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장]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다양한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마법과 같은 성공의 핵심 요소 >>위임<<.
하지만 막상 일을 맡기려고 사람을 뽑자고 하면, 사람들은 위임에 대해서 걱정하면서 우려섞인 말들을 던지곤 한다.
"어떻게 모르는 사람한테 일을 맡겨?"
"사람 쓸 돈 대신에 그냥 직접 하는게 돈 아끼고 경제적이지 않아?"
최근 클래식 파트 K 예술감독님의 노력과 헌신으로 우리 비즈니스가 일보 전진 했음을 느끼고 있어 기분이 좋다. 게임에 비유하자면 마치 다음 레벨의 다른 세계관에 들어온 듯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사업이 전개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전 레벨에서는 등장 인물이 여사장과 나. 단 둘 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여사장이 더 잘 하는 일은 여사장이 맡았다. 단순하고 쉽게 역할 분담이 가능했다. 그러나 사업의 영역이 확장 되면서 어느 순간 더 이상 니가 할래? 내가 할까? 수준의 업무 분담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에러사항들이 생겨나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레벨에서는 통했던 무기들이 더 이상 상위 레벨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레벨에 맞는 새로운 무기 장착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한국 사무실 고지서 관리와 같은 사소한 서류나 행정 문제들, 홈페이지 관리 문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는 문제, 협회 사무실 인테리어, 정원 나뭇가지 정리, 우체통과 화장실 열쇠 등 우선순위에서 한참이나 밀린 사소한 일들이 시급한 문제가 되어 마감기한의 압박과 함께 우리를 옥죄이기 시작했다.
열쇠 관리, 사무실 앞 나뭇가지 정리와 같이 돈을 들여서 처리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내가 직접하기에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만 하는 일들을 마주했을 때 내적갈등은 더더욱 심해 진다.
한창 자라는 제일 예쁜 나이의 딸들을 데리러 가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중요한 일이지만, 직장 업무나 여사장과 함께 진행하는 사업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법인 회사로 세금 고지서를 처음 받아보았을 때. 한국에 있었다면 당일날 아무렇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세금납부만 해도 그렇다. 독일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한국의 행정일을 처리하려 하니, 시간도 노력도 최소 3배는 더 늘어나는 것 같았다. 한국 사무실 고지서는 제때 확인만 가능하면 금방 끝날 일이었는데…. 제때 확인이 어려웠던 점. 법인카드 활용이 처음이 였던 점. 등등으로 시간을 꽤나 많이 낭비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업을 병행하는 여사장과 나로서는 도저히 한국 시차에 맞추어 행정일을 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은 평소에 내 업무를 곧잘 도와주던 일 잘하는 대학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한번 맡긴 일은 될 때까지 책임지고 맡아주던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일을 맡겼더니, 나와 여사장이 한국을 들어가니 마니 몇일을 끙끙거리던 일이 하루만에 해결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이제는 정말 2인 체제의 사업 시스템에서 직원이 있는 회사로의 성장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체감했다.
지금까지 여럿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업을 진행해 오긴 했지만, 여사장도 나도 일을 도맡아 하는 것에만 익숙할 뿐이지, 업무를 지시하고 분배하는 것은 해보지 않아 어색함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인턴이나 직원을 뽑는다면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할지.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을 과연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막상 내가 누군가를 뽑는다고 생각하니, 그 책임감과 무게에 벌써부터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우리에게 와 주기만 한다면, 그 때 부터는 자신이 있다.
어떤 플레이어가 팀에 새로 들어오더라도, 내가 죽고 못 사는 축구를 위해서라면 그 사람의 단점을 모두 보완하는 최고의 전략과 전술을 통해 이기는 경기를 만들어 내고야 마는 25년 내 축구 인생이 지금 내 사업의 인재 전략 기획을 위한 오랜 숙련의 준비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여사장]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금 현재 장사의 영역인지 사업의 영역인지 헷갈릴 때 이를 구분할 수 있는 3가지 기준이 있다고 김승호 회장은 자신의 저서 사장학개론에서 언급하고 있다.
첫째, 나보다 일 잘하는 직원을 두고 있는가?
둘째, 사업이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가?
셋째, 내가 직접 열심히 일해서 수입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첫번째와 세번째 질문은 둘 다 동일하게 하나의 행동을 경계시킨다.
바로 사장 본인의 직접 노동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장 본인이 일을 가장 많이하고, 회사 내에서 일을 제일 잘 하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인건비와 지출을 줄이기 위해 누구보다 직접 일선에서 발로 뛰고 있다면 그것은 장사의 영역에서는 인정받을 행동일 수 있으나, 반대로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엄청난 단점이라고 김승호 회장은 굉장히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최근 지출을 줄이기 위해 뭐든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일하는 절대 노동 시간을 늘리면서 당장의 로스를 줄였다는 안도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나만의 사업을 하려고 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한다.
장사를 하고 싶었다면, 굳이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눈에 불을 켜고, 유능한 인재, 나보다 뛰어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 싶어 안달하는 마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결코 보여주기 식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진정으로 기업인으로 기꺼이 그러해야 하는 기본 자세였음을 김승호 회장의 책을 회독하면서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된다.
다만 진정으로 다시 한번 반성해 보아야 하는 부분은, 일에 대한 능력과 수입을 얻는 방식이다. 현재는 내가 직접 육체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 뿐이다. 모든게 내가 직접 발로 뛰지 않고서는 단 하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것만 같아, 한달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나의 행동이 우리의 사업을 장사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으며 크게 뉘우치고 있다. 나는 그냥 장사꾼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고급 인재(직원)는 어떻게 모을 수 있는가?
김승호 회장은 이 또한 사장학개론 책 187페이지에 정확하게 두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1. 좋은 사람을 찾으려고 하지말고, 나쁜 사람을 걸러내라.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 말투가 무례한 사람,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어차피 안될거라는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 등등)
2. 좋은 직원을 직접 길러내라. (똑같은 사람도 어떤 회사에 어떤 오너와 있는지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즉, 내가 마음 그릇이 충분히 크다면, 또한 큰 사람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기준에 따라 사람을 뽑았다면, 그 사람이 나에게 쓰임이 있도록 적절히 잘 양성하여 쓰임이 있도록 만들라는 뜻일 것이다.)
김승호 회장은 직원의 마음 그릇보다 회사 오너 혹은 상사의 그릇이 더 작을 때,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직접 스스로 사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한다. 따라서 직장을 퇴사하고 사장이 된 사람들은 본인들이 퇴사했던 과거를 떠올려 본다면, 좋은 오너가 될 힌트를 얻을 수 있을거라 조언한다.
내 퇴사 경험들을 돌이켜 보면, 오너의 그릇 문제 보다는, 내 야망의 크기가 지나치게 컸다는 느낌이 있다.
왜냐하면 내가 이제까지 모셨던 모든 상사들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가졌었고, 적어도 근무를 하는 동안, 아니 사실은 퇴사를 하고 나서도 내가 상사에게 굉장히 사랑받는 직원이었음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솔직히 속물같은 내 에고의 마음을 들여다 보자면, 나는 어쩌면 그냥 내가 다니던 회사에 있던 그 누구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회사원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금액을 말이다.
결론적으로 좋은 인재를 거두고 싶다면, 내가 그들을 품을 수 있는 넓은 마음 그릇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을 김승호 회장은 하고 있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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