 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가 10년이상 함께 살았던 독일인 룸메이트 앙케를 만난다.
그리고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이직을 고민할 때, 앙케를 통해 그 친구가 다니는 회사의 다른 지점의 일자리를 소개 받는다.
그렇게 그 곳에서 내 인생 최고의 직장동료들과 자폐라는 특수분야에서 커리어를 만들 수 있었다.
졸업 후 첫 직장은 내 적성에 맞지 않아 많이 힘들었는데, 그 때 나름의 돌파구로 투잡을 할 수 있는 다른 일거리를 찾았다.
당시에는 뭐라도 다른걸 해야지만 숨 쉬고 살 것만 같았었다.
그게 한글학교 교사자리였다.그것 또한 학교 선배가 지금 교사 자리가 공석이니 지원해 보라는 정보를 알려주어 쉽게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선배의 평판이 워낙 좋았던 지라, 선배 추천이라는 타이틀로 더 빨리 많은 신뢰를 받을 수도 있었다.
인맥이라는 말도 잘 뜯어보면 사람과 흐름의 조합이다.
아무리 사람을 많이 알고 있어도 그 안에서 흐름이 없다면 그것은 활용가능한 인맥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하나의 점으로 생각한다면, 그 점들을 연결지어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인맥은 처음에 시작점을 찍을 때에는 확실히 필요하고 너무나도 유용한 요소이다.
하지만 시작 점을 찍은 후에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은 결국 나의 실력과 노력의 결과다.
독일에는 vitamin B라는 말을 인맥에 빗대어 사용한다.
너 그 일자리 어떻게 구한거야 라고 물으면,
응 비타민 b로 도움 많이 받았어. 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여기서 B는 독일어 Bekanntschaft 의 줄임말로 인맥을 뜻한다.
한국이나 독일이나 세상 어디에나 좋은 사람들은 많다.
다만 내가 그들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때, vitamin B의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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